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찰

(비밀경찰에서 넘어옴)

1 개요

"국가와 완전해 보이는 권력의 허상 뒤에, 미로 같이 엮인 역할이 번복 되는 관료 기관과 변화 무쌍한 정치적 권위, 혼돈 그 자체인 비효율성을 넘어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의 핵심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초월적으로 효율적이고, 절대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정치 경찰의 존재이다."

-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中

동서고금 모든 독재 체제의 꽃이자 핵심

정치경찰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자국 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색출 및 압박, 탄압하기 위한 조직이다. 비밀경찰이라고도 한다. 종교, 사상, 언론자유 등을 제한하며 목적달성을 위해 구금, 도청, 고문, 검열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비밀경찰'이라는 표현이 더 유명하지만 비밀리에 활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정치경찰이라는 표현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직이 너무 커져서 숨기기 어렵게 되었거나, 아니면 딱히 숨길 생각이 없는 막나가는 조직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실제로 아래에서 설명할 조직 대부분은 활동 당시 이미 국내외에서 유명했다.

2 역사

정치경찰의 원조는 프랑스프랑스 혁명 이후 J.푸셰가 만들어 나폴레옹 3세를 거쳐 제3공화국에 의해 완성되었고 보불전쟁 이후 독일도 영향을 받아 정치경찰이 창설되었다고 한다. 다만 독일이 통일 되기 이전에도 각 왕국이나 공국에 개별적으로 정치경찰 비슷한 조직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서 정치경찰이 일반 경찰의 업무는 물론 방첩기관과 같은 첩보조직까지 겸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물론 그 권한은 매우 막강해서 사실상 국가를 이루는 근간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으며 전체주의 국가의 독재자는 비밀경찰의 수장 자리에 자신이 목숨을 걸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앉힌다. 비밀경찰 조직의 수장쯤 되는 자리면 실제 직급의 위치를 떠나서 국가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사람이자 지도자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자라고 볼 수 있는 셈. 실제로 나치 독일 시절 권력 2인자였던 헤르만 괴링은 당시 독일의 정치경찰기관이었던 게슈타포를 아예 직접 만들었고 초대 책임자였으며 책임자 자리를 이어받은 하인리히 히믈러는 권력 3인자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권의 신임을 잃거나, 혹은 정권의 수장이 사망 등으로 교체되거나 아예 정권이 붕괴되어버리거나 하면 정치경찰의 수장도 십중팔구는 곧바로 목이 날아간다. 예조프베리야가 대표적인 사례.

영장이 필요한 수사 행위를 심증만으로 해치우는 행태를 일삼기도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황과 경우를 불문하고 이런 일은 엄연한 불법 행위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으나 정치경찰은 이런 거 씹을 수 있을 정도로 초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법원 같은 사법부의 권한도 밥 먹듯이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사실 이쯤 되면 정치경찰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독재자 자신, 혹은 독재자의 친위대, 정규군 정도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국가기관 간의 서열이나 질서, 법 체제가 부정당하고 무너져 내린 상태인 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수사기관과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점은 고문을 공공연하게 행한다는 것. 일반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방첩대는 고문은 정보를 얻어내는 수단으로써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고[1][2], 고문당한 당사자가 고문 사실을 폭로해 언론, 시민단체, 정치인들에게 물어뜯길 것을 두려워하기에 웬만하면 고문은 예외적인, 불가피한 수단으로 여긴다. 반면에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공권력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공포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므로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꼭 중범죄자가 아니더라도 사소한 위법행위를 꼬투리잡아서, 또는 아예 죄를 저지른 정황이 없어도 일단 고문부터 하고 보기도 한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막장으로 가는 경우 수사를 위해 고문마저 마다하지 않는다기보단 아예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고문을 하고, 고문을 하기위해 혐의를 만드는 경우도 다반사. 본질적인 목적이 법과 평화의 수호인 일반 경찰과 달리 정치경찰이 실존적인 핵심 이유는 저 일반적인 법치를 바보로 만들고, 국민들을 통제 하기 쉬운 공포의 그늘 아래 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경찰은 국민들이 정권을 뒤엎지 못하도록 국민들 사이에 스파이를 심어(!) 사생활을 감시, 사찰하고 반체제적인 언동을 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기도 한다. 이것이 심하면 국민들 사이에 불신이 퍼지기도 한다. 동독이나 루마니아 등 한때 정치경찰이 민간인 사찰로 악명높던 나라에서는 정치경찰의 거미줄 같은 정보망 때문에 친구, 이웃은 물론 가족들끼리 서로 정치경찰의 스파이가 아닐까 하고 의심할 정도로 국민들간 상호불신 풍조가 심각해졌다. 단기적으로는 반대자들이 힘을 얻지 못하므로 좋겠지만 국민들 간의 유대감이 없는 나라가 발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정치경찰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는데 특정 인물을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해서 증발시켜버린다는 점이다. 호르헤 비델라 정권 당시의 아르헨티나에서는 정치경찰들이 반정부인사들을 몰래 자루에 넣어서 대서양에 버렸고 1950 FIFA 월드컵 브라질의 축구 영웅 조 게이텐스는 아이티에 남아있다가 정치경찰에 의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래서 역사적 사례를 볼 때 정치경찰이 존재하는 나라는 십중팔구 독재국가, 전체주의 국가였다. 정치경찰 조직이 하는 짓은 보통 그 나라가 처한 모든 안 좋은 상황(비효율적인 국가 운영, 지나친 권력 독점, 경직된 사회 등)을 그대로 농축해서 보여준다. 또한 거꾸로, 어느 나라든 이러한 정치경찰이 있거나, 생긴다면 사실상 이미 독재국가, 전체주의 국가거나, 혹은 정권의 독재화가 진행되어간다고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저런 정치경찰은 대놓고 존재하지 않지만 경찰조직이나 방첩기관의 내부에서 사조직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고급 정보를 다루는 부서가 정치경찰에 가깝게 변질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전제국가 수준의 영향력은 가지지 못하고, 조직 내의 다른 파벌로부터 견제를 받거나, 들통나면 지탄을 받고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국가든 지도층은 정치경찰을 만들거나 관리하고 싶다는 유혹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과 그 대표인 입법부(의회) 및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 실제로 대표적인 민주국가인 미국에서도 과거 FBI 국장 에드거 후버가 FBI를 정치경찰화(化)하여 정치인, 연예인 등 각종 유명인을 무단으로 사찰하여 죽을 때까지[3] FBI 국장 자리를 차지하고 독재적 권력을 누리기도 했다.

권력이 매우 비대해지면 준군사조직화(化)하기도 한다.

3 관련 집단

  1. 고문을 당하는 사람이 고문하는 사람이 원하는대로 대답해주기 때문에 실제 정보가치가 없다는 연구가 많다.
  2. 특히 재판을 위한 수사의 경우, 설령 고문으로 얻은 정보(자백)가 사실이더라도 고문으로 취득한 정보라는 사실이 들통나면 증거로서의 효력을 아예 상실한다. 안들키면 괜찮겠지만 혹시 나중에라도 들키면 재판결과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으므로 고문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3. 미국 대통령이 허버트 후버에서 리처드 닉슨으로 바뀌는 40년 가까운 세월이었다.
  4. 상기 언급했듯 에드거 후버 시절 정치경찰 짓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5. 현재는 둘 다 없어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경찰청 사직동팀 둘 다 하명수사를 맡았으며 정부의 눈 밖에 나 표적이 된 경우가 많았다. 대검찰청 중수부 기능은 각 지방검찰청 특수부에 이관되고 경찰청 사직동팀의 기능은 각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넘어갔다
  6. 대한민국의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의 경우 모두 정보기관일 뿐만 아니라 수사권까지 있었다.
  7. 코렁탕수사권을 가지고 있긴 하나현재 국가정보원은 순수한 정보기관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