劍契
검계 (劍契)는 조선시대의 범죄 조직으로 숙종 시기 이후로 기록이 발견된다.
막장도로 따지면 현대의 조직폭력배나, 마피아 이상가는 집단이었다. 서얼이나 중인 등 출세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구성원으로, 원래 장례를 위한 향도계(香徒契)에서 변형되었다고 한다. 항상 검을 차고 다니는 집단이라 검계라 불렸으며, 홍동계, 살략계라고도 불렸다. 비슷한 성격을 가졌던 집단으로는 살주계가 있다.
조선은 오랫동안 전쟁이 없는 시대를 겪으면서 대체적으로 무(武)를 천시하는 풍조를 띄게 되었다. 정신 수양의 성격이 있는 국궁이나 놀이로서의 성격이 강한 씨름, 택견 정도를 제외하면 단체로 무술을 연마하는 것도 반역 역모로 취급해 전통 무술의 명맥이 거의 끊길 정도였다. 그런 사회 속에서 이들 검계는 거꾸로 무를 숭상하는 풍조를 주장했다 한다. 그러나 무를 숭상한다는 어떤 철학이나 이념을 가진 것이 아닌, 강한 살인기술과 힘을 숭상했다는 정도로 해석된다. 옷차림 등이나 관료에 대한 테러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강한 반항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창포검, 죽장도같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칼들을 가지고 수시로 칼부림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몸에 칼자국이 없는 이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흉폭한 자는 자해를 하는 것을 자주 보여줬다. 특히 옷차림이 특이했는데, 정상적인 옷차림을 거부하였다. 비단옷 위에 허름한 옷을 걸치고 다니고, 얼굴을 가리는 높은 삿갓을 눌러쓰고, 눈 부위에 구멍을 뚫어 보고 다녔다고 한다. 맑은 날에는 나막신을 신고, 비가 오면 가죽신을 신었다(...). 청개구리 조선시대 힙스터
주로 기루에 머물며, 살인, 강도, 약탈, 부녀자의 겁간 등을 일삼아 나라에서 골칫거리로 생각했다. 일부 기록에 나오는 검계의 행동강령을 보면 '양반을 죽이고 재물을 갈취한다. 부녀자를 잡아다 강간한다.' 같은 막장 행위 밖에 없다. 현대의 조폭도 이런 미친 행동강령을 가지고 있진 않다.
검계 중 일부는 주막이나 기생집 뒤를 봐주는 기둥서방질이나 돈놀이로 제법 돈과 위세를 부렸다고 하는데 이런 폭력배들은 단순 살육집단인 검계와 구분해서 '왈자'라고도 불렀다. 보다시피 현대의 조폭과 하는 짓이 아주 똑같다. 만약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한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 나온다면 그 게임은 아마도 이들의 이야기일지도... 왈자 중에 이름이 남아있는 인물로는 이양원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불한당 패거리이긴 하지만, 뛰어난 무예 실력을 지닌 이들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영조 9년의 기록을 보면 검계의 암살자로 추정되는 이가 훈련대장 장붕익을 암살하러 들어왔다 들켰는데, 장붕익이 직접 검을 휘둘러 공격했으나 붙잡지 못하고 벽을 타넘고 도망쳤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들 검계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들인가 알 수 있는 대목.[1]
이들의 장기중 하나가 담 뛰어넘는 것인데 민속촌이나 한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조선 시대의 담장이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벽을 단숨에 타넘었다는 것을 봐서는 몸도 매우 날랬던 것으로 생각된다. 검계 중 상당수가 의금부 나장이나 별감 같은 하급 무인 출신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숙종~영조 대의 포도대장이었던 장붕익은 군사를 풀어 행패 부리고 다니는 검계를 잡아다가 모조리 죽였기 때문에 당시 검계들이 제일 두려워 하는 대상이었다. 검계의 일원들은 모두 몸에 칼자국이 있었고, 자기들끼리도 칼자국이 있냐 없냐로 신원확인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장붕익은 칼자국 있는 사람들을 죄다 잡아들여 족쳤다고 한다 (...).[2][3] 당대에 유명한 검계였던 표철주도 장붕익을 두려워해 한양에서 달아났다가 장붕익이 죽은 뒤에 꼬부랑 영감이 되어서야 겨우 한양으로 돌아왔을 정도다. 결국 이들은 영조대에 이르러 대부분 그 모습을 감추었고, 조선이 본격적으로 막장화가 되는 순조대에 와서야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기록이 있다.
어쨌든 아무리 강령 맞추고 폼잡아도 공권력이 멀쩡한 국가이게 제일 중요하다가 때려잡으려고 작정하면 버틸 수 있는 조폭집단 따위는 없다는 예시 중 하나.
검계 중에 이름이 남아있는 인물로는 이영, 표철주, 개천 등이 있다.
특히 살주계(殺主契)라는 노비들이 결성한 주인들을 죽이자는 비밀결사와 결합, 혹은 그 멤버들이 검계로 유입되었는데, 그 이유는 검계의 행동강령인 양반을 죽이자나 부녀자를 강간하자는 강령이 살주계의 그것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물론 살주계나 검계나 포도청에 걸리면 박살나는 건 매한가지였다. 다만 검계보단 살주계는 일종의 신분제에 대한 불만이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제보가 있을 시에는 검계보다 우선 대상이었다.- ↑ 그런데 장붕익은 당시 80세의 노인이었다. 결국 조선 무인들이 인간흉기라는 것만 부각시켜준 셈(...).
- ↑ 단순 가담자들은 발뒤꿈치의 힘줄, 즉 아킬레스건을 잘랐다고도 하는데 죽이는 것이나 진배없다.
- ↑ 이런 장붕익도 명문 출세가의 서얼들은 잡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한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검계에 없었기에 굳이 잡을 이유가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