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추론의 함정
라틴어로, 직역하면 그것에 대해서라는 뜻.
주로 학문적인 의미로 쓰이는데, 이 때는 '어떤 이론이나 논리에 대한 반박에 대해 그것에 대해서 반박하는 의미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는 재반박을 가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피반박자가 갖고 있는 의제가 논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궤변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영어로는 '애드 혹'이라고 발음하지만 라틴어 원어의 발음은 '아드 혹'이므로, 이 문서의 제목은 라틴어 원어 표기인 Ad Hoc으로 작성되어 있다. 한글 접근성을 위해 애드호크로도 들어올 수 있다.
내 차고 안의 용 문서를 보고 용을 찾는 사람들이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것에 대해서" 의미없는 반박을 계속 가하는 화자의 모습을 지켜보면, 이런 논증에 왜 'Ad Hoc'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왜 그런데?" / "아~ 그건 말이지~ 어쩌구저쩌구..." / "그럼 이건?" / "아~ 그건 말이지~"
실제 과학사(科學史)에 있었던 대표적인 Ad Hoc의 예로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이용해 달 표면이 완전한 구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을 때의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 수 있다. 갈릴레이 이전까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에 의해 천상에 존재하는 물체들은 "가장 완벽한 형태인" 구형으로 이뤄져 있고, "가장 완벽한 형태인" 원궤도를 돌고 있다고 의제되어 있었다.
갈릴레이: 내가 망원경이란 걸 만들어서 관찰해 보니까 자연철학자 너님들 말이 틀렸음. 천체는 완벽해서 완벽한 구형이라더니 내가 보니까 웬 이상한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고 이거 뭥미?자연철학자: 상관없음. 겉보기엔 그래 보여도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물질들이 저 구멍들을 다 덮고 있어서 달표면은 겉보기에 상관없이 완벽한 구형임.
암흑물질?내 천문학에 상식은 통하지 않아
갈릴레이: (아니 이것들이?) 그래, 그런 반증 불가능한[1] 물체가 있다는 건 인정. 근데 그런 물체는 너희들이 말하는 것처럼 달 표면을 완벽하게 구형으로 덮고 있는 게 아니라 달 산꼭대기에 전부 몰려 있다? 그래서 달은 내가 망원경으로 관측한 것보다 더 울퉁불퉁하거든? 자, 어떻게 반박할래?
이 대화 내용 자체는 후대의 윤색이 들어가 있을 수 있으나, 위에서 자연철학자가 말한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물질'을 가정하는 것이 바로 Ad Hoc의 적절한 예시가 된다.
과학사에서의 다른 예시로 금속이 산화를 하면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는데도 오히려 질량이 증가한다는 점을 들어 플로지스톤설을 반박하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당시 화학자들이 "금속에 들어 있는 플로지스톤은 음의 질량을 갖고 있음" 신공을 써서 문제를 회피하던 것이 있다. "음의 질량"이 말이 안 되는 이유는, 뉴턴의 운동법칙에 의해서 질량은 물체가 갖는 관성의 크기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음의 질량을 가진 물질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뉴턴의 제2법칙에 의해서 그 물체는 힘을 받으면 그 힘의 반대방향으로 가속되어야 하는데... 그런 물질이 실제로 있다면 바로 뉴턴의 제3법칙부터 깨져버린다.
1.1 문제
위에서 예시로 들었던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물질'과 '음의 질량을 가진 플로지스톤' 등은 바로 그 논증을 반박하기 위해서만(Ad Hoc) 존재하는 개념이라 문제가 된다. 어떤 물체나 개념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것을 주장하는 자가 주장하는 방식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도 그것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2] Ad Hoc 논증에 등장하는 개념은 그런 방법을 시도하는 것 자체를 불허한다. 갈릴레이와 자연철학자의 논증에 나온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물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천체 이론을 만족시킨다' 이외의 논리로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으며,[3] '음의 질량을 가진 어떤 물질'이라는 존재는 플로지스톤설에 의해서 금속의 연소를 설명하기 위한 시도 이외의 방법으로는 정당화할 수 없다.
1.2 문제되지 않는 경우
다만 Ad Hoc 논증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배척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그거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 이런 목적에서 도입하는 Ad Hoc은, 그냥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그 이론의 이름을 짓는 것에 가깝다. 김광수 교수의 <논리와 비판적 사고>에서도 다른 대안이 정말로 없을 경우에는 Ad Hoc 논증을 사용해도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만 김광수는 과학사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서 Ad Hoc이 허용되고 어떤 경우에서 불허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본인의 저서에서 흡족할 만큼 해주지 못한 면이 있다.
예민한 독자라면 아래의 사례를 읽어보고 문제가 되는 Ad Hoc과 문제가 되지 않는 Ad Hoc 사이에 아주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인데, 간단히 말해 '가설을 부정하는 증거가 발견되었을 때 그 증거를 튕겨내고 가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Ad Hoc은 가급적 사용해선 안 된다. 그러나 '어떠한 사실이 발견되었으나 기존의 이론으로 그 사실을 설명할 수 없을 때, 그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로써의' Ad Hoc은 허용될 수 있다. 이후 연구가 더 이루어지면 이 Ad Hoc의 가설이 증명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과학사 안에서 그런 사례가 여러 건이 있었고, 본 문서에도 바로 아래 문단에 소개해 두었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연구를 위해 이론을 세우는 건 좋지만, 이론을 변조하면서까지 새로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것.
태양계 천체의 공전 궤도에 대한 학설별 견해. 오늘날의 관점에서 지구중심설을 본다면 굉장한 Ad Hoc으로 생각되겠지만 아니 무슨 행성 궤도가 꽃잎을 그리고 있어 당시의 천문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태양중심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실제로 복잡하게 관측되는 움직임을 단순화할 수 있는 근거가 그 때까지는 부족했기 때문. 물론 지구 중심설이 주류였기 때문에 태양 중심설보다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더 잘 설명한 것이기도 하지만.
1.3 올바른 이론 체계로 편입된 사례
과학사에서 올바르게 쓰였던 Ad Hoc 논증의 사례를 든다면 화학에서의 결합수와 산화수 등의 개념이 있다.
해당 개념은 화학 결합과 산화/환원 반응 등을 제외하면 어떤 방식으로도 유도할 수 없고 어떤 방식으로도 반증할 수도 없었으므로 Ad Hoc의 정의에 완벽히 부합하지만, 그 당시 과학 수준에서는 결합수와 산화수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화학 반응을 설명할 수 없었으므로 그런 개념을 가정하는 것이 용인되었고, 결합수와 산화수 개념은 그 당시까지 알려져 있었던 화학 반응을 아주 놀랍도록 잘 설명했으므로 화학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후일담을 말해 주자면, 원자의 내부 구조가 밝혀지고 VSEPR 등의 이론이 등장하면서 화학 결합과 산화/환원 반응 이외의 방법으로도 (즉, 전자쌍 공유라는 모델을 사용하면서) 결합수와 산화수 등이 말하는 것을 완벽하게 말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결합수와 산화수 등의 개념은 Ad Hoc 논증의 지위를 벗게 되었다.
혹시 윗문단의 이야기를 읽고 "결합수와 산화수가 대체 왜 Ad Hoc임?"이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 있으시다면, 전자의 재배치를 가지고 화학 반응을 설명하고 있는 현대 화학의 방법론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결합수와 산화수 개념이 Ad Hoc 논증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해 둔다. 원자의 내부 구조를 모르던 상태에 결합수와 산화수만 가지고 화학 반응을 설명하던 19세기 화학에서는 해당 개념은 Ad Hoc이 맞았다.
비슷한 예로 전기장과 자기장 역시 전자기파라는 물리 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Ad Hoc이었다. 그 물리 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전기력과 자기력이 작용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전기장과 자기장의 존재를 증명할 수밖에 없었는데, 전자기파라는 물리 현상이 밝혀짐으로써 전기장과 자기장의 존재를 다른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차동우 교수의 '교양 물리' 참고.
또한 물리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각운동량 양자화는 순전히 닐스 보어의 ad hoc에서 시작했다. 그가 생각했던 원자 모형은 전자가 원자핵과의 정전기적 인력을 구심력 삼아 공전하는 모형이었는데, 이러면 전자가 운동하면서 전자기파를 발산하기 때문에 점점 에너지를 잃고 원자핵에 충돌해야 했다. 보어는 이것을 막기 위해 "원자 내에 정해진 어떠한 궤도들이 있어 이 궤도를 따라 도는 전자는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고 ad hoc을 붙였으며, 그는 이것을 수식화 하기를 "전자는 자연수 [math] n [/math]에 대해 오직 [math] n\frac{h}{2 \pi} [/math] 의 각운동량만 가질 수 있다"라고 했던 것이다. 이 식,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보어의 이론은 당시 학계에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곧 막스 플랑크가 흑체복사 이론을 통해 에너지의 양자화를 도입하면 흑체복사가 깔끔하게 설명된다는 사실을 보임으로서 에너지의 양자화와 더불어 위대한 양자 역학의 토대가 되었다.
물리학자들이 중력자의 존재를 피똥을 싸 가며 찾아 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것 없이는 중력장이라는 개념은 중력이라는 힘의 존재에 의해서만 설명되는, 그나마도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측계 가속의 효과와 구분할 수 없는 Ad Hoc이 되기 때문.
이런 것들과 다른 의미에서의 "올바르게 쓰이고 있는 Ad Hoc"의 사례로, 인지행동치료 이론에서 등장하는 인지도식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지행동치료 이론 안에서 인지도식의 존재는 그 사람이 어떤 사고나 감정, 또는 행동을 비정상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함으로써밖에 증명되지 않으며, 그 사람이 그런 비정상적인 사고나 감정, 행동을 보이는 것은 그 인지도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4]
사실 그 인지도식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맞기는 맞는 것인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 것인지, 인지행동치료 이론을 빌리지 않으면 설명마저도 하지 못한다. (인지행동치료 이론에서는 인지도식을 명제의 형태로 서술하지만, 그것은 연구자 및 임상가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일 뿐이다. 사람의 정신 안에 멍제라는 것이 실체로서 존재한다는 증거도 없으니 뭐...)
하지만 그 인지도식이라는 개념에 바탕하여 인지행동치료 이론이 만들어져왔고, 인지행동치료 기법은 정신과 치료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 "정신과 병원에서 하는 심리상담"이라고 하면 모조리 다 인지행동치료를 말하는 것일 정도로 널리 대중화되어 있기까지 하다.
1.4 논리적 오류로서의 Ad Hoc 사례
1.5 관련 문서
2 Ad-Hoc Network
무선 통신 방식에서 이용되는 방식 중 하나.
기지국 같은 통신 인프라를 사용하지 않고 단말간에 직접 통신을 하는 방식으로 여러 단말기를 거쳐서 수신단에 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매쉬통신이 가능하다.
목적지까지 직접적으로 전파를 송/수신할 수 없으나, 가는 경로에 통신이 가능한 단말. 기지국 등이 있으면 징검다리처럼 해당 단말/기지국을 거쳐가면서 목적지까지 전달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PSP의 네트워킹이 이런 방식을 써먹는다.
분명 Ad-Hoc인데 왠지 애드훅이라고 읽고 쓰는 사람이 많다.
노트북에서 이 기능을 사용하면 노트북을 잠깐 무선공유기처럼 만들 수 있다. OS X이 거의 원클릭으로 지원하며, Windows Vista, 7에서도 간단한 설정을 거쳐 사용할 수 있다. Windows 8부터는 직접 명령어를 치거나, 따로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쓸 수 있게 되었다. 윈도우 10에서는 핫스팟과 WiFi-Direct를 지원한다.- ↑ 물론 저 '반증 가능성' 개념을 만든 칼 포퍼는 갈릴레이 사후 몇백 년 후에야 태어난 사람이지만, 갈릴레이가 사용한 개념 자체는 똑같으므로.
- ↑ 완전히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학문인 수학에서도 마찬가지라서 수학자들은 이미 증명이 완료된 개념이라도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 ↑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과 '반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님을 이 문서의 독자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Ad Hoc 논리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 ↑ 후자의 겅우는, 뇌신경학이나 신경심리학 등등이 발달하면 뇌를 하드웨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설명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지행동치료 이론 안에서는 저렇게밖에 설명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