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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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After.

1983년 미국 ABC에서 만든 미국 중부의 캔자스시티를 배경으로 한 핵전쟁 영화. 스타트렉 2편과 6편을 감독한 니컬러스 메이어가 감독을 맡았고 폴리스 아카데미 시리즈에 나오던 스티븐 거튼버그를 비롯하여 제이슨 로바즈, 존 리스고 등 당시 유명배우들이 나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졌다. 감독이 감독인지라 스타트렉 특수효과팀이 참가했다.

1960년대 영국에서 나온 페이크 다큐멘터리 "전쟁 게임"이후 나온 핵전쟁 영화 걸작으로서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핵전쟁이 벌어지는 과정과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현실적으로 묘사해 냉전 당시의 긴장 속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핵겨울은 나오지 않는데 이 때만 해도 핵겨울에 대한 가설이 검증되지 않아서였다. 칼 세이건[1] 등의 전문가 드라마 이후의 토론회에 나와 핵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온 명언이 "기름 가득 찬 방에 한 명은 성냥 5개, 한명은 성냥 3개를 들고 서로 먼저 불을 붙이겠다고 협박하는 형세"라는 표현.

등장인물의 대사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나오는 설정으로는 서베를린을 얻기 위해 소련이 지상군으로 동베를린 국경을 봉쇄하면서[2]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봉쇄를 풀기 위해 NATO군이 베를린으로 진격하게 된다. 하지만 소련군의 반격으로 라인강까지 전선이 밀리자 소련군을 저지하기 위해 전술핵을 사용하고, 소련은 이것을 브뤼셀의 나토 본부를 날려버리는 본격 핵공격으로 받아친다[3]. 이후 소련은 영국캘리포니아의 핵기지를 공습하고, 순식간에 전면 핵전쟁으로[4] 확대되어[5] 미소 양국은 핵무기로 초토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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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상에서 핵무기를 마치 미국이 먼저 쏜 것 같기도 하지만 명확하지 않다.

결국 휴전이 선포되지만 이미 두 나라 다 방사능에 오염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뒤다.


캔자스에 핵폭탄 두 발이 떨어지는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지금 보면 조악한 특수효과[6]와 기록 영상들을 합친 것이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첫 방송 때 미 전역에서 1억 명이 시청[7]했으며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도 감상 후 매우 우울해졌다고 감평을 남겼다. 영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후 레이건은 소련과의 핵 감축 협정을 맺게 된다. 1987년에는 미국측의 제안으로 소련에서도 TV로 방영이 되었다.

삼성그룹 계열이던 스타맥스 비디오에서 1990년에 VHS 비디오로 출시했는데 등급이 전연령 등급가였다. 지금 보면 뭐 그렇게 잔인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핵폭발을 피한 주인공급 등장인물들이 하나둘 죽어가는 현실은 시궁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TV영화라 피투성이 모습을 짤막하게 보여줘서 그렇지 주인공급이 광기에 빠진 약탈자에게 허무하게 죽기도 하고 멀쩡하게 살아남은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천천히 죽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이를테면 한 젊은 사내가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남아서 어느 집으로 피신하는데 거기 식구들도 모두 살아남아서 그 집 여자아이와 친하게 지내지만 마지막에 아이는 암으로 죽어가면서 머리가 다 빠져서 '이젠 선물받은 머리핀을 쓸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 사내도 쓰던 모자를 벗자 머리카락이 다 빠져있었다. 갈수록 얼굴이 썩어들어가며 죽을 게 멀지않던 그는 "나도 그렇단다."라며 쓴웃음짓는데 아이가 누운 학교 체육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누워서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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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장에 가득한 사람들. 다들 서서히 죽어가는, 곧 시체가 될 존재일뿐.

그리고 주인공 중 하나인 의사인 러셀[8]은 병원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치료하지만 병원 사람들도 시간이 갈수록 하나둘 죽어가는 상황이라 더 이상 진료할 수가 없었고 러셀도 머리가 다 빠져버리며 자신도 오래가지 못할 걸 알게된다. 핵폭발 이후 연락이 끊겨진 집으로 [9] 걸어서 가게 된다.집으로 와보니 집 근처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고 걸으며 본 사람도 죽은 사람이나 폐허가 된 집을 터는 사람들 뿐. 겨우 집으로 와봤지만 폐허가 된 집터(아내가 집에 남아있었다)만 있을 뿐,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아내가 차고 다니던 손목시계가 타버린 채로 바닥에 널부러진 걸 발견한다. 이걸 보고 아내가 어찌되었는지 알게되었기에 시계를 주워들고 멍하게 있다가 인기척에 놀라 아내 이름을 부르며 주변을 보니 지친 얼굴로 앉아있는 여러 사람이 있을 뿐. 러셀은 그들에게 "거긴...내 집이라구.. 나가...." 힘없이 말하지만 곧 주저앉아서 멍하게 절망하고 한 노인이 조용히 오렌지 하나를 그에게 내밀며 서로 부둥켜 울면서 폐허를 보여주며 아래 자막이 흘러 나오면서 끝이 난다.

이 영화에 나온 대재앙의 묘사는 (시청자들을 위하여) 수위를 낮춘 것이지만 실제로 벌어진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모습이 기다릴지 누구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지구와 (핵무기를 가진 나라의) 국민과 지도자들이 재앙의 날을 방지하는 방법을 찾는데 의미를 두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에서 정규 방송은 북핵문제가 불거질때 KBS에서 평일에 방송되었다(...)

어른의 사정으로 편집되거나 한 부분이 많아서 몇몇의 등장 인물은 최후가 불분명할 정도였다. 방영때 나오는 약탈자들에 대한 정부군의 처형 장면도 더 길고 잔인했었고, 대학교 운동선수들과 의대생들간에 식량을 두고 벌이는 혈투도 구상했지만 모두 편집했다고 한다.

냉전 당시에는 정말로 무서운 이야기였기에 미국에서는 어렸을 적에 멋모르고 보고 트라우마로 남은 사람들도 많았다는 듯. 한국 방영되었을 적에도 마찬가지로 80년대 중순 9시 뉴스에서도 크게 다뤘을 정도이다. 이후 자주 나오는 핵관련 소식에서 이 영화 기록필름이 사용되었다.

폐허가 돼서 쇠퇴한 미국이 소련의 통치를 받는다는 1987년 반공주의 미니시리즈 Amerika(한국 비디오 제목은 아메리카 아메리카)가 이 작품의 후속이라는 설이 있는데 사실은 아니다. 단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은 사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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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작품은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아서 영국에서도 비슷한 TV영화 "Threads"(1984)를 제작했는데 이것도 한국에서 87년에 KBS-1로 <그날 그날 이후>란 제목으로 방영했다.[11] 이 영화는 바로 케빈 코스트너휘트니 휴스턴 주연인 영화 보디가드를 감독한 믹 잭슨이 감독했던 영화다!

이 영화는 핵폭발 이후 미래를 중점으로 더 길게 다뤘는데 이게 만들때는 핵겨울 가설이 나와서인지 폭발이후 핵겨울로 얼어죽는 모습이 나온다. 그날 이후가 통제된 지역에서 벌어진 이야기라면 이 이야기는 아예 전 유럽과 영국의 상황을 자막으로 보여준다. 핵이 폭발하여 당시 4천만이 넘는 영국 인구가 겨우 10%만 남고 다 죽었다는 자막까지 나오는데 그나마 영화상에서 10여년이 지나 1100만 정도 인구로 늘었다는 희망적인 자막이 나오지만 고양이가 아예 멸종되어버렸다든지 현실은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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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고양이를 설명할때 나오는 사진. 뼈까지 이렇게 생겼다고 가르쳐줘야 하는 상황이다.

태어난 아이들은 고양이가 뭔지 몰라 학교에서 그림으로 고양이를 설명해줘야 할 지경.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무정부 상태인 2000년대(!)의 영국에서 막판에서 여 주인공이 된 소녀가 강제로 성폭행("거친 관계crude intercourse")당해 낳은 아이가 기형아인걸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며 끝난다.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 선정 가장 보기 불편한 영화 1위.[12]

그 외 그레고리 팩, 에바 가드너, 안소니 퍼킨스의 "해변에서(한국제목은 <그날이 오면>, 1959년작)"은 바다에서 밀려오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정부가 자살약을 국민들에게 배급하는(!) 호주를 다룬다. # 1965년 영국에서 상영 된 <워게임(The War Game)> 역시 핵전쟁을 다룬 영화.1982년작 바람이 불 때에도 참고할 만 하다.

  1. 핵겨울론의 지지자이기도 했다.
  2. 표면적인 이유는 베를린 주둔 동독군의 반공시위 가담과 반란이다. 실제 그런지 아니면 선전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3. 이것은 실제로 소련의 교리이기도 했다.
  4. 라디오 방송으로 이미 모스크바등 주요 도시에 소개령이 내렸다고 한다
  5. 누가 먼저 ICBM을 발사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미 국방성에서는 소련이 그랬다고 하면 지원을 해주겠다 했지만 제작진이 거부했는데 감독은 홍보물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오오.
  6. 저 버섯구름만 해도 속에 페인트를 부어넣는 장면을 고속 촬영해 위아래를 뒤집은 것이다. 83년 당시 CG기술은 이제 첫걸음이라서 핵폭발 묘사는 불가능했다. 핵폭발로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증발해 죽는 장면도 당시 기술의 한계로 번쩍 하면서 해골만 잠깐 보이다가 흔적이 없어져버리는 식으로 묘사되었다.
  7. 시청률이 46.7%였는데 90년 영화잡지 스크린에선 그때까지도 미국 TV영화 사상 최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나온 바 있다. 이후로는 케이블 TV가 생기면서 채널이 수도 없이 많아져 선택권이 다양해졌으므로 이렇게 한 채널이 시청을 독점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8. 위에 핵폭발 장면에서 핵이 터지자 얼른 자동차 안에서 엎드리던 노년운전자 역. 제이슨 로바즈(1920~2002)가 연기했다.
  9. 영화 초반에 러셀과 아내가 아침밥을 먹는데 라디오로 소련과 관계 악화로 전쟁이 난다 뭐다 뉴스를 듣으며 아내가 쿠바 미사일 위기처럼 될까요? 이러자 러셀은 설마? 이랬다...
  10. Amerika에서 미국이 망한 건 핵전쟁이기 보다는 EMP 공격의 영향이 더 크다
  11. 미국의 그 영화인 줄 알고 보고 낚인 사람들이 KBS에 공식항의하기도 했으나 이 영화도 시청률이 상당해 재방송도 여럿 되었다.첫 방영은 심야에서 방영했지만 9시 50분에 방영하여 아이들이 볼 수 있던 시간이었고...아예 재방영은 토요일 오후에 방영하여 많은 아이들이 보고 충공깽에 빠지기도 했다...
  12. 참고로 지옥의 묵시록이 고작 20위, 시계태엽 오렌지가 19위, 인간지네가 16위, 네크로맨틱이 8위, 마루타가 7위,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가 6위, 카니발 홀로코스트가 4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