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1 셰익스피어의 극본 The Merchant Of Venice(영어)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막 희극.샤일록 입장에서는 비극 1596년경의 작품. 1600년에 초판. 이탈리아의 옛날 이야기에서 취재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베니스'는 이탈리아 도시 베네치아영어식 이름이다. 그러니 원어를 고려하면 '베네치아의 상인'이 맞겠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이미 베니스로 굳어버려서.. 헷갈리지 말도록 하자.

2 줄거리

베네치아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포셔에게 구혼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가지고 있는 배를 담보로 하여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그리고 돈을 기한내로 갚을 수 없을 때에는 안토니오의 살들 중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증서를 써 준다.

포셔는 구혼자들[1]에게 금·은·납의 세 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기의 초상이 들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다.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 잡아 구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배가 돌아오지 않아 기한내로 대금을 갚지 못하게 되어 이에 샤일록과의 계약대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 때 남장을 한 포셔가 베네치아 법정의 재판관이 되서 안토니오, 바사니오, 샤일록을 놓고 재판을 벌인다. 포셔는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어 돈으로 빚을 받아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지만, 샤일록은 계약이 정당했음을 주장하고 끝까지 살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하고, 결국 포셔는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샤일록이 칼을 들고 안토니오에게 다가서면서 복수를 하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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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셔는 계약서에 오로지 '살'만 적혀있을 뿐 '피'는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다. 피를 안 받으면 되잖아샤일록은 어떻게 살만 도려내고 피는 빼앗지 않는게 가능하냐고 황당해하지만누운 상태에서 자르면 안되나?구운다음 잘라도 될거같은데 그냥 때를 밀어라포셔는 잘하라고 대답하고 샤일록은 궁지에 몰린다. 결국 샤일록은 안토니오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고 돈으로 받아가겠다고 하면서 물러나지만….

포셔는 "계략으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 자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을 꺼내서 샤일록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데. 결국 샤일록은 완전히 패소하여 재산을 몰수당하고 그리스도교로 개종할 것을 명령받는다. 그 후 안토니오의 배는 돌아오고 야반도주했던 샤일록의 딸 제시카도 애인 로렌조와 결혼한다.

3 이것저것

3.1 황당함

사실 이런저런 황당하고 우연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희극이다.샤일록 입장에서는 비극이지만. 웃으려고 보는 작품이므로 황당하고 우연적인 사건들은 '코미디'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3.2 1파운드의 살은 얼마?

1파운드는 그램으로 환산하면 약 450g. 스팸 작은 캔이 200g이니, 스팸 작은 캔 두개하고 1/4가량 되는 양이다.(스팸 고기와 사람 살의 밀도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여하튼 심장 근처의 살을 이만큼 내놓으라는 것은 사실상 목숨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3.3 경제적 이야기

베네치아빠인 시오노 나나미는 저서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리스크 분산의 개념도 모르는 안토니오는 대 베네치아 상인의 자격도 없다고 마구 깠다.(...)

현대판 탈무드를 쓴 유태인 랍비 마빈 토카이어는 이 책을 보고 "말도 안돼. 유태인이라면 등골을 휘어버릴 정도로 돈으로 빼먹지. 그 깟 살조각을 받아서 뭐하게?" 라면서 이 책을 비웃었다. 사실 현실의 사채업자들도 실제로 이런 식이다. 선단을 담보로 잡을 정도의 금액이라면 푼돈이 아니고 어마어마한 고액이다. 그런데 그 돈을 못갚으면 보통 응당 그 돈의 액수에 해당되는 뭔가를 저당잡고 말지, 누가 먹거나 팔 수도 없는 살 한덩이를 받을 이유는 하등 없다. 비슷한 경우로 신체포기각서를 이용하여 장기매매 같은 무시무시한 짓도 저지르는데, 장기는 최소한 수요라도 있지 살 조각은 정말 쓸 데 없다. 물론 그 시대엔 장기나 살조각이나 쓸데없긴 매한가지였겠지만 물론 샤일록이 안토니오때문에 곤란을 겪었으니[2] 정말 이 기회에 '법을 이용해' 안토니오를 죽여버리려고 그런 황당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3]

3.4 법률적 이야기

법적으로 이 작품을 보는 경우에는 민법상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관련해서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다. 애초에 살 1파운드를 제공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 신체포기각서가 무효인 것도 이와 같은 논리이다.

이 부분을 11년 9월 모의평가 법과사회 과목에서 출제한다. 선지 가운데 하나로 '샤일록은 선박에 대하여 유치권을 설정한 바 없습니다.'로 출제했는데 오답률이 매우 높았다. 유치권이 아니라 질권을 설정한 것. 엄밀히 말하자면 등기한 선박은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 배수량 20톤 이상의 선박은 토지건물과 마찬가지로 등기를 통해서 권리가 변동되기 때문에 질권이 아니라 저당권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건 법대에서 물권법시간에나 배우는 내용이고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그런거까지 안 다룬다.

다만 작중의 배경을 보면 현대 국가의 법으로 재단하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민법상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고 해봐야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인권 그딴거 다 갖다 버리는 계약의 수립, 인민재판, 종교재판 등이 횡행하던 중세르네상스 시기이고, 이 시기를 현대 법률국가의 법을 대어 판단하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4][5] 샤일록은 현대국가라면 오히려 보호받을 수 있었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였으며[6] 억지 논리의 희생양이 되었다.[7] 심지어 재판의 진행자는 진짜 판사도 아닌데다 안토니오의 친구 '바사니오의 약혼녀'로서 안토니오의 편인 포샤. 샤일록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완전 법정사기극이다.

3.5 샤일록과 반유대주의

로맨틱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감미로운 장면이 풍부한 희극이지만, 당시 런던 시민이 가지고 있던 증오심과 반유대 감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극에서 샤일록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비극적 인물로서 묘사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면 당시에는 "샤일록 개갞기!"라고 생각하게 되나, 나이가 들면 오히려 샤일록이 제일 불쌍하게 보인다. 원본 소설에서의 샤일록의 대접은 그지 비참하기 그지없다. 이쯤 되면 희극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 잘 읽다보면 주인공격인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침을 뱉고 멸시했다라는 구절도 나온다!. 괜히 샤일록이 안토니오를 싫어하는게 아니다.

결정적으로 침몰했다던 안토니오의 배는 멀쩡하게 돌아온다. 이거 사기 아닌가 샤일록이 좀 지나치게 행동하기도 했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1. 평소에 안토니오라는 작자는 나를 매우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혐오한다. 내가 그와 그의 주변인들에게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단지 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8]
2. 그런데 그 작자가 나에게 돈을 빌리러 왔다. 정당한 이유도 없이 신나게 모욕할땐 언제고 필요하니깐 사정하는 모양새가 더욱 아니꼽다[9].
3. 나는 이 때다 싶어 그에게 담보를 걸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한 내로 갚지 못했을 경우에만 유효한 계약이므로 분명 나는 그에게 50%라는 공정한 확률의 기회를 주었다. 갚지도 못하게 기한을 지극히 짧게 준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안토니오 본인이 호언장담한 기간에 맞춰주었으며 살인적인 이자를 붙인것은 더더욱 아니였다. 그리고 계약 불이행으로 생길 리스크에 대한 설명도 충실히 하는 등 법적으로 지킬 도리는 다 지켰다.
4. 배가 침몰했다! 골탕 좀 먹어봐라! 재판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시민의 권리로서 신청한 재판이다. 법에 없는 인민재판을 억지로 연 것이 아니다.
5. 그런데 갑자기 한 판사가 나타나더니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계약의 허점을 짚어내어 판결이 역전되었다.[10] 그렇게 빌려준 돈 눈 뜨고 떼인것도 서러운데, 뜬금없이 내 재산의 반을 몰수당한다. (재판에서 졌다고 재산 절반을 몰수하라는 것도 법이 있었나?) 더불어 한평생 가문 대대로 지키던 종교도 불합리한 이유로 개종하란다. (재판에서 졌다고 종교를 바꾸라는 것도 법이 있었나?)[11]
6. 그리고 침몰했다던 배는 다시 멀쩡히 돌아와서 안토니오 녀석은 희희낙락(...). 물론 조금이라도 갚아줄리는 없다.
7. 덤으로 금이야 옥이야 하던 내 딸은 아비가 이렇게 힘들때 위로는 못되어줄망정 그렇게 싫어하던 기독교도에게 넘어가 버린다...[12]

요약하자면 원수로부터 정당치 못한 모욕과 멸시를 받고 살았음에도, 그 원수와 비즈니스를 할 때는 그래도 철저한 원칙주의에 입각하여 자기 소임을 다하였으나 오히려 그로 인하여 한순간에 재산과 가정, 종교를 모두 박탈당한 불운한 존재인것이다. (물론 살 1파운드를 운운만 안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어찌 보면 참 불쌍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미국 학교에서 이 책에 대해 가르칠때는 당대의 인종차별주의의 희생자인 샤일록 및 그 당시 유럽 상황에 주목한다. 미국 본토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있으며 이들이 경제와 정치 및 여러가지를 꽉 좌우하기에 그렇단 소리도 맞지만 그 이전에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인종차별로 온갖 험한 일들을 겪은 역사가 있는지라 이런 인종 문제에 민감해서 그런 것도 있다. 둘다 정답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예전에 대부분은 이것을 '교훈용 동화'랍시고 샤일록을 더더욱 철저히 나쁜 녀석으로 각색하는 버전도 존재한다. 우선 안토니오와 샤일록을 생면부지의 인물로 만드는 것은 물론[13] 아예 시작부터 '샤일록 = 원래부터 이름난 개갞기'로 깔아놓고 시작하는 버전도 많다. 문제는 이런 버전들은 기이하게도 샤일록이 유대인이란 점은 꼭 짚고 넘어간다. 즉 주인공이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민족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워서 샤일록의 악역성을 더 강화하려고 한 것 같으나, 자칫하면 특정 민족을 멸시하는 인종차별 풍습을 어린 아이들에게 당연하다는듯이 인식시켜 버릴수도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래도 원본을 가지고 진지한 시점으로 접근한 작품도 아주 없진 않은데, 계명대학교 출판사에서 교양과목 교재로 낸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에 더 주목한다. 대사마다 각주를 달아 샤일록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며 반유대주의를 깐다. 2010년대 기준에 나오는 책에서는 샤일록의 입장을 옹호하는쪽으로 약간 수정이 됐지만..

3.6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이 골탕을 먹는 다는 내용상 반유대주의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강해서 나치가 신나게 자주 연극을 만들어 공연하곤 했다. 그런데 나치는 이것조차 일부 내용을 지우개질했다. 샤일록을 더더욱 사악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샤일록의 딸인 제시카가 로렌조와 결혼하는 결말에서, '유대인의 딸'이라는 이유로 제시카를 샤일록의 '양녀'로 바꾸어 버린 것. 나치 답다면 나치 답다.

참고로 당연하지만 당시 샤일록 역은 유대인이 아닌 독일인이 맡았다. 당시 샤일록을 맡은 독일인 연극배우인 베르너 크라우스(Werner Krauss,1884~1959)의 악역 연기가 너무나도 명연기라 2차대전이 끝나고 나치 부역 혐의으로 기소 당했다. 하지만 그는 "그 배역으로 최선을 다한 게 죄란 말이냐? 유태인을 까는 연극이 문제라면, 이걸 쓴 셰익스피어부터 무덤을 파고 기소하고 처벌해 보시지?"라면서 당당하게 맞섰다. 같은 시기에 활동중인 버나드 쇼도 이 재판에 대해 "악독한 정권을 향한 어리석은 복수심이 낳은 촌극"이라며 비난하고 "원작대로 제대로 연기한 게 호평해야지, 그걸 엉터리 복수심으로 얽매이는 것부터가 문제다. 그를 처벌한다면 정말로 셰익스피어 무덤도 파내고 그도 기소해야 하는거다!" 라며 크라우스를 옹호해 주었다. 그밖에도 많은 연극배우나 심지어 유태인 연극배우나 제작자들까지 "이건 아닌데....크라우스가 나치를 지지하던 것도 아니고 그는 나치에 대하여 입다물었지만 적어도 살려고 모른척했다고 그걸 죄를 삼을 수 없고 원래부터 그런 배역이니 크라우스 본인을 뭐라고 할 수 없다."며 옹호하거나 적어도 비난하지 않았다. 게다가 같은 연극에 나온 다른 배우들도 아니 그럼 우리들도 나치 연극에 나왔으니 처벌하겠네? 그저 명연기를 했다고 그를 비난해? 셰익스피어랑 우리도 처벌해봐라! 시위까지 벌였다.

결국 나치에게 조금 동조했다는 어거지 명목으로 약간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그치며 풀려나온 해프닝이 있다. 그마저도 벌금은 여러 사람들이 모금해서 냈다고.. 크라우스는 재판이 끝난 1948년 이후 한동안 배우 활동이 중단되었으나 1950년대 이후 다시 복귀하여 죽을때까지 남은 평생도 배우로 활동했고, 이에 전후 독일 연극계를 수호하는데 이바지한 공로로 생전에 수차례 독일 정부에 의해 상을 받기도 했으며 제대로 천수를 누리다 갔다. 출처는 1993년 4월 4일자 뉴욕 타임즈 예술부문 기사

3.7 오스만 제국

오스만 제국 빠에게는 반가운 동시에 의외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작중에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쉴레이만 대제가 등장하기도 한다. 다만 배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모로코 왕이 포셔에게 청혼할 때 한번 언급. 대사를 보면 마음에 든 여자에게 스스로를 과시하는 내용이라 할 만 한데, 원문은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상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시오. 나의 운명을 시험헤 봅시다. 이 반월도(半月刀)에 걸고. 터키 왕 솔리만[14]을 세 번이나 물리쳤다는 그 페르시아 왕과 왕자를 살해한[15] 이 검에 걸고 맹세하지요. 나는 아무리 무섭게 노려보는 눈초리를 만나도 대적하리다. 나는 아무리 용맹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도전하리다. 젖을 빠는 아기곰을 어미곰의 품에서 떼어 놓겠소. 먹이를 달라고 으르렁대는 사자라도 조롱하고 경멸하겠소. 당신을 내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면 말이오.'

당시로서는 오스만 제국과 그다지 이해관계가 없던 영국의 작가가 쓴 희극에 오스만 제국이 긍정적으로등장인물의 경험치 셔틀의 경험치 셔틀로 등장한다는 이유로, 당시 오스만 제국의 위엄(?)이 전 유럽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16]. 여담으로, 금 상자를 열고 떠나가는 모로코 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포셔가 한 말이 그야말로 인종차별. '피부색이 저런 사람은 모두 저렇게 선택했으면 좋겠다'

4 미디어

여담이지만 탈무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며 전체적으로 베니스의 상인과 내용이 유사하다.
줄거리는 부잣집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간 후에 돈을 막 써서 알거지가 되자 장사라도 해볼려고 아버지랑 옛날에 장사했던 사람을 찾아가서 돈을 빌리는데 대신 못갚으면 심장에 가까운 살을 베어내야 한다는 각서를 썼는데 알고보니 사실 그 사람은 아버지와 친구가 아니라 오히려 원수지간이어서 이런 각서를 쓰게 한 것. 결국 못 갚아서 위기에 처했을 때 가난하다고 무시했던 친구가 피에 대한 언급을 해서 친구를 도와주었다는 내용. 또는 재판관의 딸이 변호사로 변장했다고 하는 버전도 있다.

한국에도 은근히 헛갈리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이춘풍전. 다만 이쪽은 이미 결혼한 남자의 헛짓을 아내가 뒷수습하는 내용이고 조선과 베네치아의 차이 때문에 전개는 상당히 다른데, 머릿속에서는 잘 섞이는게 묘미이다. 마당놀이 등을 현대적으로 개작할 때 은근히 같이 섞어서 스토리를 짜기도 하고, 반면에 이춘풍전 자체가 조선시대 소설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부인의 남편 갱생기이기 때문에 베니스의 상인을 이춘풍전 식으로 손보기도 한다.

1파운드의 때를 밀었으면 어땠을까? 베니스엔 이태리 타올이 없었나보다

하지만 생략삼단논법이 출동하면 어떨까!

4.1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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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아이언스, 알 파치노, 린 콜린스, 조지프 파인스 주연.

흥미로운 점은 유태인을 배척하던 당시의 시대상을 조금 언급하고, 주인공들의 성격을 개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샤일록의 편에서 공감하게 되는 점. 바사니오는 어떻게든 부자집 딸을 꼬셔서 성공하려는 찌질이, 안토니오는 바사니오를 흠모하는 동성애자로 부각된다.

불쌍한건 돈도 잃고 딸도 꼬드김을 당하고 신앙까지 빼앗겨야 하는 샤일록이다. 할리우드에 유대인계가 많다는 증거. 마지막 장면쯤에서 유대회당의 문이 샤일록 눈앞에서 닫히는 것도 안습한 장면 중에 하나.

4.2 마비노기의 15번째 제네레이션

마비노기의 G15가 베니스의 상인을 각색 하여 만들어졌다. 대체 어디가 샤일록이 상당히 냉정하게 표현됨과 동시에 불쌍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모리안의 뒤통수에 여러 번 당한 밀레시안들은 선택지에 따라 NPC들의 뒤통수를 거하게 칠 수 있게 되었다(...)[17]. 그런데 NPC들을 도와주는 편이 뒷맛이 깔끔해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도와줄때 얻을수 있는 타이틀도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 도와줬을때 얻는 타이틀은 다 같이 행복한, 설명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반면에 NPC들을 도와주지 않고 통수를 치는 선택지를 고르면 혼자서도 잘 노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설명은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사는 거 아니겠어. 다만 사람들말에 의하면 '혼자서도 잘 노는' 이 효과가 훨씬 좋다고. [18]

  1. 모로코의 술탄, 아라곤의 영주, 바사니오. 덧붙여 여기에서 '아라곤 영주' 는 '아라곤 왕자(Prince of Aragon)' 의 오역이 아닌가 의심된다. 셰익스피어가 살았을 시대의 아라곤은 나라 이름(카스티야 왕국과 동군연합)이었지, 영지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
  2. 평소 안토니오가 샤일록 욕을 좀 했고 안토니오때문에 가격도 높게 받지 못했다고 한다.
  3. 심장 근처의 살 1파운드를 내주면 죽는거나 다름없는데다가 포사도 고의로 그랬다고 판단해 판결을 내렸다. 충분히 이런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4. 일례로 중세나 근세의 경우 전쟁이 터지면 적대국의 사신외교관을 죽이는 것이 기본적 수순이었는데, 근대, 현대의 경우 선전포고를 한다 해서 외교관을 죽이는 일은 없다. 당장 제2차 세계대전진주만 공습을 당한 미국도 일본 제국의 외교관을 죽이진 않았다. 현대에 아무리 적대국일지라도 외교관을 죽이는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며 야만적 행위이지만, 이러한 인식을 중세에 대어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5. 심지어 산업혁명시기에도 아동의 노동이나 극렬한 노동력 착취, 인신매매 등 민법상 반 사회적인 계약이 횡행했다. 미국에는 19세기까지 노예가 있었다.
  6. 아무리 고리의 사채라도 법정 최대이자까지는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
  7. 상식적으로 살은 '고기'인데 고기에는 핏물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피를 더 가져가는 것이라면 몰라도 살에 자연적으로 포함된 피는 계약상 샤일록의 것이 맞다.
  8. 다만 샤일록이 돈을 밝히긴 한데 샤일록 직업상 돈 밝히지 않는게 이상한 직업이다.
  9. 실제로 제 1장 제 1막에서 돈을 빌려주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할 때의 장면을 보면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 샤일록의 대사 가운데에는 '현관에서 들개를 걷어차듯 나한테 포악했던 당신이 "돈 빌려 주라" 라고 말하니 말씀입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이렇게 말하는 게 어떻겠소? "나으리께서는 지난 수요일에 저에게 침을 뱉으셨고. 또 어느 때에는 저를 들개라고 부르셨는데, 그 답례로 저는 나으리께 거금을 융통해 드리겠나이다"' 라는 것도 있다.
  10. 정확히는 계약의 허점이 아니라 억지트집에 가깝다. 핏기없는 살이 존재하는가? 저 살이라는 부분에서 이미 피는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정 안되면 안가져가면 된다. 계약에서는 피를 가져간다는 내용이 없는거지 흘리게하면 안된다는 내용은 없었다. 즉, 피를 안토니오에게 다시 가져가라고하면 그만이다.
  11. 그런데 그 시대로 보면 차라리 개종 요구는 가장 나을지도 모른다. 샤일록=개객끼로 낙인찍힌 이상 유대인임을 유지하면 안그래도 유대인=개객끼 등식에 샤일록=개객끼 등식까지 겹치면 샤일록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왔다갔다 하다가 재수없으면 죽고 운좋게 살아도 눈총받으며 살거나 베니스를 떠나야 할수도 있다. 샤일록으로서는 기분 더럽겠지만 개종해서 기독교인이 되면 적어도 같은 기독교인인 만큼 욕은 덜먹게 된다. 법이 말도 안되기는 하지만 샤일록이 계속 베니스에서 살려면 이쪽이 최선이긴 하다.
  12. 물론 딸이 애초부터 아버지를 좀 싫어하긴 했고 그 기독교인을 좋아하고 있었다. 타이밍 문제일뿐 어차피 넘어가는건 시간문제였다.
  13. 따라서 샤일록은 생면부지의 안토니오에게 이런 과격한 조건을 쉽게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개차반인 것으로 묘사될 수 있다.
  14. 오스만 제국의 황제 쉴레이만.
  15. 실제로 쉴레이만은 페르시아의 사파비 제국을 세 차례나 친히 공격했지만, 페르시아 측의 청야전술로 인해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페르시아 쪽에서 보면 승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사파비 제국의 황제였던 타흐마스프 1세는 천수를 누렸다.
  16.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물론 피해야 하지만, 당시 오스만 제국이 유럽의 초강대국이었던 것은 사실. 당시 유럽의 외교무대에서 오스만 제국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투르크' 가 한번 마음먹고 군대를 일으키면 유럽인들의 눈은 몽땅 그곳에 쏠리는 상황이었다.
  17. 근데 막판에 모리안한테 또 뒤통수 맞는다
  18. "다 같이 행복한"은 의지 +20 행운 +20이고, "혼자서도 잘 노는"은 최대 스태미나 +10 방어 +5이다. 그럴바엔 헤비아머 마스터를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