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

1 을 불살라버리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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焚書
Book Burning / Biblioclasm

책(현대에는 책에 준하는 매체인 디지털 저장 장치도 포함된다)을 대량으로 불태우거나 기타 방법으로 파괴하는 행위. '책'이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지식이라는 상징성을 철저히 짓밟아버리는 행위이다. 요컨대 책에 담겨있는 정보가 하나도 가치가 없다면, 종이뭉치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불쏘시개로 쓰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반대파에 대한 위협과 같은 정치적 퍼포먼스의 성격을 갖기에 공개적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적인 동기는 책들의 내용물에 대한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인 반발심이다.

동양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진시황분서갱유가 가장 유명한 사건이고, 서양에서는 나치 독일 시절 괴벨스의 주도 하에 카프카, 에밀 졸라 등 유대인 작가의 저작과 마르크스 등 공산주의 서적들, 그리고 기타 평화주의나 독일 민족주의에 반하는 책들이 대규모로 불태워졌던 나치스 분서 캠페인이 가장 유명하다. 나치스의 분서 목록에 오른 작가 중 하나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마치 자신의 저작물의 운명을 예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1820년에 쓴 자신의 희곡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는 서막에 지나지 않을지니, 책이 불타는 곳에서는 종국에 사람이 불탈 것이다.(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을 불태우게 된다."

동독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나치스의 분서에서 모티브를 얻어 아래와 같은 시를 짓기도 했다.

분서(焚書)

브레히트 詩, 김남주 옮김

당시의 정부가 유독(有毒) 지식이 든 책을
만인이 보고 있는 앞에서 태워버리라고 명령하고
도처에서 황소들이 책을 쌓아올린 짐차를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 위로 끌고 갈 때
뛰어난 시인 중의 한 사람이고
추방당한 어떤 시인은 소각된 책의 목록을 보다가
자기의 작품이 잊혀지고 있는 데에 경악하여
분노로 책상으로 뛰어가 당시의 권력자에게 편지를 썼다
나를 태워라!라고 그는 갈겨 썼다. 나를 태워라!
나에게 이런 치욕을 가하지 말라! 나를 특별 취급하지 말라
내 작품 속에서 내가 진실을 쓰지 않는 것이 있었느냐
지금 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취급할 것이냐
네놈들에게 명령하노니
나를 태워라!


정치적 저작물만큼이나 빈번하게 분서의 타겟이 된 책으로는 만화책도 있다. 주로 이 경우에는 보수적인 교육계나 학부모 단체가 주축이 된다. 1948년 뉴욕 등 미국 각지의 도시들에서 교사와 학부모 단체에 의해 만화책이 분서당했으며, 대한민국에서도 60~70년대에 관변단체의 어린이 악서(惡書) 추방운동이나 경찰의 단속 등으로 인해 수많은 만화책이 공개된 장소에서 불탄 적이 있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회에서 분서란 거의 제노사이드에 준하는, 인류 전체에 대한 모독과 범죄 행위로 취급받는다. 종이와 책이 고가의 사치품이었던 전근대 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인쇄술이 널리 보급된 현대에도 책은 그렇게 값싼 물건이 아니다. 게다가 책 중 희귀본이나 고문서는 돈으로도 따질 수 없는 수준의 가치를 지니는데 이를 대량으로 불태워서 파괴한다는 것은 인류의 정신적 문화유산에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게다가 분서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수많은 폭력과 살인, 절도, 강도 행위들로 인해 책들 뿐만 아니라 책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조차 함께 피해를 입는다. 그렇기에 이러한 짓을 저지르는 정치/종교 세력은 100%가 표현이나 사상의 자유를 멸시하고 폭력을 숭앙하는 막장 집단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분서를 조장했던 정치 세력들이 대부분 제노사이드까지도 함께 저질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을 불태우게 된다"는 하이네의 글은 분서라는 행위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셈이다. 물론 위에서 만화책의 사례대로, 민주국가에서도 분서가 발생했던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양식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분서 사건들을 흑역사 취급하지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각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기본적인 권리로서 확실히 존중받게 되고, 세계 각지의 정부가 민주화되고 냉전이 종결되면서 적어도 1세계나 2세계 내에서는 20세기 중반과 같은 조직적인 대규모 분서 사건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조직적인 분서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그를 달성하고자 분서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한다면 분서를 선동한 조직은 과격파나 광신도라는 딱지가 붙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적어도 기성 정당이나 종교단체가 주체가 된 분서 행동은 이제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아직도 정치적 상황이 불안한 제3세계 국가나 종교적 갈등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과격파에 의한 조직적 분서가 행해지고 있다. 일례로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자신들이 점령한 이라크 도시인 모술의 도서관에 있던 서적과 문화유산을 대량으로 파괴하는 분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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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소녀환상 분서사건

위와 같은 대규모 분서 행위와는 별개로, 현대의 서브컬처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품파괴인증, 디스크 뽀개기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분서도 존재한다. 주로 자신이 구입한 만화책이나 라이트노벨, CD등이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는 위의 많은 역사적 분서 사건처럼 정치적/종교적/도덕적인 동기에서가 아니라 단순히 해당 상품의 질이 심각하게 기대했던 수준에 미달하거나 AVGN : What were they thinking?!,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줄거리가 전개되지 않아(소위 비처녀 논란도 이에 포함된다) 그에 대한 불만을 팬덤이나 제작자에게 표현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다. 단순히 '책(book)을 불태운다(burning)'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라면 분서라고 할 수 있지만, 압수나 강탈 등의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정당하게 입수한 자신의 사유재산을 정치적/종교적 과격파의 논리와 상관없이 단순히 내용에 대한 실망만으로 불태우는 것이므로 이는 분서갱유와 같은 전통적 의미의 분서 사건들과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단순히 과격한 퍼포먼스를 수반한 비평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1 분서를 당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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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인 대통령의 시간. 직썰에서 불살라 인증도 했다. 이명박과 그의 책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저 리뷰 내용은 저질이라고 할 수 있는게, 이 책의 내용이 왜 막장인지, 뭐가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서술이나 조롱 하나 없이 그저 개드립질만 하다가 책을 불태워버리기 때문.
  • 고3끝나고의 문제집

2 중국의 사상가 이지(이탁오)가 쓴 책

焚書. 이름이 분서다(...) [6]
1590년 이지(李贄. 호는 탁오卓吾,굉보宏甫)가 만든 책으로, 원래 이름은 이지분서李贄焚書이며 같은 형식의 속분서(續焚書)로 쓰기도 했다. 현재 전해지는 분서 6권은 이지 사후에 편집 증보된 것이다. 분서라는 이름 답게 남녀평등 같은 당시 기준으로 매우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7] 그래서 수없이 금서로 지정되어 분서되었다 분서가 분서되었다. [8] [9]

3 이종 개체군의 상호관계

분서(分棲), 분리서식(分離棲息), 서식지분리(棲息地分離)
생태적 지위가 비슷하나 일부 차이가 있는 종들이 먹이나 공간을 달리 하는 것.

경쟁 이후 더 이상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먹이, 생활공간, 활동시간 등을 달리한다.
  1. 제갈량이 쓴 병법서. 강유가 읽은 후에 다른 사람이 읽을까봐 두려워하여 불태웠다고 전해진다.
  2. 당초 스미스는 자신의 사후에 미출간된 원고 전체를 불태우라는 유언을 남겼다가, 임종하기 직전에 자신의 유언이 지켜지지 않을 걸 염려하여 자신이 보는 앞에서 원고를 불태우게 했다고 한다.
  3. 이문열 항목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붙태워진 적은 없고 항의표시로 10원에 고물상에 넘겨졌으나 분서가 일어났다는 유언비어가 워낙 많이 퍼져 여기에 포함.
  4. 중국 삼국시대의 명의 화타가 쓴 유일한 의서. 정사에 의하면 감옥지기에게 주려고 했으나 그가 두려워해 받지 않자 스스로 불태워버렸고, 삼국지연의에 의하면 화타가 옥에 갇혔을때 의학에 관심이 많은 한 감옥지기에게 주었는데, 그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도 이 책을 읽고 화타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되는것이 두려워서 태워버렸다고 한다. 안습 삼국지 만화 중 가장 빡치는 장면이라고...
  5. 한 학기가 끝나면 해당 학기에 사용한 강의 노트를 전부 소각해버렸다. 문제는 소쉬르가 19-20세기 언어학에 큰 획을 그은 사람인데 그가 직접 집필한 강의노트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6. 저자가 책 제목을 이렇게 붙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대체로 꼬투리를 잡는 말, 분격어(忿激語)가 많아 보통의 상투적인 언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를 읽는 자들이 혹시 기괴한 느낌이 생길까 두렵다. 때문에 이름하여 분서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실로 태워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
  7. 정확히는 여자는 식견이 짧아서 도를 배울 수 없다 는 말이 있는 데 이게 말이 됨? 정도(...)
  8. 사실 이탁오는 이렇게 제목을 붙인 것을 즐겼다. 의도적으로 지은 것인 셈.
  9. 2004년에 우리나라에서 번역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