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이아

1 그리스 로마 신화의 등장인물

그리스 신화와 비극을 통틀어 가장 대담하고 지성적인 성격의 여성으로 꼽히는 유명한 마술사이자 모든 창작물 얀데레계의 시초이자 전설

신화학에서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이방인과 여성에 대한 감정이 이 인물에 투사되어 있다고 본다. 압도적인 배척과 잔여로서의 동경, 동정이다. 메데이아에 대한 이런 류의 연구는 매우 활발한 편인데, 안타깝게도 대중오락서 정도의 해설서만 판을 치는 한국에는, 번역된 것이 별로 없다. 한국 신화 연구 서적은 더 열악하니, 무엇을 기대하리.

신화상으로는 흑해 연안에 위치한 나라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의 딸이자 왕녀였다. 배다른 언니가 황금 양을 타고 온 프릭소스의 아내가 된 '칼키오페'이다. 마법의 여신 헤카테의 여사제이며 태양신 헬리오스의 손녀이기도 하고 테세우스가 유린한 크레타 섬의 왕비 파시파에와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마녀 키르케의 조카이다.[1]
그리스의 마녀는 보통 생각하는 마녀와는 달리 물약 등을 주로 사용했으며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고 메데이아 역시 젊고 아름다운 마녀로 묘사된다.

이아손을 돕고있던 여신 헤라의 술책으로[2] 콜키스의 황금양털을 찾아 온 이아손을 보고 사랑에 빠지고,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얻기 위해 시련을 돌파할 수 있도록 마법의 힘을 써 도와준다.

이 때의 활약이 사기캐로, 불을 뿜는 소로 밭을 갈고 용아병이 나오는 이빨을 뿌려 용아병을 제압하는 시련을 템빨만으로 해결하게 만들었다. 용 역시 잠재워서 양털을 탈취했고 탈로스를 제압하는 등 활약은 거의 다 이 여자가 해서 그리스의 난다긴다 하는 영웅들로 구성된 드림팀이라는 아르고 호의 초반 비장미가 무색할 정도의 스펙을 보여줬다. 작중에서도 그녀의 무서운 능력과 성격 등에 영웅들이 한 수 양보하는 자세를 취할 정도.

그러나 그 와중에 자신의 형제를 살해하고 이아손의 적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판본에 따라 죽인 게 오빠와 남동생으로 나뉘는데, 오빠였다는 전승에 따르면 오빠가 황금 양털을 줄 테니 메데이아를 돌려달라고 했고 아르고 호의 사람들이 그에 수긍하자 협상을 하는 척 하며 오빠를 죽였다고 한다. 남동생을 죽인 버젼에서는 살해방식이 특히 잔인한데 이아손의 배로 어린 동생을 유괴(…)한 뒤, 황금 양털을 되찾으러 추격해 오는 아버지를 따돌리기 위해 동생을 살해하고 시체를 토막내서 그 토막을 하나씩 바다에 던져 추격선이 시체를 수습하기 위해 멈추도록 만들어 빠져나간다. 이아손이 이 여자에게 정나미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인 듯(…). [3]
어쨌든 동생을 살해한 그녀의 행동에 신들이 분노하여 아르고 호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는데, 이에 그녀는 고모인 키르케를 찾아가 그녀에게 신들을 진정시켜 달라고 부탁했고, 키르케가 올림포스에 제를 올리고 난 뒤에야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었다. 키르케는 나중에 메데이아가 저지른 일들을 알고는 매우 분노했다고 한다.

이아손의 나라에서 이아손의 아버지의 원수인 펠리아스를 살해하기도 하는데,[4] 이 방법도 매우 잔인하다. 우선 펠리아스의 딸들에게 늙은 양을 토막내서 솥에 집어넣고 삶으니 어린 양이 되어 나오는 마술을 보여준 후, 펠리아스도 자신의 마법으로 젊음을 찾아주겠다고 꼬드겨서 딸들이 아버지를 토막내서 삶게 만들었다.[5] 물론 마법을 걸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펠리아스는 젊어지지 못하고 그냥 고기국이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이아손과 함께 쫓겨나 코린토스로 달아난다. [6]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아이들을 낳고 코린토스에서 살고 있던 중, 이아손은 코린토스 왕의 딸 글라우케[7]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라지만 정황을 보면 권력이 탐이 나서 공주와 결혼하기로 한 것이 명백하다 이아손은 메데이아와 헤어지고 글라우케와 결혼식을 올리려 하고, 분노한 메데이아는 이아손의 신부, 신부의 아버지, 그리고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까지 직간접적으로 살해해 버린다.[8][9] 이 일로 멘탈붕괴에 빠진 이아손은 얼마 못 가 죽었다. 메데이아가 죽이지 못한 유일한 이아손과의 사이의 아이가 테살로스인데 이 아이가 후에 이아손의 고국 이올코스의 왕이 된다. [10]

그리고 헤라클레스의 광증을 치료해주기도 하고[11] 아테네의 아이게우스 왕에게로 피신해서 아테네의 왕권을 노리지만, 아이게우스를 찾아온 아이게우스의 장자 테세우스에게 쫓겨 동쪽으로 달아난다. 이후엔 고향인 콜키스로 돌아가 왕위를 찬탈하려던 삼촌 페르세스를 죽이고 아버지 아이에테스를 다시 왕좌에 올린다. 아이에테스가 남동생을 토막살인한 메데이아한테 아무소리 안한 건 이 때문인 듯...

이후 그 아들 메도스(아이게우스의 아들이라는 설과 이아손의 아들이라는 설이 병존)가 왕위에 올라 국명을 콜키스에서 메디아로 바꿨으며 이것이 후일 페르시아와 합쳐지는 메디아 왕국의 유래라고도 한다. [12]

사후 죽은 자들을 위한 땅이자 축복의 땅 엘리시온에 들어가 그곳에서 아킬레우스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재밌는 점은 그리스 신화에서 엄연히 인간인데도[13] 온갖 끔찍한 살인을 한 뒤에도 큰 처벌 없이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것. 여기저기 쫓겨나긴 했어도 살인한 자는 헤라클레스처럼 온갖 고행을 하거나 더욱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그리스 신화의 법칙을 생각해보면 메데이아는 확실히 특이한 존재다.[14]

거기다가 자신을 이용하고 버린 이아손에게도 확실히 복수하고 아무 탈없이 도망간 걸 보면(그것도 신들의 태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나름대로의 해피 엔딩을 맞이한 유일한 인간일 것이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가 있다. 메데이아가 자기 손으로 아이들을 죽였다는 설정도 사실 이 작품에서 나온 이야기이며, 메데이아의 각 행위에 정당성이 부여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 이아손과 왕녀 사이의 혼담이 진행될 때 왕녀의 부친인 크레온은 메데이아의 이전 행적을 경계하여 그녀를 코린토스에서 완전히 추방할 생각을 굳히고, 이아손도 여기에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냉큼 떠날 것을 강요한다. 졸지에 자식 둘을 데리고 나라 밖으로 쫓겨나게 될 메데이아는 고민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메데이아와 같은 여성상에 익숙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어 당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현대까지 메데이아를 위한 수많은 변론은 있어도 이아손을 위한 변론은 거의 없는 걸 보면 남성우월주의가 하늘을 찔렀던 그 시대에도 이아손이 얼마나 찌질이로 인식됐는지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복수에 눈먼 여성이 아닌 여신과 남성에게 인생을 이용당한 비극적인 여성으로서 재조명되는 작품[15] 도 등장하고 있다.

2 루이지 케루비니의 오페라 메데아

항목참조

3 Fate 시리즈에서의 메데이아

항목 참조. 어렸을 때의 면모는 메데이아 릴리 항목 참고.

4 던전 앤 파이터에서 등장하는 네임드 몬스터

대전이 이전엔 의혹의 마을에 등장하는 몬스터였으나 대전이 때 세계관이 리부트 됨과 동시에 던전이 존재하던 지역인 노스마이어 마저 개발살 나 버려 이대로 존재 자체가 소멸되는 것인가.. 했으나, 사골의잊혀진 땅의 등장으로 다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이름은 1번 항목과 동일한데 외모 및 능력은 같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메두사라는 특이사항을 가진 몬스터. 설마 메두사가 사실 악녀는 아니었다는 걸 도트 다 찍고 알게 돼서 이름만 악녀의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일까

  1. 헬리오스는 흔히 알려진 파에톤 외에 꽤 많은 자식을 두었는데, 이들을 한데 묶어 '헬리아데스'라고 한다. 메데이아의 부친 아이에테스와 키르케, 파시파에, 후술하는 페르세스는 '페르세스' 소생의 동복남매들이고, 파에톤은 클리메네의 아들로 이복남매지간이다. 근데 페르세스와 클리메네 모두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의 딸들로 자매간이다. (...)
  2. 이아손을 지지하던 아프로디테의 지원책이라고도 하고, 또는 펠리아스를 증오했던 헤라가 이아손과 메데이아를 이용해 펠리아스를 죽여버리려던 술책이라고도 한다. 둘을 합쳐 헤라가 아프로디테에게 지원사격을 부탁했다는 버전도 있다.
  3. 당연히 애니판인 올림포스 가디언에선 그냥 바다에 밀어넣는 선에서 끝냈다. 하지만 홍은영판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토막살인은 아니었지만 직접 남동생을 찔러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여과 없이 그대로 나왔다. 물론 이 모습은 곁에 있던 이아손이 직접 본다.
  4. 이아손이 황금양피를 갖고 돌아오면 왕위를 주겠다고 했던 펠리아스가 입을 싹 씻으니 펠리아스를 죽이고 이아손을 왕으로 올리려고 살해했다고 보기도 한다
  5. 이 때 펠리아스를 삶았던 솥이 컵자리가 되었다는 전승도 있다.
  6. 애니판인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는 삶아서 죽는게 아니라 약의 효과는 진짜지만 갓난 아이가 되는걸로 순화되었다. 이 역시 홍은영판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비록 시체를 그대로 그리지는 않았지만) 삶아져서 눈을 허옇게 뜨고 죽어 있었다고 여과 없이 나왔다. 서영 작가 판에서는 업그레이드되어 시체를 그대로 그렸다!
  7. 크레우사라는 설도 있다. 이름이야 어쨌거나 망명 간 나라의 공주한테 반했다는 전개다.
  8. 다른 신화 판본에 따르면 메데이아가 실수로 아이들을 죽게 했다, 코린토스 시민들이 아이들 중 둘(메르메로스와 페레스)을 죽였다, 도망치면서 헤라 신전에 맡기고 갔지만 코린토스 시민들 혹은 신관이 죽여 헤라 여신의 큰 진노를 샀다는 등의 다양한 이본이 있었지만, 아래에도 설명되어 있듯이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가 워낙 유명해지면서 메데이아가 아이들을 스스로 죽였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9. 그런데 메데이아가 한 일을 비난만 하기는 너무한 것이 메데이아의 잔인한 짓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이 일의 시발점은 엄연히 이아손이다. 메데이아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조국을 배신하고 남동생을 죽였으며 이아손의 적들을 죽이는 등 자신의 손을 더럽히며 악녀라고 욕을 먹더라도 이아손을 위했는데 이아손은 권력 하나를 위해 조강지처와 아이들을 버린 일이니 메데이아가 분노로 미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메데이아의 선택도 잘못되었지만, 이 비극은 이아손이 자기 권력욕을 채우려다가 자초한 것.
  10.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는 이아손이 공주와 결혼할 생각도 없었고 단순히 자신의 자식들과 친하게 지내는 글라우케를 좋게 생각하자 공주를 질투하여 자신의 자식과 공주를 새로 만들어버리는 얀데레끼를 보여주었다. 홍은영판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원판대로 아이들을 시켜 글라우케(책에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에게 결혼 선물이라면서 드레스를 보내게 한다. 헌데 그 드레스에 약을 떨어뜨려 입는 순간 불이 붙게 하는(!) 마법을 걸어 놓았고, 그로 인해 공주와 왕이 함께 타 죽는 장면이 그대로 나왔다. 한편 두 아이들의 살해 장면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아손이 글라우케가 죽은 것이 메데이아의 짓을 간파하고 집에 쳐들어가자 쓰러진 두 아이가 그려진 컷에 "공주와 아이들은 내가 죽였어요. 내 사랑을 배신한 당신에 대한 복수예요."라는 말을 하며 떠난다. 이후 이아손은 정처 없이 떠돌다가 아르고 호가 방치된 바닷가에 도착했는데, 이 배의 뱃머리 장식이 부러져 떨어져 그것에 머리를 강타당해 죽는다. 아동용 만화에 이 무슨 잔혹한 고증쩝니다
  11. 이건 증거자료도 없이 떠돌아다는 이야기이다
  12. 사실 그냥 끼워맞추기인데 그리스인들은 실제로 이렇게 믿었다.
  13. 비록 태양신의 손녀라지만 일단 그리스 신화에서 귀족들은 죄다 어느정도 신의 피가 있으니 부모가 신이 아니면 보통 인간으로 취급된다. 사실 나르키소스오르페우스처럼 전승대로라면 부모가 양쪽 다 신 내지 요정인데도 인간 취급 받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사실상 올림포스에서 암브로시아넥타르 먹고 사는 게 아닌 이상 그냥 인간으로 취급되는 듯.
  14. 심지어 아르고호의 모험 중 황금양피를 갖고 돌아올 때 헤라클레스가 이탈하는 전승에선 그를 버리고 가자고 주장한 사람들 중 하나임에도 유일하게 복수당하지 않았다. 이는 후에 헤라클레스의 광증을 치유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5. 레진코믹스 불꽃의 메디아, 신일숙 작. 이 작품은 일단 아동용이 아닌 만큼 묘사가 순화되지 않았다(...)그리고 작가의 각색이 더해져 이 이야기에서는 배다른 남동생이 메디아를 약에 취하게 한 후 검열삭제를 하여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미쳐서 남동생을 토막내는 것으로 나온다. 나름대로 재미는 있으니 읽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