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인민재판의 본래 의의는 바로 인민들이 사법체계의 보호를 받는 데에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보다 엄밀하고 공정한 판단을 위해 사법체계가 발전하는 만큼 그 반대급부로 전문적이어지고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소송을 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을 비롯한 비용이 들게 된다. 그래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고 승소하여 받을 보상이 크지 않을 경우 소송비용이 더 커져서 아예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인민재판은 이러한 장벽을 없애고 누구나 손쉽게 사법체계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의도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람 사는 세상이 워낙 복잡하고 요지경이니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쉽게 소를 제기하고 재판을 받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중국이나 북한도 여러 가지로 사법체계를 정비하고 전문화시켜서 오늘날 중국이나 북한의 인민재판은 본래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인민재판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사법절차를 지향하다 보니 그만큼 여론재판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은 데다가 사회주의 혁명 시기에는 그저 자본가를 타도하자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표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인민재판은 2의 설명을 볼 것.
1.1 중국에서
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법원인 인민법원에서 행하는 재판.
다른 법치국가와 비슷한 형태의 재판을 실시한다. 구체적으로는 공안기관 및 인민검찰과 인민법원이 법률에 의거하여 형사, 민사, 행정재판을 실시하며, 형사재판만 2심제를 채택하고, 나머지 재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3심제이다. 한국과 대만처럼 대륙법을[2]채택했기에 국내 법원의 재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형법의 경우 형량이 민주주의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높은 편이고 사형을 당할 수 있는 경우의 수 또한 많아서(…) 엄혹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는 마약을 소지했을 경우 징역(그나마 집행유예가 많이 뜬다)형으로 끝이지만[3], 아편전쟁의 트라우마가 있는 중국에서는 사형까지도 당할 수 있다.
1.2 북한에서
북한에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법원을 인민재판소라고 부른다. 민사 소송이나 이혼 소송같은것이 지역 인민재판소에서 행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은 2심제를 택하고 있으며 지방에 다양한 형태의 하급 재판소가 있고 그위에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가 있다. 다른 나라의 재판과 마찬가지로 판사, 검사, 변호사가 있고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가 사건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린다. 한국에서는 인민재판소가 공포의 대명사로 통하기 때문에 무시무시하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그냥 지방법원과 다를바 없는 경우가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금전 관련 재판이라던가,[4] 민사 소송이라던가, 이혼 소송이라던가 하는것은 대부분 지역 인민재판소에서 행해진다.
하지만 시국사건 내지는 권력관계와 얽힌 사건이 되면 골치아파진다. 일단 판사, 검사, 변호사까지 있지만 형식적인 부분이고 일단 죄를 지었다고 의심되면 다른 것 없이 유죄로 직행한다. 변호사가 있지만 무죄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유죄를 인정하라고 설득한다고 한다. 변호사 따위는 장식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몰라요 탈북자의 수기를 보면 이런 경우 들어가는 교화소는 정치범수용소보다 약간 나은 정도로 혹독한 환경이라 몇개월이라도 교화소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폐인이 된다. 다만 일반 교화소는 그정도는 아니고 그냥 북한과 소득수준이 비슷한 제3세계 교도소 수준.
휴전선 부근의 부대에는 이보다 더 정도가 심한 '동지재판'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는 국가반역죄를 지었거나, 남한으로 도주하려다 잡힌 군인에게 처하는 형벌로서, 같이 복무하던 '동지'들이 총을 쏘거나, 총검으로 찔러서 처형하는 재판이다.기사
2 제대로 된 절차나 규칙 없이 내리는 즉결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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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aroo court
1의 의미를 비꼰 것으로 제대로 된 절차나 규칙 없이 무작위로 내리는 즉결재판을 뜻한다. 말만 재판이지 사실 형식만 있는 형벌이다(...)
2.1 역사 속에서
2.1.1 한국전쟁에서
한국전쟁 당시에 북한이 실시한 것으로 유명했던 재판의 형식. 우리나라에서만 행해졌던 것은 아니다. 원래 중국의 인민재판에서 유래했으나 인민이란 말이 공산국가에서나 사용하는 말로 인식되면서 의미가 변질되었다.
말 그대로 인민에 의한 재판. 주된 기소 대상은 지주계급(부르주아), 지주계급에 빌붙어 인민을 세뇌시키고 풍기를 어지럽혔다는 병신같은 논리로 지식인과 문화예술인[5]들을 심판했으며 공산당원이 참관하여 인민들이 배심원이 되어 판결을 내린다.
그런데 너도나도 고발이 가능하고, 어떻게든 사람들을 선동해서 판결을 이끌어 내면 그만이기 때문에 결과가 과격한 경우가 매우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공산당에서 이미 인민재판의 결과를 다 정해놓고, 재판 당일에는 선동하는 사람까지 동원해서 공산당이 정한 사람이 죽도록 일부러 재판을 조작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니 이미 이 시점에서 재판의 이름을 걸기만 하고 그냥 형벌을 집행한다고 볼 수준이다.
당연하게도 인민재판을 받는 사람은 몸 성하게 나가는 경우는 진짜로 행운몰빵한 경우거나 공산당이 선동해도 사람들이 거부할 정도로 인덕이 높고 평소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살아서 적이 없는 대단한 경우라는 극소수의 사례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보통 인민재판에 회부되면 기본적으로 유죄판결을 받는데다가 죄질에 비해 형벌이 가혹해서 죽도록 때리던가, 실제로 죽이던가. 재산 몰수는 기본에, 심지어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수습해주는 사람까지도 동조했다는 죄를 덮어쓰는 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사상대립이 격화되면서 점점 무고한 사람들을 밀고하여 죽여버리는, 마녀재판과도 같은 것으로 변질된다. 굳이 지주나 부유층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을 고발하거나, 왠지 누군가를 고발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공포 분위기에 엄한 사람을 고발하기도 했다. 사실상 공산주의에서 반동분자로 분류되는 지식인층이나 종교인들은 무고하게 죽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이에 대해서는 팔봉 김기진이 인민재판을 당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을 기록으로 남겼고, 훗날 이를 재구성한 이야기에 자세히 드러나 있다.## 또는 자기가 고발했다가 역고발크리로 자기가 죽는 경우도(...)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나 홍위병 시절을 그린 매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일제에 빌붙어 부당한 이득을 챙긴 친일파에 대한 처형은 소가 뒷걸음치다 쥐잡는 격이었고 인민재판자체도 친일청산이 목적이 아닌 반동분자를 척살하기 위한 공포정치의 산물이었다.[6] 어차피 공산당의 집권에 대항마가 되는 능력을 가진 세력은 싸그리 잡아죽이다 보니 친일파도 때려잡게 된 것. 설사 개중에 친일파를 처벌했다 치더라도 그 절차에 공정성이 없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같은 친일파라도 누구는 인민재판으로 처형당하고 누구는 공산당원이 되어[7] 인민재판을 진행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인민재판에 회부된 사람들중에 악덕지주들도 있었다 해도 그 절차가 과연 공정했는가, 처분이 적절했는가에 의문이 남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한국에서 공무원이나 경찰직에 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반동분자로 몰려 증거도 없이 고문에 의한 자백과 거짓증언을 통해서 즉각적으로 심판을 내렸다. 그야말로 중우정치의 극악이자 야만의 극치였다.
결국 북한에서 행해졌던[8] 인민재판은 결국 내부밀고를 통한 공포정치의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민재판은 혁명기에 터져나오는 자연발생적이지만 극좌적 오류로 지적된다. 길게는 프랑스혁명 시기에도 비슷한 재판이 존재했으며, 1848년, 1917년의 혁명때도 이러한 것이 존재했다. 하지만 소련 건국 이후에는 이러한 사건이 병크임을 인식하고 철저하게 금지했다.
참고로 한국전쟁때 인민재판의 실태를 알게 된 스탈린이 김일성 동지는 대체 이런 짓을 그냥 보고만 있는것인가. 뭘 하고 있는가. 당장 이를 중지시켜라.라고 격노딥빡침했다고 한다.[9] 인간백정주제에... 백정왕조차 경악시키는 혹부리의 위엄 근데 스탈린도 다를거 없잖아 전문 관료 같은 걸 안 끼얹어서 그런가?[10]
스탈린의 성격상 당연히 사람 죽인 걸 가지고 미친짓이라고 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대숙청으로 수백~수천만을 죽인 그로써도 김일성의 인민재판은 스스로 실패를 재촉하는 짓이었으므로 이에 반대한 것이다. 자고로 어떤 혁명이든지 성공하려면 현지인들의 인심을 얻는 것이 중요한데, 김일성이 벌인 인민재판은 인심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오는 인심을 차버리는 짓거리였다. 더군다나 스탈린은 러시아 혁명에서 활약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김일성의 어리석은 행동이 더더욱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단 절취선 드립으로 끝날게 아니라, 원래 스탈린은 볼셰비키 당 관료들 사이에 일하면서 그 관료들을 중심으로 권력에 올랐으며, 대숙청 또한 표명상으로는 법적인 절차와 형식이 갖추어진 사법살인에 가깝지 북한, 중국 식의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와 즉결처분하는 일은 없었다. 이건 혁명과 소련 정권 초기, 즉 스탈린 이전에 있었던 일이며, 이를 두고 슬라보예 지젝이 하는 말이 레닌 정권과 스탈린 정권의 폭력성의 차이를 두고 공개성과 비밀성이라 논한 것이다.
2.2 창작물에서
- 상당수의 사회주의 비판 창작물, 남한에서 출판된 반공동화 및 정부 간행물로 나온 반공서적 등. 북한군의 잔혹성을 강조하기 위해 형집행묘사에서 잔인함을 두각시키기도 한다. 기둥에 묶인 반공인사 머리를 도끼로 쪼개서(!) 죽인다는식으로 상세히 서술한다거나.
- 다크 나이트 라이즈 - 베인의 폭도들이 지배하는 무정부상태가 된 고담에서 조너선 크레인이 인민재판에서 판사 행세를 하며 고담에서 잘나가는 자들 중 자기들 맘에 안드는 자들을 골라다가 "사형 혹은 추방"을 선고한다. 여기서 추방은 얇은 얼음이 낀 강을 건너게 하는 것으로 절대로 생존할 수 없고, 사형도 또한 '추방에 의한 사형'으로 얼음강을 걷게해 죽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뭘 선택하든 강에 빠져 죽는다.
답정너 - 앵무새 죽이기 - 흑인 톰 로빈슨은 억울하게 백인 여자를 강간했다는 누명을 쓴다.
- 원피스 - 세계정부의 에니에스 로비에서 인민재판을 실시한다.
- 국민사형투표 - 일련의 집단이 휴대폰으로 여론을 모아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난 악당들을 사형시키는 사건을 다루는 만화. 본질적으로 따져서 이들이 하는 행위는 인민재판과 다를게 없다. 지금이야 악당들을 죽인다지만 진짜 누명을 쓴 사람이라면 어쩔 것인가?
- 패왕별희 - 중화 인민공화국 창립된 이후, 체포된 반동세력을 군중집회로 민중을 선동, 사형 판결을 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 서울 1945 - 인민군이 서울을 접수하고 인민재판을 실시하여, 주인공 최운혁(류수영)이 은인 이인평(최종원)을 친일파 및 악질지주를 기소하는 검사로 나오지만, 최운혁은 자신의 학비를 대준 은인인 이인평을 살리기 위해 이인평이 독립운동에 비밀리에 자금을 댔다는 사실을 집회에서 대중들에게 이야기하여, 목숨만은 부지하게 한다.
- 인천상륙작전(영화) - 북한군의 영역 안에서 탈출하려는 한/미부대원 및 연관된 사람을 사살한 후 방치하거나 나무에 매달아 놓는 등의 행위를 제대로 보여준다.
3 인터넷상에서의 인민재판
대부분의 웹사이트와 커뮤니티에 해당된다.
인터넷상에서 불특정다수가 소수를 괴롭히는 행위. 인터넷 커뮤니티나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들은 집단적 광기와 자신의 도덕적 우월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사실 확인 이전에 빠르게 퍼져가는 소문, 반대자에 대한 배척등 인민재판의 모든 요소를을 포함하고 있는 완벽한 공간이다. 현행법상 개인정보 유포죄,명예훼손죄,모욕죄정도로만 규제할 수 있으나 요건이 까다롭기에 처벌이 어려우며, 집단괴롭힘과는 달리 괴롭히는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정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당하고도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사용시간과 사고의 의존도 증가에 따라 그 양상은 더 심해져가고 있다.
3.1 사례
- 클라라사건
- 채선당 임산부 사건
- 세 모자 성폭행 조작 사건
- 이태임·김예원 욕설 사건
- 류준열 일베 유저 논란
- 충청도의 힘 대사논란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