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레그니처 조우전

1 개요

우주력 795년, 제국력 486년 9월 4일에 벌어진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라인하르트 폰 뮈젤의 영민함과 파에타의 똥고집, 양 웬리의 절망이 그대로 나타나는 전투다.

2 발단

제4차 티아마트 성역 회전의 전초적 성격을 띄는 전투인데 소설판과 애니판의 묘사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클롭슈톡 사건 이후, 문벌대귀족과 그 대표인 플레겔라인하르트 폰 뮈젤과 그의 부하인 볼프강 미터마이어오스카 폰 로이엔탈 제거를 위해 모종의 계획을 추진한 부분까지는 동일하다.

소설판에서는 제4차 티아마트 성역 회전을 앞둔 9월1일에 이제르론 요새의 사령관실에서 6번째 작전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플레겔과 라인하르트가 대판 말싸움을 벌였다. 이에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가 두 사람을 침묵시키고 잠시 떼어놓기 위한 목적으로 라인하르트에게 행성 레그니처에 배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유행성동맹군을 포착하여 재량껏 상대하라는 지시를 받고 출전하면서 벌어진 전투로 묘사하였다.

반면, 애니판에서는 소설판의 묘사가 삭제되고 이제르론 요새에 라인하르트가 이끄는 부대가 도착하자 뮈켄버르거가 "내가 저 애송이 놈을 왜 환영해야 되냐?"는 식으로 마땅찮아 하는 반응을 보였고, 래그니처의 동맹군 함대도 사전에 대략적으로 포착되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가 이끌고 온 함대는 수도인 오딘으로부터 먼 길을 떠나서 이제르론 회랑까지 왔는데도 불구하고 요새로부터 입항을 거절당하고, 즉시 행성 레그니처로 동맹군에 대한 초계활동을 개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또 뮈켄베르거의 부관으로 오베르슈타인이 나오며, 래그니처로 보낼 함대를 준비하고 라인하르트 함대를 보내려는걸 말리기도 했다.

3 전개

발단의 묘사가 어찌 됐든 라인하르트 함대는 당시 행성 레그니처 부근에서 배회 중이던 파에타 중장의 동맹군 제2함대와 우연히 조우하였고 교전에 돌입하였다. 하지만 행성 레그니처의 빠른 기류로 인해 제국군이나 동맹군 모두 고전하고 있었다.
소설판 묘사에서는 기껏 발사한 함포나 미사일이 불발되고, 심지어는 기류의 변화로 미사일이 거꾸로 날아와 아군을 팀킬할 정도였으니 양쪽 모두 지옥도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류의 방향이 라인하르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고 소설판에서나 애니판에서나 무너져가는 함렬을 정돈시키느라 제국군은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다. 파에타도 유리한 고지를 장악했다고 판단했기에 느긋하게 전황을 바라보고 있었고, 소설판에서는 자신을 보좌하고 있는 양 웬리를 살살 놀려먹고 있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파에타: 상황이 이런데도 떽떽거릴 만한 게 있으면 어디 한번 해봐? 들어줄게, 응?

양: 이번엔 제가 틀린 거 같네요.

4 반전

이런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라인하르트는 일발역전의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고, 양 역시 라인하르트와 마찬가지로 제국군을 한 큐에 보내버릴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양은 참모 자격으로 출전했기 때문에 자신의 방안을 실행하려면 파에타를 설득해야 했다는 점인데, 그때 파에타는 유리한 현재의 전황에 기세가 올라 있어 양은 말도 꺼내지 못하고 씹혔다. 반면에 라인하르트는 지휘관이었기 때문에 방안을 세우고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바로 행동에 옮겼다.
라인하르트가 세운 그 방안이란 바로 행성 표면에 핵융합 미사일을 발사하여 수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애니판에서는 양 웬리가 싸움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전투광 파에타가 무시하고 전투를 하다가, 잘못하면 위의 상황으로 죽을 판에 더스티 아텐보로가 양 웬리의 신호로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강제로 상승레버를 올린 덕에 주인공 보정 간발의 차로 살아남는다.

5 결말

어쨌든 2함대는 기상천외한 방법에 당해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렇게 오프닝 매치는 동맹군의 완패로 끝났고 이어서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더불어 파에타의 2함대는 이 전투에서 전 병력의 80%를 잃는 등 너무 큰 피해를 입은 까닭에 제4차 티아마트 성역 회전에서 예비병력으로 돌려졌다는 언급이 나온다. 애니판에서는 예비병력이지만 그래도 회전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는데 역시 여기서도 파에타의 뻘짓이 나온다.

참고로 이런 큰 피해를 입고도 파에타가 해임당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상부에 자신은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패전했다고 변명했기 때문이다. 일단 행성 레그니처의 대기권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변명은 인정받았으나, 이로써 파에타는 우주공간에서 기상상태 이상으로 패전한 희귀한 인물이 되는 영예(?)를 얻었다.

6 여담

소설판에서는 행성 레그니처에서 전투가 달아올랐을 때, 코르프트가 탑승한 알트마르크가 미터마이어를 죽이려고 미터마이어가 탄 기함 배후에서 발포했다가 오히려 역으로 동맹군의 공격에 몰려 사망하게 된다. 이 내용은 애니판에서 삭제됐다. 죽은 것도 서러운데 삭제라니! 이보시오, 각본 양반!

그리고 이 전투는 라인하르트의 기함인 브륀힐트의 첫 출전이었다. 브륀힐트에게 피탄 위기가 한 차례 있었으나 행성 특유의 환경으로 인해 동맹군의 장비들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날아오던 미사일이 서로 충돌해서 자폭하는 등의 이유로 위기를 모면하였다.

더불어 소설판에서는 이 전투에 참전한 동맹군 전함 율리시즈의 이야기가 나온다. 율리시즈가 동료 전함인 세인트루시아와 함께 제국군을 공격하기 위해 포문을 열었는데, 하필 그 순간 세인트루시아의 포문이 번개에 직격당하는 바람에 세인트루시아는 요단강을 건너고 말았다. 반면 옆에 있었던 율리시즈는 멀쩡했다. 과연 은영전 최고의 불침함!

OVA 본편의 암릿처 성역 회전에서 양이 '이전에 로엔그람 백작에게 진 빚을 약간 어레인지해서 돌려주겠다'고 하는데, 그 빚이 이 전투이다. 암릿처에서는 항성 암릿처에 수소 폭탄을 투하해, 그 항성풍을 이용하여 급상승하여 미터마이어 함대를 공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