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 연기

Method acting

1 정의

배우와 등장인물 간의 일체화. 배역을 맡은 배우가 해당 배역에 몰입하여 연기력에 중점을 두는 기법을 말한다.

원작이 있는 때, 그 원작을 읽기를 기본으로 하여 충실히 재연하며, 오리지널 각본인 땐 각본 전반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며, 맡은 배역이 장애 혹은 특정직업을 가진 때, 일부러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생활하거나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생으로 해당 직업을 경험해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도가 메소드(Method) 연기법이다.

흔한 오해로 메소드 연기야 말로 궁극의 연기법이라고 생각하는데 메소드 연기법은 그저 수많은 연기법 중 하나다. 말하자면 해당 배역과 일체화하지 않고도 맡은 역할을 기가 막힌 수준으로 연기(演技)할 수 있다.

Marlon-Brando-practicing-his-wheelchair-technique-for-his-role-as-a-disabled-veteran-in-the-movie-The-Men.jpg 사진은 영화 《맨》(1950)에서 신체가 마비된 군인을 연기하는 말론 브란도. 그는 촬영하지 않을 때도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즉, 상황이 주어지면 이것을 배우가 판단해 행동하지 않고 해당 인물이라면 어떤 표정, 어떤 어조, 어떤 행동하였을지 생각하여 하는 연기하로서 배우가 한 경험이 요소라서 애드리브성도 어느 정도 띤다. 일례로 말론 브란도는 《대부》에서 자신의 돈 콜레오네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관객에게 제대로 된 첫인상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고민했고 당시 촬영장에선 편지 뜯는 칼을 만지작거린다거나 시가를 핀다거나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말론은 비토 콜레오네이미지가 배후에서 정재계를 주름잡는 《스펙터(007 시리즈)》의 블로펠드흑막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고양이를 안고서 쓰다듬는 방법을 즉석에서 선택했다. 원래 이 설정은 대본엔 없던 애드리브였지만, 오늘날까지 애드리브의 좋은 예라고 회자되는 사례이다.

2 역사

고증에 집착하는 영화감독들의 부산물이라고 와전되었으나 실제론 러시아/소련의 연극배우 겸 연출가인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신의 극단에 보급했고 말론 브란도로 대표되는 연극계 출신 영화배우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이용해 연기파 배우로 알려지게 되면서 유명해진다.

예일대 출신의 엘리트 영화감독이었지만, 매카시즘 시절 사회주의 노선을 택한 여타 영화감독배우존 에드거 후버에게 밀고하는 바람에 할리우드에서 영구제명된 비운의 천재 영화감독 엘리아 카잔이, 1951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말론 브란도의 메소드 연기에 관심한 후, 스타니슬랍스키의 매뉴얼을 미국식으로 배열해 자신이 세운 액터스 스튜디오의 전용 연출 기법으로 삼은 것이 할리우드 영화사의 유래이다. 그후 엘리아 카잔은 《워터프론트》, 《에덴의 동쪽》, 《초원의 빛》 등 굵직한 명작을 여러 편 감독하지만, Snitch란 오명을 씻을 수 없었고 북미와 북유럽 사람들은 이런 부분엔 민감해서 할리우드에서 영구히 제명됐다.(…)

액터스 스튜디오는 말론 브란도 이후 제임스 딘, 폴 뉴먼, 워렌 비티, 마를린 먼로, 나탈리 우드 등을 배출하면서 연기파 신인의 요람으로 불리게 되었고 그 후 프랑스의 거장이 된 장 뤽 고다르와 프랑수와 트뤼포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채용하여 세계에 보급된다.

3 문제점

"Why don't you just try acting?"

"그냥 연기해 보는 건 어떤가?"
- 로렌스 올리비에, 《마라톤 맨》 촬영 중 밤새고 촬영에 임한 더스틴 호프먼에게[1]

메소드 연기의 최대 문제점 두 가지는 시간스트레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메소드 연기법로써 연기하는 배우는 다작이 불가능하다. 유명한 메소드 연기법으로써 연기하는 배우치고 작품 수가 100편 넘는 배우가 거의 없다.[2]

그리고 메소드 연기법이란 단어를 워낙 사람들이 남용하니 메소드 연기법이 연기 방식 최고봉인 양 인식되기도 하는데 메소드 연기법과 거리를 두는 명배우들도 많다. 영국 연극계가 대부분 그러한데 낭만파 대표 작가 셰익스피어를 반드시 거치는 영국 연극계의 특성상 메소드 연기법으로써 그 수많은 대사를 접근하려면 대사를 소화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셰익스피어를 처음 배울 때 감정으로 접근하려다가 그 많은 대사에 배우가 먹히는 현상을 보이는데 셰익스피어는 말의 기교를 이용하여 운율로, 배우가 대사를 먹어야 한다.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고대 그리스 희비극이나 셰익스피어에서는 운율이 첫째고 감정이 둘째다. 오랜 발성 훈련과 화술을 깊이 이해하지 않고는 낭만파 희곡 자체를 다룰 수가 없고 그것은 현대극에서도 당연히 이어지는 문제이다. 1850년대 헨리크 입센으로 시작되는 현대극에서는 대사가 날마다 늘 하는 말과 비슷해지기에 메소드 연기법이 적절한 답안일 수 있으나 그 전 시대 연극의 대사는 길이가 매우 길어 운율과 발성을 살리는 기교다운 면이 매우 중요하다. 연극과 밀접히 관련하면서 성장한 대한민국 40대에서 50대 방송국 프로듀서나 영화감독은, 배우가 꾸준히 훈련했고 연기에 진지하게 접근했는지, 외모와 끼만 믿고 연기한다고 깝치는지, 최악으로 예술혼만 있고 뇌가 없는지 구분하는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이러한 사조를 시켜보기도 하니 이쪽 지망생이라면 무조건 "메소드 연기 킹왕짱"만 외치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국가의 자존심 문제도 있다. 수많은 명작 각본을 쓴 안톤 체호프와 메소드 연기법을 창시한 스타니슬라브스키는 파트너 관계로 러시아의 연극의 한 기둥을 이루면서 영국 연극계는 셰익스피어를 중심으로 한 기둥을 이루는데 각국 조상들이 물려 준 문화상 가치가 워낙 크니 타국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그것을 대표할 정도로 특징이 잘 나타난 예로는 영국의 전설 같은 연극배우 로렌스 올리비에도 메소드 연기법에 반감을 품었고 니콜라스 케이지도 데뷔 초엔 메소드 연기법을 따라가려 하나 후에 연기를 깊이 익히고서는 "메소드 연기자와 정신분열증 환자는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말론 브란도, 제임스 딘 등 불후하는 배우들이 채용한 연기법으로 한동안 그 입지를 공고히 했으나 요즈음에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닌 캐릭터와 어투를 큰 변화 없이 다양한 배역에 그대로 적용하여 연기 방식으로 흐름이 바뀌고 상황이나 배역에 따라 고전극, 낭만극, 현대극에 이르는 다양한 메소드다운, 전통다운, 현대다운 연기 방식이 조금씩 다양히 혼용된다.

요약하면, 배역과 일체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배역 본연의 모습이 흐려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배역에 몰입한 배우의 연기나 이미지가 실제 극 중 배역의 이미지와 약간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을 대상으로 한 객관에 기초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연기라는 분야의 모호성이자 예술성이기도 하다.

3.1 시간 문제

배역에 몰입한다는 점은 바꾸어 말하면 몰입하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데 신출내기 영화감독들은 배우들에게 극 완성도를 목적해 메소드 연기법을 요구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지연되는 촬영 스케줄 책임을 배우에게 전가한다. 물론 반대로 얼굴만 믿는 일부 발연기 배우들이 메소드 연기법을 하려는데 영화감독이 재촉해 잘 연기되지 않는다면서 영화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는데...요즘 그런 핑계대는 영화배우가 있을 수 있을까? 상술했듯이 메소드 연기법으로 유명한 영화배우들 중엔 다작을 연기한 배우가 많이 없다.

3.2 스트레스 문제

배우와 배우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이 최래된다.

진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나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명영화감독이 신출내기 촬영 스탭을 갈구거나 신인 영화배우들을 갈궈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있다. 단순한 스트레스 상황 해소가 아니라 진정으로 연기하려는 프로 의식 표출이라서 딱히 제지하기도 어렵고 이런 일을 벌일 정도의 위치에 선 사람은 대영화배우나 명영화감독이라서 내리갈굼이 터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3.3 주객전도

과도히 몰입한 나머지 배우가 배역에게 잡혀 먹히는 일이 나온다. 즉 배우가 캐릭터에 너무 몰입한 탓에 사고방식과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그것을 대표할 정도로 전형이 될 만하거나 특징이 있는 예로는, 팀 버튼의 《배트맨》에서 조커를 담당한 잭 니콜슨의 일이다. 이전부터 광기 어린 배역들을 연기해 오던 잭 니콜슨은 조커의 광기를 은막으로 옮기던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됐고 신들린 연기를 보인 대신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약 2년간 유전하면서 익명으로 정신을 상담받아 박살난 정신줄을 겨우 가다듬었다. 배트맨 촬영장에서는 온갖 히스테리를 부려[3] 하루 만에 그만두는 보조 연출자들이 열 명 넘게 나오기도 했다.

뮤지컬 배우 김보경은 어둡고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맡으면 쉬이 우울해지고 평소에도 그렇게 보였다. 특히 김보경의 인생 배역이라 평가받는 《미스 사이공》의 킴을 할 때는 너무 몰입한 탓인지 스스로 깊은 굴로 빠져드는 듯했단다. 전쟁 고아에 연인과 생이별하고 아들을 지킬 목적에서라지만, 사람을 죽이고 겨우 만난 연인은 결혼해 아내가 있고 결국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자 자살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그럴 법하다. 비련의 여주인공 이미지 이외의 배역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단다. 그러나 김보경의 또 다른 인생 배역인, 《위키드》의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글린다를 맡으면서 오히려 밝아졌단다. 이런 면에서는 장점일지도?

유명한 영화배우 최민식도 메소드 기법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는데 《악마를 보았다》에서 살인마역을 맡았을 때 너무 몰입하면 자기는 지금 구치소에 있어야 된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고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반가워하면서 "아이구~ 어디 최 씨야?" 라며 물을 때 처음에는 웃으면서 대답했는데 맡던 배역 때문인지 갑자기 속으로 '그런데 이 XX, 왜 처음 보면서 반말이지?' 하고 좋지 않은 생각이 들기에 '이번에는 너무 몰입하면 안 되겠구나' 했단다. 그 후로는 메소드 연기 방식으로 하는 연기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듯하다.

3.4 팀워크 붕괴

영화 제작은 수많은 인원과 돈이 투입되어 공동으로 하는 작업인데 배우가 메소드 연기법에 몰두해 팀워크를 해하거나 심지어 영화 자체를 자신의 원맨 쇼로 만들 위험이 있다.

예컨대 영화감독이 영화배우의 재량을 최대한 허용하기보다 엄격히 통제하기를 좋아하는 때 문제가 발생하는데 앨프리드 히치콕프랑수아 트뤼포와의 대담에서 "폴 뉴먼은 감자 푸대를 앞에 놓고도 뭔가 심각히 노려본다."라고 불만했고 하워드 혹스는 "몽고메리 클리프트붉은 강에서 메소드 연기법으로써 연기하려고 해서, 존 웨인과 내가 주의를 줬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시나리오에 의존하지 않고 즉흥 연기를 선호하는 로버트 알트만이나 비전문 배우를 선호하는 로베르 브레송같은 사람들도 메소드 연기법으로써 연가하는 배우와는 궁합이 안 맞는다.

또한, 같이 공연한 배우의 연기 패턴이 다를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나카다이 타츠야할복 촬영 당시, 같이 연기하던 선배 배우 미쿠니 렌타로와 발성법을 두고 논쟁하자 영화감독 고바야시 마사키 가 "너희끼리 의견이 마칠 때까지 촬영은 쉰다."라고 말하고서 전원 철수했다가 다음날 재촬영했단다. (이 일화를 공개한 나카다이 타츠야는 "스튜디오의 전성기였던 60년대였으니 가능했지, 지금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화감독 에드워드 드미트릭은 배우들의 다른 연기 패턴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글렌 포드는 프로다. 그 남자는 집에서 대본을 철저히 분석하고서 촬영장에 온다. 그 남자가 하는 연기는 처음 촬영할 때 가장 좋은데 말론 브란도는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 자신도 모른다. 캐스팅 감독은 내게 '브란도는 처음 70번은 당신은 실망하게 할 수도 있지만, 71번째에 기적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문제는 71번째 촬영에서 포드는 녹초가 된다는 거다."

결국 메소드 연기법이든 아니든, 감독, 공연하는 배우, 작품 성격 등과 조화로울 때 좋은 영화가 나온다.

4 드니로 어프로치

드니로 어프로치도 메소드 연기법의 일종이다. 항목참조.

5 트리비아

  • 헐리우드는 각본 유출을 막고자 배우에게 각본을 주지 않고 담당할 배역을 뭉뚱그려 설명하고서 일을 맡지 정했는데 메소드 연기법이 보급되면서 각본이 제공되었다.
  • 일본성우업계에서는 큰 명성을 얻은 성우 상당수가 메소드 연기법으로써 연기력을 연마했기에 여러 가지 웃지 못할 해프닝이 다수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계열을 대표하는 주자라고 하면 역시 하야시바라 메구미. 특촬배우 출신인 나카타 죠지는 메소드 연기 덕에 나스 키노코에게서 타입문의 종신성우[4]직을 요청받았다.
  • 만화유리가면》에서 기타지마 마야가 하는 연기법도 메소드 연기라 할 수 있겠다. 근데 이 처자는 메소드 연기법을 넘어서 거의 빙의 수준이다...
  1. 그러나 메소드 연기를 까는 말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농담에 가까웠고 호프먼 본인도 그 후에 한 인터뷰에서 "해당 발언이 너무 왜곡되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호프먼이 말한 바로는, 자신이 그때 밤샌 것은 연기 때문이라기보다 밤문화를 즐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2. 예외로 로버트 드 니로가 2015년 현재 필모그래피 121편으로 100편을 넘겼다.
  3. 조커 분장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불편한 것도 한 몫.
  4. 모든 작품에 출연하는 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