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ama Butterfly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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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모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로, 일본을 배경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1] 오페라 역사상 최초로 동북아시아를 배경으로 삼은 오페라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장르를 통틀어 따지면 실제로는 요제프 바이어의 4막9장 발레 〈코레아의 신부(Die Braut von Korea, 1897년)〉가 최초의 동북아시아 배경 작품이다. 물론 인지도는 나비부인 쪽이 압도적으로 우위다.
3막 오페라라고 오인하는 사람도 있으나, 2막이 두 부분으로 나뉘었을 뿐 2막짜리 오페라이다. 1막→ 2막 1장→ 2막 2장 순으로 내용이 진행된다.
제목에 대해서 풀이하면 이렇다. 주인공의 이름 '초초상'의 '초초'는 나비(蝶々, ちょうちょう)의 음독이고, 'Madama(마다마)'는 'Madame(마담)'의 이탈리아어 발음이다. 원래 이탈리아어의 나비라는 단어는 'Farfalle(파르팔레)'인데, 'Butterfly'는 푸치니가 영어를 그대로 옮겨 쓴 것이고 이탈리아어 'Madama'와 합쳐서 제목을 지은 것이다.
이 오페라에서 특히 '어느 갠 날(Un bel di vedremo)'이라는 아리아가 유명하다. 또, 허밍코러스도 가끔씩 왕왕 연주된다.
라 보엠, 토스카와 더불어 푸치니의 3대 걸작이라 불린다. 그러나 내용은, 특히 여성에게는 푸치니 오페라 중에서 가장 역겹다는 평을 받는다. 서양 오덕 아저씨들의 오리엔탈리즘과 자포네스크[2]적 기질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요, 어린 여자아이의 인권을 유린하고 자살[3]하게 만드는 내용이 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초초상은 1막에선 15세(!!!)의 게이샤인데, 30대 서양 아저씨 핑커튼의 아이를 낳아버리고 그 아이마저 서양 우월주의에 물든 미국인에게 빼앗기고 만다.
하지만 거의 드물게 핑커튼을 실드 치는 해석도 있다. 당시 일본에선 미군과 게이샤들 사이의 단기 계약 결혼이 드물지 않았고, 핑커튼도 초초상과 사기 결혼을 한 게 아니라 그런 계약 결혼을 했을 뿐이라는 것. 이 방향으로 본다면 나이가 어려 정신적으로 그다지 성숙하지 못했던 초초상이 계약결혼에 대해 잘 모르고 결혼해 버리고는 혼자서만 사랑하다가, 사실을 알고 죽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작품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런 것들은 단순히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등의 문제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양에 대한 서양인들의 제국주의나 이분법적 사고가 어느 정도로 심각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제다. 투란도트도 그렇고, 동양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들은 줄거리보단 음악에 만족해야 하는 편이다.[4]
결국 중국계 미국인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이 이를 비꼬는 〈M.Butterfly〉라는 희곡을, 이 나비부인과 프랑스의 국가기밀 누출 실화를 합쳐서 만들어냈다. 데이비드 크로넌버그 감독으로 영화화도 됐다.[5]
참고로 이 오페라의 뮤지컬판이라 불리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월남전 시절의 베트남을 배경으로 만든 미스 사이공이다. 이 작품 역시 스토리가 보기 좀 그렇다.
2 등장인물
- 초초상(나비부인) : 주인공. 집안과 의절하고 핑커튼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지만 버림받아 자살한다.
- 핑커튼 : 남자 주인공. 미군으로 일본 근무시 현지처로 초초상과 결혼하였으나 미국으로 돌아가 케이트와 중혼을 저지른다.
- 샤플레스 : 미국 영사. 초초상을 가엾게 여기는 사람으로 핑커튼이 미국으로 떠난 이후 나비부인의 집세를 대신 내주는 등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 고로 : 중매인. 나비부인과 핑커튼의 결혼을 중매하였으며 핑커튼이 떠난 후 야마도리 공과의 재혼을 주선하나 거절당한다.
- 본조 : 나비부인의 친척으로 가문을 버리고 핑커튼과 결혼하는 장면에서 난입하나 나비부인의 강한 의지로 인해 의절 선언 후 떠난다.
- 스즈키 : 나비부인의 충실한 하녀. 핑커튼이 떠난 후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야마도리 공 : 여러번 결혼을 했던 중~노년 남성으로 나비부인을 후처로 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나 실패한다.
- 케이트 : 핑커튼이 미국에 돌아가 결혼한 상대자로 핑커튼과 나비부인의 아들을 입양하려 한다.
3 일본이 사랑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은 일본 소프라노들이 제일 사랑하는 오페라라고 한다. 심지어 성악을 배우지 않은 일본의 일반인들, 특히 일본 상류층에서 이 오페라에 대해서는 굉장히 호의적이다. 자국을 배경으로 삼은 내용이라서인지, 아니면 초초상이 자신들의 정서에 잘 맞는 여캐라서인지는 불명이지만, 일본 소프라노들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의 대부분 초초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동양인 소프라노 중 최초로 초초상을 맡았던 미우라 타마키(三浦環)도 초초상역을 매우 좋아해서 무려 2,000회 이상 이 배역으로 출연한 기록을 갖고 있다.[6] 나가사키의 공원인 구라바엔(グラバー園. 영어로 글로버 가든)에는 미우라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로 이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을 본뜬 동상이 설치되어 있고, 정원에 딸린 일본식 가옥에는 '나비부인의 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일본에선 나비부인의 본내용은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스토리에 상관 없이 자국을 배경 삼은 것만으로도 자신들에겐 커다란 영광 그 자체라는 것.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우리나라에서 보는 나비부인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일본에선 이 오페라의 내용을 그다지 역겨워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아사다 마오도 나비부인의 <어느 개인 날>을 곡으로 선택해서 피겨 스케이팅을 했던 적도 있으며, 메모리즈 3부작 애니영화에서도 나비부인의 아리아 2곡이 삽입곡으로 나오기도 했다.[7] 이러한 인식은 일본에선 지금도 변함없다. 심지어 1990년대 이후로는 가사를 일본어로 직접 번역하고, 가부키 스타일로 만든것도 있으며 일본 정부에서도 이 오페라에 대한 지원까지 해주고 있으니 말 다했다.
전여옥은 표절로 판명된 저서 <일본은 없다>에서 이러한 일본의 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4 명반과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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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에서 1974년에 녹음된 전곡반 |
나비부인은 영상물보단 음반으로 듣는 것이 가장 만족감을 준다. 음반쪽의 연주가 훨씬 잘 되어있고, 영상물은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8] 그나마 중국의 소프라노 잉 후앙이 출연한 영화판은 시각적 측면에서 제일 낫다는 평을 받는다. 그 많다던 일본 소프라노들은 어디에?
- ↑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이리스〉도 일본을 배경으로 삼은 것이지만, 판타지 분위기가 섞였고 오페라의 인지도도 나비부인에 비하면 별로 높지 않다.
지못미 마스카니. - ↑ 원래 의미에 와패니즈가 가미된 개념의 자포네스크.
- ↑ 옛날 일본에서 수치를 느끼면 명예를 위해 할복자살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는 하다.
- ↑ 상당수 오페라의 줄거리가 현대 막장 드라마 수준의 내용이 많다. 나비부인은 주로 와패니즈나 여성차별로 비판받지만, 팔리아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람베르무어의 루치아 등은 현대의 관점으로도 대단히 막장스럽다.
- ↑ 줄거리는 프랑스 외교관인 남자 주인공이 중국에 와서 나비부인을 연기한 여성 소프라노와 사랑에 빠져 아내와도 이혼하고 직장에서도 해고당해 우체부가 되어 중국 측 스파이로 활동하게 되는데, 알고 봤더니 그 여성 소프라노는 남자 주인공을 중국 측 스파이로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접근한 남자였던 것. 결국 그 남성은 중국으로 추방되고, 주인공은 교도소 죄수들 앞에서 나비부인으로 분장하고 자살한다는 결말. 영화에서는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인공으로, 마지막 황제에서 푸이를 연기한 존 론이 여장남자 소프라노로 나온다.
- ↑ 다만 일본인 성악가라는 핸디캡+서구의 오리엔탈리즘 때문이었는지, 미우라가 맡은 역은 이것 외에 활동 초기의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마스카니의 이리스, 메사제의 국화부인 같이 일본 배경 오페라의 여주인공 정도였다.
- ↑ 메모리즈 1부에 해당되는 그녀의 추억
- ↑ 누가봐도 코 큰 서양 얼굴의 소프라노가 게이샤 화장과 일본인 코스프레를 하고 자신을 15세라 소개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