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코 모리나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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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부터 1985년까지 일본에서 교토와 한신 지역을 중심으로, 메이저 제과기업들을 시작으로 식품 기업들에게 행해진 연쇄 협박 사건. 결국 범인이 잡히지 않아 2016년 현재까지도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다. 범인이 스스로 '괴인 21면상'이라고 자칭해 괴인 21면상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사건의 규모나 내용에 차이는 있긴 하나, 우리나라의 이형호 유괴 사건과 왠지 유사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

2007년 사건 23주년에 나온 소위 "글리코 모리나가 사건 23년만의 신증언". 사건 당시의 자료 화면과 문제의 여우눈을 한 남자의 화상도 나온다. 이 보도에 의하면 자신이 아는 "뎃짱"이라는 남자가 바로 여우눈을 한 남자가 아닌가라는 증언이 나왔다는데...

1 사건의 시작: 에자키 글리코 사장 납치 사건

1984년 3월 18일 오후 9시,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일본 굴지의 제과회사 에자키 글리코 사장의 자택에, 권총과 공기총으로 무장한 정체불명의 남성 세 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우선 에자키 사장의 부인과 어린 딸을 덮쳐 이들을 화장실에 묶어 가둔 다음, 욕실에서 목욕 중이던 에자키 사장을 나체 채로 납치해 달아났다.(일본은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다) 에자키 사장의 부인은 스스로 줄을 풀고 화장실에서 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다음날인 3월 19일 새벽 1시경, 오사카부 타카즈키시에 위치한 글리코사 이사의 집으로, 범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자는 이사가 직접 자신들이 지정한 장소로 10억엔의 현금과 100kg의 금괴를 들고 올 것을 요구했다. 이사의 신고로 오사카부 경찰과 효고현 경찰의 합동 수사가 진행되었다. 다시 범인이 전화를 걸어와 별도로 지정한 장소를 알려주고 몸값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고, 경찰이 잠복한 가운데 글리코사에서 범인들의 요구대로 몸값을 마련해 이사가 이 장소로 갔지만, 범인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에서는 과연 범인들이 몸값을 받아낼 생각이 있는 건지에 대해서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금 10억엔만 해도 무게가 130kg에 달하는 데다가, 금괴 100kg의 무게까지 더하면 총 230kg에 달하는 무게다. 빨리 몸값을 받아서 도망쳐야 하는 납치범들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230kg에 달하는 몸값을 가지고 도망치는 게 가능한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에자키 사장의 어머니와 부인이 범인들과 통화하면서,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다"고 하자, 범인 쪽에서 '돈은 필요 없다'라고 한 점도 의아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만약 몸값이 목적이었다면, 40대인 에자키 사장보단 7살 딸을 납치하는 편이 더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데도, 범인들은 굳이 성인인 에자키 사장을 납치했다. 이 때문에 경찰 가운데에서는 몸값이 목적이 아니라,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이 아닐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납치 사건은 급반전을 맞았다. 사건 3일 후인 3월 21일 오후 2시 30분. 일본 국철 직원이 오사카부 이바라키 경찰에 신고하였는데, 역에서 에자키 사장을 보호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급히 경찰이 출동하여 에자키 사장의 신병(身柄)을 확보해 자택에 귀가시켰다. 에자키 사장의 진술에 의하면, 범인들은 자신을 오사카부 셋츠시의 토카이도 신칸센 차량기지 근처에 있는, 아이가와천의 치수조합 작업 오두막에 가두었는데, 에자키 사장 본인이 범인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탈출했다고 한다.

2 에자키 글리코 협박 사건

에자키 사장의 납치 사건이 일단락 될 무렵이던 4월 2일, 에자키 사장의 자택에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협박장이 도착했다. 협박장의 내용은 4월 8일까지 자신이 지정한 장소로 현금 6천만엔을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협박장에는 염산이 들어있는 안약 케이스가 동봉되어 있었다. 경찰이 다시 지정한 장소에 잠복했지만, 약속 시간이 되어도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4월 8일 당일 마이니치 신문과 산케이 신문의 오사카 지국 앞으로, 자신들이 에자키 사장의 납치범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의 편지가 도착했다. 소위 도전장이란 것이었는데, 이들은 이 도전장을 세상에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편지에는 서명이 없었고 발신인은 에자키 사장의 이름으로 되어있었다.

4월 23일 에자키 글리코사 앞으로 1억 2천만엔을 요구하는 협박장이 도착했다. 시일은 다음날인 4월 24일. 그러나 범인은 레스토랑에서 고속도로 서비스 에이리어[1]로, 다시 공중전화 박스로 현금을 놓을 장소를 잇달아 변경하다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날에 오사카의 각 매스컴들 앞으로 범인들의 두 번째 도전장이 도착했다. 범인들은 자신들을 '괴인 21면상' 으로 자칭하기 시작했다.[2]

5월 31일 에자키 글리코사에 다시 3억엔을 요구하는 협박장이 도착했다. 범인은 6월 2일에 셋츠 시내의 한 레스토랑 주차장에 3억엔을 넣은 차를 세워둘 것을 지시했고, 이 날에 오사카부 경찰본부의 특수 수사과 1과의 직원 30명이 총 동원되어서 잠복하여 범인을 기다렸다. 경찰은 이미 차량의 엔진을 손봐두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고장 나게 한 상태였다.

오후 8시 45분 의심스러운 남자가 주차장에 세워둔 3억엔을 넣은 코롤라 차량을 타고 그대로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 이미 엔진에 손을 본 상태였기 때문에 차는 조금도 못 가서 멈췄고, 경찰들이 차를 포위하고 남자를 끌어냈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은 범인이 아니며, 어떤 사람에게 협박을 받아 이 차를 몰고 그 사람이 지정한 곳까지 오라는 명령대로 한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급히 이 남자가 진술한 대로 범인이 지정한 것으로 보이는 곳으로 출동했다. 그곳에 의문스러운 차량 한 대가 있는 것을 발견한 경찰은 그 차량을 급히 추격했으나, 국도 1호선의 교차로에서 그만 놓치고 말았다.

6월 26일 범인들이 다시 편지를 보내 "에자키 글리코사를 용서하겠다"라면서 에자키 글리코사에 대한 협박을 멈추겠다고 선언했다.

2.1 관련 사건 1: 에자키 글리코 본사 방화사건

범인들이 첫 번째 협박장을 에자키 글리코사에 보낸 이틀 뒤인 4월 10일 오후 10시 50분쯤, 오사카시에 위치한 에자키 글리코사의 본사 사옥에 의문의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불은 공무부 시작실에서 시작되어 직원 탈의실로 번져 사무실 중 약 150평방미터가 불탔다.

사무실에서 화재가 난 지 불과 30분 후인 오후 11시 20분쯤에, 본사에서 약 3km 떨어진 글리코 영양식품의 차고에서 세워진 소형차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쪽은 금방 진화되었는데, 조사 결과 범인은 길게 자른 천 조각에 휘발유를 묻혀서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난 직후에 모자를 쓴 의문의 남자가 가방을 들고 도망치는 장면이 목격되어, 이 남자가 방화범으로 추정되었다.

2.2 관련 사건 2: 효고 청산살포과자 사건

5월 10일 마이니치 신문, 요미우리 신문, 산케이 신문, 아사히 신문 앞으로 21면상의 명의로 된 도전장이 도착했다. 이 도전장에는 '글리코의 제품에 가짜가 있어서 소다를 넣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어 도전장은 전국적으로 이 과자를 살포하겠다면서, 말미에 '글리코를 먹고 무덤으로 가자'라고 적혀있기까지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대기업 마트들은 글리코 제품들을 모조리 철수시키는 소동이 벌어졌다.

2.3 관련 사건 3: 네야가와 아베크(커플) 습격사건

6월 2일 글리코사에 협박장을 보낸 범인들이 지정한 셋츠시의 레스토랑에서 2.8km 떨어진 네야가와시에서, 22세의 남성과 19세의 여성이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가 잠시 멈춰 섰을 때 3명의 남자들이 갑자기 이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남성은 전직 자위대원 출신이라 저항할 수도 있었으나, 남자들이 마구 두들겨 패는 바람에 저항할 틈을 찾지 못했다.

이들은 남자의 애인을 다른 차로 끌고 간 뒤에 남자에게 검은 복면을 씌우고 한 사람이 남자의 차에 탑승한 다음, 셋츠시의 레스토랑 근처까지 운전할 것을 지시했다. 만약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애인을 죽이겠다고 협박하였다. 결국 남자는 지시에 따라 셋츠시 레스토랑 근처까지 차를 몰았다. 그곳에서 다시 범인은 남자에게 차에서 내려서 레스토랑 주차장에 있는 차를 몰고, 자신이 지정한 곳까지 운전해오라고 지시했다. 남자는 이 지시대로 레스토랑 주차장으로 가서 3억엔이 든 문제의 그 코롤라 차량에 타고 출발했지만, 이미 경찰이 엔진에 손을 써둔 탓에 그대로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남자는 자신이 협박을 받아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진술했고, 경찰이 범인이 지정한 장소로 급히 출동해 의문의 차량을 추적했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한편 납치된 남자의 애인은 오후 9시 30분쯤에 범인들이 차에서 내려주었다. 범인들은 택시비를 하라며 2천엔을 주고는 떠나버렸다고 한다.

6월 3일 새벽에 네야가와시 신사로 올라가는 길에 22세 남성의 차량이 발견되었다. 경찰은 남자와 함께 셋츠시 레스토랑 근처까지 간 범인이 여기까지 차를 몰고 와서 그대로 차를 버리고 도망간 것으로 추정했다.

3 마루다이 식품 협박 사건

6월 22일 마루다이 식품 앞으로 협박장이 도착했다. 협박장에는 '글리코랑 같은 꼴을 당하기 싫으면 5천만 엔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한 자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면, 그 신호로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 직원 모집 광고를 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마루다이 식품 상무의 집에 현금을 담은 가방을 준비하라는 협박문이 날아들었다.

마루다이 식품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6월 28일 오후 8시 3분 범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의 목소리로 녹음된 테이프를 튼 것 같은 전화에서, 범인은 자신이 지시한 곳으로 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사카부 경찰본부 특수수사계 형사 7명이 투입되어, 마루다이 식품 직원으로 위장해 범인이 전화로 지시한 곳을 가보니 지시문이 놓여 있었다. 지시문에는, 타카즈키역에서 교토로 가는 전철을 타고 좌측 창문을 보다가 흰 깃발이 보이면, 그 즉시 창밖으로 5천만엔이 든 백을 집어던지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가방을 든 형사는 그대로 전철에 탑승했으나, 범인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그대로 종점인 교토까지 갔다.

그런데 전철 안에 배치된 형사 한 명이 의심스러운 남자를 전철 안에서 발견했다. 그가 바로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 여우눈을 한 남자였다. 이 남자는 마루다이 식품 직원으로 위장한 형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 남자는 5천만엔이 든 가방을 집어던지지 않은 형사가 다시 타카즈키역으로 돌아오는 전철에 타자, 그 형사를 따라 전철에 탔다. 이 남자의 행동은 여러모로 보았을 때 수상하기 짝이 없어서, 범인이거나 적어도 범인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추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특수수사계는 범인들을 일망타진할 목적으로, 이 형사에게 지시할 때만 체포에 임하라는 명령을 내려둔 탓에, 형사는 이 남자를 주목하기만 할 뿐 체포할 수는 없었다. 결국 타카즈키시에 도착하면서 플랫폼의 혼잡함 가운데 형사는 여우 눈을 한 남자를 놓치고 말았다. 또한 전철 안에는 무전기를 가진 남자가 있었던 것도 밝혀졌다. 여우 눈을 한 남자의 행동이 너무 지나치게 눈에 띄는 것이라서, 일부에서는 이 남자가 무전기를 가진 남자에게 형사들의 이목이 쏠릴 것을 우려해, 자신이 일부러 형사들의 주목을 끈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1984년 7월, 이번에는 마루다이 식품 이사의 집에 현금을 요구하는 범인의 협박장이 도착했다. 7월 6일 오후 8시 7분, 이번에는 아이의 목소리로 녹음된 전화가 걸려와 지정된 장소를 알려주었다. 이후 네 번에 걸쳐 지시에 지시를 거듭한 끝에 최종 지정 장소에 현금을 가져오게 했으나, 범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마루다이 식품에 대한 협박은 비밀에 부쳐졌으나, 1984년 11월에 모리나가 식품에 대한 협박이 발각되고 난 후 범인이 각 매스컴에 보낸 도전장에, 타카즈키시에 있는 식품 회사에 협박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결정적으로 '개구쟁이라도 좋으니 21면상이 되어주렴' 이라고 적힌 데서 사람들이 모두 마루다 식품의 유명한 광고 카피인 '개구쟁이라도 좋다, 씩씩하게만 자라다오'라는 것을 알아내버려서, 마루다이 식품이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4 모리나가 제과 협박 사건

1984년 9월 12일 오사카부 오사카시에 위치하고 글리코와 더불어 일본 굴지의 제과회사인 모리나가 제과의 칸사이 판매 본부에 협박장이 날아들었다. 협박장에는 '글리코랑 똑같은 꼴을 당하기 싫으면 1억엔을 내라.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청산소다를 제품에 넣고 매장에 놓아두겠다' 라고 적혀있었고, 청산소다가 든 모리나가 제품이 동봉되어 있었다. 협박장에는 글리코사가 '이미 6억엔을 냈다'라고 적혀있었지만 진위는 알 수 없었다.

9월 18일 범인이 아이의 목소리로 녹음된 전화를 모리나가 제과의 칸사이 지사로 걸어왔다. 이 전화는 같은 내용을 다섯 번 반복했다. 그러나 범인은 지정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4.1 관련 사건: 2부 2현 청산살포과자 사건

10월 7일에서 10월 13일 사이에 오사카부와 교토부, 효고현과 아이치현의 여러 슈퍼마켓에서 의문스런 모리나가 제품이 발견되었다. 이 제품들에는 '물러나는 게 좋을 거다. 위험, 먹으면 죽는다-괴인 21면상' 이라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있었다. 제품들을 수거해본 결과 안에는 청산소다가 들어있었다.

10월 8일에는 오사카의 한큐 백화점으로 협박장이 날아들었다. 협박장에는 한큐 백화점 매장에서 모든 모리나가 제품을 철거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한 '모리나가는 우리에게 반항했기 때문에 쳐부수겠다'라는 과격한 표현이 담겨있었다.

10월 15일에는 NHK오사카 방송국 앞으로 정제된 청산소다가 도착했다. 그리고 각 신문사에 보내진 도전장에는, '이 청산소다로 몇 명을 죽일 수 있을까?' 라는 섬뜩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퀴즈의 상품은 청산소다가 들어간 모리나가 제품, 퀴즈 정답을 보낼 곳은 "형사 나비 총무부 규격 과장" 이라고 적혀있었다고. 사이코패스인가

5 하우스 식품[3] 협박 사건

1984년 11월 7일 하우스 식품 총무부장의 집에 협박장이 날아들었다. 협박장에는 11월 14일, 교토 후시미구의 레스토랑에 현금 1억엔을 들고 오라는 내용과 더불어, 청산소다가 들어간 하우스 스튜가 동봉되어 있었다. 수법으로 보았을 때, 글리코사에 대한 협박 내용과 일치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교토부 경찰 본부와 오사카부 경찰 본부가 합동으로 사건에 대처해, 오사카부 경찰 본부의 형사가 하우스 식품 직원으로 위장하고, 교토부 경찰 본부 형사들이 주위를 포위하여 범인을 기다렸다.

11월 14일 오후 8시 20분 예고대로 총무부장의 집에 전화가 걸려왔다.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녹음된 테이프가 현금을 전달할 장소를 지정했고, 합동수사본부는 오사카와 교토에 다수의 경찰을 배치했다. 지정 장소에 가면 지시문이 있고, 지시문에는 어느 장소로 이동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것을 네 번 반복한 뒤 최종 장소가 지정되었다.

그런데 최종 장소 지정 직전에 메이신 고속도로의 남교토 인터체인지 부근에서 대기 중이던 교토부 형사가 문제의 여우눈을 한 남자를 발견했다. 형사의 보고로 경찰들이 여우 눈을 한 남자를 은밀히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세 번에 걸쳐서 다른 경찰들에게 목격되었다.

범인은 현금을 실은 차를 오츠 서비스 구역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시가현 경찰 본부에는 공조 수사 협조 요청이 내려와 있었고, "메이신 고속도로 내는 오사카부 경찰 본부의 특수수사계가 배치되었기 때문에, 시가현 경찰 본부 소속들은 메이신 고속도로 내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러나 시가현 경찰 본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오츠 서비스 구역에 형사 2명을 배치했다. 이 형사 2명은 그곳에 나타난 여우 눈을 한 남자를 발견했다. 이 남자는 미행이 있는지를 살피거나 벤치에 뭔가를 붙이는 등의 수상한 행동을 했지만, 이 형사들에게는 감시만 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탓에, 남자를 체포하지는 않고 살펴보다가 그냥 철수했다고 한다.

그 후 오츠 서비스 구역에 오사카부 경찰 본부의 특수수사계 형사들이 도착했다. 이들은 현금 수송차를 살피는 의문의 남자를 발견했는데, 그 외모가 마루다이 식품 협박 사건에서 목격된 바로 그 여우 눈을 한 남자였다. 하지만 이 형사들에게도 체포 지시가 내려져 있지 않던 탓에, 여우 눈을 한 남자는 일반 도로로 빠져나갔다.

다시 범인은 차량을 쿠사츠 주차 구역으로 이동하게 했다. 거기에서 "나고야 방면으로 가다가 흰 천이 보이면, 그 천 밑에 있는 깡통에 넣은 지시서를 보아라" 라는 지시서를 받았다. 그런데 이 차가 가기도 전에 먼저 쿠사츠 주차 구역에서 동쪽으로 5km 떨어진 지점의 도로변 방호벽에 하얀 천이 붙여진 것이 발견되었다. 도로관리국에서 이를 먼저 발견했는데, 시간은 8시 50분에서 9시 18분 사이에 붙여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게다가 이 지점은 무선 통신이 되지 않는 지역이라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곳으로 가보니, 지시와는 달리 깡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10시 20분 합동수사본부는 수사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우스 식품에 대한 협박 사건 수사의 상황을 전혀 모르던 시가현 경찰 본부 관할 경찰서의 외근 직원이, 하얀 천이 붙어있는 곳 근처에서, 밤인데도 전조등을 켜지 않고 있는 소형 자동차가 정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외근 직원이 검문을 위해 소형차로 다가가자 소형차는 급발진해 도망쳤다. 이에 이 외근 직원의 경찰차와 소형 자동차는 한밤중의 격렬한 추격전을 펼쳤고, 그 소형차는 경찰차의 추격을 뿌리쳤다. 9시 25분쯤 경찰차가 소형 자동차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운전자는 도망친 뒤였다. 이 차량은 11월 12일에 도난 된 차로 밝혀졌고, 있었던 장소로 미루어볼 때 사건의 범인이거나 관련자가 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이 소형차의 운전자를 붙잡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외근 직원은 사직해야 했다.

11월 19일 하우스 식품의 부장 앞으로 협박장이 날아들었다. 협박장에는 11월 14일의 일련의 과정들을 언급하면서, "지금은 모리나가를 상대하느라 바쁘니 너희들은 나중에 상대해주마" 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사실상 협박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6 후지야[4] 협박 사건

84년 12월 7일 후지야의 노무부장 앞으로 협박장이 도착했다. 협박장에는 테이프와 청산소다가 동봉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12월 15일 다시 노무부장 앞으로 협박장이 도착했다. 내용은 12월 24일 오사카 우메다 백화점 옥상에서 '2천만엔을 뿌려라' 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지야는 이를 거부했다.

12월 26일 이번에는 도쿄의 슈퍼 사장 앞으로 협박장이 도착했다. 85년 1월 5일에 이케부쿠로의 빌딩 옥상에서 2천만엔을 뿌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후지야는 이것도 거부했다.

그런데 84년 12월 4일 아마추어 무선 수신 대역에서 이상한 내용의 무선이 잡혔다. 자기들을 21면상과 타마사부로로 칭하는 자들이 주고받는 대화였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타마사부로(玉三郎)(?): 21면상, 여기는 타마사부로.
21면상(?): 약은 준비할 수 있는가?
타마사부로: 사람(ひと), 뚜껑(ふた), 사람(ひと), 여섯(ろく)[5] 항공권이 왕복으로 확실히 잡혀 R6[6]에 가는 경우에는 당일치기로 반드시 갈대가 붙지 않도록 돌아오라.
21면상: 후지야는 돈을 낼 것 같지 않다.
타마사부로: 후지야는 포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홋카이도 이나이군의 아마추어 무선통신인이 통신을 잡아냈고 이를 녹음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통신이 범인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6.1 도쿄, 아이치 청산살포과자 사건

해가 지난 1985년 2월 13일 각 언론들에 밸런타인 데이 폐지를 주장하는 도전장이 도착했다. 이와 때를 같이 해 도쿄와 아이치현에서 "물러나는 게 좋아, 위험" 이라고 적힌 초콜릿들이 잇달아 발견되었다. 발견된 초콜릿에는 청산소다가 들어있었다. 글리코, 모리나가, 후지야처럼 협박을 받은 회사들의 제품 외에도, 메이지 제과와 롯데의 제품에도 청산소다가 들어있었다.

6.2 스루가야 협박 사건

2월 24일 범인들은 언론에 모리나가에 대한 협박 종료를 선언하는 휴전장을 보냈다. 그런데 그 이후 3월 6일 와카야마현에 위치한 전통 일본식 과자(화과자)를 만드는 회사 스루가야에 5천만엔을 요구하는 협박장이 도착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3월 8일, "스루가야에게서는 현금 받는 걸 연기하겠다" 라는 내용이 적힌 편지가 도착했다. 이후 범인에게서 스루가야에 대한 연락은 없었다.

7 범인의 사건 종결 선언

1985년 8월 7일 시가현 경찰본부의 본부장이, 퇴직하는 날에 자신의 관사 마당에서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본부장은 하우스 식품 협박 사건 때 수상한 차를 놓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직하던 상황이었다. 유서를 남기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분신자살이라는 끔찍한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범인을 놓쳤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 경찰들에게 받은 항의가 억울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8월 12일 범인으로부터 '이제 회사들 협박하는 걸 그만 두어도 할 일은 많다. 악당 인생 참 재미있지' 라면서 사건의 종료를 선언하는 선언문이 보내졌다. 범인은 분신자살한 시가현 경찰 본부 본부장에 대한 조의(弔意) 대신이라고 밝혔다.

범인의 사건 종결 선언 이후, 협박장을 받은 회사들 중 하나인 하우스 식품의 우라카미 이쿠오 사장은 회사의 창업주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우라카미 야스시게의 묘에 성묘를 가서 이 사건의 종결을 알리려고 비행기를 탔다가 비행기가 추락해서 사망하는데, 그 추락사건이 바로 일본항공 123편 추락 사고이다(...)

범인의 사건 종결 선언 이후 범인의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1994년 일련의 사건의 시작인 에자키 사장 납치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종료됐고, 2000년에 도쿄, 아이치 청산살포과자 사건의 시효가 종료되어, 이 사건은 미해결인 채로 모든 사건의 공소시효가 종료했다.

8 이 사건과 연관된 의문의 사건들?

8.1 쇼와 53년 테이프

사건 발생 6년 전인 1978년(쇼와 53년) 8월 17일에 글리코의 상무 앞으로 돈을 요구하는 한 시간 남짓한 내용의 테이프가 배달되었다. 테이프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로 자신을 부라쿠민 해방동맹 간부라고 자칭했다. 그리고 과격파 학생들이 글리코 사장 납치, 글리코사 방화, 청산살포과자의 유포 등을 저지를 것이라면서, 이를 막고 싶으면 3억엔을 내놓으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런 제안에 응하겠다면, 신문에 자신들이 지정한 방식으로 광고를 내라고 했다.

이런 테이프의 내용은 놀랍게도 6년 뒤에 일어난 글리코 모리나가 사건에서 일련의 과정들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이 때문에 경찰에서는 이 테이프를 보낸 인물이 글리코 모리나가 사건의 범인이거나, 범인들과 깊은 연관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수사했지만, 테이프를 보낸 사람을 끝내 찾을 수는 없었다. 이 외에도 글리코사에는 테이프가 보내지기 2년 전부터, 자신을 황공족이라고 자칭하는 남자가 협박 전화를 걸어왔었다고 한다.

8.2 오사카 가짜 야간금고 사건

1973년에 오사카에서 일어난 가짜 야간 금고 사건의 범인이 이 사건을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 이유는 범인들이 모리나가 제과에 1억엔을 요구하면서, 맨홀 위에 둔 옷상자를 통해서 현금을 강탈하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트릭이 가짜 야간 금고 사건의 트릭과 유사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범인도 잡히지 않은 탓에 양 사건의 관련성은 알 수가 없다.

9 사건에 대한 분석

처음 에자키 사장에 대한 납치 때만 해도 단순한 납치 사건으로 여겨졌던 것이, 이후 청산소다를 각 식품 회사들이 생산한 제품들에 넣겠다는 협박 사건으로 발전해 아주 커져버린 사건이 돼버렸다. 일본의 범죄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극장형 사건이라고 불렀는데, 범인들은 자신들의 협박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즐긴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들은 자신들에게 협박 받은 것을 숨긴 마루다이 식품에 대해서, 마루다이 식품의 유명한 광고 카피를 패러디해서 조롱하기까지 했다.

또한 범인들은 기성 사회나 질서체계 등에 대해서 반감을 품었다는 분석도 있다. 흥미롭게도 범인들은 시가현 경찰 본부의 본부장이 분신자살하자 사건을 종료했는데, 분신자살한 본부장은 밑바닥부터 시작해 본부장까지 출세한 인물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사건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범인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경찰들에 대해서는 매우 폄하하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면으로 보면, 범인은 기성 사회나 질서체계, 그리고 엘리트 집단들에 반감을 품은 인물이 아닌가, 라는 것이다.

범인들은 많은 증거물들을 남기긴 했지만, 그 증거물들은 범인의 신상을 특정 지을 만한 단서가 전혀 없던 탓에 범인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범인들의 목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범인들은 희한하게도 여러 식품 회사들을 협박하고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며, 몇 제품들에는 청산소다를 넣기도 했다. 그러나 범인들은 인명피해를 원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범인들은 청산소다를 넣은 제품들을 매장에 두긴 했지만, 동시에 경고문을 붙여놓아서 사람들이 손대지 못하게 했다. 이런 점은 다른 식품이나 의약품에 독극물을 넣었다고 협박하는 사건들과는 다른 면모다.

게다가 범인들은 딱히 돈에 대해서도 미련이 없었던 것 같다. 첫 사건인 에자키 사장의 납치 사건 때는 범인들은 도무지 일반적 납치범이라곤 이해하기 힘든 요구를 했는데, 10억엔 현금과 금괴 100kg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다 합치면 200kg이 훨씬 넘는 장난 아닌 무게의 몸값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범인들이 과연 몸값을 받을 생각이 있긴 했나, 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후에도 범인들은 수많은 협박장을 보내서 돈을 내놓으라고 했고, 자신들이 지정한 장소로 돈을 가져오게 시켰으나, 한 번도 돈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물론 경찰들이 범인들을 추적해서라지만, 번번이 경찰들이 추적할 것을 뻔히 알고서도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미루어보면,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추측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사건의 진짜 목적은 주가조작에 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각 식품 회사들을 협박해 그 회사들의 주가를 바닥까지 끌어내려서 저가로 대량 매수한 다음, 협박 종료를 선언해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 사건 이전 주가의 수준을 회복할 때 매도해서, 많은 시세차익을 남기려고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으로 범인들의 범행 수법은 이전의 협박 사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독특하다. 기업들에 협박 전화를 걸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여성이나 어린이의 목소리로 녹음해서 전화를 걸었고, 장소를 지시할 때는 무인 포스트 방식을 이용했다는 점도 이전의 사건과는 전혀 다른 부분. 이런 부분 때문에 범인을 검거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건의 면모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이형호 유괴 사건 때에도 비슷하게 드러났다. 전화를 통해서 지시하고, 무인 포스트 방식으로 돈을 받을 장소를 자꾸 변경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이형호 유괴 사건의 범인은 글리코 모리나가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던 걸지도 모른다.

범인의 구성원에 대해서는, 에자키 사장을 납치할 때 등장한 괴한들이나, 네야카와 아베크 습격 사건에서 연인을 습격한 괴한들의 수로 보아서, 남성 세 명이 주도적인 범인들로 보인다. 이들 중에 문제의 여우눈을 한 남자가 끼어있는지는 명확하지는 않으나 가능성은 있을지도. 이들 외에 협박 전화에서 메시지를 녹음한 여성도 범인의 일원이라는 추측이 있다. 협박 전화의 메시지를 녹음한 남녀 어린이들도 범인들과 연관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10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의 정체를 두고 전직 글리코 직원설, 주가조작을 노린 작전 세력설, 부라쿠민 관련설, 미야자키 마나부설, 북한 공작원설, 전직 폭력배 간부설 등이 설왕설래했지만 명확치는 않다.

10.1 전직 글리코 직원설

범인이 에자키 글리코사와 글리코 사장의 사정에 밝았다는 점에서 나온 주장이다. 사건의 시장인 에자키 글리코 사장 납치 사건 당시, 범인은 희한하게도 에자키 사장 딸의 이름을 불렀으며 몸값을 가져올 사람으로 에자키 사장의 운전기사 이름을 지명한 점, 에자키 사장을 창고에 감금했을 때 그를 덮은 코트가, 에자키 글리코사에서 운영한 청년 학교의 코트였다는 점, 구체적으로 몸값 10억엔이라는 거금을 불렀다는 점 등이 꼽힌다. 몸값을 10억엔이나 부른 것은 그만한 돈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또한 마루다이, 하우스, 후지이 등의 회사에 협박장을 보낼 때는 사장의 성을 적은 반면, 글리코사에서는 사장의 이름인 카즈히사라고 쓰고 있다는 점도 의문으로 제기된다. 즉 글리코사 내부사정과 글리코 사장의 정황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에자키 사장 납치 사건에서 납치가 쉬운 에자키 사장의 딸이 아닌 에자키 사장 본인을 납치했다는 점에서, 원한을 품은 전직 직원이 범인 중에 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분석이 있다.

10.2 주가조작을 노린 작전 세력설

1984년 1월 기준으로 745엔이었던 글리코의 주가는 4월에 사장 납치, 본사와 공장에 대한 방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폭락하기 시작했다. 5월 17일에는 598엔까지 떨어진 상황. 이 시세의 차를 계산해보면, 이때 주식을 저가 매수했다면 약 24.5%의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협박 종료를 선언하면서 주가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게 되면, 저가로 매수한 주식이 상승세를 타면서 더 큰 이익을 얻는 것도 가능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주가조작을 노린 작전 세력이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범인으로 의심을 받기도 했던 작가 미야자키 마나부도 이런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야자키를 심문한 형사도 이 가설을 제기했다고. 또한 단순히 작전 세력이 아니라, 자사주 매입을 노린 사람이 이런 방식을 취해서 100억엔의 이득을 본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에서도 납치 사건 때의 터무니없는 몸값 요구나 잇따른 협박의 대가로 나오는 돈의 강탈이 어려워지면서, 범인들의 진짜 목적이 주가조작에 있지 않나, 라고 의심하고, 주식시장에서 협박 받는 회사들의 주가 동향과 주식거래를 면밀히 감시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비디오 셀러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곳이 가장 큰 의심을 받아 집중 감시를 했지만, 사건과의 연관성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10.3 부라쿠민 관련설

쇼와 53년 테이프에서 자신을 부라쿠민 해방동맹간부라고 밝힌 인물이 이후 펼쳐진 일련의 사건들의 정황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부라쿠민 쪽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9월 18일 모리나가 제과에 걸려온 협박 전화의 메시지를 녹음한 남자아이의 목소리 뒤로 독특한 재봉틀 소리가 들렸다는 점, 범인들이 사용한 물건 중 하나가 부라쿠민들이 사는 마을 근처의 슈퍼에서 파는 것이었다는 것 등이 근거로 제기되었다.

미야자키 마나부에 의하면, 경찰은 이를 알고 부라쿠민 관련으로 수사를 확대하려 했으나, 부라쿠민들의 항의로 이 관련 수사는 접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런 근거만 가지고서 부라쿠민이 관련되었다고 하기는 무리라는 반박도 있다. 다카무라 카오루의 소설 《레이디 조커》는 이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10.4 미야자키 마나부설

후에 작가가 된 미야자키 마나부가 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설. 이 설이 나오게 된 계기는, 문제의 범인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여우 눈을 한 남자의 얼굴이 미야자키 마나부랑 닮았다는 데서 기인했다. 미야자키 마나부는 당시 철거 회사를 운영하다가 회사가 파산해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돈이 필요했다는 점, 과거에 매스미디어를 이용해 경찰과 적대시했다는 점, 미야자키가 사건과 관련된 부근에 산다는 점, 전직 범죄자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범인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미야자키 마나부에 대해서 경찰이 수사를 하기도 했으나, 그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어서 결국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심지어는 미야자키의 친구인 오오타니 아키히로까지도 미야자키가 범인이 아닐까, 라고 의심해서 한때 친구 관계가 험악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후에 오오타니 아키히로는 농담 삼아서 "아직도 조금 의심중이다" 라고 말해 폭소를 유발하긴 했지만.

문제의 여우 눈을 한 남자를 두 번이나 목격한 오사카부 경찰 본부의 형사는 미야자키 마나부가 자신이 목격한 남자와는 다르다며 이런 주장들을 일축했다.

10.5 북한 공작원 소행설

산케이 신문이나 주간분슌(週刊文春)[7]의 기사에 의하면, 이 사건과 관련된 걸로 추정되는 쇼와 53년 테이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효고현의 무역 회사 사장인데, 그는 북한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그 사장의 주변에 여우 눈을 한 남자와 닮은 인물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처음 에자키 사장을 납치했을 당시 몸값으로 금괴 100kg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북한 정부의 지시보다는 공작금을 탕진한 공작원이 공작금을 채워 넣으려고 이런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추정을 했다. 그러나 그 주장대로라면, 몸값을 받는 데에는 실패했기 때문에 실패한 공작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설마 아오지로 끌려갔나?

그러나 경찰의 수사 결과, 성문 분석이나 여타 조사로, 이 사람이나 그의 주변 인물들은 사건과 무관한 걸로 드러났다고 한다.

10.6 전직 조직폭력배 간부설

1990년에 수사 본부는 전직 폭력배 간부 출신의 실업가에게 사건의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 사람은 이전에 글리코사에서 5억엔을 뜯어내려다 실패했고, 협박을 받은 회사 중 한 회사의 관계자가 이 사람의 계좌로 3억엔을 송금했다는 점, 범행에 사용된 것과 같은 일문 타입 라이터나 차량을 이 사람의 친지가 소유했다는 점, 글리코에 원한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는 점, 쇼와 53년 테이프에 등장하는 인물과 접점이 있다는 점 등에서 수사 본부는 이 사람에게 혐의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경찰은 1992년 이 사람을 임의동행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으나, 사건에 연관되었다는 물증을 찾을 수 없었고 알리바이도 확인된 탓에, 결국 이 사람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수사 본부가 가장 마지막으로 기대를 품은 용의자가 이 사람이었지만, 결국 관련성을 찾아내지 못했고 글리코 모리나가 수사는 이후 사실상 종료되고 만다.

11 트리비아

원래 언론에는 에자키 글리코사의 협박 건만 노출되었지만, 모리나가 제과의 협박 사실이 드러나고 마이니치 신문의 추적으로 마루다이 식품도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당초 합동수사본부는 이를 부인했으나, 범인이 마루다이 식품도 협박했다고 인정해 연쇄적으로 기업들이 협박을 받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런 탓에 사건의 순서로만 보면 글리코 마루다이 사건이라고 해야겠지만, 드러난 순서대로 글리코 모리나가 사건이라고 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우이자 특촬 덕후인 쿄모토 마사키는 이 사건의 범인이 사용한 것과 같은 형태인 일문 타입 라이터를 쓰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형사가 교모토를 찾아왔었다고 후에 회고했다.

글리코와 모리나가는 사건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자숙 차원에서 광고를 중단해야 했다. 모리나가는 눈물을 머금고 스폰 중이던 근육맨의 스폰도 중단했다. 이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특별 광고[8]를 한 뒤에 회사 로고까지 바꿔야 했다.

1985년에 일어난 오사카 연속 토막 살인 사건에서는 범인이 자신을 괴인 22면상으로 자칭했다. 처음 경찰은 이를 글리코 모리나가 사건에 편승한 장난으로 여겼지만, 편지 내용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범인이 아니고선 알 수 없는 내용이 다수 들어있어 범인이 보낸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 범인은 1995년에 체포되었다. 그러나 모리나가 사건과의 연관성은 알 수 없다.

마이니치 신문은 1989년 이 사건의 범인을 검거했다는 기사를 냈다. 기사의 내용은 범인이 에자키 글리코 사장의 지인을 포함한 4명이며 에자키 사장을 원망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했는데... 이는 기자가 날조한 오보로 드러났다. 결국 이 사건으로 편집국장이 사임하고 지면에 사과문을 내야 했다.

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도 제과회사를 상대로 한 독극물 협박사건이 존재했는데, 실제 이 사건의 외형적인 부분을 모방했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1.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유사한 곳. SA로도 약칭한다.
  2. 이 21면상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 《소년 탐정단》에 등장하는 "괴인 20면상" 에서 유래한 걸로 보인다. 괴인 20면상은 천의 얼굴이란 단어로 해석하면 된다.
  3. 카레로 유명하다.
  4. 밀키캔디로 유명.
  5. 사람을 의미하는 히토는 일본어에서는 1을 의미하는 히토와 발음이 같다. 뚜껑, 덮개를 의미하는 훗타는 2를 의미하는 훗타와 발음이 같다. 이를 조합하면 1, 2, 1, 6이 된다고 해석하는 의견이 많다. 즉 12월 16일을 가리킨다는 것.
  6. 일본 전기 통신관리국에서 분류한 관할구역 번호. R6는 오키나와를 가리킨다.
  7. 다만 슈칸분슌은 황색언론이다.
  8. 우리나라의 모 식품 회사의 추억 유발 광고를 생각하면 쉬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