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작가 요시카와 에이지(吉川英治, 1892년~1962년)가 쓴 삼국지연의 평역본. 1939년~1943년 도쿄마이니치 신문에 연재됐으며 1948년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연재 당시 일본에서 빅 히트를 쳤고 이후 일본 삼국지의 정석처럼 굳어버렸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출간한 삼국지도 이 작품을 중역한 작품이 많았다. 한 마디로 수십년 세월에 걸쳐 나온 그 많은 삼국지가 결국 청나라 때 모종강본 아니면 요시카와 에이지 본 둘 중 하나일 정도였다.
원래 같은 역사 소설을 써도 시바 료타로가 사학자 빰치게 고증에 집착한다면 요시카와 에이지는 소소한 고증은 무시하더라도 읽는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작품이 좀 미묘하다. 소설적 재미는 뛰어나지만 정통 판본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날조 가공된 부분이 있다.
삼국지연의는 "천하대세란 뭉치면 흩어지고 흩어지면 다시 뭉치느니(分久必合 合久必分=분구필합 합구필분)"하며 진시황, 전한 고조 유방, 광무제로 시작하였는데 이 요시카와 에이지본은 "황하(黃河)는 오늘도 유유히 흐르고 있다"로 시작한다. 변사들이나 소설 장수가 소리 내어 읽는 "연의"가 홀로 읽는 "소설"이 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차이다.
도원결의 시작 장면을 "황건적을 물리칠 의병을 구한다는 방문 앞에서 우연히 세 사람이 만났다"고 하면 연의를 따른 것이고 "유비가 낙양선에 차(茶)를 사러 갔다 황건적 마원의를 만나 위기를 겪고 장비 덕에 목숨을 건진 뒤 장비에게 가보인 칼을 줬다가 어머니가 열 받아 차를 강물에 던져 버렸다"라고 하면 요시카와 본이다. 초선이 연환계를 실행하고 나서 자살했다는 내용 역시 이 요시카와 에이지 본에 나온 것이다. 그리고 관우가 여몽과 육손의 계략으로 출병 때 육구에 남겨뒀던 병력을 빼냈다는 것 역시 요시카와 에이지 본에 나온 것이다.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처음 만날 때가 극적으로 묘사된 것이 특징이며 유비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여인 홍부용은 이 작품에서만 등장한다. 무엇보다 제갈량 사후는 달랑 몇페이지로 그야말로 날아다닌다(...).
유명한 요코야마 미츠테루 삼국지, 고우영 삼국지, 정비석 삼국지, 배철수의 만화열전 등은 모두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를 기초로 삼고 있다.
사실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가 삼국지연의와 차이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저본을 모종강본이니 나관중본이니 하는 삼국지통속연의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시카와 에이지 스스로 삼국지의 원본이라고 인정한 에도시대의 코난 분산(湖南文山)이 방역한 『통속삼국지』, 그리고 요시카와 에이지가 어린 시절에 주로 읽었다고 한 쿠보 텐즈이(久保天隨)의 『연의 삼국지』의 직접적 영향에 있기 때문에, 중국과는 다른 일본식 삼국지의 형태가 이뤄진 것이다. 저 내용들이 순수하게 요시카와 에이지의 창작은 아니란 이야기다.
단적인 장면이 바로 창천항로로 유명해진 장료의 에피소드, 료래래(遼來來, 료라이라이). 사서나 연의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이 표현은 당나라 시대의 아동용 서적에서 코난 분산의 통속 삼국지를 거쳐서,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일본을 거쳐서 중국으로 역수출 되었다. 하지만 중국 위키백과 장료 항목에서도 이건 일본쪽 표현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참고로 인물들의 호칭을 성+이름+자로 붙여서 4글자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원래 이름과 자는 같이 사용하지 않으므로 유비 or 유현덕이 되어야하지만 유비 현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본인들의 이름이 성(한자 2글자)+이름(한자 2글자)로 한자로는 4글자인 경우가 많아서 이를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은 복성을 쓰는 인물의 경우 더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제갈량 같은 경우는 제갈량 공명이 아닌 제갈 공명으로 4글자를 맞춘다. 물론 이는 잘못된 표현이므로 성+이름 이나 성+자를 사용하도록 하자.
다음과 같은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 1954년 : 서인국 역, 김용환 삽화 : 정음사
- 1958년 : 김동리, 황순원, 허윤석 역 : 박영사
- 1960년 : 김동성 역, 김기창 삽화 : 을유문화사
- 1965년 : 이용호 완역 : 백조출판사
- 1968년 : 정비석 평역 : 학원장학회
- 2013년 : 이동호 완역 : 매경출판
- 2013년 : 강성욱 완역 : 문예춘추
- 2013년 : 정원진 완역 : 유페이퍼
특히 2013년 저작권이 만료되면서 여러 완역본이 동시에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