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600px

1 개요

하버드 대학교 수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원에서 수학 석사학위까지 밟고 박사 과정을 밟으려다가 갑자기 전업 만화가로 돌아선 엄친아 래리 고닉(Larry Gonick)의 학습만화 시리즈.

2 상세

파일:Attachment/Larry Gonick.jpg 파일:Attachment/76434 1.jpg
래리 고닉의 오너캐와 실제 작가의 모습. 래리 고닉은 세계사 뿐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과학만화 시리즈도 냈다.

원제는 '만화로 보는 세계의 역사(The Cartoon History of the Universe)'. 출판사 궁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라는 제목으로 완결권인 5권까지 출간하였다. 국내에 번역 출간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는데 처음 1권만 출시되었을 때는 고려원에서 '만화로 보는 우주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1] 2권까지 나왔을 때 '만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그랬다가 고려원이 부도난 뒤 궁리에서 상기한 제목으로 출판하여 완간하였다. '만화로 보는 우주의 역사'의 번역은 이일수, 이후 번역은 이희재.

신판은 살짝쿵 단점이 존재하는데, 구판만큼 맛깔나는 번역은 아니라는 점. 살짝 코믹성이 약해졌다. 덧붙여 대부분의 명칭을 영어 기준으로 옮겨놓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가령 오스만 투르크를 오토만 터키로 영어식 명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든가.

이희재의 번역은 사투리와 '킹왕짱','쌈박하다'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어휘 구사와, 의역에 초점을 맞춘 것이 돋보인다.[2] 단 번역의 질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 환상적인 초월번역이 나오는가 하면 애들조차 안할 기상천외한 오역이 나오기도 한다.[3] 약을 빨고 한게 틀림없다

의역한 부분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원작의 미국식 개그 센스를 전부 역자가 생각하는 한국식 개그로 바꾸었기 때문에 역자와 개그 코드가 통하는 독자에게는 재미있겠지만 원작의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미국만화는 미국식으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거슬리는 부분. 가끔은 역자가 원작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역하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의역한 경우도 있다. 테무진이 소년시절 이복 형제를 죽이는 대목이 그 예. 원작에서 테무진은 이복 형제를 죽이고 어머니에게 "He wouldn't share, mommy!"라고 말한다. 이 대목을 역자는 평범한 아이들처럼 먹을 것을 놓고 싸우다 죽였다는 개그로 이해했는지 "말로 하니까 내가 딸리더라고요."라고 의역했다. 그런데 실제로 테무진은 먹을 것을 놓고 싸우다 형을 죽인 것이 맞다.[4] 즉 이 대사는 농담처럼 썼지만 농담이 아니기 때문에 의역해서는 안 되는 대목.

1권은 빅뱅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를, 2권은 중국의 여명에서 로마의 황혼까지를, 3권은 이슬람에서 르네상스까지를, 4권은 콜럼버스에서 미국혁명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5권은 "바스티유(프랑스 혁명)에서 바그다드(이라크 전쟁)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근현대사 파트인 5권의 경우 비교적 세심하게 묘사하는 다른 세계사 만화 작품에 비해 의아스러울 정도로 크게 압축된 편. 제2차 세계대전 파트부터는 진짜 순식간에 휙휙 지나간다.

그림체 변화가 엄청나게 심한데, 1권의 빅뱅부터 살라미스 해전 파트는 잽 코믹스(미국 만화잡지)의 영향을 받은 듯한 둥글둥글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체였다가, 그 이후는 갑자기 자다가 대충 그린 듯한 식으로 바뀐다. 이후 2권부터는 조금 나아지지만, 여전히 1편 초반에 비해 생동감이 떨어지는 건 문제.

2편에서는 갈리아 침공군으로 아스테릭스오벨릭스가 출현한다. 퇴장하면서 "여어, 아스테릭스! 우리도 우리 만화책 만들러 가자!"라고 외친다..[5] 또한 3권에서는 '바시-바조우크'(투르크 제국의 무장 돌격대)에게 쫓기는 아독 선장이 나온다. 물론 "조억마리 물귀신"(Billions of blue, blistering barnacles!)를 외치며.

서양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최대한 공정하게 그리려는 작가의 역사관이 돋보이며 가끔 심할때는 오히려 서양문명을 대차게 까기도 한다. 또한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고대중세 아프리카의 역사를 비교적 상세히 다루는 위업을 이루기도.

더구나 외국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 수나라의 멸망에 대한 고구려쪽 서술도 등장한다. 다만 원판에서는 고구려가 거북선을 만들어서 수나라를 막았다는 식의 서술이 있다. 번역판에선 삭제. 구한말도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굽실거리며 줄타기하다가 합병당했다는 식으로 약간 성의없게 묘사했다. 실제 조선의 외교 행보상 큰 틀에서 맞는 서술이긴 하지만…. 고증 차원에서도, 중국 황제들의 용포는 왕조에 맞게 잘 그려진 것과 달리, 조선 국왕의 복식은 뭔가 어설프게 되어 있다. 다만 조선시대까지 한반도의 세계적 존재감이 진짜로 미미하긴 했다. 그나마 거의 짤리다시피 한 태국 등 동남아권에 비하면 다뤄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해야 하나. 사실 3권 말미 참고문헌란에 Andrew C. Nahm[6]이 지은 'Korea, Tradition and Transformation'[7]이라는 한국과 관련된 책이 있긴 하다. 2차세계대전 이후 현대사 부분에서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를 차력사[8]처럼 힘으로 통치하는 정권이라 묘사하고 있다. 단 이승만이 멀대같은 키에 안경을 쓰고 있는 등 실물과 하나도 안 닮게 생겼다(…). "승만씨 진정해"

한국사 파트가 적은 것에 대해서는 한국 출판사 궁리와 나눈 저자의 다음 인터뷰 내용 일부를 참조하자. 전문은 여기

나는 한국 독자들에게 만화 세계사에 한국의 역사가 많지 않다는 불만 섞인 메일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내 대답은 이랬죠. 당신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역사를 전세계적인 상호 작용의 이야기로 봅니다. 그래서 세계에 있는 모든 곳의 역사를 담는 게 불필요할 때가 있어요. 이른바, 역사에는 수천 마일 떨어진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을 압박하는 ‘주요 행위자’란 게 존재합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인 이유로, 다른 많은 곳보다 이러한 분기점에 덜 얽혀 있습니다. 이건 여러분이 가진 행운이기도 하지요!

이게 무슨 소리요! 지정학적 슈퍼스타인 한반도가 분기점에 덜 얽혀있다니? 그럼 여몽연합군의 일본 원정과 임진왜란, 러일전쟁, 한국전쟁, 북핵 문제는 뭐요?[9]

권말에는 참고문헌이 나와있는데 어림잡아도 100여권이 넘는다.[10] 다만 실제로 다루는 측면에서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심도 있게 묘사하고 캐릭터 디자인에도 신경을 쓴 것이 틀림없어뵈는 인물이 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3권의 아부 수피안[11], 로베르토 기스카르[12], 4권의 카를 5세[13] 등.

하버드 대학교 교재로 쓰일 정도로 압축률이 뛰어나고 전체적으로 세계의 역사를 균형있고 재미있게 묘사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명작이다. 기본적으로 대학생을 위한 역사만화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에 초등학생한테 사줬다간 괜히 어렵다며 던져지는 결과를 볼 수도 있다(…). 특히 적나라한 섹드립이 판을 치니 읽을 땐 조심.

물론 자잘한 오류(특히 동양사)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니까 주의해서 보자. 아마도 장황한 사료를 축약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겠지만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고대 이집트인흑인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학설이다.
  • 항우와 유방의 초한쟁패 중 장량이 항우와 그의 최측근 모사인 범증을 이간질했다는 묘사가 있는데 이건 장량이 아닌 진평의 계략이다. 다만 만화 내에서는 장량 외에 모사로 보이는 인물이 한 명 더 나오는데 이 사람이 진평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서술은 잘못된 게 맞다.
  • 중국 삼국시대를 대부분 소설 삼국지 연의를 차용해 묘사하고 있다. 가령 적벽대전을 진짜 요술사(?)제갈량의 마술로 인한 동남풍이라는 식으로 묘사하는 장면. 단 이 부분은 각주식으로 나온 데서 소설인 삼국지연의에서 차용한 내용이 바탕이라고 명시되어 있기는 하다.
  • 탈라스 전투에서 중국과 이슬람이 비긴 것처럼 묘사되나 실제론 의 원정군이 크게 참패한 전투였다. 고선지 항목 참조.
  • 여몽연합군의 일본원정 실패와 함께 일본의 귀족제가 무너지고 칼로 대표되는 무사가 득세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묘사되나, 실제로는 당시 일본 자체가 이미 막부 체제였다. 확실하게 오류라고 짚어낼 수 있는 부분.
  • 4권의 사코 디 로마사건 때 침략군들이 시스티나 성당의 최후의 심판벽화를 보고 교황을 이탈리아의 포르노 화가(...)[14]라고 까는 모습이 있는데, 사실 최후의 심판 벽화는 사코 디 로마 사건으로 분노한 교황 클레멘스 7세가 이후 미켈란젤로에게 주문한 것이므로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
  • 1532년 술레이만 1세의 헝가리 친정은 결국 헝가리 안에만 머물다 철수했기에 빈 포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작중에선 다시 빈을 공격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1. 빅뱅에서부터 시작하므로 우주의 역사라는 제목이 가장 어울릴 수도 있다. 물론 시작만 그럴 뿐 점점 지구의 역사, 인류의 역사로 다루는 범위가 좁혀지지만 그거야 우리 인류의 지식 한계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2. 특히 1권에서의 람세스 2세의 대사가 압권이다. "이 자석들아, 왕 앞에서 방구 뿡뿡 껴싸도 되는기가?"
  3. 뻔한 오역 중 하나가 사울다윗더러 "블레셋인의 이마 껍질을 100개만 가져오면 내 딸을 주마!"라고 하는 대목. 'foreskin'을 대충 'forehead(이마)'의 'skin(껍질)'로 해석한 모양(…). 포경수술할 때의 포피가 맞다. 개역개정판 성경에도 그리 나오고. 개역한글판에는 좀 어려운 단어인 '양피(陽皮)'로 나온다. 구판인 고려원판에서는 제대로(?) 포경이라고 나왔다.
  4. 원조비사에는 테무진이 잡은 새와 물고기를 이복형 벡테르가 빼앗았기 때문에 테무진이 그를 죽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단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고, 벡테르가 테무진의 어머니 호에룬과 결혼하려고 했기 때문에 테무진과 갈등이 깊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칭기즈 칸 항목 참조.
  5. 번역판에서는 다른 멘트로 교체.
  6. 재미교포 남창우(南昌祐). 책에는 Nahn으로 오타가 나 있다.
  7. 이 책 표지에는 영문 제목과 함께 한자로 '新韓國史通論'이라고 적혀 있다.
  8. 단, 이 단어가 Strongman의 오역일 수 있다. Strongman은 차력사라는 뜻 이외에도 독재자라는 뜻이 있다.
  9.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들의 여파가 동북아시아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근현대사로 갈수록 세계적인 여파가 퍼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10. 단순히 참고만 했다고 써놓은 게 아니라 '기막힐 정도로 세세한 묘사', '자료는 방대한 편이나 졸 뻔했음' 처럼 질이 좋은지, 자료의 양은 어떤지, 검증된 학설인지, 알기 쉽게 해설되어 있는지 등을 짤막하게 써 놓았다. 이 때에도 위트있는 발언이 빠지지 않아 과연 래리 고닉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11. 이슬람의 발호 파트인데 읽다보면 무함마드보다 이 쪽이 주인공같다(…). 이슬람 전통을 존중한답시고 무함마드는 아예 등장도 아니하니 별 수 없는 노릇... 그리고 희대의 명대사 "집에 가서 만두나 먹어야징!"을 남겼다.
  12. 보에몽 1세의 아버지. 여기서는 족제비 머리의 수인족 캐릭터로 등장.
  13. 유럽 각국의 왕관을 잔뜩 머리에 인 캐릭터로 등장. 하기사 원체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긴 했다.
  14. 미켈란젤로가 처음 그렸을 때는 예수를 포함한 등장인물 모두가 올누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