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1 일반 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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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건기때의 인도 서고츠(Western Ghats) 산맥. 당연히 우기에는 푸르러진다 (출처는 모두 위키미디어 공용)

나무가 없는 탈모. 부카니스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카더라.

믿어지지 않겠지만, 과거 우리나라 산 대부분은 대한민국 초기까지만 해도 제주도나 일부 남해안 지방을 제외하면 민둥산이었다. 옛날부터 불 피우는 연료는 나무였고. 한반도 산림 자원 고갈은 온돌이 전국으로 보급되면서[1]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말기에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해 나무를 마구 베어낸 데다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산림이 파괴되었으며, 그나마 남은 나무들도 전후복구 사업을 위해 마구 베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궁이에 넣을 화목을 얻으려 계속 베어 왔던 것도 산림파괴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근본적으로 산림 보존에 대한 의식이 없었고, 국가의 관리 감독이 없다시피 했기에 산림자원이 황폐화 된 것이다.

게다가 산에 나무가 없으면 홍수와 가뭄에 취약해진다. 특히 장마철이면 산의 흙들을 붙잡을 뿌리나 가지가 없어 토사가 그대로 밀려 내려와 사태는 물론, 이것들이 하천에 대거 유입돼 강바닥에 쌓일수록 쉽게 범람했다. 때문에 강 바닥을 주기적으로 파내면서 이 흙들로 주변의 제방을 높여 해마다 이에 대비해야 했으며, 반대로 비가 안와도 문제였다. 수풀이 없으니 수분을 저장할 그 무엇도 없어 비가 그치고 얼마 안가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연병장마냥 황토먼지가 쉽사리 날리곤 했다.

결국 위와 같은 문제를 직시한 정부[2]는 1961년(12월 27일)에 산림법을 제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산림녹화 사업을 펼쳤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권장하기 위해 식목일/육림의 날까지 만들었다. 지금보면 오버질인 것 같은데 2005년까지 식목일은 휴일이었다. 누가 오버질이래? 휴일은 늘어나야 옳다[3] 하여간 30여년에 걸친 녹화산업이 결과적으로는 성공하여 지금은 마이산 같은 일부 돌산을 제외하곤 민둥산이 거의 없게 되었다. 상세한 내용은 녹화사업 참고.

또한 북한의 대다수 산들이 민둥산이라 한다. 원인이야 위와 마찬가지로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냈기 때문. 특히 연료 사정이 좋지 못한지라 나무를 화목으로 쓰거나 무리한 개간 등으로 말미암아 헐벗게 된 경우가 많다. 상술했듯 이렇게 되면 자연재해 피해도 필연적으로 증가하기에 특히 장마철 즈음 군이나 주민들이 대거 동원되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이 북한의 민둥산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자유로 문발-낙하 구간 일대가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민족 혹은 국민의 가치관, 기후, 지형 등에서 별 차이가 없을 경우 저개발국과 중진국 이상을 가를 때 민둥산의 비중을 확인하기도 한다. 보통 100% 확률로 민둥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가 저개발국이고, 반대로 민둥산이 거의 없거나 일부 대도시 주변 지역 위주로만 존재하는 국가[4]는 중진국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아예 대도시와 그 주변의 삼림도 보호하려 노력한다. 대표적인 비교 케이스가 아이티도미니카 공화국.

물론 이런 끔찍한 사례들은 대륙성기후나 열대기후쪽 이야기일 뿐 강수량이 1년 내내 고르면서 크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해양성기후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 대신 히스(Heath)라는 낮은 잡목지대가 형성된다. 흔히 과거 산림녹화에 대해 이야기할때 엔리코 달가스의 유틀란트 반도 개척 이야기를 같이 인용했던 경우가 많지만 덴마크는 해양성기후고 그쪽의 소위 '황무지'는 대륙성기후나 몬순기후대에 속한 민둥산 이미지와는 백만 광년이나 거리가 멀다.

2 강원도의 산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높이 1,117m의 산. 이름의 유래는 위의 일반명사다. 즉 산 정상에 나무가 없고 억새만 자라고 있기에 민둥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렇게 말하면 억새 몇포기만 드문드문 자라는 황량한 정상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억새 군락이 있는 산이다. 수십만평에 달하는 능선 일대가 온통 억새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억새가 키가 높게, 그리고 무성하게 자라났기에 길이 아닌 곳은 헤쳐 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다.

민둥산에서는 매년 가을, 정확히는 10월 중순마다 억새 축제가 개최되어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고, 언론에서도 매번 민둥산의 억새 축제를 보도할 정도로 억새로 유명한 산이 되었다.

인근에 태백선정선선의 분기가 되는 역인 민둥산역(옛날 증산역)이 있다.

3 경기도의 산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과 가평군 북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는 1,023 m.
  1. 온돌 자체는 고구려 때도 있었지만 그 때는 방 전체가 아니라 집의 일부분만 데우는 방식이어서 나무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서민에게 별로 널리 퍼지지도 않았다.
  2. 정확히는 5.16 군사정변 이후 윤보선 대통령이 재임중인 과도군정
  3. 사실 식목일이 휴일이 된 이유는 한식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가 약해졌지만 3대 종교 중 하나였던 천도교의 가장 중요한 절기가 1860년 동학이 시작된 한식이다.
  4. 물론 바위산 같이 진짜로 나무가 자랄 수 없는 곳은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