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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개요
이 항목은 로빈슨 크루소와 파리대왕처럼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무인도 생존 상황을 다룬다.또한 무인도라 해도 크기나 환경은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으로 최소한 식물 정도는 자라는 곳이라 가정한다. 바위로만 이루어진 섬에 표류했다면 아래의 가이드 중 절반은 쓸 수가 없다.
미리 준비가 가능한 다른 재해 생존 상황과 달리, 무인도 서바이벌은 대개 불의의 사고에 의한 것이고 준비를 하기 힘들다. 바다는 넓고, 구조가 진행되는 것 역시 시간 제한이 있다. 때문에 난이도가 매우 높은 생존 상황에 해당한다. 사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할 경우 무인도까지 도착하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운이 좋았고, 일단 살 희망은 생겼다는 얘기다. 무인도 도착하기 전에 식량 식수 다 떨어져서 말라죽거나, 물에 빠진 채로 저체온증으로 죽거나 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래서 대개의 생존술 교육에서는 무인도 생존보다는 해양 생존을 우선적으로 다룬다. 구명보트 위에서 낚시하는 법이라든지...
무인도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과정은, 표류/행동지침에 포함될 것이다.
2 무인도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
모든 생존에서 기본 법칙은 3의 법칙이다. 인간은 공기 없이 3분, 셸터 없이 3시간, 물 없이 3일, 식량 없이 3주를 버틴다. 실제론 그보다는 좀 더 버티지만, 비유적인 의미에서.
무인도라고 하면 흔히 물부터 떠올리지만, 이 법칙에 의거해 물보다 셸터가 먼저 필요하다.[1] 셸터란 오두막 같은 집을 가리킨다기보단,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전반적인 조건을 말하는 것이다. 바닷물에 빠진 채로 세 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으로 죽는다. 비 맞는 채로 세 시간이면 심한 몸살감기를 앓을 것이다. 반대로 열사의 사막 땡볕에 세 시간 노출돼 있으면 일사병으로 바짝 말라죽을 지경일 것이다.
고로 물을 구하러 다니기 전에 먼저 비바람과 땡볕,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셸터를 찾는 것이 먼저다. 간단하게 셸터를 장만했으면 물, 식량의 순서로 조달하면 된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여기가 정말 무인도인지 확인하는 것. 무인도인줄 알고 고생고생하고 있는데 조금만 옆으로 가니 저 멀리 마을이 보인다면...[2]
2.1 셸터 짓기
우선 젖지 않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사실 완전히 물에 잠겨 있는 상태가 아닌 이상,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젖는 것 자체보다는 바람일 경우가 크다. 바람은 그 자체로도 체온을 앗아가며, 물에 젖은 상태이면 더더욱 빨리 체온을 앗아간다. 때문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몸이 젖었다면, 옷을 벗고 말리자. 알몸을 노출하는 것보다 젖은 옷을 계속 입고 있는 것이 더 체온을 빨리 잃는다!
해안가나 바다는 바람이 정말 거세다. 섬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을 찾기는 어렵고, 해안을 마주한 동굴 같은 것을 발견하더라도 바람이 심하게 들어올 것이다. 바위 지형과 나무 등을 방벽으로 삼아, 비바람을 피할 만한 장소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셸터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일반적인 생존 셸터와 마찬가지로, 나뭇가지로 간단한 프레임을 짜고 풀잎을 엮거나 얹는 식으로 간이 셸터를 만드는 방법이 요긴하다. 나무조차 없는 모래섬/바위섬 환경에서는 땅을 파서 토굴 비슷하게 만들거나, 적당히 돌을 쌓고 흙으로 구멍을 막는 식으로 바람막이를 칠 수 밖에 없다. 앞서 말한 동굴의 경우에는 그나마 바람이 들어오는 곳만 막으면 되니 편한 편이다.[3]
바닷가에 가까운 곳에 셀터를 만들때는, 조수간만의 차이를 주의하는 것이 좋다. 만조 때에 물이 차오르는 위치에 셀터를 만들었다간 큰일이다. 만조 위치는 모래사장이나 바위를 잘 보면 표시가 난다. 물이 차는 위치는 풀이 자라지 않고 따개비 등이 붙어 있다. 해안가의 동굴의 경우에도 조수간만에 의해 일정 기간은 동굴이 물에 잠기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체온유지를 위해 불을 피우는 것도 중요한데, 문제는 무인도에 땔감이 어느정도 있느냐는 것이다. 제대로 된 나무가 없는 작은 무인도라면 땔감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일단 파도에 밀려 해안가에 부목 따위가 밀려왔을지도 모르니, 그런 거라도 찾아두자. 물론 물에 흠뻑 젖어 있으니 당장 땔감으로 쓰긴 힘들지만. 불을 피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후술.
열대 무인도 등 햇빛이 강한 곳이라면 일사병도 주의해야 한다. 바다는 은근히 햇빛이 무서운 곳이다. 피부가 잘 타는 것도 수면에서 햇빛이 반사되기 때문으로 충분한 수분과 그늘이 없다면 일사병에 걸리기 쉽다.
2.2 식수 구하기
무인도 조난시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물이다.
애초에 마실 수 있는 담수가 나오는 섬이라면 이미 누군가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말로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무인도인 경우보다, 인류가 살만한 껀덕지가 없기에 무인도인 경우가 훨씬 많다. 즉, 당신이 떨어질 무인도엔 담수가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다만 무인도가 아닐 가능성이나, 유인도였지만 살기가 불편해 버려지면서 무인도가 되는 가능성도 있다. 물을 구할 수 있는 규모지만, 살기가 불편해서 섬을 떠나 버려진 섬이 되는 사례도 꽤 있다. 이런 경우라면 정말 땡큐니까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보자.
어느 정도 규모가 큰 섬이라면 하다못해 작은 개울 정도는 있을 수 있다. 자연 상태라면 충분히 깨끗한 물일 테지만 혹시 모르니 물이 어느 정도 오염되었는지도 확인하자.[4] 경우에 따라서는 아래의 방법으로 마실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조난당한 섬에 음용 가능한 담수가 없어 어떻게든 담수를 만들어내야 한다면 바닷물을 증류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솔라스틸과, 디스틸.
파일:Attachment/무인도 서바이벌 가이드/solar-still.gif
솔라 스틸은 바닥에 널찍한 구멍을 파고, 위에 투명한 비닐을 덮고, 구멍 안에 바닷물 같은 못 마시는 물을 넣어두는 것이다. 투명한 비닐을 통해 햇빛이 내리쬐면 바닷물이 증발하지만, 비닐에 갇혀서 못 나오고 비닐에 맺히게 된다. 이 물방울은 염분이 별로 없는 민물이다. 다만 물방울은 비닐에 맺힌 상태로 점점 커지다가 자기 무게를 못 이기고 바닥에 떨어지므로, 한 군데로 모을 필요가 있다. 솔라스틸 정 중앙에 돌멩이를 하나 넣어두면 깔대기 모양으로 비닐이 가라앉을 것이고, 물방울은 비닐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려 깔대기 중앙부에 주로 집중될 것이다. 그 아래에 물을 모을 빈 그릇을 놔 두자. 위의 그림은 사실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나오는 물을 모으는 방법인데, 저 식물이 있는 위치에 바닷물을 대신 담으면 된다. 물론 바닷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 수 있으므로 지형을 잘 고르거나 더 큰 그릇에 바닷물을 담고 그 위에 작은 그릇을 두어도 된다.[5]
솔라 스틸은 태양열을 이용하므로 연료가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소변같은 오수도 재활용할 수 있는 장점 또한 있지만 바다와 접한 무인도에서 굳이 소변을 재활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의 생산이 좀 느리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되도록 솔라 스틸을 여러개 만들어서 많이 물을 모으는 것이 좋다.
파일:Attachment/무인도 서바이벌 가이드/401241-Distilling-Bottle.jpg
디스틸은 태양열 대신, 그냥 물을 끓여서 증기로 만드는 것이다. 냄비와 적당한 관이 있다면 된다. 냄비 뚜껑에 구멍을 내서 관을 연결하고, 관은 옆으로 빼서 바닷물이나 젖은 모래 등으로 식힌다. 그러면 관으로 들어오던 증기가 식으면서 물방울이 만들어진다. 솔라 스틸에 비해 날씨 영향은 거의 안 받지만, 연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비닐과 태양열을 이용하는 또다른 방법으로 근처에 있는 나무의 잎과 가지를 감싸듯 묶어두는 방법도 있다. 식물은 광합성과 수분응결에 능하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하면 비닐에 물이 모아질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양은 크게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긴 하다.
그 외에도 아침에 생긴 이슬을 부지런히 모으는 방법도 있고,[6] 빗물을 많이 받아뒀다가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일단 가장 간편한 건 빗물을 모으는 거지만 이건 날씨에 크게 의존하니 다른 방법들도 알아는 두자.
2.2.1 수분 유지하기
이런 방식으로 구하는 수분은 아무리해도 최소한 생존에 필요한 양일 뿐, 넉넉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고로 불필요한 움직임을 삼가하고 땀을 흘리지 않게 한다. 더운 낮에는 그늘에서 쉬고, 저녁이나 아침나절 등 선선한 시간대에 활동하자. 야간은 어둡기 때문에 지속적인 조명수단이 없으면 이동이고 작업이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인도에서는 가능한한 적게 먹으면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 음식물 소화에 많은 양의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3 식량 구하기
당신이 물을 충분히 마셨다면 이번에는 식량을 구해야 할 차례다.
생존은 칼로리와의 싸움이다. 숨 쉬는것 조차도 칼로리를 소모하고,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인간은 죽는다. 성인 남성이 하루에 평범하게 생활할 때 필요로 하는 열량은 3600 kcal 정도. 그리고 보통 인간이 음식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3주 정도로 본다. 가만히 누워서 기다리는 정도라면 30일 이상 견디는 경우가 있으나, 이쯤 되면 숨이 붙어있다 뿐이지 죽어가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보통 단식 상황에서 허기는 사흘째가 피크이며, 이걸 넘어서면 간헐적으로 허기가 심하게 도지지만 참을만해진다. 하지만 정확히는 허기만 안 느껴지는 것일 뿐 몸 자체는 기력을 잃어서 움직이기 힘들어진 상태이므로, 아직 허기가 심하지 않을때 셸터와 식수를 장만하고 식량 마련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이다.
무인도 생존이 다른 환경에 비해 장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바다를 끼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는 풍부한 해산물을 품고 있는 식량의 보고다. 물론 사막섬 환경이면 한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므로 희망을 가져보자.
2.3.1 채집/낚시
가장 좋은 환경은 개펄이 있는 곳이다. 개펄은 흙 자체가 영양분이 많이 쌓이는 곳이고, 이는 즉 플랑크톤 같은 미생물부터 그런 것을 먹고 사는 갯지렁이, 조개, 게, 물고기 등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개펄이 있는 지역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편이므로 물이 빠져나갔을때 안전하게 채집이 가능하다. 개펄의 풍부한 영양분을 노리는 어류들도 들락거리므로, 장기적으로 크게 구멍을 파 놓거나 바위를 쌓아놓아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어살을 만드는 것도 유용하다.
바위가 주류인 해안가에서도 바위에 붙는 형태의 홍합이나 꽃양산조개(림펫), 굴 같은 것이 많이 붙어 있다. 바위 해안은 파도가 센 편이지만, 이런 바위 틈새를 거처로 삼는 물고기도 꽤 있으니 낚시도 노려볼만하다. 물론 바위에서 미끌어지거나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바위 해안에서는 자연적으로 바위가 둘러싸면서 일종의 어살처럼 썰물때도 물을 가두는 구역이 생기곤 하는데, 여기서 해산물을 구하기 좋다. 혹은 이런 곳을 좀 더 보강해서 어살 만들기도 나쁘지 않다. 해조류도 바위 해안가 근처에 많다.
산호초가 많은 열대 섬 역시, 산호초에 기대어 사는 어류가 많다. 낚시와 슈노켈링을 통한 물고기 잡기에 최적인 곳이다. 얕은 물에도 물고기가 많이 산다.
모래 백사장은 보기에는 깨끗하지만 어패류는 발견하기 어렵다. 물고기가 살긴 해도 모래사장은 굴곡이 적어서 개펄이나 바위 해안가처럼 물고기가 가둬질 여지가 별로 없고, 대부분 썰물을 따라 밖으로 빠져나간다. 대신에 갯지렁이나 숨어있는 연체동물은 어느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 갯지렁이가 있으면 이를 먹기 위한 조류가 날아들어오니 이쪽을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다. 백사장이 있는 지역은 연안의 해안이 완만한 경향이 있으므로, 바다에 나갔다가 상륙이 쉽기 때문에 접한 바다쪽으로 조금 수영해 나가서 슈노켈링하거나, 낚시하러 나가는 기점으로 괜찮다. 백사장 인근의 물 속은 의외로 해산물이나 해초가 풍부할 수 있다. 목만 좋다면 낚시도 해볼만하다. 참고로 파도가 닿지 않는 위치까지 해안가 근처로 모래둔덕이 쌓여 있다면, 그 주변에는 벌레가 많으니까 야영하지 마라.
자갈 해안은 모래 해안과 바위 해안의 중간쯤 되는데, 구조 상 어패류든 동물이든 살기 어렵다.
파도가 심한 바다 한 가운데의 사막형 바위섬 지형이 제일 까다로운데, 어패류가 살기 힘든 환경인데다 바다 한 가운데라 파도가 엄청 거세기 때문에, 낚시한다고 물가에 얼쩡거리다가 파도에 휩쓸려서 사망할 위험이 크다.
조개 캐기는 안전하고 힘을 적게 들이면서도 풍부한 단백질을 보장해주는, 자연이 차려놓은 밥상이나 다름없는 훌륭한 식량 원천이다. 해안가의 고대 유적에서 괜히 패총이 나오는 게 아니다. 다만 더운 시기에는 패류 독성 때문에 위험하니 조심하자. 심지어 극지방의 홍합은 사시사철 패독을 갖고 있다. 대개의 조개류는 그러지 않지만, 독침을 쏘는 조개도 일부 있다.
어살은 물고기가 갇히는 구조물을 말하는데, 바위를 쌓아서도 만들 수 있고 나뭇가지를 촘촘히 박고 엮은 벽을 세우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조수간만이 심한 지역에서 효과를 본다. 어살은 필연적으로 규모가 좀 필요하니, 조성할만한 시간과 체력 여유가 없다면 나뭇가지를 엮어서 통발을 만드는 것도 좋다.
낚시를 할 때의 주의점. 시간은 곧 칼로리다. 생존 낚시는 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여유롭게 물고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설치형 낚시(땅 주낙)를 지향하자. 썰물때 움직이지 않을 든든한 바위나, 깊이 박아둔 나무기둥에다가 긴 가로줄을 걸고, 가로줄에 여러 개의 낚싯줄과 낚싯바늘을 걸자. 밀물때 물고기가 낚시에 걸렸다가, 다시 썰물때 빠져나가지 못한 채로 남을 것이다. 제대로 된 낚시도구를 조달하지 못했다면, 낚싯줄은 나무뿌리나 줄기 섬유 등으로 만들 수 있고, 낚싯바늘은 가시 달린 식물이나, 바늘처럼 뾰족한 나뭇가지 중앙을 묶어서 만들 수 있다.
물고기 역시 야행성이 많으며, 빛에 이끌리는 성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모래사장 부근에서 문어 같은 것을 잡을 때는, 야간에 횃불을 갖고 나가서 빛으로 유인하는 방법이 잘 먹힌다.
열에 의해 일부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고기는 조리하지 않고 먹는 편이 좋다. 특히 물고기의 내장, 눈알 등에는 다른 부위에는 없는 영양소가 많다.[7] 문제는 내장이나 뱃살의 경우 고래회충같은 기생충이 있어 날로 먹으면 위험하며, 실제로 어선에서도 갓잡은 물고기를 먹더라도 내장은 바로 떼어낸다는 것. 그러니 물고기 말고도 다른 식량을 구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잘 고려하자.
2.3.2 사냥
무인도에서 제일 기대하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사냥이다. 무인도로 불릴 정도의 작은 섬에 사냥할만한 동물이 있을까? 식수가 없다면 동물도 살기 힘들다. 섬이 어지간히 크지 않는 한 사슴 같은 큰 짐승은 거의 살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말해 섬이 충분히 규모가 크다면 사슴 등도 살 수 있다. 일본에도 그런 섬이 제법 있다. 기존에 사람이 살다가 버려진 섬 같으면, 토끼나 닭, 염소 같은 버려진 가축들이 야생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짐승이 존재한다면 사냥을 해 볼 수 있다.
무인도라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짐승은 조류다. 갈매기나 오리 같은 바닷새, 가끔 흘러들어온 까마귀나 비둘기 등이 섬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 주로 절벽 같은 접근이 어려운 곳에 둥지를 마련하고 해안가를 따라 날면서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닌다. 다만 오리는 좀 나은 편이지만, 갈매기를 비롯해 대부분의 바닷새는 체온 유지를 위해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맛은 좀 없는 편이다. 그런 거 가릴 때가 아니지만.
생존 사냥 역시 생존 낚시와 마찬가지로, 활과 창 들고 쫓아다니는 것은 칼로리 낭비다. 동물의 활동 영역을 잘 봐두고, 덫을 걸어두자. 많이 만들어두면 언젠가는 걸리게 돼 있다.
새를 낚으려면 미끼를 낚싯바늘에 끼워서 놔두는 방법이 의외로 통한다. 못 먹는 물고기 내장이나 대가리 같은 것을 새 사냥에 써먹을 수 있다.
어떤 지방에서는, 미끼를 돌에 묶어서 허공에 던져서 바닷새가 그걸 낚아채게 하는 방법도 쓴다. 돌까지 삼키고는 무거워서 추락한다고 한다. 뭐 이런 방법도 있겠거니 하자.
섬에 충분히 익숙해진 후라면, 야간에 사냥을 탐사하러 나가봐라. 야행성 동물이 의외로 많으니 못보던 동물을 발견할 수 있다. 횃불을 이용해 유인하는 밤낚시도 가능하다.
2.3.2.1 맹수로부터의 방어
만약 사냥할 초식동물이 넉넉할 정도의 생태계라면, 그걸 잡아먹는 포식동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동남아나 열대 지방에는 외딴 섬임에도 헤엄쳐서 들어온 벵갈 호랑이나 말레이 곰 따위가 존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닷물에 사는 악어 종류도 있고, 초식동물이라고 해도 거대한 사슴이나 물소, 하마, 코끼리, 기린 등의 덩치 큰 놈은 인간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맹수다. 이런 맹수가 있는 곳에는, 애초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대개의 포식동물의 경우, 영역을 제대로 숙지해두기만 하면 마주칠 일은 별로 없다. 영역을 가진 동물은 나름대로 표시를 해놓기 때문에, 발견하거든 영역을 신속히 빠져나가자. 냄새를 맡고 추적해오는 맹수를 뿌리치려면 물을 건너는 방법이 있지만, 영역을 벗어나서까지 쫓아오지 않는 한 별로 쓸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건 차라리 트랙킹 방지 기술에 가깝다.
하지만 세상사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는 법이니 우연히 포식동물과 마주쳤을 경우, 천천히 뒷걸음질치다가 도망가자. 맹수는 등을 보이고 도망가면 반사적으로 쫓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쫓아오는 맹수를 피하기 위해 나무를 타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호랑이는 체급에 관계 없이 나무를 잘 타고, 곰도 큰 것은 좀 어렵긴 하지만 의외로 나무를 잘 탄다. 애초에 나무 위에 잠복하기를 즐기는 표범 같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나무에 약간 각도가 있다면 나무 못 탈 것 같은 사자조차도 나무를 오를 수 있다. 적어도 나무를 평생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는 인간보다는 야생동물들이 훨씬 잘 탄다. 나무 위에 올라간 채로 맹수가 아래에 대기하는 상황도 좋지 않다. 도망갈 구석이 전혀 없으니까.
맹수가 있는 지역이라면, 거처를 덫과 방벽으로 방어할 것. 호랑이 같으면 웬만한 벽은 가볍게 타고 넘지만, 없는 것보다는 위안이 될 것이다. 가시 식물 등을 둘러두는 것도 괜찮다. 대형 맹수를 해치울 수 있는 덫은 몇 종류 되지 않는데, 큰 구덩이를 파고 죽창 등을 박아넣는 방식이나, 통나무 스윙 방식이나, 벼락틀, 활을 이용한 활덫 같은 종류가 맹수 사냥용 덫에 속한다. 덫의 종류에 관해서는 사냥 항목을 참조하자.
2.3.2.1.1 멧돼지
포식동물중 그나마 만만한 놈.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라는거지 절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만약 우산을 소지한경우 만났을 때 멧돼지가 돌진했을 때 한순간에 확! 펼치면 놀라서 도망간다는 설이 있지만, 죽고 싶지 않다면 하지마라 멧돼지는 색깔을 구분할만큼 시력이 좋지 않을뿐더러, 갑작스런 자극을 주면 도망가기보단 흥분해서 들이받으려 오는 동물이다.[8] 거듭 강조하지만 야생동물을 놀라게 해서 좋을 것은 절대 없다. 멧돼지와 마주쳤을경우, 자극하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사리며 도망쳐라. 멧돼지는 식인하는 동물이 아니다. 당신을 먹잇감으로 생각해 쫓아갈 존재가 아니니 자극하지 않고 멀어지기만 하면 굳이 공격해온진 않는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자극하지 않겠지라며 무작정 가만히 있는 것도 위험한 행동이다. 동물들에겐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도발이다. 신께 기도하며 최대한 빨리 영역에서 사라져주자.
피하는게 아니라 사냥할 목적이라면 무슨 파리대왕에 나오는 영국 아이들처럼 급조한 창따윌 꼬라들고 달려들지말고 함정을 파서 잡아라. 인간과 부딪쳐보지 못한 야생동물이라면 이런 함정에 비교적 잘 속는다.
2.3.3 곤충
Man vs. Wild에서 베어 그릴스가 그랬듯 곤충은 훌륭한 식량이 될 수 있다. 워낙 유명해서 농담처럼 들릴지 몰라도 단백질을 섭취하는데에는 곤충만큼 좋은 것이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우선 식용 곤충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 곤충은 종류가 천차만별인데, 그 중에는 독이 있거나 너무 심하게 맛이 없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딱정벌레 중에는 너무 질기거나 단단해서 먹기 힘든 것도 있다. 뭐 먹는 방법을 연구할 수도 있겠지만 무인도에서 그런 걸 연구할 바에는 차라리 다른 식량을 구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것 만큼이나 문제되는 것이 양. 아무리 질량 대비 영양소가 풍부하더라도 양이 적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거기다 다른 곳이면 모를까 섬이면 곤충도 그렇게 많이 있기가 힘들다. 모기나 초파리 따위는 너무 조그마해서 아예 먹기도 힘들고. 모기 눈알 수프는...[9]
그나마 만만한 건 애벌레 종류인데... 열대 기후의 애벌레 중에는 독이 있거나 끔찍한 맛이 있거나 해서 천적을 쫓아내는 종류도 많다. 그래도 애벌레 문서에서도 설명하듯 일단 먹을 수 만 있으면 애벌레가 제일 무난하다.
개미 중에서는 꿀단지개미가 있는 경우도 있다. 식량을 모아두는 일종의 살아있는 창고같은 개미인데, 이름처럼 정말 달콤한 맛이 난다. 혹시 무인도에 개미가 있다면 한 번 시도는 해보자. 없거나 별로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벌, 정확히는 벌집이 있다면 대박이다. 문제는 규모가 작은 무인도에 벌이 있겠냐는 것. 어디 초원같은 데서 서바이벌을 한다면야 찾을 지 모르겠지만, 조그만 섬에는 벌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만약 있다면 일단 벌에 쏘이는 것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걸 염두해두자. 무인도에서 벌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불을 피워서 연기를 쐬게 하는 것이다. 어지간한 독종들도 연기에는 맥을 몾추며, 불을 피우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할 정도로 똑똑하지도 못해서 결국 벌집을 버리고 도망간다.[10] 일단 벌집을 얻었다면 꿀은 물론이고 벌집 자체도 먹을 수 있으며, 애벌레 사육 구간에서 식용 가능한 애벌레도 잔뜩 얻을 수 있다.
2.3.4 식물
섬의 식생은 주로 염해에 강한 식물로 구성된다. 섬의 규모가 꽤 크다면 몰라도, 해안가에서 찾을 수 있는 식생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많다.
규모가 작은 무인도에 사람이 식용 가능한 식물이 자생할 가능성은 낮다. 고작해야 비쑥(바닷가쑥)이나 함초 같은 약초나 조리 후 식용할 수도 있는(edible) 약용 식물이 주류일 것이다. 이런 건 비상시에 잠시 허기를 채우는 정도 혹은 주식이 있을 때 보충으로 먹을 수 있어도, 주식으로 삼아 꾸준히 먹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들이다.
규모가 큰 섬이거나, 혹은 버려진 섬인 경우 방치된 작물이 자생하거나, 참마 같은 내버려둬도 잘 자라는 식용 가능한 구황식물을 건질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런 구황작물 종자를 구한다면 섬의 환경에 따라서는 어느정도 재배를 통해 장기적 공급도 노려볼 수 있다.
열대 섬은 사막화된 섬인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워낙 식생하기 좋은 지역이다보니. 규모가 좀 되는 열대 섬이라면, 섬 환경보다는 차라리 열대 밀림 환경에 가까울 수 있다.
열대 지역 해안에는 코코넛 나무가 자라거나, 파도에 떠밀려오는 경우가 다수 있다. 코코넛은 즙을 통해 수분을 얻을 수 있고, 속의 하얀 부분을 짜면 기름도 나온다. 물론 능력껏 깨서 먹여야 겠지만. 다만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하니 주의. 그릇으로도 괜찮고, 바깥 껍질을 잘 말리면 불붙이는 불쏘시개로도 써먹을 수 있다. 여담으로 코코넛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코코넛은 굉장히 단단해서 이게 떨어지면 사람도 죽을 수 있으니 코코넛 나무 아래에서 거처하진 말자.
바나나도 훌륭하다.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간식용으로 달게 나와서 그렇지, 자연상태의 바나나라면 달지 않아 오랫동안 주식으로 먹기 부담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바나나 나무는 줄기 전체가 섬유질이라서 도구를 제작하거나 뗏목을 만들 때 또는 잠자리를 만들 때 훌륭한 로프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불을 피울 때 불쏘시개로도 쓸 수도 있다.
각종 나무열매가 있다면, 식용으로 아는 것이라면 먹으면 되고 식용인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면 시험해보자. 약간 즙을 내서 팔꿈치 안쪽 같은 피부가 약한 곳에 바르고 한 시간 가량 기다려보고, 알레르기나 독성 반응이 없다면 살짝 혀에 대 보고 기다려보고, 괜찮다면 작은 조각을 먹고 몇 시간에서 하루 정도 기다려 반응을 살피자. 야생동물이나 곤충이 먹는다고 무조건 안전하지는 않으니 확실하지 않다면 시험하는 것이 좋다.
식물이 아니지만 편의상 이곳에 적자면 버섯은 독버섯 구분 못하면 애초에 손도 대지 마라. 아니, 설령 버섯을 좀 안다고 해도 될 수 있는 한 손을 안 대는 게 현명하다. 그만큼 식용버섯과 독버섯의 구분은 어려운데다, 애당초 야생버섯에서 얻을 수 있는 칼로리와 영양소의 기대치는 높지 않다. 버섯#s-3 문서 참조. 목질 버섯 종류는 불쏘시개로 쓰던가 하자.
혹여 주변에 대나무가 있다면 일단 마음속으로 큰절한번 하고 잘 채집해서 쓰도록 하자. 속이 비어있어 무겁지도 않거니와 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너도한방 나도한방 죽창을 만들어 무기로 활용할수도 있고 마디 하나로 간단하게 물통도 만들어지며 평평하게 잘라 그릇의 용도로 활용할수도 있다. 물론 세세하게 다듬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지만, 적당히 부러뜨리기도 쉽고 세로로 쪼개기도 쉬운 편이다.
2.3.5 염분
식량이라 하긴 뭣하지만 식량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염분의 섭취다. 물론 사방이 바다니, 그냥 바닷물을 마시는 것 만으로도 염분 섭취가 가능하긴 하지만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 최소한 바닷물로 소금을 만든다거나 조리할 때 바닷물로 간을 맞춘다던가 하는 편이 훨씬 좋다. 바닷물로 소금을 만드는 경우엔 위에 있는 물을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즉 바닷물을 증류 혹은 증발시켜서 소금만 남기는 것이다. 증류시킬 경우엔 만약 냄비같은 것이 있다면야 그냥 바닷물을 붓고 끓이는 것을 반복해서 소금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런 게 없다면 넓찍한 돌판을 사용해야 한다. 증발시킬 경우에는 넓은 돌이나 나무판 위에 바닷물을 뿌리고, 그게 마르면 다시 뿌리기를 반복한 다음 긁어내는 식으로 소금을 구할 수 있다.
2.4 탐사 및 SOS
셸터, 물, 식량을 조달했으면 섬을 탐사한다.
사실 섬의 탐사는 셸터 마련 다음 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비바람을 피하기 위한 셀터를 급조한 후 물과 식량을 찾기 위해 섬의 환경을 탐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편의상 3대 요소라서 한데 묶긴 했지만...
탐사에서 최우선 목표는 섬에서 가장 높은 위치로 올라가서, 섬 전체를 전망하고 규모를 파악해두는 것이다. 물론 한 바퀴 도는데 10분도 안 걸리는 작은 섬은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높은 지대로 가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은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 무인도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육지와 맞닿아 있을 수도 있고, 가까운 곳에 다른 섬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까이 지나가는 선박을 관측하기도 좋다.
기본적인 탐사를 마쳤으면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낼 방도를 마련하자. 가장 기본적인 구조 요청 방식은 모닥불이다. 낮에는 연기 신호가 되고, 어두울 때는 빛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구조 요청 모닥불은 3개를 삼각형 형태로 피우는 것이다. 불을 피우는 곳 부근은 나무나 풀 등을 제거해서, 불의 근원이 깨끗하게 잘 보이게 해 둘 필요가 있다. 수풀 등에 불이 가려지면 말짱 헛것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창작물 등에서는 SOS라는 글자를 만드는 경우가 흔한데, 이 경우 그걸 관측할 수 있는 인접 비행중인 수색 항공기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다. 선박 난파나 항공기 수상 추락 같은 구조대가 확실히 올 상황이라면 효과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미처 못 보고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 그냥 삼각형 형태만으로도 구조 요청 신호는 되고 아래에 설명할 더 간단한 메시지도 있으니 SOS라고 적는 건 여유가 있을 때나 하자.
불을 피우는 것 만큼이나 좋은 구조요청 방법은 거울을 이용해 빛을 반사시키는 것이다. 조준만 제대로 하면 연기 이상으로 장거리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것이 거울 반사광이다. 전용 신호거울은 중앙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조준이 쉬운데, 없더라도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비행기를 조준하고, 다른 손에 든 거울을 눈 가까이에서 그 V자로 빛이 통과하도록 조준하면 쉽다.
글자를 만드는 경우, 하늘에서도 보일만큼 넓고 트인 공간을 이용하자. 비행기 수색의 경우 능선 너머는 각도상 보지 못하고 넘어가기 십상이기 때문에, 되도록 고지대나 주변 전체가 개활지인 곳이 좋다.
글자를 쓰는 경우에는 약간의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I 라고 적으면 즉시 후송 바라는 부상 있음, II는 의료 물자 필요, F는 식량 식수 필요, N은 no, A나 Y는 yes, LL은 아무 문제 없음 보낼 일이 없을 것 같은데, X는 이동 불가능, 화살표는 그 방향으로 이동함, △은 여기에 착륙하시오 라는 뜻이 된다.
몸으로 신호를 보낼 경우 두 손 모두 들고 있는 것이 구해달라, 데려가 달라는 의미다. 한 손만 들면 아무 문제 없음이 된다. 조심하자.(...) 수색 항공기의 경우 두 팔을 앞으로 쭉 내밀고 무릎을 살짝 굽히면 "이 쪽으로 착륙하시오"가 된다.
구조를 청하는 플레어는 붉은 색이다. 흰 색은 알았음, 기지(본부)로 귀환한다는 뜻은 녹색.
무인도물에서는 유리병이나 페트병에 구조요청 편지를 넣곤 하지만 이 방법은 그다지 추천할만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우선 병이라는 유용한 도구 하나가 당신의 손을 떠나는 것이다. 편지를 쓸만한 도구도 찾기 힘들 것이며 무엇보다 파도를 타고 언제, 어디에 도착할지 알 수 없다.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간에 깨지거나 바다 생물의 배로 들어간다면? 그냥 관 둬라. 파도의 흐름을 안다면,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 안다면 효과가 있겠지만, 그것을 알 정도라면 직접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
2.5 도구 및 자원 조달
섬의 단점은 자원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섬의 규모가 작을수록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작아진다. 큰 나무가 없는 작은 섬조차 있을 수 있다. 물론 섬은 바다에 접해있으며, 바다 자체가 거대한 자원이라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육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필수 자원도 있으니 최대한 잘 찾아내서 아껴 써야 한다.
2.5.1 고물상이 되자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라도, 파도에 떠밀려 내려온 배의 잔해나 쓰레기 같은 것이 해안가에 쌓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것을 뒤져서 조금이라도 쓸만한 것을 찾아두자.
칼 같은 날붙이나 라이터를 발견한다면 금상첨화지만, 평소라면 전혀 쓸모없어 버리는 쓰레기들도 가능한 한 많이 챙겨두자. 비디오테이프를 끈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공을 반 갈라서 그릇이나 모자(...)로 쓸 수도 있다. 유리조각도 살상무기나 칼 대용, 렌즈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11] 사용할 일 없어보이는 거울도 빛을 반사하여 구조신호를 보내는데 사용할 수 있다. 몸에 맞지 않는 의류나 신발도 필요하다. 이불로 쓸 수 있고, 천막으로 만들 수 있고, 낚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다못해 비닐봉지조차도 쓸만하다. 결론적으로 모든 물건은 사용하려고만 한다면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최대한 많은 사용법과 상황을 염두에 두고 챙겨두도록 하자.
땔감이 적은 섬이라면, 파도에 떠밀려온 부목을 땔감으로 쓸 수도 있다. 덧붙여, 일부 해초는 말렸을때 땔감 대용으로 쓸만한 경우가 있다.
2.5.2 표류/추락한 비행기 및 배
보통 난파선에서 피난용 보트를 타고 탈출했다면, 거기에 최소한의 생존 장비가 들어 있을 것이다. (식수, 식량, 조명탄, 구조 신호기 등) 이것들은 상당히 중요하다.
만일 당신이 탔던 비행기나 배가 근처에 난파한 채로 접근할 수 있다면, 선박을 뒤져보자. 운좋으면 식량이 보존되어 있어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무전기가 고장나지 않았다면, 전력 공급을 하면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다.
2.6 부상 및 질병치료
일사병과 탈수증이 해양 생존에서 가장 큰 위험이다. 이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체온을 낮추고 수분 보급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바닷물에 오래 잠기면 피부가 갈라지거나 트거나 물집이 잡히기도 하는데, 이런 피부 트러블을 당장 고칠 방법은 없으므로 몸에서 소금기를 빨리 씻어낼 것, 되도록 바닷물에 들어가는 횟수를 줄일 것, 함부로 짜거나 물집을 터트리지 말 것.
설맹과 비슷하게, 바다에서 반사된 빛 때문에 눈을 다치는 경우도 많다. 선글라스를 쓰거나, 눈안경을 만들어서 예방하고, 눈이 아리기 시작한다면 물에 적신 붕대로 눈을 덮고 쉬어라.
각종 부상에 따른 치료는 일반적인 생존 의료와 동일하다.
2.7 불 피우기
가장 좋은 것은 라이터나 성냥 같은 불 피우는 도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성냥은 젖었으면 곤란하지만, 라이터는 물에 좀 젖었더라도 말리면 재작동을 한다. 애초에 필름통이나 비닐 지퍼팩 등에 넣어서 방수처리를 하면 좋다.
성냥 한 개피를 쪼개 두 개피로 만들어 사용횟수를 늘리는 방법이라거나, 성냥 모가지를 꺾지 않고 불 붙이는 요령, 다 쓴 일회용 라이터의 라이터돌을 살살 갈아내 불똥을 튕겨 파이어스틸처럼 쓰는 방법 등도 알아두면 좋다.
불 피울 수 있는 도구가 없다면 대체방식을 찾아보자.
쇳조각이 있다면 근방에 단단한 돌을 날카롭게 날이 서게 깨서, 부싯돌로 사용할 수 있다. 쇳조각은 탄소강 나이프 등도 된다. 물론 부싯돌로 만든 불똥은 말 그대로 순간적인 불똥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걸 불려서 불씨를 피울 수 있는 아주 예민한 불쏘시개(숯, 틴더 펑거스 류)가 필요하다.
당신이 쓴 안경이나 카메라의 렌즈가 볼록렌즈일 경우 햇빛을 모아서 불을 피울 수 있다. 물론 문제는 안경을 쓰는 사람은 원시보다 근시가 더 흔해서 오목렌즈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정 안될 경우 물렌즈를 이용해보자. 투명하거나 하얀 비닐이라면 물을 볼록하게 담아서 물을 이용한 간이 볼록렌즈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바닷가에 자주 떠내려오는걸 볼 수 있는 투명한 페트병을 렌즈로도 쓸 수 있는데, 물을 채우고 마개를 꼭 닫아 입구가 아래로 오게 비스듬하게 들면(혹은 병 바닥을 이마에 붙이고 한손으로 페트병 꼭지를 잡고 비스듬하게 들어서) 병 상부 둥근 어깨 부분이 렌즈 역할을 하여 이를 불 피우는 렌즈로 쓸 수도 있다. 심지어 투명하고 기포 없는 얼음을 렌즈 모양으로 가공해도 효과가 있다. 날은 춥지만 햇빛은 강한 극지방에서 쓸 수 있는 방식이다[12].
거울이 여러개 있다면(혹은 거울을 쪼개서 여러개를 만둘어) 땅을 오목하게 파서 거기 거울을 쭉 늘어놓아 집광시켜 불 피우는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 음료수 깡통 중 밑바닥이 오목한 놈을 광약이나 치약 등으로 거울처럼 연마해서 집광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또한 작동하는 건전지가 있다면, 가운데를 가늘게 자른 껌종이나 철 수세미를 양 전극과 연결시켜 저항열로 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정 방법이 없다면 마른 나무를 이용해 보우 드릴 같은 원시적 마찰점화법을 써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어마어마하게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부싯깃의 앰버(불씨)를 불쏘시개로 옮겨 불을 키우는 요령도 잘 알지 않으면 안 된다.제작이 어려운 보우 드릴과 달리 홈을 길게 판 긴 나무에 막대기 끝을 왕복시켜 불을 일으키는 훨씬 단순한 방식도 존재.
하지만 앞서 강조했던 대로 생존상황은 칼로리와의 싸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시간 당 200킬로칼로리씩은 소화하는데, 나무와 나무를 빡시게 서로 비벼대는 운동량은 노동이나 달리기 같은 운동에 뒤지지 않는다. 적어도 400킬로칼로리 정도는 소모할 것이다. 그걸 수 시간동안 계속한다고 생각해보자. 최후의 방법으로 밀어두는 게 좋고, 그냥 핸드드릴보다는 보우드릴, 보우드릴보다는 펌프드릴처럼 힘이 덜 드는 도구를 만드는 게 좋다.
한번 불을 피웠으면 불 관리를 하는 것도 일이다. 돌멩이를 쌓아서라도 되도록 연료를 아낄수 있는 아궁이형을 만들거나, 모닥불을 피우더라도 바람막이와 반사막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사용하자.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도 그냥 덜렁 가지 말고, 불씨를 살린 채로 가져가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숯을 불 붙은 상태로 갖고가거나,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타는 차가버섯 같은 목질 버섯(주로 불쏘시개로 사용함)에 불을 붙여서 갖고가는게 좋다.
2.8 날씨 알아내기
근처 동물들의 행동을 살펴라. 새가 평소보다 낮게 난다거나 하면 비가 온다는 징조이니 비 피할 곳과 물 받을 그릇을 준비해 놓자. 저녁노을이 들면 내일 날씨가 맑을 확률이 높고, 반대로 아침노을이 든다면 오늘 날씨는 시망이란 뜻이니 알아서 행동하자.
3 사람들과의 협동
만일 당신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 반대로 가장 위험한 경우가 될 수 있다. 이건 어느 재난상황에서나 마찬가지의 사실. 사람을 가장 많이 구한 것도 사람이고 가장 많이 죽인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사람들 사이의 문제는 서바이벌의 차원을 넘어 대단히 복잡한 문제이므로 생략한다. 굳이 한마디 하자면 집단 안에서 너무 모나게 굴지말고 자기만의 특기를 하나정도는 어필해 놓아라. 될수있으면 적을 만들지 말고.
4 이동과 탈출
만약 당신이 떨어진 곳이 물 한방울 없고 풀뿌리 하나없는 완전한 바위섬이라면, 여기서 천천히 말라죽어가느니 탈출을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록 생존확률은 0에 수렴할지라도, 머물러 있으면 확실히 죽는 이 섬보단 낫지 않는가. 지나가는 배를 발견한다면 행운이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날씨를 살피고 떠나는게 중요하지만 물도 없고 오래 버티기 힘든판에 그런걸 따질 겨를은 없다. 당장 폭우가 쏟아진다면야 잠깐 쉬면서 물도 모으고 비를 피해야겠지만, 그게 아닐경우 신속히 떠나는게 좋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 조난 사고 발생시 생존자 수색은 조난 해역 인근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확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구조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때문에 사고 현장에서 먼 방향으로 떠나는 것은, 자신의 구조 확률을 낮추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버틸 수 있다면 최대한 사고 지역 근처에서 버티는 것이 현명하다.
일단 근처에 또다른 섬이 있나 탐색해보자. 망망대해에 홀로 존재하는 섬은 매우 드물며, 가까이에 반드시 또 다른 섬이 있게 마련이다. 그 섬 역시 크지 않더라도, 징검다리 식으로 가까운 다른 섬으로 건너가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섬이 있을 수 있는 징후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날아온 새나 연기 등이 표식이 될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배를 만들어 탈출하는 것인데, 배에는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식량, 식수, 옷, 비상용품, 취사도구 등)을 실어야 한다... 라지만 애초에 그런걸 구할 수 있는 섬이라면 표류을 무릅쓰고 떠날 이유가 없지. 당신과 함께 흘러온 물품을 최대한 조합해 뗏목과 노를 만들어 그 곳으로 탈출하라.
수영실력이 어지간히 있더라도 부목이나 뗏목을 이용하는 게 좋다. 물이 따뜻한 열대지방이면 좀 낫지만, 물에 한 시간 이상 잠기면 저체온증으로 죽기 십상이다. 원양의 파도는 제아무리 수영 선수라고 해도 이길 수 없다. 집채만한 배도 뒤집는 것이 파도니까.
섬의 이동에서 중요한 것은 수영실력보다는 해류와 물때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실 섬에서 급조해서 만드는 뗏목 정도의 이동능력은, 노를 젓든 돛을 달든 해류에 밀려가는 것만 못하다. 기껏 뗏목을 띄웠는데 파도에 밀려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노 젓는 보트가 있더라도 아무리 노를 저어도 제자리걸음인 경우도 흔하다. 상시 물이 몰려드는 경우는 없으니, 섬에서 탈출하려면 썰물 시기를 잘 이용해서 빠져나가자.
참고로 뗏목은 일정 이상의 크기를 넘어서면 한 번 띄웠을 경우 섬으로 다시 끌고 오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니 탈출을 실제로 실행하기 전 최대한 많은 정보를 긁어모으고, 가능한 선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두자.
4.1 위치 파악
당신이 북반구에 있을 경우 북극성을, 남반구에 있을 경우 남십자성을 찾으면 된다. 말이 쉽지. 이 방식은 별이 보이는 밤에나 가능하고, 낮에는 해와 시계를 이용해서 방향을 가늠해야 한다.
해가 잘 보이고 주변이 그림자로 뒤덮이지 않은 곳이라면, 해를 이용해서 간단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막대 하나를 평지에 세운 후, 그림자의 방향을 돌멩이 등을 통해 표시해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그림자를 확인해서 전에 표시한 부분과 현재의 그림자 사이에 선을 그으면 해가 움직이는 방향을 알 수 있다. 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쪽으로 움직이므로, 처음 표시해 둔 곳(A)과 나중에 표시한 곳(B)를 잇는 선의 A가 동쪽, B가 서쪽이 된다. 아주 정확하진 않아도 대략적인 방위를 잡을 수는 있다. 참고로 베어 그릴스가 종종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 당연하지만 현 위치가 계속 바뀌는 뗏목 위에서는 쓸 수 없다.
- ↑ 여기서 공기는 물에 잠겼거나, 화재로 연기에 갇혔을때 등을 상정하는 것이니 숨 쉬는데는 지장없는 무인도에서는 고려할 필요 없다.
- ↑ 농담으로 써 놨지만 꽤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섬이 작다면야 조금만 둘러봐도 금방 섬이고 아무도 안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꽤 규모가 크다면 골치아프다. 무인도인지 확인부터 한다고 줄창 걷다가 지칠대로 지치고 아무것도 대비하지 못해 그대로 죽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최소한 몸을 말리는 것 등을 우선시하고, 남은 시간 등을 잘 고려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탐사 및 SOS는 셀터, 물, 식량 다음으로 설명한다.
- ↑ 만약 무인도에 동굴이 있다면 다른 위험요소가 없는 한은 그 곳이 제일 살기 적합하다. 괜히 초기 인류가 동굴에서 산 것이 아니다.
- ↑ 물 속에 어떤 생물이 살고있는가를 보는 것이 제일 좋지만, 잘 모르는 기후의 섬이라면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 ↑ 여담으로 위 그림대로 만들면 가운데 모이는 담수도 증발되면서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니 구조를 잘 연구해서 만들어야 한다. 담수 모으는 통을 깊은 걸로 준비하거나 가운데의 돌을 두는 곳을 더 어둡게 만들거나 하면 된다. 또한 비닐은 튼튼하게 고정해야 비가 왔을 때 무너져버리거나 하는 일이 없다.
- ↑ 아침에 풀이나 바위에 이슬이 맺힌 것을 카드같은 걸로 긁어내 모으면 된다.
- ↑ 실제로 바다에서 표류하던 사람이 물고기로 연명했는데 처음엔 그냥 버리던 물고기 눈알을 나중에는 몸이 원해서 먹게 되었다고 한다.
- ↑ 다만 예전에 방송에서 실제로 멧돼지가 돌진할 때 우산을 펼쳐서 멧돼지가 돌진을 멈추게 하는 실험을 하여 성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완전히 신뢰할 방법이 아닌 것은 사실.
- ↑ 참고로 모기 눈알 스프는 박쥐의 배설물에서 소화되지 않은 모기 눈알을 모아서 만든 스프다. 즉 무인도에서 박쥐를 찾아야 하며, 그 경우엔 차라리 그 박쥐를 먹자.(...)
- ↑ 연기 때문에 벌집의 맛이 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맛 때문에 먹는 게 아니니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 ↑ 콜라병같은 유리병이 있다면 절대 깨트리지 말자. 그 자체로 물을 담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건 물론이고 볼록렌즈처럼 쓰면 불을 피우는 것이 엄청나게 편해진다.
- ↑ 대부분의 경우는 기포가 들어가서 얼기 때문에 투명도가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