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름)

1 개요

字. 이 문서의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라고 읽는다. 중국어 병음은 zi이고, 일본어로는 あざな라고 읽는다.

중국, 대한민국, 일본 등의 한자문화권에서 성년이 되었을 때 스스럼 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어주는 새 이름. 이 관습은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 시대까지 유지되다가 대한민국의 건국을 앞뒤로 소멸되었다. 그러나 한꺼번에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오늘날에도 양반가문의 종손을 자처하는 유림들의 경우에는 자를 쓰기도 한다. 꼭 종손이 아니더라도 좀 족보 있는 가문이다 싶으면 50년대 생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근데 족보에 올라만 가 있고 실생활에서는 안 쓸 가능성이 크다. 혹은, 오히려 실생활에서 족보상의 자만 쓰고 주민등록상의 이름도 자로 해놓고 족보에 올라간 이름은 안 쓴다.

고대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부모나 주군 등의 손윗사람을 제외하고 함부로 날 때부터 붙여진 이름인 명(名)으로 부르는 것은 큰 결례였기에 성인이 되면 스스럼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새 이름인 자를 새로 지어서 가졌다. 그래서 격식을 차려 부르는 이름이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Courtesy name이라고 번역된다. 사서오경 중 《예기》에서는 남자는 스물이 되면 자를 가졌고, 여자는 열다섯이 되면 자를 가진다고 한다.

단,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부르는 이름이라고 해도 자는 어디까지나 윗사람 아니면 친구만이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었으며 자식, 신하, 자가 쓰이던 당시 남편의 아랫사람이던 부인은 부모, 군주, 남편의 자를 부를 수 없었다. 따라서 진삼국무쌍 시리즈에서 황부인제갈량에게 "공명님", 왕원희사마소에게 "자상님"이라 부르는 것은 고증오류이다(아니 애초에 부인은 남편을 여보라고 부르던가 하겠지...). 작중 대부분이 자를 애칭처럼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많이 잘못됐다. 뭐 애초에 이 시리즈에서 고증 찾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정리하자면, 내 윗사람(공식 문서 상에서 지칭할 때 포함)은 나를 이름으로 부르고, 동급의 사람(친구나 친지 또는 윗사람이 친근하게 대할 때 포함)은 나를 자로 부르며, 아랫사람(실지로 아랫사람이 아니더라도 존중을 담는 경우 포함)은 나를 존칭으로 부른다. 삼국지의 유비를 예로 들자면, 헌제처럼 윗사람은 유비라고 부르고, 동급인 다른 군주들은 유현덕이라 부르며, 아랫사람은 유예주(예주 자사를 제수 받은 적이 있으므로)나 유황숙이라고 부른다.

성명과 자를 붙여서 부르는(예를 들면, "조조맹덕[曹操孟德]"이라고 부르는 것) 경우는 없다. 이것은 원래 그릇된 표기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일본의 대중문화 매체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지만 올바른 표현은 아니다. 아마 이렇게 표기하면 4글자가 돼서 일본인들의 이름과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런 표기가 널리 쓰이는 것 같다. 애초에 자의 용도가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피하려고 만든 것인데 굳이 이름을 붙이는 것은 오류. 그렇게 붙여서 부르고 싶다면 조조 자 맹덕/조조 조맹덕/맹덕 조조 이런 식으로 병기하면 된다('율곡 이이'나 '퇴계 이황'같은 표기법을 떠올려보자. 단, 율곡과 퇴계는 호이지 자가 아니다.). 비슷하게 현덕공이라고 자에 높임말을 쓰는 것도 오류이다. 그냥 현덕이라고 부르든가(윗사람 또는 친구), 직책이름인 유예주 내지는 그냥 유 공(아랫사람)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단, 이렇게 성명과 자를 아울러 언급하는 것은 호칭으로 쓰지는 않지만 비석 등에서는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이다[1]. 비석을 세우는 데 기여한 사람의 명단을 적을 때, 대부분 관직-이름-자 순서대로 붙여 쓴다. 드물게 이름과 자 사이에 '字' 자를 적어 구별해 놓는 경우도 있다.

자를 짓는 방법은 여러 가지고 또 스승이나 부모, 지인이 지어주는 것도 있으며 친구와 우정으로 짓는 경우도 있다(일설에는 주유제갈근은 상대의 이름에서 각각 따서 제갈근은 주유의 '유'를 따서 자유, 주유는 제갈근의 '근'을 따 공근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여하간 자가 겹치는 경우도 있는 등 그 시대에 자를 짓는 방법은 매우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또 항적[2]이나 유방[3]처럼 자가 한 글자인 경우도 존재한다.

2 자의 명명법

자를 짓는 법에 명확한 법칙은 없지만 몇 가지 통례가 있다.

2.1 복자와 형제 관계에 따른 법칙

대부분의 자는 복자(두 글자)로 지어진다(예외도 있다).[4] 형제의 서열에 따라 특정한 글자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름에 '원(元)'이나 '백(伯)','맹(孟)'이 들어가면 맏이라는 의미를 가진다.한 번 '사마씨'일가의 예를 들어보자.

삼국지》에서 나라 사마의의 자가 중달(仲達)인데, 그의 형인 사마랑은 자가 백달(伯達)이다. 그리고 사마의의 동생인 사마부의 자는 숙달(叔達)이다. 여기서 각각 백달, 중달, 숙달의 '백, 중, 숙'에서 '백'은 맏이, '중'은 둘째, '숙'은 셋째를 뜻한다. 자세한 내용은 백중숙계 문서를 참조.

때로는 자를 지을 때, 문중의 같은 세대에서 글자를 공유하는 경우가 때때로 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자(子)". 이 외에도 예(禮) · 사(士) · 세(世)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원소의 아들들은 "현(顯)"을 사용했으며(원담: 현사, 원희: 현혁, 원상: 현보) 손권의 모든 아들들(손등: 자고, 손려: 자지, 손화: 자효, 손패: 자위손자위??, 손분: 자양, 손휴: 자열, 손량: 자명)과 조조의 아들 중 다섯은(조앙: 자수, 조비: 자환, 조창: 자문, 조식: 자건, 조준: 자안) "자(子)"를 사용했다.[5]

2.2 자와 휘를 연관지어 짓는 법칙

자와 휘는 서로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휘(이름)를 대신해서 지은 것이 자이므로, 그 사람을 나타내는 식별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6]

조운(趙雲)의 "운"과 자룡(子龍)의 "룡"이 대표적인 예. 「虎嘯風冽龍興 : 호랑이가 포효하며 바람은 세차고, 용이 일어나 구름에 미친다」(by 왕포[王褒])라 하듯이, 과 구름은 필수 세트인 것 같다. 이것은 육손(陸遜)의 손자 육운(陸雲, 자는 사룡[士龍])에게도 해당이 된다.

자와 휘의 변(邊 : 한자의 왼쪽 부수)이나 방(旁 : 한자의 오른쪽 부수)을 일치시키는 경우도 있다. 변과 방이 같으면 자연히 비슷한 뜻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우번(虞翻 : 자 중상[仲翔])은 羽가 일치한다. 또, 구슬 옥(玉)변은 고귀하고 청결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즐겨 사용된다. 주유(周瑜, 자는 공근[公瑾])와 제갈근(諸葛瑾, 자는 자유[子瑜])은 자와 휘가 겹쳐 같은 구슬 옥 변 한자를 쓰고 있다.

그리고, 휘의 변이나 방만 바꾸어 자로 삼는 경우도 있다.

비의(費禕, 자는 문위[文偉])가 대표적인 예.

같은 계통으로, 휘를 간략히 한 형태가 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화타(華佗)의 자 원화[元化]의 化는 佗에서 갓머리를 뺀 꼴이다. 진도(陳到, 자는 숙지[叔至])도 같은 예이다.

공자방(公子魴)[7]의 자 자어(子魚)는 魴의 부수 魚만 남긴 꼴이다. 같은 부수를 쓰는 글자도, 휘를 간략히 한 형태에도 해당하는 꼴이라 하겠다.

또한 등애처럼 책에서 따온 휘와 자의 조합도 있다. 비문에 적힌 「文爲世範, 行爲士則 : 글[文]은 세상의 모범[範]이며, 실천은 선비[士]의 규칙[則]이다」에서 따와 이름을 등범(鄧範) · 자를 사칙(士則)으로 지었지만, 문중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등애(鄧艾)로 개명했다고 한다.

2.3 관련 문서

  1. 이는 그대로 부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정보 전달용이다.
  2. 항적 같은 경우.
  3. 조충은 '창서', 조우는 '팽조', 조표는 '주호'로 "자(子)"를 안 썼는데(나머지는 자가 미상이다), 어머니가 달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조준은 적처 소생도 아니고……. 이 규칙이 그리 엄격하게 적용된 것 같지는 않다.
  4. 특히 선진 시기에는 거의 모든 자가 이 법칙을 따른다. 중유(仲由)의 자가 자로(子路)인 것, 염경(冉耕)의 자가 백우(伯牛)인 것 등등...
  5. 동주시대 초나라 사람으로, 오나라와의 싸움에서 선봉으로 서 전사하고 초군을 승리로 이끌어 오나라 배 여황을 탈취했다. 공자 광(후의 합려)이 꾀를 내서 배는 도로 빼앗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