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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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986년식 로버 825 세단.)

Rover 800 Series

1 개요

영국의 로버 그룹에서 1986년부터 1999년까지 생산한 기함준대형차로, 혼다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개발되었다.(링크) 혼다에선 이 차와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한 자신들의 차를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팔았다. 프로젝트명은 XX이다.

2 역사

로버 800은 1981년 말부터 로버 SD1의 후속차종으로 개발되었으며, 1983년 4월부터는 로버와 혼다가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디자인 스튜디오[1]에서 따로 디자인을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혼다와의 합작 서명이 있기 전에 만들어진 프로토타입들은 1980년대의 디자인 트렌드를 따르는 동시에 로버 SD1의 디자인을 계승해 공기역학을 중시하는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이는 로버 그룹(당시의 오스틴 로버 그룹)의 새 디자인 이사였던 로이든 액스(Royden Axe)의 지휘 하에 디자인이 개량되어 “플로팅 루프(Floating Roof)“[2]를 비롯한 개성적인 요소들이 더해졌다.

또한 생산지는 각각 영국의 카울리(Cowley)와 일본에 있는 공장으로 정해졌으며, 파워트레인은 2.5리터 24밸브 V6 휘발유 엔진과 4단 자동 및 5단 수동변속기, 차대 설계를 혼다에서 제공하기로 했으며, 오스틴 로버에서는 2리터 로버 O-시리즈 8밸브 및 로버 M-시리즈 16밸브 4기통 휘발유 엔진과 전자장치 다수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 중 4기통 엔진은 오스틴 로버 내에서 엔진 설계를 맡던 Powertrain Ltd의 Roland Bertodo가 지휘하는 기술팀이 기존의 O-시리즈 엔진을 개량해 린번 시스템과 트윈캠 16밸브 시스템을 적용해 M-시리즈 2리터 138마력 엔진을 개발했고, 경제형 버전인 M16e 118마력 엔진도 카뷰레터 대신에 8밸브 연료 분사 구조를 적용했다.

차대를 설계할 때는 공학적인 완벽함을 이유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구조를 애용하던 혼다와 이보다 실내공간을 이유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비롯한 훨씬 보수적인 설계를 선호하던 오스틴 로버의 입장 중에서, 혼다의 입장이 체택되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적용되는 것은 물론 보닛 라인도 낮추어질 수 있었다. 또한 차량의 주요 개발이 완료되고 나자, 당시 오스틴 로버의 디자이너였던 고든 스케드(Gordon Sked)가 제안한 낮고 평평한 벨트라인을 갖춘 디자인에 맞추어 SD1과 똑같은 해치백 버전을 판매하기로 결정되었고, 북미 시장 진출도 고려해 4도어 세단은 물론 2도어 쿠페도 기획했다.


(사진은 1988년식 로버 827 스털링(Sterling) 세단.)

1986년 7월 10일에 로버 800 시리즈가 "로버 820"과 "로버 825"의 이름으로 데뷔했다. 1980년대 중반은 1980년에 오스틴 메트로의 출시로 잠시 상황이 좋아지다가 준중형차 및 중형차 라인업인 오스틴 마에스트로오스틴 몬테고의 상업적인 실패로 또다시 몰락기에 접어들었던 시절이였기에 800의 성공 여부는 꽤 중요한 관건이기도 했다. 때문에 로버 그룹(오스틴 로버)에서도 그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했던 자사의 공장 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해 TV 방송에 보낼 정도로 신경썼고, 로버 SD1이 그랬던 것처럼 출시 초반에는 나름대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3]

처음에는 로버 825i와 스털링(Sterling)를 합쳐 1000대의 한정된 물량만 준비해 두었다가 6달 뒤에 4기통 라인업을 추가했는데, 이는 배기가스 규정상의 이유와 그해 10월에 출시될 재규어 XJ6의 저렴한 가격을 의식해 800을 "훨씬 고급스러운 차"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마케팅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상업적인 성공이 로버 그룹의 민영화로 인한 회사 운영비용의 삭감과 로버 그룹의 전자장치를 납품하던 "루카스 인더스트리즈(Lucas Industries)" 에서 발생한 파업 등의 위기를 맞이했음에도 어느 정도 유지되었기에 영국 외의 유럽과 미국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지 개선을 위해 최고급형 트림의 이름이였던 스털링을 새 브랜드로 런칭해가면서 진행했던 미국 진출은 로버 SD1이 미국에 진출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실패했는데아니 왜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 혼다 레전드는 대박이 났는데, 로버 800은 똥망한거지?, 가격 경쟁에 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데다가 초기 모델에서 품질 및 신뢰성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는 바람에 좌절되었기 때문이었다.[4] 결국 매년 평균 판매량은 목표 판매량 3만 대 중에서 3분의 1 수준을 겨우 달성하는 선에서 머물렀고, 결국은 1991년에 미국에서 완전히 철수해야만 했다.


(사진은 1989년식 로버 827 비테스 패스트백.)

한편, 유럽 시장에서는 영국과 비슷하게 상업적 성공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기에 1988년부터 전임자인 SD1을 계승하는 디자인의 해치백인 “로버 800 패스트백(Fastback)“이 추가되었고, 기존의 2.5리터 엔진을 대신하는 2675cc V6 혼다 엔진도 그해 1월에 추가하면서 조립 품질도 크게 개선했다. 또한 새 엔진이 운전 감각을 바꾸는 역할을 해 주었다는 점을 참조해 패스트백에 새 엔진을 얹은 고성능 버전인 “로버 827 비테스(Vitesse)“를 추가했으며, 또한 패스트백에다가 연료 분사 시스템 대신 카뷰레터와 타이밍 벨트로 작동하는 워터 펌프를 얹은 O-시리즈 2리터 엔진을 얹은 저가형 버전도 라인업에 추가해 짧은 기간동안 판매했다. 본래 패스트백은 “로버 600“이란 이름 하에 세단보다 한 등급 아래로 둘려고했으나 시장 조사 과정에서 고객들이 해치백을 세단보다 그리 낮게 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자 800의 차체 라인업으로 통합시켰다. 또한 1990년에는 이탈리아의 엔진 제조사인 "VM 모토리(VM Motori)"가 설계한 2498cc짜리 디젤 엔진을 추가했다,

초기형 로버 800은 영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대형 고급차 중 하나였으며, 포드복스홀 등의 대중형 브랜드에서 만들던 대형차들은 물론 BMW벤츠 등의 고급 브랜드의 차들과도 나름대로 경쟁 관계를 구축했다. 경찰, 대학총장, 관용차 등의 수요도 꽤 많았다고 하는데, 여담으로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가 파란색 로버 800을 타 보고 나름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적이 있었으며, 다만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제라고 하자면 공기역학을 중시하면서 다소 밋밋해진 디자인 때문에 로버 800이 고급차라는 인식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으로, 당시 로버의 모회사였던 BAe의 고급화 전략을 감안하자면 1세대 레전드가 일본 내수용으로 고급스러운 그릴을 장착하는 페이스리프트를 했던 것처럼 "제대로 된 고급차스러운" 디자인을 꾀할 필요가 있었다. 즉 포드 그라나다와 같은 대중형 대형차와 겨루는 차라기보다는 왕년의 로버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지위와 비슷했던 "영국판 BMW"같은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인데, 때문에 1989년에 미국 사양의 대형 범퍼를 장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로버 800의 페이스리프트를 위한 프로젝트인 "R17"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고급화를 중시하면서도 제정 지원에 인색했던 모기업과 혼다에 지불해야 될 라이센스 비용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2세대 혼다 레전드의 플랫폼은 고려되지 않았다.


(사진은 1992~1996년식 로버 827 쿠페. 페이스리프트 버전인 코드명 R17의 신규 라인업 중 하나였다.)

이때 진행된 전면적인 페이스리프트는 로버 800의 디자인을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듬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기존 모델의 페이스리프트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차대를 크게 손볼 여지가 있었고, 인테리어 디자인과 강하고 부드럽게 돌아가던 기존의 혼다 엔진도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그닥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고급차스러운 디자인을 위해 당시 로버의 디자이너 중 하나였던 고든 스케드(Gordon Sked)가 고전 로버차에서 쓰던 그릴을 참조한 새 앞모습을 만들어냈고, 전반적인 디자인도 이전보다 커 보이면서도 훨씬 개성있어보인다는 호의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였으나, 기존의 문짝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침 때문에 평평한 지붕이 유지되면서 전반적으로 둥글려진 디자인과 따로 노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2리터 M16 엔진을 재설계해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의 토크를 늘린 "로버 T-시리즈" 엔진을 개발했고, 비테스 트림에 2리터 터보 엔진을 얹되 세단과 패스트백 양쪽으로 비테스 트림을 적용하는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져 그렇게까지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이러한 풀 모델 체인지가 아닌 페이스리프트가 한계를 보이면서 예전만큼 잘 팔리진 않았다.

페이스리프트가 이루어진 1991년이 지난 이듬해에는 로버 800의 쿠페 버전(코드명 R18)이 계획된 지 6년만에 출시되었다. 2.7리터 엔진 전용의 라인업인 동시에 16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되었으며, 4단 자동변속기가 기본 사양이였다. 또한 생산 과정의 거의 80%가 수제작으로 이루어졌던 이 차는 당시 로버 그룹이 지향하던 고급화 전략과 틈새시장 전략의 일환이였으나, 다소 오래되어 보이는 외모에다가 재규어 XJS벤츠 300CE 등의 고급차들을 넘보는 가격대 때문에 그리 호흥하지는 못했다. 1992년 7월 20일에는 1988년에 민영화되었을 당시 폐쇄되었던 카울리 공정에 위치한 옛 모리스 자동차의 공장이였던 "카울리 사우스 웍스(Cowley South Works)" 대신 로버 800을 생산하던 "카울리 노스 웍스(North Works)"에 일본 업체들의 공장과 나름 겨루겠다는 의미로 지난번보다 2배가 넘는 매년 11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새 공장이 추가되었다. 그동안 로버 그룹에 인색했던 BAe답지않은 이러한 행보는 또한, 일본 업체들이 사용하던 생산 기술도 도입해 2년 안에 당시 직원 1인당 33대를 만들던 물량을 40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있었지만 로버와 BAe는 정작 여기서 큰 이득을 보지 못하고, 대신 로버를 인수했던 BMW가 2000년부터 신형 미니를 생산하면서 이득을 보기 시작했다.


(사진은 로버 820 스포츠 비테스 패스트백.)

한편, 로버 800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1994년에는 비테스의 새 버전인 "로버 820 비테스 스포츠(Vitesse Sport)"를 출시했으며, 이때는 차대 튜닝을 통해 승차감과 핸들링을 크게 뜯어고치는 것은 물론 197마력(일반 비테스는 180마력)에 이르는 엔진 출력까지 달성하면서 나름 효율적인 성능을 자랑했지만 1994년 1월에 고급 브랜드 중 하나였던 BMW의 로버 그룹 인수와 엔진 힘을 감당하지 못한 변속기가 파손되는 결함에 가려져 그다지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버 그룹에서는 1989년 당시 성능과 연비를 다 잡았다고 평가받던 K-시리즈 엔진을 V6으로 개량한 "KV6" 2.5리터 엔진[5]을 JATCO제 변속기와 같이 1996년에 혼다 엔진 대용으로 비테스 스포츠 버전에 장착했는데, K-시리즈 엔진이 그랬듯이 성능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후속차인 로버 75에도 쓰일 정도였지만 배기량 확장을 위해 엔진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사진은 1998년식 로버 820ti 세단.)

1996년에는 소소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쿠페를 제외한 모든 라인업에서 이전의 검은색 몰딩을 차체 색상으로 마감하고 서스펜션을 손보았다. 또한 그릴 핀을 검은색에서 은색으로 바꾸었고, 조수석 에어백과 공조 시스템(Climate control), 도난 시 시동이 걸리지 못하게 하는 이모빌라이저를 전 모델에 기본 장비로 장착했다. 또한 도난 방지 시스템을 개선하는 동시에 저가 트림인 820i/825i를 제외한 전 모델에 6디스크 CD체인저가 적용되었고, 미적인 요소로 나무 장식을 추가적으로 적용하면서 코치워크 라인과 "ROVER" 레터링을 문 쪽에 추가하고, 주름 잡힌 가죽 마감도 문과 시트에 수제작으로 장착하는 동 "고급차다운" 모습을 살리기 위한 모습도 보였다. 또한 1996년에는 비테스 트림 전체에 스포츠 비테스 사양이 적용됨에 따라 "스포츠" 레터링이 삭제되었고, 1998년에는 KV6 2.5리터 엔진을 스털링 트림에도 확대적용했다.

1999년 1월에 단종되기까지 31만 7천 306대의 로버 800 시리즈가 생산되었으며, 비슷한 크기의 중형차인 로버 600과 함께 로버 75를 후속으로 맞이했으며, 2016년 1월 현재 기준으로 3497대의 로버 800 시리즈가 영국 내에서 운행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로버 브랜드로 나온 "공식적인" 마지막 대형차라고 볼 수도 있다.

여담으로, 1990년 중순에 삼송(三松)이라는 국내 업체가 로버 827 스털링 모델을 수입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으나 불발된 듯하다. 그 이후는 차후 추가바람.
  1. 오스틴 로버는 영국 캔리(Canley)에서, 혼다는 일본 도치기현(Tochigi)에서 따로 개발을 진행했다.
  2. 기둥을 검게 칠해, 지붕이 기둥과 연결되지 않은 체로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디자인 요소. 후에 등장한 2세대 로버 200 시리즈와 오스틴 AR7 프로토타입, 그리고 2000년부터 출시된 신형 미니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고, 최근에도 닛산 무라노를 비롯한 다른 회사의 차들도 기둥 중 일부에 플라스틱 커버를 씌우는 식으로 플로팅 루프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다.. 로버 800 시리즈에서는 뒷부분의 기둥만 차체 색상으로 마감했다.
  3. 다만 자동차 전문 매체들은 엔진의 정숙성 및 성능, 핸들링, 승차감에 대해서 대체로 어중간한 평을 내렸다.
  4. 가령 전자계통 부품의 신뢰성이 나빠 주행 도중 차가 방전된다거나, 강한 햇빛을 받은 가죽시트 커버가 녹색으로 변질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5. 여담으로 이 엔진은 기아자동차와의 기술제휴를 통해서 기아 카니발기아 크레도스 2에 장착된 바가 있다. 이들 중 "V6 Quad Cam 24 Valve"라는 로고가 붙어 있는 차는 로버 KV6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