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秘線

1 개요

정식적인 라인(線)이 아닌 선, 즉 몰래 유지되는 관계를 뜻한다.

2 설명

조직의 업무에는 정상적인 보고 절차와 체계가 있다. 이는 철저하게 조직 내부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 수행해야 하는 것. 그러나 해당 업무를 맡은 사람이 외부의 인물과 몰래 접촉해 일을 처리해준다면 이것이 비선이 된다. 비선으로 일을 처리하면 적어도 상대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비선으로 맞닿으려면 실세를 거쳐야 한다.

정상적인 업무체계가 잘 돌아간다면 비선이 발을 붙이기 어렵다. 감사사정 등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사권이 견제를 받지 않는 분야라면 비선이 작동하기가 쉽다. 그래서 비서실들이 비선 역할을 하기가 쉽다. 공교롭게도 한자 비가 둘 다 秘이기도 하다. 비선조직이 강해지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실제로 가장 큰 권한을 가져야 하는 부서장이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낮은 단계의 실세들이 일을 챙기게 된다. 이들은 책임범위가 부서장에 비해 좁은 편인데 그에 비해 더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는 것. 즉 직무계통을 붕괴시키는 행동이 된다.

그러나 비선을 두는 것이 항상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과감한 개혁을 필요로 할 때 공개적으로 추진하면 개혁 대상이 반발해서 무산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엔 비선을 통해 은밀하게 진행시키는 것이 오히려 개혁과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하나회 숙청, 금융실명제 시행 같은 신속한 개혁 당시 비선라인을 이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다만 이는 상당히 특수한 사례이다. 애초에 하나회라는 존재가 군내 비선 사조직이기도 했고, 이렇게 비선 라인을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할 정도라면 그 개혁 방향 및 대상도 일반적이고 정상인 수준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하나회 숙청도, 이렇게 비선 조직을 동원해서 기습적이고 은밀하게 하지 않았다면 하나회 세력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많다. 그래서 비선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2.1 한국의 비선

이승만자유당 독재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군부 독재 시절 역시 말할것도 없다. 독재 정권에서 권력자의 총애를 받는 비선이나 권력 비리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사실상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 민주화된 문민정부 이후에도 역대 대통령들이 비선/측근 비리 논란에서 정도의 차이일 뿐 결과적으로 다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라고 주장하면서 분권형 개헌을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반대쪽에서는 그저 권력 나눠먹기용 논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문민정부 이전에는 아예 군부가 대놓고 정치에 개입했기 때문에 비선실세가 눈에 뻔히 보여서 언급되지 않는 것일 뿐이지 오히려 그때가 더 심했지만(...) 말이다.

  • 허경영 : 2007년 대선 때 박근혜에게 구애를 하면서 자신이 박정희의 특별비밀보좌관(..)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새마을 운동을 주도했다는 개드립을 날리고 다녔다.
  • 노태우 대통령 : 영부인의 사촌동생인 박철언 씨가 실세를 휘둘러서 "제6공화국의 황태자"라 불렸다. 그는 노태우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월계수회"라는 조직을 동원해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불리며 권력의 중심에 섰으나, 슬롯머신 업자에게 6억원을 받은 혐의로 1993년 구속되었다.
  • 김영삼 대통령 : 차남 김현철 씨는 공식 직함은 없었으나, "소통령"이라 불리며 실권을 휘둘렀다. 1997년 한보사태 당시 몸통으로 지목되어 수사 대상에 올랐고, YTN 사장 인선에 개입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어 궁지에 몰리고 각종 비자금 혐의에 연루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 이명박 대통령 : 대통령의 형 이상득씨는 "상왕", "만사형통" 등으로 불리웠다. 이후 뇌물 수수와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어 결국 실형에 처해졌다.
  • 박근혜 대통령 : 최순실의 사설정부라고 불릴 정도로 온갖 전횡을 일삼았다. 역대 다른 대통령과 달리 비선권력을 견제할 아무런 수단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특징으로, 결국 대통령을 탄핵시키기에 이르렀다. 자세한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항목을 참조.

3 관련항목

4 서브컬처에서의 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