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세오날의 사자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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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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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자신을 이라세오날의 사자라고 칭하는 레콘. 본명은 말하지 않아 알 수 없다.

나나본을 지척에 둔 장소에서 파손된 다리를 복구하고 있는 니어엘 헨로 수교위의 9014 독립 중대에 나타나 살육과 증오로 더럽혀진 장병들의 영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이 때 그의 요청으로 간만의 폭음 후 취해 자다 깨서 나타난 니어엘을 보고 이름만 군인인 살육자의 도당으로 전락했다고 통탄해 마지않는 투로 말한다.[1]

이라세오날의 사자는 보통의 레콘처럼 레콘이 아닌 자들에게 언제나 위압감을 주는 커다란 덩치를 가졌으며 살아온 나날이 평온하지 않았는지 부리에 잔상처가 많고 벼슬 또한 여기저기 찢어져 있다.

보통의 레콘들과 다르게 걸치고 있는 옷이 좀 특이하다. 선민 종족들 중에 나가와 레콘은 보온과 피부 보호라는 의복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종족이다. 나가는 실질적 기능보다는 보다 심미적 기능의 복장이지만 레콘은 격투를 즐기고 걸핏하면 부풀어 오르는 몸 때문에 완전한 의복은 오히려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콘들은 다른 종족이라면 나신이나 반나신에 가까운 옷차림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라세오날의 사자는 부풀어도 찢어지지 않을 구조의, 달리거나 싸우는 것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다. 니어엘의 관점으로는 승려들이 입는 옷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는 듯. 소박한 듯하지만 뜻밖에 엄격한 옷차림이라고 한다.

니어엘이 "사자님께서는 무슨 자격으로 제 장병들의 영을 정화하겠다는 겁니까?"라고 묻자 "나는 절망에 사로잡힌 자들의 구원자이며 죽음을 이겨 낸 부활자이신 이라세오날의 뜻을 받들어 그분의 복음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세상에 나선 그분의 사자다."라고 답한다.

니어엘의 추측을 유추해볼 때 '절망에 사로잡힌 자들의 구원'은 절망도의 센시엣 특수 수용소에 갇힌 레콘들을 구해 낸 것이며 '죽음을 이겨 내었다'는 것은 치천제가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황제께선 절망도의 죄수들을 세상에 풀어 자신의 복음을 전달하게 했다'는 의미. 이 때 니어엘이 복음에 대해 묻자 경건한 태도로 엄숙하게 말한다.

만물의 지배자이시며 하늘의 통치자이시며 우리 모두가 믿는 이라세오날의 거룩한 영광에 의지하여 말한다 귀하디귀한 우리들은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삶은 형극이고 시간은 잔인한 강탈자다. 풍요롭지 못하여 인색한 세상은 타인의 간난을 통해서만 나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 뿐 스스로 행복을 자아내지 못한다. 결핍은 경쟁을 낳고 경쟁은 증오를 낳으며 증오는 죽음을 낳는다. 죽음의 사슬은 끊어야 한다.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줄 사랑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사랑은 우리가 서로에게 주는 것 뿐이다. 세상이 주는 증오를 버리고 우리가 만들어 낸 사랑만이 남게 해라. 귀하디귀한 우리들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며, 우리가 일평생 쉼 없이 줄 수 있는 것도 사랑뿐이다.

눈마새와 피마새에 등장한 레콘들을 생각해보면 꽤나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레콘. 치천제의 그 동안의 행적에 감명받은 듯하다. 레콘이 개인주의자인 것과 숙원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예전에는 잘 나가던 신부탐색자였다가 죽은 줄 알았던 치천제가 절망도의 레콘들을 구해주고 귀환한 것에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크게 감명받고 이라세오날을 신으로 여기며 숭배하고 그녀의 뜻대로 제국에 사랑을 전파하기로 숙원을 세웠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아마도 사자는 절망도에 수배된 레콘이었음에 분명하다. 물에 둘러싸였다는 절망적 상황에서 그를 구해준 이라세오날에 대한 숭배는, 그들의 물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에 대입해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어지간히 헨로 중대원들의 타락한 영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든 중대원을 한자리에 집결시켜 자신의 말을 듣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니어엘은 다리 복구를 늦출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다리를 복구할 동안 자신들은 어차피 이곳에 머물 것이니 그 기간 동안 함께 머무르며 휴식을 하거나 식사하는 병사들의 곁으로 다가가 그들의 영을 보살피는 것은 사자의 자유라고 선언했고 이라세오날의 사자도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호응이 있었다. 사자가 전하는 복음에는 건전한 삶의 방식과 추구해야될 목표, 물리쳐야 할 악덕에 대한 교훈적인 내용들이 잔뜩 들어 있었고 사자가 말한 내용을 기록하는 열의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곤란한 문제가 생겼는데 사자와 청중은 의견 교환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일방적인 사자의 연설이나 마찬가지였다. 레콘인 그가 토론을 원치 않는다면 타 청중(병사들은 인간이므로)이 그와 토론이나 언쟁을 벌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레콘이 행사할 수 있는 엄청난 물리력을 생각해본다면...[2]

하루가 더 지나자 병사들은 사자를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하며 나나본 본부에 대한 강한 애정을 느끼며 공사에 매진하려 강변에 몰려들었다. 때문에 이라세오날의 사자는 청취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강변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열의는 식지 않은 듯했다. 그는 목재와 석재를 마련하기 위해 강을 떠난 병사들을 목표로 열심히 전파하였다. 그리하여 병사들은 점점 사자의 이야기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공사속도가 빨라졌고 니어엘은 즐거워했다.

다리가 완공되어 더 이상 복음을 전파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에 아쉬웠는지 니어엘에게 말미를 요청하려 했으나 눈치 빠른 니어엘이 선수를 쳐서 말도 꺼내보지 못했다.

사자와 니어엘의 대화 중에 니어엘이 사자에 대해 놀라는데 공사 기간 동안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사자의 태도를 보며 니어엘은 그가 자기가 전달하는 복음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했고 그것은 레콘으로써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화를 통해 그가 자신이 전달하는 복음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자신의 역량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확신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는 자신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타 종족이 보기에는 자신만만에 가까운) 레콘으로써는 역시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니어엘과 대화 후 그는 작별인사를 하며 떠나갔다.
  1. 자다가 일어나 머리를 정리도 못했으며 바닥에 뒹굴던 외투를 집어 망토처럼 어깨에 걸쳤고 어딘가에 있던 목도리를 집어서 목에 감자 헨로 산적단의 두목이라고 소개해도될 것 같은 풍모가 되었다. 거기에 카루스가 제국검을 통해 장교의 위엄이라도 살려 보려 했지만 오히려 산적단 운영자의 외모를 더 부각시켰다.
  2. 본문에는 '사자는 토론을 지양했다. 그리고 레콘이 토론을 지양한다는 것은 토론의 완전 금지나 다름없었다.'라고 서술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