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역

1 번역의 형태

1.1 개요

한자로는 重譯이라고 한다. 특정 언어로 쓰여진 책을, 해당 언어로 쓰인 원본이 아닌 다른 언어의 번역본을 기준으로 재번역하는 것. 예를 들어 독일어 소설의 영어 번역판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학문적으로 번역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한국의 사정상, 한국에서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정말로 몇 개 안 된다. 외국어 전문가도 매우 부족하거니와, 번역작업이 높이 평가되지 않는 현실을 볼 때, 한국인이 익숙한 영어나 일본어를 매개로 한 중역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많다.

하지만 중역은 아무리 번역가가 노력한다고 해도 원어의 뉘앙스를 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권장되지는 않는다. 문학 작품에서 중역은 사실 문제가 상당히 많다. 수많은 책들이 "원전 번역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간되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중역본과 원전 번역본, 원본을 펼쳐 놓고 비교해 볼 경우 충격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1]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지면 원전 번역본이 다시 나오게 된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역은 종종 효과적으로 쓰인다.

생소한 외국어를 번역하느니 차라리 영어 등으로 중역하는 편이 의미 파악이 수월할 경우이다. 좁은 한국 번역시장을 한탄해야하는 일이다. 그래도 그럴 경우엔 보통 그 원어에 능통한 사람과 함께 원전의 참고를 받아가면서 번역하는 편이다.

중역은 오역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어떤 언어로 쓰여진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완벽히 번역하는 것 자체가 원래 불가능한데, 그것을 또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 당연히 원래의 텍스트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어떤 정보를 동일한 언어로 전달하더라도 그 전달 단계가 늘어날수록 오류의 발생 가능성은 높아지는데 하물며 다른 언어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원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1,2차 번역에서 발생한 미묘한 변화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1차 번역본의 오역이나 의역, 혹은 수정을 그대로 번역해서 원본과 동떨어진 왜곡 수준으로 변질하는 경우마저 생긴다. 번역가의 입장에서도 중역은 무척 어려운 작업인데, 특히 일본어 중역이 그렇다. 일례로 허버트 조지 웰즈우주전쟁 The war of the worlds가 '행성 간 전쟁'에 가까운 뉘앙스이지만, 지금은 '우주전쟁'으로 굳어버렸다.

일본어의 신통찮은 서양 언어 표기법 때문에, 일본어로 적힌 서양식 이름을 중역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일본식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동화 파랑새의 Tyltyl과 Mytyl이 '틸틸'과 '미틸'로 옮겨지는 대신 '치루치루/치르치르'와 '미치루/미치르'로 옮겨진 것. 또 반대로 일본식 영어표기에서 ル나 ム등을 받침으로 오역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알카드로 오역된 알루카드(Alucard)나 알케인으로 오역된 G 아케인(arcane)등 그예.

묘하게 덕국어를 사랑하는 일본에서 제작된 매체가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 일본 특유의 발음과 해당 단어의 원음을 모르는 일본어 번역자의 오버센스로 인하여 해당 단어를 다르게 읽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관련 팬덤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여 널리 퍼진 시점에서는 이를 바로잡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중역은 아니지만 중역 비스무리 하게 된 것으로 이전 문서에 제시해 놓은 것이 은하영웅전설이다. 원작자가 원어 표기법까지 모두 고려해 놓은것 같고, 번역자도 독일어 읽기에 대한 지식이 있었는지, 웬만한 지명이나 인명은 몇몇 오류 빼면 90년대 초반 나온 을지문고본에서도 그럴듯 하게 번역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애초에 여기서 번역 오류로 지적하는 것은 인명과 지명 뿐이다(왜냐하면 일본어 저자가 쓴 글을 저본으로 한국어 역자가 번역한 것이니 중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저자는 외국어 인명사전에서 이름을 차용해서 사용했고, 그 이름은 일본에서 사용하는 식으로 가타카나를 써서 표기를 했다. 따라서 해당 인명에 대한 원어 식 철자는 존재했으나, 저자가 굳이 이를 작품 내에 표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가타카나식 이름만 전해져 왔고, 역자는 이를 유사한 영어나 독일어 식 이름으로 쓴 것 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사용하는 식의 인명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현재 이타노 판에서 "발터 폰 셴코프"라고 되어 있는 인명은 원저에서 "월터 폰 쉔코프"(의 가타카나)로 되어 있고, 을지판은 이를 그대로 사용해서 "월터 폰 쉔코프"라고 사용했다. 이는 이후 원저에 쓰여 있는 것을 원래 독일식 이름을 사용했다고 반영하여 "발터 폰 셴코프"로 다시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원작에 있는 말을 바꾼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근데 대체로 제국은 독어, 동맹에서는 영어를 쓴다고 간주되기 떄문에 오역이긴 하지만 월터가 더 맞다.

중역의 대표적인 산물이 바로 일본식 한자어. 계몽, 오성, 철학, 과학, 사회 등 수많은 용어가 일본이 영어나 라틴어 등을 번역해 놓은 조어이다. 서양의 근대 과학기술과 학문, 문물의 대부분이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거쳐서 들어오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굳어져 버린 것이라서 완벽한 순우리말로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에 대한 반론으로, 이 용어들은 일본에서 한자어로 만든 용어들인데, 용어를 일본에서 만든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이를 중역이라고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보통 중역의 문제라 함은 용어나 인명의 문제라기 보다는 글의 내용에 비롯한다. 물론 용어와 인명을 경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에는 외려 찾아내기도 쉽다(원전과 대조하면 바로 눈에 띔으로). 또한 위 용어들이 완전히 새롭게 짜맞춘 경우도 있지만, 중국의 고전에서 전고하여 만든 용어들 또한 많다(예를 들어 경제는 경세치용에서 왔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일상용어에 스며든 한자어까지 모두 뜯어 고치자고 이야기 하는 극단주의식 이야기가 아니라면, 애초에 순우리말로 대체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말이다. 애시당초 순우리말조차 순우리말이 아니다(순 우리말 참조).

거의 모든 외국어 번역서를 일본어 중역으로 출판하는 출판사가 있다. 동서문화사가 그곳. 동서문화사의 웬만한 저서들은 일본어 중역을 거쳐서 출판된다. 해당 항목 참조.

좀 흠좀무한 사실은 영한사전마저 중역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이것을 중역이라 보아야 할지 싶지만, 일단 영어의 일어'번역'을 '번역'했으니). 민중사 엣센스나 두산동아 프라임에 밀리다 전자사전 때문에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YBM시사닷컴의 E4U 영한사전(엘리트 혹은 올인올)은 오분샤의 영화사전(영일사전)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종이 사전 서문에도 잘 기재되어 있다. 별로 없겠지만 있다면 체크해보길. 서문 쓴 사람이 민영빈 YBM시사 회장이다.), 아예 '대놓고' 오분샤의 사전을 번역했다고 한 넥서스 영한사전과 상당히 흡사하다. 사실상 오분샤 구판을 시사가 번역/수정해서 내놓고, 신판을 넥서스가 번역/수정해서 내놓은것. 마찬가지로 90년대 말이 되어서야 제대로 나온 나온 간체자 중한사전도 북한에서 나온 중조사전을 상당히 참고 또는 표절했다.

6,70년대 한국의 외국어 서적 출판은 전문 서적은 물론이고 문학작품조차 대다수가 일본어 중역이었다. 영어나 기타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은 얼마 안되는 반면,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인력은 넘쳐나던 시절이다. 적어도 일제강점기에 중학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은 일본어를 상당히 능숙하게 할 수 있었고, 해방 이후에도 현실적 필요로 대학 등에서도 일본어 교재와 자료에 크게 의존하건 시절이었다.일단 일본은 가까우니까. 미국이나 유럽은 엄청 멀고 게다가 출판계의 값싼 번역료 문제 등으로 해서, 적어도 70년대 까지 번역이라 함은 일본어 중역을 말하는 것이었고, 80년대까지도 번역출판의 다수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런 중역본은 저작권법을 어긴 해적판인 경우도 많았다. 영어 등 일부 외국어에서 원어번역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다. 오히려 요즘은 프랑스어이탈리아어등의 유럽어로 쓰여진 책의 영어판을 중역하는 경우가 흔하고 그에 대하여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체적인 번역의 질을 놓고 보면 최근에 목에 힘주고 나오는 원전 번역판보다 6, 70년대의 일본어 중역판의 번역의 질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 개별적인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차원에서 보면 한국 출판계의 원서 번역 수준은 아직도 그 옛날 일본어 번역본을 중역하던 시절 만큼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당연하다고 볼 수 밖에 없는데, 일본의 서양어 번역문화는 1600년대부터 유구히 이어져 온 것이고, 번역 작업자체도 매우 대접을 받는 등, 이들의 내공은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일단 영어-프랑스어-일어-독일어-중국어 이외의 외국어 능통자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한때는 외국어 하면 영어 다음으로 전공자가 많았던 독일어-프랑스어 능통자들이 드물어지고 있다. 이런 과들 자체가 폐과되는 실정. 2000년대 초반의 서울대만 하더라도 불어불문학과의 입학생중 제대로 졸업하는 경우는 30% 미만이었다. 나머지는 전과나 반수후 타과 입학.), 번역 작업 자체를 매우 천시하기 떄문에 질이 좋아질래야 좋아질 수 없다. 학계만 보더라도 (이해는 둘째치고) 원서가 중시되며, 정부자체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이 외국 텍스트의 정확한 이해보다는 외국어 몇마디 하는 것에만 가치를 두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어보인다. 절망하고 포기해라.

재밌는 것은 오즈 야스지로, 구로사와 아키라 등이 감독을 맡은 일본의 고전 영화 자막의 경우 위에 적힌 바와는 반대로 영어 중역이 이해를 방해한다. 예를 들자면 오즈 야스지로의 도쿄 이야기 중 히라야마 부처가 버스를 타고 도쿄를 구경하는 장면에서 가이드가 하는 말은 "千代田城と呼ばれる皇居は..."인데 자막에서는 "대일본의 황궁은 치요다 성이라고 불리며..."라고 적혀있다. 어순도 바뀌고 원문에는 없는 와패니즈스러운 수식어가 들어간 걸 보면... 그 외에도 사위가 아들이 되고 딸이 며느리가 되는 등 가족 관계도 엉킨 게 있는 걸 보면 개족보 영어 중역이 확실해보인다.

중역된 대표적인 종교 경전에는 성경불경이 있다. 그리고 환단고기 [4]

불경산스크리트어 -> 한문 -> 한국어 중역을 거쳤다.
최근에는 산스크리트어의 원전 번역본도 나오고 있으나, 여러 이유로 인해 큰 문제는 없는 편이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때 현장이 워낙 고유명사를 잘 번역해 놓았고(ex : 니르바나 -> 열반) 한국에서도 천년넘게 쓰이면서 익숙해졌으며[5] 본고장인 인도에서는 불교가 쇠하였으므로 별 상관 없는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문법적으로 매우 복잡한 산스크리트어-팔리어가 매우 함축적인 한자로 번역되면서 교리해석을 두고 여러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때문에 경전의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한 교종과, 아예 이렇게 번역된 경전은 필요없다는 선종이 나왔을 정도로 이 문제는 다른 문제를 만들었다.

성경 중에서 특히 개역한글판/개역개정판은 히브리어/고전 그리스어 -> 라틴어 -> 중국어 -> 한국어 중역을 거쳤다. 이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고유 명사와 표현의 경우 원어와의 괴리감이 상당히 커졌다. 거기다가 한국어의 변화와 한국 사회의 변화가 성경에 반영되지 않음으로서 괴리감이 더 켜졌다. 성경의 한국어/영어 발음 차이 참조.
그리고 발음차이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당시의 아라비아와 로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조선인들 보고 이해하기 쉬우라고 나온 책이라서 고유명사를 이해하기 쉬우라고 현지화한 물건도 보인다. 예를 들어서 성경에 등장하는 피스타치오[6]유향나무 열매, 혹은 비자나무 열매로 기록되어 있는데, 아라비아 원산인 유향은 차처하고 비자는 일본과 한국의 제주도 정도에서만 자생하기 때문에 중국어 번역본에도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예로, 한글 성경에 나오는 '팥'은 실은 렌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히브리어·그리스어본을 직접 번역한 공동번역 성서가 나왔으나 개신교에서는 완전히 묻혔다. 마찬가지로 개역한글판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신교 내부에서 히브리어·그리스어본을 직접 번역한 표준새번역판이 나왔으나 듣보잡 신세(...). 천주교 측에서는 히브리어(구약 대부분), 그리스어(구약 제2경전,신약) 원전을 다시 번역한 성경을 현재 사용하고 있다. 개신교 측은 이런 것에 매우 보수적이라 공동번역 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문어체를 고수하고 있다. 이걸 보면 성서무오설이 얼마나 개구리 풀뜯어먹는 소리인지 알 수 있다 사실 공동번역은 의역이 너무 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마치 중역을 한 것과 다를 바 없기도 하다(...).

프랑스 철학 관련 전문서적은 프랑스어 - 영어 - 일본어 - 한국어의 3중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는 한국에 고전 그리스어의 능력자가 부족한 탓인지 최근까지도 영어, 일본어 중역으로 출판되었다. 하지만 80년대부터 단국대학교 명예교수인 천병희 교수가 고전그리스어 직역판을 펴내고 있었다. 문제는 직역판은 사람들이 안 읽는다.

심지어 구글 번역 등 기계 번역에선 문장에 따라 원어 - 한국어 직역보다 원어 - 일본어 - 한국어 중역의 번역 결과가 더 좋은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언어일 수록 더욱.

모 독일드라마의 CNTV방영본이 독일어→영어→한국어 중역이다.[7]

1.2 대중문화에서의 중역

마도서들은 중역하면 의미가 이상해져서 능력치가 심하게 떨어진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마도서는 중역판이다. 이는 동서문화사판 러브크래프트 작품집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사본들은 중역이라 그런지 실체화가 불가능하다. 네크로노미콘 자체가 아랍어로 쓰여진 원본 알 아지프의 그리스어 번역본.

톨킨의 작품은 설정상 요정어로 쓰여진 원본을 톨킨이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언어로 번역된 모든 톨킨의 작품은 '요정어 → 영어 → 도착어'의 중역인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설정 놀음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톨킨 작품의 고유명사들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에 대한 논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 있다. 톨킨은 자기 작품을 해설하면서 작품 속의 고유명사들은 '요정어의 발음을 음차한 것이 아니라 의미를 영어식으로 옮긴 것'이라고 해설해 놓았다. 즉 이 원칙에 따르면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요정어의 고유명사들은 '영어 발음을 음차하는 것이 아니라 요정어의 의미를 해당 언어로 옮기는 식'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세한 것은 톨킨 번역지침 참조.

2 높으신 분들

重役

요한 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기업에서는 대개 임원을 말한다. 꼭 사장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임원 중 낮은 축에 속하는 상무라 하더라도 중역이라 불러도 맞다.
  1. 러시아어-영어-일본어-한국어라는 흠좀무한 테크를 탄 경제학 전공서가 있었는데 원전 번역에서 이름까지 달라지자 교수도 같은 책인 줄 몰랐다고 한다
  2. 즉, 아무리 중역이 개판이어도 독자 입장에서 심각함을 못 느끼면 수요가 없기 때문에 원전 번역본이 나오질 않는다.
  3. 일본어에서는 종성 위치의 설측음(l)과 탄설음(r)을 둘다 '루'로 발음&표기하고 받침 ㄱ과 독립음 그/크/구/쿠를 모두 '쿠(ク)/구(グ)'로 발음&표기하며 받침 ㄷ소리를 '도/토'로 구분하여 발음&표기하므로, 원음을 모르고 일본어만 아는 번역자는 그 원형태를 구분해내지 못한다. 그리스어 '케르베로스(kerberos)'가 한국에서 '켈베로스'로 알려진 것은 그 일본 발음 '케루베로스(ケルベロス)'에서 '루'를 기계적으로 받침 ㄹ로 인식한 번역자의 게으름(은영전 을지판의 인명&지명은 빠짐없이 이 수난을 당했다) 때문이다. '수리수리 마수리'에 해당하는 독일어 주문 '호쿠스 포쿠스 피디부스(hokus pokus fidibus)'가 <은하영웅전설>의 을지판과 서울판에는 모두 '혹스폭스 휘집스'라 되어 있는데, 이는 다나카 요시키가 쓴 가타카나 '호쿠수 포쿠수 치지부스(ホクス ポクス チジブス)'에 대해 번역자들이 원음을 고찰하지 않은 채 '쿠'는 받침 ㄱ으로 넣고 '치'를 '휘(f발음)'로 읽고 '부'를 받침 ㅂ으로 넣는 기계적인 번역을 따른 탓이다. <창룡전>에서는 카를 오르프의 성악곡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에 대해서도 '부(ブ)'는 무조건 받침 ㅂ 아니면 '브'로 바꾸는 오버센스를 발휘하여 '카르미나 브라나'라고 번역했다. 이런 오버센스의 걸작이라 할 것은 <마계마인전(로도스도 전기)>에서 '서클렛(circlet)'의 일본음 '사쿠레토(サクレト)'를 '사크레트'라 번역한 것과, <청소년을 위한 북유럽 신화>에서 '가름(Garm)'의 일본음 '가루무(ガ"ル"ム)'를 '갈므'라 번역한 것이다. ル가 두 개나 들어간 묠니르가 완전 반대인 '묘르닐'로 둔갑하는 거나 총기회사 발터(Walther)를 '와루사' 또는 '왈샤'라고 번역하는 것은 이미 고전이 되었다.
  4. 이유립이 "필사"라고 읽고 창작했다는 환단고기를 처음 출한한 이는 임승국인데, 임승국은 한문지식이 없어서, 가지마 노보루라는 일본인이 일본어로 번역한 환단고기를 다시 한국어로 중역했다.
  5. 물론 한자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고역이다.
  6. 피스타치오는 로마에서도 나름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소비되었다.
  7. 심지어 해적판(?) DVD/VHS(&홍XX 자막릴)도 독일어→영어→한국어 중역이 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