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증

范增 (? ~ BC 204)

"天下事大定矣 君王自爲之 願賜骸骨歸卒伍"

"천하의 대세는 이미 정해졌습니다. 뒷일은 대왕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원컨대 (대왕께 바친) 제 해골을 돌려주시어 졸오[1]로 돌아가게 해 주시옵소서."

1 개요

초한쟁패기의 인물로 항량항우의 모사. 사기에서는 스스로 항량에게 찾아와 옛 초나라 왕족을 왕으로 세울 것을 건의함으로서 처음 등장한다.

2 행적

초한지에서는 선도를 배우던 예비 신선으로 등장하며 시기를 점쳐서 아직 속세에 나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은둔해 있었으나, 계포의 간곡한 요청으로 나이 일흔에 천명이 없는 줄을 알면서도 항량의 모사로 합류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후 항량이 죽고 항우가 군을 통솔하게 되자 항우를 보필한다. 처음엔 항우도 아부(亞父 : 아버지에 버금가는 자)라 부르며 범증의 계책을 잘 따라 결국 나라를 멸망시키는 데에도 성공하지만, 패왕의 자리에 오른 후 독선적으로 변한 항우는 점점 조언을 따르지 않게 된다. 패왕의 자리에 오를 때도 범증은 기존 왕족을 왕으로 섬겨야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항우는 듣지 않고 끝내 의제를 살해하고 스스로 왕좌에 올랐다. 이후 통일국가의 도읍을 함양이 아닌 팽성으로 옮기는 일[2] 이후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게 된다.

유방을 처음 본 순간부터 초에 큰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3]해서 항우에게 유방을 미리 없애버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홍문연까지 열어 유방 암살을 모의하지만, 유방을 얕잡아 본 항우는 끝내 따르지 않는다. 게다가 한신의 능력을 깨닫고 몇 번이나 중용해서 크게 쓸 것을 추천하고 쓰지 않을 거면 죽여 후환을 없애라고 조언했으나 항우는 한신을 우습게 여겨 홀대하기만 하고 그냥 내버려뒀다.[4]

유방이 초를 본격적으로 공격하면서 범증은 항우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하지만, 항우는 가끔은 기분이 나빠서(...) 혹은 장량의 계략에 넘어가 따르지 않게 되고, 마침내 범증을 의심하게 되어 그의 조언을 더욱 더 귀찮게 여긴다.

결국 진평의 이간 계략에 걸려든 항우는 범증을 완전히 의심하여 쫓아내기에 이르고, 분을 참지 못한 범증은 안 그래도 노년의 나이로 홧병에 등창까지 도져 사망한다.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항우와 유방에선 이때 범증은 항우의 밑에서 일하느라 무고한 사람들을 많이 죽인 것을 후회하면서 죽는다.[5]

비록 사이가 틀어지긴 했지만 그간 범증의 공로도 지대했고, 존경심도 가지고 있었기에 항우는 그가 죽자 하루 종일 대성통곡을 했다고 전한다.[6] 연의의 유비의 모티브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우유부단[7]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항우와 유방을 각색한 초한지 유방전에서는 가상 모드 루트로 진입하면 막판 최종보스로 부활하여 항우와 유방이 화해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보통 군주에게 몸을 맡기고 신하가 되는 건 죽을 때까지가 그 기한이기 때문에, 항우의 의심을 받아 더 같이 일할 수 없다 생각한 범증이 은퇴를 하기 전, 자신의 해골이 뉘일 장소를 찾으러 간다는 식으로 항목 맨 위의 내용과 같은 글을 써 올려 결재를 받았는데 이를 걸해골(乞骸骨)이라 한다. 고우영 화백은 범증의 이 사직서를 소개하면서 "우리도 사표 쓸 때 한 번 흉내를 내서 멋 좀 부려 볼까?"라는 촌평을 남기기도 했다.

3 평가

아무리 뛰어난 모사가 있어도, 그 조언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이롭게 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인물로, 훗날 유방은 공신들 앞에서 항우의 어리석음을 토로하며 " 나에게는 한신, 소하, 장량과 같은 뛰어난 인재가 있었고 반면 항우에게는 오직 범증만이 앞서 말한 나의 3인과 견줄 만한 인재였는데, 그는 범증 한 사람도 제대로 쓰지 못해 나에게 패했다. "라고 자신과 항우의 용인술을 비교하며 평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에선 항우의 모든 실책에 범증의 책임이 하나도 없다 볼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긴 하다. 항우를 몰락시킨 갖가지 학살 행위만 해도 심경이 어찌됐든 쭉 용인했고, 유방을 죽이도록 충동질한 것도 사실 유방이 이긴 결과를 안 후세에서야 선견지명인 것이지 항우 입장에선 황당할 만한 행동이었다.[8] 한신을 경계하면서도 정작 범증 자신도 그에 대한 대처는 미적지근한 면이 있었다.

4 기타 창작물

삼국지 12,13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에서는 10편 이후부터 고대무장으로 줄곧 등장하고 있다. 능력치 책정은 전형적인 모사타입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초한쟁패기의 패배자인데다 그의 계책과 눈부신 통찰력이 아둔한 항우가 말을 더럽게 안들어처먹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해서인지 유방의 모사 장량에 비교해서 지력이 낮다.[9][10]게다가 특기가 잉여 간파이다. 안습. 간파 항목을 참고하면 이 특기가 얼마나 잉여인지을 알수있다. 그러다가 삼12에서는 전법이 허유엄살로 설정되어 가장 강한 군사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범증과 같은 처지에 몰린 전풍과 동일한 전법이다. 뛰어난 계책을 줬으나 주인이 말 안들어서 망하면 허유엄살. 덧붙여 라이벌 장량은 팔진도. 둘다 전법 중에서도 가장 좋은 전법 중 하나이기때문에 매우 좋다. 물론 둘다 아군이면 이하생략급인 벨붕을 느끼게 한다. 11편이나 12편이든 친애무장이 장소로 설정되어 있는데 '최측근이자 자신의 군주가 말을 더럽게 안 들어먹던 인물'이라는 이미지에서 장소와 공통점을 찾은 듯. 뛰어난 두뇌를 가진 책사이면서 주인이 말을 안들어 망했다는 점에서 범증은 이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삼국지 13에서의 고대무장을 비교로 해봤을때에는. 아무리 봐도 진궁포지션에 가까울 정도. 물론. 진궁 자체의 모독이기도 하다. 능력치는 67/24/93/80으로 뭔가 나사 하나가 빠진 느낌이라기 보다는. 잔소리 영감 정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신장의 야망을 표현하자면. 황송스럽게도 히라테 마사히데 정도. 중신특성은 적중작적과 더불어. 이동네 양반이 그렇듯이. 귀모가 얹혀서 나온다. 전법도 허접하게 허보. 거기다 병과는 그냥 싸움 안하는게 더 좋을정도의 C/C/C 특기는 상업4 / 문화4 / 설파8 / 교섭5 / 언변7 / 귀모7 을 보유하고 있다. 주인보다도 못한 특기9가 없는자의 서러움. 후방용이 났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박범증' 캐릭터의 모티브.[11]

초한전기에서도 22회부터 등장. 첫등장 부터 항우와 만나며 그 이후 가름침을 받으러 온 항백과 항우에게 초희왕을 옹립할 것을 주장한다. 한국 더빙판 성우는 유해무[12]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초반부터 항우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복선 비책을 알려주겠다고 항우에 접근하자 항우가 돈푼이나 뜯으려는 미친영감 취급한 것. 이후에도 사사건건 항우와 차이를 보이면 갈등을 빚는다. 항량 사후 범증에겐 정도에서 뭐하고 있었느냐고 항우가 추궁하자 범증은 분노하면 항우를 질타하곤 군영을 떠나버린다. 이에 항우는 후회하면 범증을 쫓아 "아버지 같은 분"이라 부르며 범증을 다시 모셔온다.[13] 이후 초군의 중핵으로 활약. 아예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항우와의 관계는 그 어느 매체보다 훈훈하게 그려진다. 은근히 떼쓰는 철부지 손자랑 혀를 차는 할아버지 같다. 하지만 결국 진평의 이간계에 갈등이 촉발하고 만다. 단순히 범증의 반역 혐의 라는 부분을 넘어 좀더 상세하게 그려지는데 초군의 지휘권을 두고 항우가 범증에게 은근히 불만이 있었던 것.[14] 물론 좋은 결과를 가져와 아무말 안했지만 은연 중 쌓인 불만과 범증의 통제에 대한 갑갑함이 이간계로 인해 범증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것이다. 결국 범증은 오해를 풀려고 추운 한밤 항우의 막사에 가 면담을 청하고자 추운 막사 밖에서 밤새도록 기다리지만 끝내 거부당하고 다음날 군사회의에서 항우에게 모욕을 당하고 만다.[15] 이에 자괴감에 범증은 군영을 떠나고[16] 종리매가 쫓아 와 설득하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정도에서의 만류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상황. 결국 우미인의 설득에 크게 후회한 항우가 우자기를 보내 범증을 모셔오게 하고 자신은 연회 준비를 하지만 이미 범증은 떠나던 중에 최후를 맞았다.[17] 항우는 아연해 하다 그 어느 때 보다 슬퍼하며 후회 속에 통곡한다.

초한쟁웅에서도 항우의 유일한 책사이자 원로로서 나온다. 항우에게 여러모로 조언해주면서 특히 유방을 살려두면 언젠가 네 뒤통수를 칠 테니 기회가 있을 때 없애라고 권하지만 항우는 번번히 듣지 않고, 항우가 신안대학살을 하거나 의제를 암살하자 대노하는 등 갈등을 빚지만 그래도 항우 곁을 떠나지 않으면서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허나 점점 병이 깊어지게 되고, 형양을 함락할 때 항복하는 유방이 죽는 걸 보고 눈을 감으려고 하지만 유방은 이미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자 쓰러진다. 죽기 전에는 항우에게 세 가지 당부를 남기며 사망. 다른 매체나 실제 역사와 달리 항우와 반목한 뒤 죽지 않고 끝까지 화목한 상태로 죽는다.

시바 료타로항우와 유방에선 꼬장꼬장한 노인인 점은 똑같다. 처음엔 항우도 귀찮아 했지만 점차 비상한 책략을 알려줘서 '아보' 라고 부르며 존경을 표하게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더 신용하는 것은 항씨일족인 것을 범증 또한 알며 자신의 위치에 한계를 끊임없이 체감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신안대학살을 저지하긴 커녕 지지하고 논공행상에서 진의 백성들에게 극도의 증오를 받는 장한. 동예, 사마흔을 삼진왕으로 추천한 점 등 비상한 책략가이나 국가경영의 대국적 안목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항우와 유방에선 신선같은 노현자로 묘사된다. 천운이 없음을 알지만 계포의 고집스런 청으로 초군에 가담한다. 그러나 이후 가담한 유방의 비범함을 한눈에 알아보고 경악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항우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상 유방에게 가담할 수 없는 바에야 유방을 제거키로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경계하며 모략을 꾸민다. 하지만 오만방자한 항우 때문에 번번히 실패. 작품 전체적으로 말안듣는 항우 때문에 속만 삮히다가 결국 진평의 모략으로 분노해 은퇴. 자신의 잘못으로 죽은 무고한 이들에에 대해 후회하며 죽게된다.

이문열의 평역한 삼국지에서는 제갈량이 삼고초려 시에 "그대는 기어코 나를 수고로움은 많고 얻는 것은 적은 그대의 꿈 속으로 들이고 마는구려. 이제 나는 범증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 없게 되었소." 라는 말을 하여 범증을 디스한다.

초한지 - 천하대전(2010)에서는 유명 홍콩 배우 황추생이[18] 연기하였다. 맹인에 선인 같은 분위기로 앞이 보이지는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기억력 만으로 장량을 상대로 바둑 5 대국을 한꺼번에 상대해서 다 이기는 위엄 보여준다.하지만 5대국 중 마지막 대국의 수를 꿰뚫지 못해서 결국 최후를 맞이한다[19]

그리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 유방의 토사구팽의 원인으로 나온다. 은퇴를 하면서 항우가 유방에게 패하고 죽을 것을 예측한 범증이 항우를 떠나기 전에 장량과 한신을 포함한 유방의 최측근들을 몰래 포섭하였으며 곧 그들이 유방을 죽일 것이라는 거짓 편지를 건내준다. 그리고 항우가 죽자 그 밀서는 고스란히 유방의 손에 들어갔고, 그와 함께한 일등공신들을 믿지 못한 유방은 그들을 제거하고, 믿었던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불안감을 속에서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범증은 자신의 일족이 멸망하는 동시에 유방을 나락으로 빠트리고 측근들은 죽임을 당하도록 손을 쓰고 죽은 엄청난 모습을 보여준다.[20]
  1. 당시 호적에서 다섯 호를 '오(伍)'라 했고, 3백 호를 '졸(卒)'이라고 칭했다. 즉 이 말은 '평범한 백성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뜻이다.
  2. 여기에서 나오는 고사성어가 금의야행, 금의환향이다.
  3. "난 유방을 섬겼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한 버전도 있다. 예비 신선이었으니 '이 놈은 될 놈이다'라며 그 정도는 꿰뚫어 보지 않았을까. 요코야마 미츠테루 항우와 유방에서는 유방을 처음 보자 패기에 지려 패닉에 빠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4. 이후 한신은 도읍 옮기는 일을 반대하는 한생을 기름에 튀겨 죽인 후 울적해하다가 항백 등의 계략에 의해 한나라로 건너간다. 자세한 건 한신 항목 참고.
  5. 버라이에이션으로 "이제까지 내가 해 온 일과 초나라는 앞으로 허상이 될 것이다. 적(한나라)에게 반간계로 몰려 죽어간다는 사실보다 그것이 안타깝구나..."라며 한탄하는 장면도 있다.
  6. 문정후의 영웅 초한지에선 항우가 "나는 두 번째 아버지(첫 번째는 항량)까지 죽게 했구나!"라며 오열하면서 자책하는 장면도 있다.
  7. 그보다 더 심하다. 연의의 유비가 정사만큼의 능력자는 아니지만 자기 사람 만큼은 확실하게 챙겼다.
  8. 어떤 명분도 없이 단순히 '항우의 심기를 거슬렀으므로' 장군인 유방을 암살하는 건 비겁할 뿐더러 초왕에 대한 하극상이므로 이후 항우의 위신에 크게 흠이 날 수밖에 없는 작전이었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초왕을 옹립한 장본인인 범증이 이런 얘길 한 것. 사적인 원한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만큼 막무가내식 행동이다. 남들이 안볼 때 유방한테 욕이라도 먹었던 건지 유방이 송의만큼 책잡힐 짓을 한것도 아니었다.
  9. 비단 장량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장한, 사마흔, 동예를 삼진왕으로 봉하자고 진언했던 것도 범증이었는데 이는 그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10. 다만 범증이 장량을 물먹인 적도 있는데, 형양성에서 농성하던 유방이 장량의 계책으로 허장성세 후 화친을 요청하자 내막을 완벽하게 간파하고 역공해 장량마저 낼 계책이 없을 정도로 대위기상황을 조성한 바 있다. 문제는 그 직후 진평의 반간계로 본인이 화를 입었지만. 그리고 유방은 기신의 희생으로 성 밖으로 빠져나갔다.
  11. 다만 이 캐릭터는 범증에다 승상 이사(항목 3번)의 성격을 더한 듯.
  12. 삼국에서는 사마의를 연기했는데, 둘의 인생을 비교해보면 재미있는 캐스팅.
  13. 이때 "내가 왜 니 아비야! 너같은 아들 없어" 라고 하는 모습이 은근히 개그
  14. 가령 범증이 오창을 별동대로 급습한다던지
  15. 중대 사항은 이미 다 결정해 보고하는 식으로 하고 자질구레한 안건에 대한 문서를 넘기며 "군중사항을 모두 다 꿰고 처리하시잖아요?"라는 비이냥을 날린다. 이때 같이 코웃음 치는 항장은 천하의 쌍놈
  16. 아쉬운 건 "걸해골"의 일화가 나오지 않는다
  17. 면담 때문에 추위에 기다리다 걸린 풍한이 원인 인듯
  18. 무간도,미이라 3,말할 수 없는 비밀에 나온 그 배우. 아이러니하게 그 직후 황추생은 똑같이 초한전쟁을 다룬 드라마 초한쟁웅에서는 반대로 한고제 유방으로 맡았다.
  19. 장량도 작중에서 혼자서 바둑을 10명을 한꺼번에 상대해서 이기고 다녔다. 이 때의 연출이 매우 박진감이 넘친다.
  20. 대국 전에 장량과의 대화에서 약간의 복선은 주어졌다. 대세의 흐름을 돌이킬 수 없다고 여긴 범증은 양측 모두 죽는 패를 미리 구상해 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