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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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Becomes Her
포스터의 표정들이 가관이다

"죽어야 살 수 있을텐데."

불로불사를 살짝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얼마나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라는 '삶의 진정성'을 주제로 다룬 영화.

1 개요

브루스 윌리스, 메릴 스트립, 골디 혼[1], 이사벨라 로셀리니[2] 주연의 1992년영화. 감독포레스트 검프, 백 투 더 퓨쳐 시리즈의 로버트 저메키스. 그리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 투씨, 야망의 함정 같은 영화감독이자 제작자로도 유명했던 시드니 폴락카메오로 나온 바 있다. 제작비는 5500만 달러. 미국 흥행은 5842만 달러, 해외흥행은 9060만 달러로 그럭저럭 성공했다. 1993년 아카데미상 특수효과 부문을 수상했다.

여담으로 다이하드 시리즈처럼 카리스마 마초 스타일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던 브루스 윌리스가 이 영화에선 겁도 많고 소심한 맨빌 박사 역으로 나오는데 평소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인 이 배역을 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노린 것인지는 몰라도 극중 매들린과 헬렌이 서로를 부르는 애칭은 MADHELL이다;;.

2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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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들린(메릴 스트립 분)은 한때 잘 나가는 여배우였으나 이젠 인기가 시들어 브로드웨이에서 질 낮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인 헬렌(골디 혼 분)이 데려온 약혼자인 멘빌(브루스 윌리스 분)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성형수술 전문의다. 멘빌은 매들린 특유의 천박하지만 팜므파탈적인 매력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 헬렌도 버리고 매들린과 결혼한다. 그 충격으로 헬렌은 비만 폐인이 되고, 늘 집에 틀어박혀 웬수같은 매들린이 죽는 연기를 하던 영화만 계속 돌려보며 폭식을 한다. 정신병원의 집단상담에서도 허구헌날 매들린 얘기만 해서 다른 환자들과 의사들이 지겨워할 지경.

그 이후 몇년 동안 매들린은 뮤지컬을 계속하다 인기도 시들해지고 성형수술 의사에서 망자 화장 전문가[3]가 돼버린 멘빌 박사와는 불화상태가 된다.[4] 그러던 어느 날, 비만 폐인으로 지낸다던 헬렌이 모처럼 자신의 자서전 발간기념 파티의 초대장을 보내온다. 그런데 막상 파티장의 헬렌은 뚱뚱하기는 커녕 몸매와 피부가 20대 아가씨처럼 아름답게 변해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헬렌에게 넋이 나간 멘빌 박사를 헬렌이 다시 유혹하자 질투심과 자괴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이 알려줬던 카더라 통신을 수소문한 끝에 불로불사의 약을 파는 수수께끼의 여성인 '리즐'(이사벨라 로셀리니 분)[5]과 만나 그녀로부터 영생의 약을 수표 결제하고 원샷. 얼굴과 몸매가 리즈시절로 되돌아간 그녀에게 리즐은[6]뒤늦게나마 경고라며 "영원히 살아라, 그리고 몸을 소중히 아껴라."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나, 매들린은 그 경고를 흘러넘긴다.

한편 헬렌은 멘빌을 몰래 다시 만나서는, 얄미운 메들린을 아무 증거 없이 몰래 죽이고 사고사로 위장할 수 있다며 멘빌을 유혹한다. 물론 메들린과 사이가 안 좋아지긴 했지만, 죽이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기에 멘빌은 당연히 식겁하며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날 저녁 메들린과의 말다툼으로 꼭지가 돌아버린 멘빌이 그녀를 2층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렸으나, 죽지 않고 오히려 목이 꺾인 채로 일어나 움직이는 그녀를 보고 기겁한다. 혹시나 싶어 병원에도 데려가 진찰을 받아봤지만 진찰 결과 심장도 전혀 뛰지 않고 맥박도 잡히지 않는 상태여서 되려 의사(시드니 폴락 분)가 더 식겁하는 것이 아닌가. 한 마디로 그녀는 '움직이는 시체'였던 것이다.

결국 집에 돌아온 멘빌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그녀의 창백해진 몸을 스프레이 페인트로 생기있게 칠해주던 중, 헬렌이 불쑥 찾아오면서[7] 매들린과 몸싸움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헬렌은 매들린이 쏜 엽총에 맞아 몸에 구멍이 크게 뚫리지만, 죽지 않고 일어나서 움직인다. 그녀 역시 매들린과 같은 불로불사의 약을 먹었던 것이다.

매들린과 헬렌은 결전을 벌이지만 이미 둘 다 육체 자체는 죽은 뒤라서인지 통각도 못 느끼고 이미 망가진 몸에 상처만 늘어날 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다. 결국 실컷 싸우던 끝에 그 동안 쌓였던 오해가 풀려 화해를 한다. 그 두 여자에게 질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멘빌에게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몸을 고쳐달라는 부탁을 한다. 멘빌은 일단 몸을 수리해준다.

하지만 문득 그들은 '멘빌이 나중에 죽으면 누가 우리 몸을 고쳐주지?!'라는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 멘빌에게도 그 불로불사의 약을 먹이기로 결심하여 그를 기절시킨 뒤 리즐에게 데려간다. 멘빌은 불사자 파티에 끼어들게 되는데, 일찍 죽거나 생사가 불명한 유명인들이 많이 있다. 심지어 제임스 딘도... 불로불사의 약을 먹은 사람들에게 부여된 규칙이 '적절한' 때가 되면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눈에 띄지 않게 살아야하는 것인데 엘비스 프레슬리는 자주 이 규칙을 위반하고 돌아다닌다고(...) "혼자 있고싶어요"라는 말을 남긴 그레타 가르보도 이 약을 먹었다나.

리즐은 멘빌의 손에 약을 발라서 젊어지는 효과를 직접 보여주고, 멘빌도 이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약을 먹으려고 했지만 리즐이 서비스 차원에서 외쳐준 "영생하소서!"라는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리즐에게 하는 말이 아주 명언. 이 영화의 주제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영생하면 뭐가 남는데? 난 영원히 살고 싶지 않아. 말이야 좋지, 그럼 난 뭘 해? 따분해지면? 외로워지면? 누구랑 살아? 메들린? 헬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불구가 되면? 총에 맞으면? 누가 날 계단에서 밀어서...굴러떨어지면? (그 대신 절대로 늙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늙을거야. 그럼 주변 사람들이 모두 죽는 걸 지켜봐야 하는데? 그게 행복한 거냐?! 이건 옳지 않아. 달콤한 꿈이 아니라 악몽이라고!"

생각을 바꾼 멘빌은 "난 그냥 늙어죽겠어! 평생을 당신들 몸이나 고치며 살지 않겠어"라며 필사적으로 탈출한다. 도망치다가 못해 건물 끝에 메달리는 지경까지 몰리고, 메들린과 헬렌이 떨어져 죽고 싶지 않으면 불사약을 먹고 죽지 않은 몸이 되라고 반협박에 가까운 권유를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고 뛰어내려서 결국 그녀들 곁을 떠나버린다.

정확히는 메들린과 헬렌이 갖은 회유를 하면서 "우린 당신이 필요해요!" 라고 외치자, "......미안해. 너희들 힘으로 살아." 라고 말한 뒤 불사약을 떨어뜨린다. 이후 불사약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멘빌은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초연한 듯한 미소를 짓는다. '인간다운 죽음'을 선택한 그는 이 직후 멜빵끈이 끊어지면서 밑으로 추락하는데 알고보니 밑은 풀장이 있는 유리천장이었고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다. 밑으로 떨어지면서 '천지창조' 가 그려진 유리천장이 화면에 번쩍 하고 비춰지는데 여러모로 참 의미심장한 장면.

그리고 마음을 고쳐먹고 50세에 클레어라는 여성과 새로 결혼하여 2남 4녀를 두고 세계 각국에서 많은 아이들을 양자로 맞이하며 수많은 선행과 덕망을 쌓아 존경받는 삶을 살다가 37년 세월이 흘러 늙어 죽는다. 교회에서 그의 장례식을 진행하던 목사는 생전의 멘빌이 (불로불사로부터 도망친 이후) 이룬 여러 업적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그는 진정한 영생을 얻었다고 평했다. 참고로 생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비벌리힐즈의 죽지 않는 괴물'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걸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은 없었고 고인의 추상적인 비유로 이해했다.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장례식에 참석한 메들린과 헬렌은 잠자코 앉아서 목사의 이야기를 듣고있다가, 영생과 "죽지 않는 괴물들"이라는 이야기에 놀란 표정을 짓지만, 곧 이에 코웃음을 치며 장례식장을 빠져나온다. 이미 죽은 몸이 된 상태인데다가, 관리해주는 멘빌도 없이 오랜 시간을 보내온 그들은 낡은 몸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덕지덕지 바른 괴물같은 모습이 되어 있다. 영생을 살면서 엠버밍하나 안 배우고 뭘 했을까 가치있는 삶을 산 멘빌과 대조되는,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사는 비참한 상태.

장례식을 참관하고 돌아가는 길. 메들린과 헬렌은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온몸이 산산조각난다.[8] 박살난 육체의 단면이 유기물이 아니라 깨진 석고상처럼 무기질적으로 변해있는게 압권. 그러고도 안 죽어서 뚝 떨어진 머리가 말을 한다. "어디에다 주차했는지 기억나?" 기괴한 라스트 씬.

3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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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국내 개봉 당시 극장에서 나눠주던 홍보 전단지를 보면 줄거리가 거의 나와있었다. 거의 끝까지! 몸이 구멍나고 목이 돌아간 채로 살아난다는 줄거리와 멘빌이 달아나서 37년 뒤 장례식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라는 것까지 나왔다(...) 국내 흥행이 아주 망한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대박도 아닌 서울관객 12만 3천명이었는데 너무나도 자세히 나온 줄거리 소개 탓이 있었을지도? 물론 미국식 블랙 코미디가 그 당시 한국인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 한게 흥행 부진의 주 원인이다. 어쨌거나 영화 자체는 본전 이상을 거둬들이며 적절한 흥행을 했고 아카데미 상도 받았으니 성공한 영화다.
  1. 딸인 케이트 허드슨도 배우로 유명하다.
  2. 잉그리드 버그만의 딸
  3. 실제로 있는 직업이다. 서양에는 장례식 때 마지막으로 고인을 볼 수 있게 관을 열어두는 풍습이 있는데, 죽어서 초췌하거나 끔찍한 모습의 시신을 살아있을 때의 모습으로 보이게 분장해 주는 직업이다. 국내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이를 주제로 만든 드라마가 식스핏언더. 한국에서도 장의사가 화장 기술을 배워서 해주기도 한다.
  4. 그래도 여전히 비벌리힐즈의 호화로운 주택에서 사는 걸 보면 돈은 꽤 많이 벌었던 듯.
  5. 의상이 예술인데 노브라에 무슨 금속 악세사리를 목에 걸쳐서 슴가를 가리고 있다. 보면 안다.
  6. 이 과정이 상당히 압권인데, 얼굴 주름살이 사라지더니 처졌던 가슴이 한쪽씩 위로 올라붙고, 뒤이어 처진 엉덩이도 다시 올라온다.
  7. 불쑥은 아니고 사실 메들린이 계단에서 떨어져서 아직 의식이 없었을 때, 멘빌은 메들린이 죽은 줄 알고 헬렌에게 전화를 걸어 메들린이 죽었다고 호들갑을 떨었었다. 안 그래도 메들린을 죽일 궁리만 하고 있던 헬렌은 얼씨구나하고 암매장에 쓸 삽까지 들고 온다.(...)
  8. 싸우다가 헬렌이 깡통때문에 굴러떨어지게 생겨서 메들린에게 도와달라고 하지만, 메들린은 오히려 미소를 짓는다. 이에 열받은 헬렌이 메들린을 붙잡고 같이 구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