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Legio Mariae
영어: Legion of Mary
1 개요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1]Inimicitias ponem inter te et mulierem, et semen tuum et semen illius ; ipsa conteret caput tuum.
창세기 3장 15절
가톨릭의 네임드 평신도 사도직 단체 중 하나로 예수 성심(聖心)과 함께 가톨릭의 양대 신심 중 하나인 성모 신심의 끝판왕. '마리아의 군단'이란 뜻으로,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의 지휘 아래 세속과 악에 맞서 기도와 봉사로써 교회의 싸움에 참여하기 위한 영적인 군단이라는 취지로 지어졌다. 명칭은 물론이고 단체 내에서 쓰이는 조직 단위나 용어 등을 모두 고대 로마의 군대에서 통용되던 것을 쓴다. 간단하게 레지오로 줄여 쓰기도 한다.
범세계적인 조직으로 총 300만 명의 신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에서도 조직성이 가장 강한 나라는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필리핀, 브라질, 아르헨티나, 콩고라고 한다. 특히 한국은 국가적인 주보성인부터 성모 마리아여서인지[2] 레지오가 조직되지 않은 본당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반대로 북미, 특히 미국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다. 미국 신자들 사이에서는 레지오라는게 뭔지 모르는 신자가 많다. 물론 미국에 있는 한인 공동체나, 필리핀 교우들 사이에는 레지오가 활성화 되어있다.
레지오 마리애에 입회할 자격은 모든 성인 가톨릭 신자에게 있지만, 행동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3개월에 걸쳐 꾸준한 수련과 입회 심사를 거치므로 어지간히 독실한 신자여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레지오의 강령이 군대에서 본땄기 때문에 강제적인 조항들이 다분하고, 레지오의 교본도 처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딱딱하고 원론적이며 지루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번역이 잘 되어야, 응? 게다가 교본에 나오는 '성모는 구속 사업의 공동 사업자'라는 표현은 자칫 '성모는 공동 구속자'라고 해석될 수 있는데, '공동 구속자'라는 표현은 현대 가톨릭 교회 안에서 키배가 박터지게 벌어지는 상황.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위격인 성부와 인간 사이를 중재하며 인간을 구원한 구속자의 역할인데 이에 대해서 공동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함이 훼손된다는 주장과,[3] 성령과 언제나 함께 하는 분이 성모 마리아이고 실제로 교황청이 인정하거나 공경하라고 묵인하는 여러 성모 발현을 볼 때 단어의 차이이지 타당성이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4] 레지오 마리애를 창안한 프랭크 더프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레지오 마리애의 성모신심이 공의회에서 가르친 성모신심과 다르다는 공격을 받았으며, 본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강경하게 방어했다.
더구나 개신교의 막장 공격과(성모 마리아 폄훼), 나주 성모동산이라는 완전한 이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레지오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지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나주 성모동산이나 베이사이드 성모 발현 추종자들 같은 이단 내지는 사이비 단체들과는 달리 단지 성모 마리아를 본받아 겸손하게 하느님을 위한 기도, 희생과 봉사를 위해 뛰고 있기 때문에 사실 그다지 경계할 이유도 없다. 당장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아니면 각 성당 공동체들의 봉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18세 미만의 경우는 소년 쁘레시디움에 입회할 수 있다.
레지오 마리애의 모든 방침은 교본에 잘 담겨져 있으며, 회합을 가질 때마다 반드시 탁자에 레지오 보, 성모상, 벡실리움, 양쪽에 초와 꽃병을 세팅한 제대를 차려야 하므로 성물방에서는 아예 레지오 관련용품을 파는 코너도 있다.
2 역사
아일랜드 공화국의 더블린에 소재한 성 파트리치오 성당의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는,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평신도 사도직 단체였다. 회장 '프랭크 더프(1889년 ~ 1980년)'는 단체의 애덕사업에 기도 생활에서 더 나아가 빈민 구제와 교리교육 등등 이것저것을 추가하며 여성 회원들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녀들도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여성들의 활동이 점차 확대되자, 1921년 9월 7일 여성 회원 15명 및 본당신부인 토허 신부와 함께, '자비의 모후'라는 이름으로 프란시스 거리 마이라 하우스에서 처음 모였다.
레지오 마리애의 명칭이 정식으로 채택된 건 1925년 11월의 간부회의. 1926년부터는 아일랜드 공화국 국내에, 1927년부터는 이웃나라로 전파되어 남성 회원들도 쁘레시디움을 조직하게 된다.
레지오 마리애가 한국에 도입된 건 1953년 5월 31일 목포 산정동 성당. 당시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서리였던 하롤드 헨리 대주교와 토마스 모란 신부가 본당 신자들과 함께 모여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과 '평화의 모후' 쁘레시디움을 조직하였다. 1955년 8월에는 서울까지 퍼져 1957년에는 혜화동 성당에서 '상지의 옥좌' 꾸리아가 설립되었다.
3 정신
성모 마리아를 총사령관이자 모델로 삼아 영적인 무기와 갑옷을 갖춤으로써 자신을 성화(聖化)하는 것, 즉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이 1차적인 목적, 성모와 함께 기도생활과 교회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 그 다음의 목적이다.[5]
얼핏 다소 공격적(…)으로 보이는 단체의 속성 때문에 타 종교 신자로부터 종종 또 다른 종교나 이단으로 오해하는 일이 있고, 그리스도교 교리로부터 벗어난다고 까는 일도 잦다. 그래도 레지오 마리애의 활동강령은 어디까지나 성모 마리아를 본받아 하느님을 흠숭하고 기도와 봉사활동으로 성덕(聖德)을 쌓는 것이니 오해하지는 말자. 절대 다수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하느님이 먼저고 성모님이 다음이라는 것을 충실하게 알고 지키고 있으며 성당 내의 온갖 궂은 일에서 스스로가 도구가 되어 쓰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주 활동은 비신자를 입교시키거나 냉담자를 복귀시키는 일, 고인이 된 신자의 빈소를 돌보는 일, 환자 방문, 버림받은 사람들과 타락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일, 본당의 호구조사, 가톨릭 서적보급 및 이동서점을 운영하는 일, 이외에도 본당 신자 관리, 전례 지도, 교리 교육,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 다양하다.
또한 레지오 마리애에서는 단체에 이름을 걸고 물질적ㆍ정치적인 지원을 하는 행위를 일체 금하기 때문에, 정기 회합에서 활동 사항에 돈이 들어간다면 일절 보고하지 않는다. 레지오 마리애의 기원이나 마찬가지인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가 물질적인 봉사활동이 주를 이루는 것과 대비된다.
4 조직도
레지오 마리애에는 기본적으로 5개의 조직 서열이 존재한다.
- 쁘레시디움(Preasidium, Pr.): 파견대, 기초적인 지단(支團)
- 꾸리아(Curia, Cu.): 본당 평의회
- 꼬미씨움(Comitium, Co.): 대리구 단위의 지역 평의회
- 레지아(Regia, Re.): 교구 단위의 지역 평의회
- 세나뚜스(Senatus): 관구 평의회
그 위로는 최고 통솔 기관 '꼰칠리움 레지오니스(Concilium Legionis, Con., 본부 평의회)'가 본고장인 아일랜드 공화국의 더블린에만 존재한다.
쁘레시디움이 한 지역에 2개 이상 생기면 소규모 평의회인 꾸리아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며, 꾸리아가 여러 개 생기면 하나의 꼬미씨움으로 뭉쳐 꾸리아의 역할을 분담한다. 꼬미씨움이 커지면 작은 지역의 평의회인 레지아를 세울 수 있는데, 레지아는 꼰칠리움의 허가가 있어야 세울 수 있다.
단원은 행동단원과 협조단원으로 구분되는데, 협조단원은 일종의 보급병이라고 보면 된다. 가톨릭 교회의 절대적인 보급이라면 바로 기도이기 때문에 협조단원들은 뗏쎄라에 나온 기도문을 매일 바쳐야 할 의무가 반드시 주어진다. 이는 실질적 활동에 나서는 단원들을 뒤에서 지원한다는 의미이다.
고급(?)의 협조단원은 아듀또리움 단원(Adjutorian), 고급(?)의 행동단원들은 쁘레또리움 단원(Praetorian)[6]이라고 한다. 이들은 미사와 영성체, 성무일도, 뗏세라의 모든 기도를 매일 수행해야 한다. 성무일도는 간략하게 줄인 소 성무일도로 해도 된다. 또 미사와 영성체의 경우도 현재는 주 2회만 해도 쁘레또리움 단원의 의무를 수행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매일 미사와 영성체를 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단장의 지시에 따라 둘씩 짝지어 매주 2시간 이상 활동하고, 매주 정한 시간에 회합을 하며, 그 활동 내용을 보고한다.
대한민국에는 동·서·중서울, 의정부, 인천, 대전, 수원, 청주, 부산, 마산, 안동, 전주, 원주, 춘천, 제주에 레지아가, 광주, 서울, 대구에 세나뚜스가 조직되어 있다.
특별히 '직속' 이라는 개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교목실의 쁘레시디움인 '기쁨의 샘' 쁘레시디움은 가장 말단조직인 쁘레시디움이지만 꾸리아 소속이 아니라 꼰칠리움을 제외하면 제일 큰 조직인 세나뚜스의 직속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니고 대학생들이 기특하게도 열렬한 활동을 하겠다니 높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신 듯. 다른 쁘레시디움과 직속이 다른 점이라면 기쁨의 샘 같은 경우 본래대로라면 꾸리아 평의회에 참석해야 하나 그렇지 않고 바로 세나뚜스 평의회에 참석하는 정도의 차이.
5 벡실리움
Vexillum Legio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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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 마리애 단기로, 이 역시 로마군 군기에서 딴 것이다. 맨 위에는 독수리 대신 비둘기가 있는데 성령을 상징한다. 중간부분의 레지오 마리애 표장 밑에 있는 성모상 메달은 무염시태를 나타내는 기적의 메달[7]이며, 아랫부분의 지구는 성모 마리아가 전세계를 지배함, 즉 전세계를 향한 선교와 봉사의 의지가 담겨 있다.
벡실리움의 크기 및 제대에서 성모상과의 거리 같은 자잘한 것이 교본에 지시되어 있으며, 만드는 것 자체도 꼰칠리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저작권 보호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래 발음은 '벡실룸'이지만 어쩐지 '벡실리움'으로 불리고 있다. 구수한 사투리
6 뗏세라
Tessera
로마 군단 내에서 통용되는 암호가 기재된 네모난 비표(秘標)에서 유래되었으며, 간단한 기도문과 성화가 인쇄된 쪽지를 가리킨다. 전세계 모든 레지오 마리애가 동일한 뗏세라를 쓰고 있으며, 레지오의 단원이라면 반드시 지니고 다닐 의무가 있고 쁘레또리움 단원이나 아듀또리움 단원, 협조단원은 여기에 적인 기도문을 매일 바쳐야 하는 의무가 존재한다. 여기에 적힌 기도문은 레지오 시작기도, 성모찬송, 까떼나, 마침기도.
뗏쎄라의 주변에 새겨진 라틴어 글귀는 다음과 같다.
INIMICITIAS PONAM INTER TE ET MULIEREM ET SEMEN TUUM ET SEMEN ILLIUS IPSUM CONTERET CAPUT TUUM(이니미치띠아스 뽀남 인떼르 떼 엣 물리에렘 엣 세멘 뚜움 엣 세멘 일리우스 입슘 꼰떼렛 카풋 뚜움)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
창세기 3장 15절
ECCE MATER TUA(엑체 마떼르 뚜아)
이 분이 네 어머니시다.
요한 복음서 19장 27절
MULIER ECCE FILIUS TUUS(물리에르 엑체 필리우스 뚜우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요한 복음서 19장 26절
BEATA QUAE CREDIDIT베아따 꾸에 크리디딧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루카 복음서 1장 45절
MAGNIFICAT ANIMA MEA DOMINUM마니피캇[8] 아니마 메아 도미눔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합니다.
- ↑ 사실 창세기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여기서의 여자는 뱀에게 낚여서 원수진(...) 하와를 뜻한다. 그러나 가톨릭에선 여자를 성모 마리아로, 여자의 후손을 예수 그리스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본다. 뱀에게 굴복한 하와를 뱀과 원수졌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이 부분 자체가 미래에 대한 복선이라고 해석하는게 자연스럽기 때문. 즉 "뱀아 넌 예수 그리스도한테 밟힌다"라는 뜻.
- ↑ 정확히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이다.
- ↑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당연 이전부터 가톨릭 내의 보수적인 신학자들을 대표하는 거물급 신학자였으며, 신앙교리성 장관이기도 했다.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공동 구속자 호칭에 관하여 "성경이나 교부들의 말과 너무나 다르며 신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자제해 달라"고 강경한 반대의견을 펼치기도 했다. 공동 구속자라는 칭호는 레지오 마리애 교본을 번역하는 와중에 완전히 잘못된 오역이라는 말도 있다.
- ↑ 일단 이 호칭을 반대하는 쪽이든 허용하는 쪽이든 간에,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를 구속하였고, 성모 마리아가 여기에 공헌한 게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데 동의한다. 문제는 이 '없는 것은 아닌 공로'를 '구속 사업자'라고 표현하느냐 마느냐에 있다.
- ↑ 자기 성화가 먼저인 까닭은 하느님이 뒷전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하느님께 봉사하기 위해서 먼저 자신을 깨끗하게 만들라는 뜻이다.
- ↑ 로마군의 프라이토리아니(근위대)에서 유래한다.
- ↑ 푸른 배경에 성모 마리아의 양팔 소매에서 빛이 쏟아지는 모양의 메달. 성녀 카타리나 라부레가 파리 뤼뒤박의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수녀원에서 체험한 파리의 성모로, 성모 마리아는 그녀에게 '가톨릭 신자들이 이 메달을 만들어 지니고 다니라'고 했다고 한다.
- ↑ 마리아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