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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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6 소총(위: M16A1, 아래: 총열만 M16A2)의 총열 덮개를 벗긴 모습. 길다랗게 생긴 검은 관이 총열이다.

1 개요

한자 : 銃列
영어 : Gun Barrel

의 부품 중 하나. 총신(銃身)이라고도 부른다.[1]

본디 배럴이란 포도주통 같은 나무로 만든 통을 의미한다. 화약 대포를 처음 만들던 시절, 금속 가공법이 발달되어 있지 못했던 탓에 포신을 단면이 사다리꼴인 긴 나무 조각으로 모양을 만들고 금속으로 된 고리를 바깥 쪽에 끼워서 고정하는 식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이 나무통을 만드는 방식과 유사한 것이 현재의 총이나 포의 탄환이 지나가는 길을 배럴이라고 부르게 된 유래라고 한다.

총열은 총알이 발사되는데 필요한 길라잡이 역할의 부품이다. 탄두가 어디까지나 화약의 폭발력으로 날아가는 것이니만큼, 화약의 폭발력과 탄두의 발사 방향을 최대한 일정한 방향으로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총열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하다.

대포와 총은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대포의 포신은 총열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다만 포탄을 발사할 때 포신이 부담하는 압력이 엄청나고, 포탄 자체의 구경도 크기 때문에 보통 크고 아름다운 크기와 중량을 자랑하게 된다. 그리고 구경의 개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XX구경장이라고 하면(XX는 숫자) 배럴의 길이가 포탄 구경(지름)의 XX배라는 의미다.

2 특징

사실상 총기 길이의 가장 많은 부분을 잡아먹는 부품으로, 상기한대로 최대한 오랫동안 화약의 폭발력과 탄두의 방향을 잡아주는 부품이다. 총열이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만 화약의 폭발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므로 총구 탄속이 느려지고 장거리 명중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총열이 길다면 오랜 시간동안 화약의 폭발력을 받게 되므로 총구 탄속이 빨라지고 따라서 장거리 명중률이 높아진다. 더불어서, 총열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랜 시간동안 화약이 연소할 수 있기에 총구 화염이 줄어들고,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에 반동이 저하되는 효과도 있다. 반동이 낮아지면 연속 사격시 명중률을 조금이라도 더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같은 이유로, 총열에 소음기를 부착하면 조금이나마 무게 증가 + 총신 길이 증가 효과로 명중률이 더 상승한다. 단, 총열의 길이가 화약의 폭발력이 탄두를 밀어주는 적정거리보다 너무 길면 마찰력 때문에 오히려 탄속이 감소한다.#

또한 총열이 너무 길어지면 은닉과 휴대 및 정비가 복잡해지고 힘들어진다. 반대로 총열이 짧아지면 그만큼 총 전체 길이가 짧아지므로 은닉과 휴대가 매우 간편해진다. 호신용(혹은 범죄용)으로 자주 사용하는 소드 오프 샷건이나, 대테러부대가 쓰는 기관단총처럼 장거리 명중률은 보장 못하지만, 극단적으로 짧은 총이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민수용으로 총기의 판매가 허용되는 국가에서는 일정 길이 미만의 총열은 군경 관련 인원에게만 허용하거나 허용하더라도 추가로 세금을 먹이고, 총열이 짧은 기관단총류 총기는 일부러 길다란 총열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으로 총열을 자르는 개조를 한 것이 들킨다면 곧바로 무서운 아저씨들과 대면하게 된다.)

사실 총열의 길이보다는 내부에 강선이 제대로 파여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총열이 길어도 강선이 없다면, 총열은 짧지만 강선(腔線/Rifle)[2]이 있는 경우보다 오히려 명중률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구시대 총기인 머스킷은 강선이 없어서 안그래도 떨어지는 명중률이 더 떨어졌으며, FP45 리버레이터는 레지스탕스 지원용 총기이긴 한데, 추축군이 습득해도 별 도움이 안되도록 가뜩이나 짧은 총열을 가지며, 강선조차 없는지라 말 그대로 총구를 몸에 붙이지 않으면 명중을 보장할 수 없는 엽기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리고 재미용으로 만든 페인트볼 총기나 BB탄 총기들도 강선이 없어서 원거리 명중률이 좋진 않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총열은 거의 대부분 금속으로 만들지만,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총기 제조업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총열의 내구성과 정확도를 위해선 강철로 만드는게 제일 좋다고 한다. 안 그러면 총알의 마찰력과 열 때문에 총열 내부가 쉽게 마모되고 변형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화약을 줄인 약장탄을 제외하고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수탄을 자주 사용하면 총열이 쉽게 손상된다. 다만 순수한 강철로 만들 경우엔 산화 작용이 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크롬을 어느 정도 섞어주긴 한다. 크롬 도금이나 티타늄 도금 총열 역시 생산된다. 단, 이 경우 단가가 너무 올라간다는게 문제다. 그래서 아직까진 전군에 지급할만큼 상황이 풍족한[3] 군대가 전세계에 별로 없는 관계로 거의가 특수부대용으로나 지급되고 있다.

그리고 상기한대로 화약의 폭발력과 탄두의 마찰력을 견뎌야 하는 부품이니만큼, 지속적인 사격을 유지하다보면 화약의 폭발력과 탄두의 마찰력이 지속적으로 총열에 무리를 가하므로 총열이 점점 마모되고 휘어지거나 뜨거워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물론 총열이 맛이 가도 어떻게든 사격은 가능하지만, 계속 사격을 유지하다보면 기본적으로 명중률을 보장하지 못하며, 나중에 가면 총열이 변형되서 엉뚱한 곳으로 발사되거나 총탄이 얼마 날아가지도 못하고 툭툭 떨어질 정도로 사정거리가 급감하며, 총열이 너무 달아올라서 그 열이 총기 내부에도 영향을 미쳐서 쿡 오프같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게 되면 현장에서 수리가 불가능해져서 총 전체를 병기창에 후송보내야 하고, 심하면 아예 폐기처분되는 경우도 많다.

대체적으로 중간중간 재장전을 해야 하는 돌격소총이나 기관단총, 권총저격소총은 이런 문제에서 그나마 비교적 자유롭지만, 한번에 100발 내외를 뿌려야 하는 기관총의 입장에서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래서 기관총 초창기엔 총열에 물을 붓는 수랭식 기관총이 등장하였는데, 이 물건은 물만 있다면 그야말로 총열 걱정 없이 무한정 사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었다. 그러나, 차량이나 참호 등에 거치되어 있는 기관총이라면 모를까, 탄약의 무게도 미칠 노릇인데 냉각수 무게까지 고려하면 밑도끝도 없는 무게의 압박이 병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때문에 결국 그냥 공기의 힘으로 식히는 공랭식 기관총들이 등장하였는데, 비록 공기는 물보단 냉각 능력이 약하지만, 대신 총열 교체를 간편하게 함으로서 총열이 공기로도 식히지 못할 정도로 달아오르면 총열을 뽑고 다른 총열로 교체한 뒤 사격하면서 달아오른 기존 총열을 잘 식혀서 나중에 다시 사용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보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100발 정도 쏜 다음에는 총열을 교체해야지, 그렇지 않고 250발 이상 지속사격을 하면 더 이상 총기의 능력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총열도 구경 개념이 당연히 존재한다. 작은 구경의 총열에 대구경 탄약을 넣고 발사하려고 하면 발사될리가 없다. 그렇다고 총열이 지나치게 크면 발사하기도 전에 총알이 약실을 벗어나서 총 밖으로 새버리거나, 잘못 발사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발사하더라도 탄두가 총열과 불규칙적으로 충돌하므로 총열의 손상이 발생한다. 때문에 각 나라별로 정하고 있는 규격의 탄두 구경에 맞게 총열 구경을 맞추고 있다. 다만 현대 전장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총열 및 기타 부품만을 교환하여 즉석에서 다른 탄약을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총열 관련 기술 개발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이렇듯 내구성, 강선 기술, 호환성 등 만드는데 은근히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서, 탄창과 함께 반드시 제대로 된 기술력을 보유한 곳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서 생산된 정품을 사용해야 한다. 당장 레지스탕스가 나치독일군과 싸우기 위해 사제 총기를 제작할 때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이 바로 총열과 탄창이었다. 자동소총의 경우 짝퉁은 다른덴 다 멀쩡하지만 총열이 저질이라 백여발 쏘고 나면 총신이 휘거나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짝퉁이 아닐지라도 기술력이 떨어지는 나라 제품들은 요주의. 중동의 수공업 총기나 북한제 짝퉁은 말할것도 없고, 일본 제품은 뭔가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꽤 구리고, S&T 대우 제품들도 초기에는 문제가 꽤 심했다고 한다.

3 여담

이렇듯 총의 구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부피와 길이면에서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총기류 악세사리들이 총열에 붙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총구 화염 억제, 반동 저하와 명중률 확보를 위해 총열 끝에 화약의 연소가스를 원하는 방향으로 분산시키는 부품도 있는데, 이를 소염기라고 한다.

참고로 총신이 휘어도 총알은 나간다. 명중률은 엉망이겠지만... 실제로 2차대전 당시 숨어서 공격하기 위해 독일이 StG44의 총신을 구부려서 크룸라우프라는 것을 만든적도 있다. 꽤 많이 구부러져도 총알은 나가니 만일 싸우다가 총신이 휜다든가 해도 당황하지 말고, 총열 구부러진 방향을 잘 보고 갈겨주자. 정말 쐈다가 총이 폭발하는 사태를 유발할 정도가 되려면, 총신이 구부러지는 게 아니라 아예 꺾이거나 어딘가에 씹혀서 총알이 총열 밖으로 나가지 못할 지경이 되어야 한다. 만약 총신이 막혀있다면 격발된 총알에서 나온 가스가 배출되지 못하고 약실쪽으로 돌아오게되고 총이 폭발할 수 있다.
  1. 참고로 총신(銃身)이라는 말은 총열을 달리 말하는 표현이지만, 그와 동시에 '총의 몸체' 즉 '총몸'을 말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한국어에서 총신(銃身)이라는 단어에는 총열이라는 의미와 총몸이라는 의미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덧붙여 많은 국어사전에서는 총신이라는 단어에 총열이라는 의미가 있음은 설명되어 있으며 총열의 동의어 중 하나로서 기재하고 있지만, 총몸이라는 의미도 따로 있다는 것은 딱히 설명되어 있지 않은 듯 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총신 항목을 참고할 것.
  2. 총기류를 일컫는 '라이플'이란 단어가 원래 이 강선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구시대 총기들은 강선이 없어서 장거리 명중률이 좋지 못했는데, 총열에 강선을 파넣자 장거리 명중률이 상승하면서 너도나도 총열에 강선을 파 넣게 되었고, 이에 라이플이란 단어가 원래 '강선을 판 총'에만 적용되다가 '모든 총'에 적용되면서, 아예 라이플 자체가 총을 뜻하는 단어로 굳어진 것.
  3. 경제적 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문제도 있다. 우선 전세계적으로 점점 평화의 분위기로 나아가면서 점차 각국이 군 관련 투자를 줄여나가는 형국이며, 또 갑작스러운 신무장 대량 도입은 주변국들의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