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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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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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재출간 표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1]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 줄기 일자진(一字陣)으로 적을 맞으리.

1 개요

이순신 장군을 다룬 매체물들의 대표격인 전설작

김훈(소설가)의 소설. 2001년 작품이자 동인문학상 수상작.

2 내용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이순신이 백의종군 하던 시점부터 전사할 때까지를 다룬다.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문체 때문인지 소설이라기 보다는 시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김훈의 이전 작품인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에서 보이는 만연체에서 현재의 짧고 강력한 김훈의 문체가 시작한 작품.

이순신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된다. 소설이므로 당연히 픽션이 가미되어 있다. 책 앞에도 픽션이 가미되어 있다고 언급해놨다. 나중에 남한산성, 흑산 등을 쓸 때도 마찬가지. 그래도 기본적으로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기록에 충실한 편이다.

이순신의 전쟁과 현실, 그 이면에서 추악하게 돌아가는 정치권력, 바다를 왜적들의 시체와 피로 가득 채우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뼈에 사무친 증오심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개별적 인간으로서 느껴지는 적들에 대한 동정심[2], 절망 속에서 무의미한 희망을 찾으려 하지 않고 묵묵하게 군인으로서의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기존의 박제된 민족주의 영웅을 벗어나 거대한 영웅의 전투가 아닌 자신이 가진 한 줌이 조선의 전부인 상황에서 몰려오는 적을 겨우 겨우 힘겹게 물리치는 실존적 고뇌자로 이순신을 그렸다.

작중 조선의 모습은 거의 조선판 아포칼립스 인데(식량이 없어서 백성들끼리 극단적으로 식인을 저지르는 모습, 일본군의 오만가지 만행 등등...)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운 신심을 이끌고 백성을 지켜주려 끝까지 노력하고 책임지는 충무공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처절하다 못해 무한한 연민을 느끼게 해준다.

이순신의 관점에서 쓰여진 소설이기 때문에 본작에서 조정은 헛 것들로 가득찬 정치판, 선조는 멀리서 신하들을 죽여 정치를 하는 '적때문에 자신을 죽이려하고 적 때문에 자신을 살리는 임금'으로 명군은 남의 나라 전쟁에 와서 적당히 전공만 세우고 뇌물만 받아먹으려 드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이라고 하나 처음과 명량해전의 고뇌만을 가져왔으며, 김훈도 부정했다. 사실 불멸이 불러온 역사 왜곡 논란(특히 원균 맹장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개념잡힌 작품.

3 평가

오랫동안 반복의 늪 속을 부유하고 있는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 [3]

2001년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의 심사평.

문단으로부터도 '이제는 거의 유실된 거나 다름 없었던 한자문학의 미를 현대문학적으로 되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아닌 게 아니라, 1990년대 전후로 분 한글 사용 운동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는 주요신문들에서도 국한혼용체가 사라졌고, 문단의 여러 작가들 역시 이 즈음부터 딱딱한 느낌의 한문체보다 웬만하면 더 정적이고 부드러운 순우리말 낱말, 어휘를 즐겨 쓰는 시류에 접어들게 되었다. 작가 김훈은 학창시절 교내 도서관에서 처음 난중일기 번역본(이은상 역)을 읽었고, 그 문체에 빠져 매일같이 읽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언젠가 모든 미사여구를 소거해 글을 쓰고 싶다"라는 소망을 피력한 적도 있다.[4] 이충무공의 열렬한 지지자이고, 해방둥이로 태어나 오랜간 국한문 혼용체를 사용해 온 노기자 출신인 김훈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한자문학의 매력은 국문학계에서 영영 소실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5] 더불어 부친이 무협지 작가였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테고, 사적으로 추구하는 문체의 성향과도 난중일기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실 이 항목의 맨 첫 줄에 적힌 동인문학상의 심사평처럼 국문학의 다양성을 위해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인 셈.

4 기타

2001년 출간뒤 문단에서는 호평을 받았으나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여서 10만부정도 팔렸었다. 그러나 2003년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칼의 노래를 어린 학생에게 추천하면서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되었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탄핵결의로 집무정지당했을 때 이 책을 감명깊게 보았다고 하면서 그 해만 50만부가 팔렸다.

그러나 김훈 본인은 노무현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대국가의 대통령이 배가 13척뿐이지만 의지로써 현실을 버티겠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6] 옛날 시대에, 그것도 이순신이니까 가능한 거지, 지금 같은 시대라면 최소한 130척은 갖춰놓고 그런 소리를 해야한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130석 넘겼잖아? 그 충고를 새겨 들었는지 어떤진 몰라도 노무현은 해군력 강화에 굉장한 열의를 보였다.

이후 2007년 1백만부 판매를 돌파했고 이 작품을 통해 김훈은 유명작가로의 명성을 얻었다.

초판은 2001년 '생각의 나무' 출판사로 출간 됐으나 2011년 출판사 부도로 절판 후 2012년 '문학동네'로 출판사 옮겨 재출간 했다. 출간 11년이 지난 2012년에도 25,000부 정도 나갈 정도로 스테디셀러.

여담이지만 작가가 처음 정했던 제목은 '광화문 그 사내' 였다고 한다(…). 대체 왜? 편집장이 어렵사리 김훈을 설득해서 바꾼 제목이 칼의 노래라고... # 편집장님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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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만화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그림은 박산하.

고증이 우주로 날아간 것은 둘째치고 울산성 전투 부분에 대한 설명 오류와 병사들의 크기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등의 오류가 자잘하지만 아동용 만화치곤 꽤 높은 퀄러티로 유명하다. 대체적인 평으론 아동 만화의 범주를 벗어난 명작 아동용으로 나왔는데 정작 성인들이 더 많이 읽는 만화책 중 하나로 소개된 적이 있다.

다만 청소년들이 대상이기 때문에 잔혹한 내용이나 선정적인 부분은 많이 순화되거나 생략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여진'이라는 인물. 원작에서는 이순신과 하룻밤을 함께했던 나이 든 기생으로 구루지마 미치후사의 배에 끌려가 명량 전투에서 사망하여 시체 구덩이에 던져지지만, 만화판에서는 이순신과의 성관계가 삭제되고 이순신을 흠모하는 어린 여종으로 묘사되며 왜의 자객으로부터 이순신을 지키려다가 살해당해 이순신의 명령으로 고이 묻힌다.
여담으로, 소설판에서 이순신이 사망하기 직전에 죽은 여진의 몸냄새가 난다고 독백할 때 매우 짠하다......

5 고증 오류

실제 역사를 다룬 것이라 약간의 고증 오류가 있다. 임진왜란 이후 전래된 고추를 의식한 듯 작중 김치는 고추가루가 없는 짠지에 가깝게 묘사되지만 다른 작물은 고증 오류가 있다.

  • 시골 장시에서 감자를 거래한다는 언급이 잠깐있는데 실제 조선에 감자 전래는 1800년대.
  • 노획한 일본군 척후선 식량에 고구마가 등장. 고구마가 조선에 영조 때 들어온걸 알고 한건가 본데, 일본에 고구마 전래는 역시 17세기 이후다. 하지만 이때 당시에도 서동요에서 유추하듯 마가 있었으므로 그 오기인듯 하다.
  • 노획한 일본도가 조선 검술에는 맞지 않는다며 녹여 대포로 만드려는 장면. 조선의 총통은 동철, 즉 구리로 만들었고 총통의 철환이나 대장군전의 탄두가 쇠로 만들어졌다.
  • 죽은 일본군 포로를 옥수수 밭에 묻는 장면. 조선에 옥수수 전래는 학설에 따라 16세기에서 1700년 이후로 갈려 오류인지 조금 애매한 장면. 이것도 우리 조상전래의 수수일 수도 있다.
  • 일본군 장수들을 일본어 발음으로 호칭한다. 당연히 당시 조선인들은 이를 한자로만 읽었다. '히데요시' 같은 경우는 '수길(秀吉)은...'과 같은 식의 문구가 나오긴 한다. 독자들이 한자어 호칭을 익숙히 아는 경우만 이렇게 처리한 듯하기도 하다.
  • 명 수군들이 남도의 물회에 맛들려서 술안주로 먹는다는 묘사가 있는데, 중국은 송나라 이후로 회가 자취를 감춘지 오래되었으며 임진왜란 당시 명군들이 조선인들이 회를 먹는다며 야만스럽다고 욕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외에도 작품 내 시간 흐름과 계절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6 해외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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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孤將(고독한 장군)이라는 제목으로 간행되기도 했다. 일본 독자들도 일본군을 호쾌하게 쳐부수는 소설을 예상하고 읽다가 놀란다고 한다. 책이 일본에 출판된 이후에 나온 김훈 본인의 인터뷰에 따르면 10만부 정도 팔렸다. 일본에도 익히 알려진 이순신의 내면이나 사정이 알고 싶어서, 내지는 한류 팬인데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 궁금해서 소설을 읽었다가 드라마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책의 퀄리티에 완전히 반해버리는 사람도 많은 듯. 번역자에 대한 평가도 책 자체에 대한 서평만큼이나 많은데, 번역자인 하스이케 카오루는 북한 납치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학생 시절 북의 공작원에 납치되어 24년간 북한에서 살 것을 강요당했다고 하기 때문. 하필 그런 이력을 지닌 사람이 일본인에게는 상당히 논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임진왜란 소재의 책을 첫 번역서로 골랐기 때문에 흥미로워하는 일본인이 많았고,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분투한다는 책 내용을 보고 다들 납득했다고 한다. 하스이케 카오루 본인도 처음에 우려했으나 소설을 보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다만 책의 제목을 바꾼 데에는 의문을 표하거나 원작 제목이 너무나 적절하다는 식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어의 표현방법으로 칼의 노래를 刀の詩(칼의 노래/칼의 시라고 중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나 발음은 똑같이 '카타나노 우타'이다)라고 한 것을 보고 그쪽이 훨씬 나은데 왜 유치한 제목으로 바꿨냐는 사람이 많고, 압축적이고 묵직한 무게감이 있으면서 평이한 문장이 일어권 독자에게도 읽기 좋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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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Le chant du sab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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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판 El canto de la esp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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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판 Schwertge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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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판 孤將

독일, 대만, 스페인, 프랑스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프랑스에서는 그 번역본이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등이 몸 담았던 유명 출판사 갈리마르의 '전세계문학총서'에 포함되었다. 중국에서는 인민문학출판사와 중국어판을 내기로 하고 저작권 계약서까지 작성했다가 최종 단계에서 출간을 중지했다. 검열에서 명나라 지원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쪼잔하긴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를 과감히 부정한 본작에 대해 정작 중국/대만권의 평가는 쇼비니즘적이다. '우리 사람 조선 도와줬는데 배은망덕한 가오리빵쯔가 우리 사람 욕한다 해'같은 극히 편협한 서평이 많다.(...)
  1. 소설 본문의 맨 첫 문장. 그동안 출판되었던 수많은 한국 소설들의 첫 문장 중 최고로 손꼽히기도 한다.
  2. 아들 이면을 죽인 부대의 일본군 돌격장을 포로로 잡은 뒤에 죽이고 싶은 증오를 갖지만 동시에 아들 또래인 돌격장의 모습에 아들을 떠올리고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모순에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이순신은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군법에 따라 일본군 돌격장을 처형 한다. 이후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과 아들 또래 젊은이에 대한 연민이 뒤엉켜 부하들 몰래 숨어서 흐느껴 운다. 일본군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연민의 시선 또한 잘 드러낸 부분.
  3. 동인문학상 수상 당시의 심사평 중 한 구절이다. 출판사에서도 이 구절이 상당히 맘에 들었는지, 수상 직후 양장본에서부터 띠지의 메인카피로 활용되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4. 2005년 대전 한밭도서관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 내용 중.
  5. 부친은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김구의 비서관으로 일했으며, 말년에는 지병으로 앓아 누워 당시 학생이던 김훈이 아버지가 불러주는대로 대신 타자기를 쳐가며 원고를 넘겼다고 한다.
  6. 소설가 김훈은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편집장 시절부터 스스로를 '보수'로 규정짓고 있는 인물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