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교향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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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 교향곡 제4번 E단조 작품 98
(Sinfonie Nr.4 e-moll op.98/Symphony no.4 in e minor, op.98)
1 개요
브람스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교향곡. 1번을 쓰고 거의 바로 2번에 착수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곡도 3번을 완성하고 초연한 다음 해인 1884년에 착수했다.
브람스는 그 해에도 여느 때처럼 여름에 빈을 떠나 오스트리아 중부에 있는 휴양지인 뮈르추슐라크에서 피서를 즐겼는데, 이 때 이 교향곡의 전반 두 악장이 완성되었다. 다만 이후 빈으로 돌아온 뒤에는 별 진척이 없었고, 나머지 후반 두 악장은 1885년에 같은 곳으로 휴양을 떠났을 때 완성되었다.
2 곡의 형태
이 곡도 고전적인 4악장제 형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전작들과 달리 좀 더 과거 회귀적인 며모가 곳곳에 나타나 있다. 장단조 이전의 음계 체계인 선법이 나오는가 하면, 마지막 악장에서는 대선배 바흐에게 빌려온 주제로 짠 파사칼리아[1]가 선보여지는 등 상당히 올드비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이전 브람스의 교향곡들은 끊임없이 베토벤의 교향곡들에 비유되어 왔지만[2] 4번만큼은 누구도 베토벤의 교향곡에 비유하려 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1번 이래 오랜만에 단조 조성을 택하고 있지만, '고통을 극복하고 환희로' 라는 베토벤 식의 도식이 아닌 울적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서사 비극 형태의 교향곡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물론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교향곡처럼 처절하게 울부짖는 듯한 감정 표현은 자제하고 있지만, 3악장을 제외한 곡 전체에서 풍겨나오는 어두운 분위기는 누가 연주하거나 지휘하던 간에 자연스럽게 풍겨나오고 있다.
1악장은 서주 없이 바이올린이 띄엄띄엄 연주하는 4분음표+2분음표로 이루어진 첫 주제를 막바로 연주하며 시작하는데, 사이사이에 4분쉼표를 두고 있어서 마치 탄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주제는 계속 이어서 브람스 특유의 당김음을 곁들인 식으로 변형되고, 이어 오보에와 클라리넷, 호른이 셋잇단음표가 들어가 첫 주제보다는 다소 리드미컬한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이 부분에서 현악기가 받쳐주는 리듬이 계속 당김음으로 이어지는 것도 특이하다.
이 주제를 첼로와 호른이 연주하는 한결 유려한 대선율이 바로 뒤에 붙어서 수식해주고, 이어 2박과 셋잇단음표 3박이 어우러져 약간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이행부로 이어진다. 이 뒤에는 목관악기가 현악기의 춤곡풍 반주 음형 위에서 두 번째 주제의 리듬을 빌어 다소 밝은 느낌의 부주제를 연주한다. 부주제 뒤에는 다시 2박+3박 크로스 리듬으로 분위기가 고양된 가운데 제시부를 마친다. 이 제시부는 1~3번과 달리 도돌이표가 없어서 반복하지 않는다.
발전부는 다시 바이올린의 첫 주제 제시로 시작되는데, 후반부에서부터 변형이 시작되면서 형태가 점차 늘어난다. 이어 고음현과 저음현이 주고받는 강한 대조가 인상적인 대목을 거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이것이 진정되면 클라리넷과 바순이 두 번째 주제를 변형시킨 가락을 연주한다. 다시 고음현+저음현 대조 악구가 뒤따르지만, 이전 만큼의 극적인 면모는 보여주지 않고 다시 두 번째 주제를 변형시킨 악구가 목관에 의해 연주된다.
재현부는 첫 음형을 살짝 바꿨을 뿐, 그 뒤로는 맨 처음 제시된 주제와 거의 비슷하게 나간다. 다만 두 번째 주제 이후로는 고전적 규칙대로 조바꿈되어 나타나며, 마지막 종결부가 좀 더 대규모로 짜여져 있어서 발전부가 축소되고 종결부가 늘어나는 3번의 1악장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종결부는 첫 주제를 변형시킨 것 위주로 진행되는데, 장조로 바뀌는 일 없이 계속 어두운 단조의 분위기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맨 마지막에서는 팀파니가 꽤 드라마틱하게 두드러지는 독주로 나오면서 비극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2악장도 1악장과 마찬가지로 소나타 형식 비슷하게 되어 있지만, 발전부를 생략한다는 점에서 역시 3번의 2악장과 비슷하다. 호른이 연주하는 가락으로 시작하는데, 라(A) 음이 중심인 것 같지만 장조도 단조도 아닌 것 같은 기묘한 분위기다. 이 대목은 프리기아 선법으로 되어 있는데, 스페인 민속 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선법이기도 하다.
이 가락을 현의 피치카토 반주 위에서 클라리넷과 바순이 E장조로 바꾸어서 첫 주제로 만드는데, 다만 이 주제에도 후반부에서 다시 호른의 프리기아 선법 가락이 섞이면서 상당히 옛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어 이 주제를 가지고 현이 한결 부드럽고 낭만적인 변형을 가해 연주하고, 목관악기의 스타카토 음형과 대비되는 이행부가 뒤따른다.
이어 첼로가 다소 단조로운 첫 주제와 대비되는 서정적인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고, 이 주제도 따로 발전부 없이 뒤이어 변형된 형태로 이어진다. 다소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행부가 뒤따른 뒤 첫 주제를 목관이 아닌 비올라와 첼로가 연주하며 재현부에 해당하는 대목으로 들어가는데, 후반부에서는 한층 더 극적으로 변형되고 트럼펫과 팀파니까지 가세해 강경한 어조로 바뀐다. 격한 흐름이 진정되면 두 번째 주제를 바이올린 위주의 현 파트로 재현하고, 1악장과 마찬가지로 첫 주제를 변형시킨 긴 종결부가 이어지면서 마무리된다.
3악장은 이전과는 다른 상당히 밝고 역동적인 분위기인데, 스케르초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오히려 변형된 론도+소나타 이종교배 형식에 가까워서 브람스 특유의 3악장인 것은 이전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다. 힘찬 전체 합주로 바로 주제를 내놓고 시작하고, 피콜로와 트라이앵글이 더해져 곡에 양감을 더하고 있다.
흥분이 좀 가라앉고 나면 바이올린이 G장조로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고, 이어 첫 주제가 변형된 형태로 연주되면서 발전부 비슷한 느낌의 중간부로 이어진다. 중간부는 주로 첫 주제의 변형 위주로 진행되는데, 도중에 템포가 좀 느려지면서 호른과 바순이 부드럽게 흐르는 느낌의 새로운 선율을 연주한다. 하지만 이 선율은 새로운 주제라기 보다는 이행부 성격이며, 다시 두 주제가 차례로 나타난 뒤 꽤 화려하고 강력한 느낌의 종결부로 끝맺는다.
마지막 4악장은 이 곡에서 가장 복고풍인데, 관악기와 팀파니를 곁들인 코랄 풍의 주제를 연주하며 시작된다. 이 주제는 상술한 대로 바흐의 칸타타 '주님, 저희는 당신을 갈망합니다(Nach dir, Herr, verlangt mich BWV 150)' 의 마지막 악장 베이스 라인에서 빌어온 것이다. 곧이어 이 단순한 주제를 가지고 무려 서른두 개의 변주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성격 변주곡의 대가였던 브람스 답게 변주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홉 번째 변주까지는 거의 일관되게 서서히 격앙되는 느낌을 주고, 열 번째 변주부터 다시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로 관악기들이 활약하는 열두 번째~열다섯 번째 변주에서는 기존 3/4박자가 3/2박자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템포도 느려지는 느낌을 준다.
열여섯 번째 변주에서는 박자가 다시 3/4박자로 돌아오고, 첫머리 주제 제시 때의 분위기를 그대로 끌고 와 소나타 형식의 재현부풍으로 되어 있다. 이어 스물다섯 번째 변주까지는 또 극적으로 고조되는 느낌을 주고, 스물여섯 번째~스물여덟 번째 변주는 비교적 가라앉은 분위기의 이행부를, 그리고 스물아홉 번째~서른두 번째 변주는 다시 종결부로 가기 위해 고양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른두 번째 변주가 끝나면 곡 전체를 비극적인 분위기로 마무리짓는 종결부가 뒤따르는데, 사실상 서른두 번째 변주를 또 변주시키는 대목이다.
악기 편성은 플루트 2(2번 주자는 피콜로를 겸함)/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콘트라바순/호른 4/트럼펫 2/트롬본 3/팀파니/트라이앵글/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브람스가 팀파니 외의 타악기를 교향곡에서 쓴 유일한 사례인데, 다만 트라이앵글은 위에 쓴 대로 3악장에서만 쓰인다. 피콜로도 마찬가지고, 콘트라바순은 3~4악장에서만, 트롬본은 4악장에서만 연주한다.
3 초연
1885년 10월 25일에 브람스 자신이 직접 마이닝엔 궁정 관현악단을 지휘해 초연했는데, 1~3번과 달리 어둡고 복고적인 곡이라 그랬는지 즉각적인 호응이 나오지는 않았다. 심지어 브람스 음악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말러 같은 경우에는 대놓고 졸작이라고 디스하기도 했다.
다만 브람스의 맹우였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곡에 대해 '매우 독창적이고 개성적이며, 놀라운 힘으로 가득찬 작품' 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초연 이후에도 이 곡을 자주 지휘해 보급에 힘썼다. 이후에도 좀 이색적인 회고성 작품이라는 인식은 계속 이어졌지만, 쇤베르크의 경우에는 이 곡이 첫 3음 동기로 전곡이 꽉 묶여 있고 변주 양식과 전개 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교향곡을 뛰어넘었다고 분석하면서 오히려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4 그 외
비극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큰 재난을 당한 희생자들이나 유명 인사들의 추도 연주회에도 자주 선곡되는 편이다. 일본에서는 히로히토가 1989년 1월에 사망했을 때 NHK 교향악단이 개최한 추모 음악회에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2악장[3],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4]와 함께 이 곡의 4악장이 연주되기도 했다. 물론 과거 식민지였거나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나라들에서는 별 반응 없었다. 잘 죽었다고 춤을 췄으면 췄지
2011년 3월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베를린에서 열린 유니세프 구호 성금 조성 특별 음악회에서도 공연되었는데,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을 연주한 1부에 이어 2부에서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했다. 반대로 3악장의 경우 특유의 밝고 힘찬 분위기 때문에, 이 악장만 따로 떼어 앵콜로 연주하기도 한다.
예스의 5집 앨범 Fragile의 두번째 트랙인 Cans and Brahms가 이 교향곡의 3악장을 모티브로 한 곡이라서 많은 프로그래시브 록 팬들에게도 익숙한편이다.- ↑ Passacaglia. 스페인에서 유래한 일종의 변주곡으로, 변화 없이 꾸준히 반복되는 베이스 라인을 타고 그 윗성부에서 변주가 진행됨.
- ↑ 1번은 당대 유명 지휘자 한스 폰 뷜로가 '이 곡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다'라고 평했으며 곡 자체도 5번 및 9번과의 유사점이 지적되고 있다. 2번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에 비유되었고, 3번은 초연 지휘자인 한스 리히터가 이 곡을 브람스의 영웅 교향곡이라 했다.
- ↑ 흔히 'G선상의 아리아' 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곡
- ↑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플래툰에 사용되어 유명한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