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1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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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린 낙서가 아니라 첫 발매판 표지가 이렇다.

휴버트 셀비 2세(1928~2004)가 1964년에 발표한 소설.

엄밀히 말하면 원제목은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고속도로) 출구(Last Exit to Brooklyn)', 브루클린이 지명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저지르기 힘든 실수로 명백한 오역이다. 하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내용과 상관 없이 단순히 어감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 문제. 일본에서는 '브루클린 최종 출구(ブルックリン最終出口)', 중국에서는 '브루클린 검은 거리(布鲁克林黑街)'로 번역했다.

50년대 브루클린 부두를 배경으로, 60년대 미국이 앓고 있던 모든 사회적 논쟁거리를[1] 책 한 권에 때려박은 희대의 문제작이다.

당연히 출간되지마자 엄청난 필화에 휘말렸고, 이 소설의 평가를 놓고 타임지와 뉴스위크지라는 거대 언론사가 "최고로 추잡한 쓰레기 소설" "현대 미국의 모습에 대한 진지한 성찰" 이라는 주제로 갈려 키배를 뜨기도 했다...

이 키배는 버트런드 러셀사뮈엘 베케트라는 현대의 거장들이, '근래 출간된 가장 중요한 책'으로 저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리되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첫 출간될 당시도 법원에서 외설소설로 지정되어 출판금지조치가 내려졌다. 물론 영국 문단의 항의로 금지조치가 철회되긴 했지만, 현대 민주주의가 시작된 영국에서 이 정도의 구설수가 일어났을 정도로 이 책의 내용은 충격적.

2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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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영국과 서독 합작으로 영화화가 되었는데, 원작이 워낙 엄청난 구설수에 휘말렸던 작품인 만큼 다소 순화되어(그렇다. 이게 순화된 버전이다!) 영화화되었다. 원작의 분위기를 제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수작. 주연은 제니퍼 제이슨 리이며 원작자 허버트 셀비 주니어도 카메오로 잠깐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작품이 유명하게 된 것은, OST중 하나인 a love idea가 유명세를 타면서다. 작곡가는 록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리더인 마크 노플러.


그러나 이 OST만 듣고 이 영화를 본다면, 드라마 《첫사랑》의 Forever만 듣고 스트라토바리우스의 음반을 산 사람들 이상의 충격을 맛보게 된다. 낚였구나 이생퀴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에 해당하는 트랄랄라와 GI들간의 검열삭제 씬에서 흘러나오는 러브 아이디어는… 해당 장면의 임팩트와 엮여 가히 충격과 공포.

주제가 외의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트라우마가 되기 충분한 수준이다. 실제로, 이 항목은 OST는 좋았다 항목에 한동안 링크되어 있었다.

이것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컨트라스트 기법으로, 한 씬의 장면의 구성요소와 주제가를 대조되게 배치함으로서 관객이 느끼는 충격과 공포감정을 극대화하는 기법이다. 오덕들이 알기 쉬운 예시로는 《에반게리온:파》에서, 더미 플러그가 작동된 초호기가 아스카가 탄 3호기를 산산조각내는 장면에서 오늘은 이제 안녕이 흐르는 것이 이 기법의 적용사례.

love idea에서 받은 선입견을 버리고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왜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뮈엘 베케트가 그렇게 절찬했는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이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그대로 쓴 것이다. 허구라기 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실제의 인물들이다. 소설 속의 추잡함이나 잔혹함은 독자들 자신에게도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라고 한 적이 있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읽어본다면 '외설과 예술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논쟁에 대해 나름대로의 결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곁다리로 이 영화감독인 울리 에델은 1981년 실화 기반 영화 크리티아네 F. 이후로(중간에 TV영화 2편을 찍기는 했다.) 8년만에 이 영화로 돌아와 화제를 모았고 비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가 할리우드로 가서 만든 영화가 마돈나 주연의 《육체의 증거》. 하지만 흥행과 비평에서 완벽하게 망했다... 그 이후에도 티비 시리즈, TV영화 등을 감독하다가 2000년에도 가족영화 리틀 뱀파이어를 만들었으나 흥행과 비평에 실패했고, 대서사시, 스릴러, 웨스턴 장르의 TV영화 5편을 만들고 난 뒤 독일로 돌아와서 2008년 바더 마인호프를 만들어서 비평에 성공하고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신작이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호러영화인 Pay the Ghost인데 개봉도 제대로 안하고 DVD로 나왔다.
  1. 노동문제, 실업, 전쟁, 매춘, 동성애, 마약, 알코올, 부패, 전통적인 가족상 붕괴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