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elle Époque
본래는 프랑스어 단어로, Belle Époque 혹은 La Belle Époque라고 쓴다. 직역하자면 '아름다운리즈 시절'이란 뜻이지만, 벨 에포크는 제국주의 전성기의 평화와 번영을 회상하는 말이다. 제국주의 시기는 유럽의 최전성기로 유럽인들이 세계 전체에 영향력을 떨친 시기이기도 하고, 일본이 근대화를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며, 미국이 조용히 힘을 키워나간 시기이기도 했다. 이 시기는 일반적으로 1870년대, 1880년대, 1890년대, 1900년대, 1910년대 초의 약 50년 간에 해당하지만, 상대적으로 근대화가 빨랐던 영국은 1850~1860년대를 포함하기도 한다.
1.1 상세
이 말은 보통 보불전쟁이 끝나고 프랑스와 독일에서 각각 프랑스 제3공화국과 독일 제국이 수립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의 시기를 가리킨다. 사실상 독일 제2제국이 존속한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이 시기의 평화를 누가 주도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때 유럽에선 평화가 지속되었으며 엄청난 양의 혁신적인 기술들이 쏟아져 나왔고,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진보적 역사관에 많은 이들이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대책없는 낙관주의라고 탓하기도 뭐한게, 수세식 화장실부터 전화, 무선통신, 철도와 자가용,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 대부분은 이 시대에 만들어져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전쟁을 보고 자란 노인들이 자기 손자가 주말에 기차타고 바캉스를 가는 걸 보고 있으면 미래에 대한 낙관과 희망이 안 생길 수가 없었을 거다. 21세기의 기준으로 비유한다면 자신이 태어났을 때는 시골 깡촌에서 소를 이용해서 쟁기질하던 시절인데, 자신이 노인이 될 때에는 자기 손자가 우주선을 아무 때나 타고 우주여행을 가는 걸 보는 것 정도로 볼 수 있겠다.그리고 그 손자들이 우주전쟁을 하게 되는데...
물론 제국주의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오래 가지는 않았고 타이타닉 침몰 사고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몰락했으며, 그 뒤에 전성기를 맞이한 건 미국이었다. 즉 미국의 1차 전성기인 '1차대전 승전 이후부터 세계대공황 이전까지'의 시대, 소위 재즈 에이지[1]가 시작된다. 이후 유럽은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냉전 등을 거치면서 세계적 패권을 미국, 소련에게 내주고 완만한 정체기로 접어든 상태이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나 80일간의 세계일주 같은 소설이 바로 당시의 낙관주의를 반영한 좋은 예이다. 오늘날 스팀펑크 계열 작품 특유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도 바로 이 벨 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20세기의 세기말 감성과는 반대(...). 그래서 스팀펑크와 사이버펑크는 좋은 비교가 된다.
1.2 어둠
물론 유럽의 자원셔틀이나 하던 식민지 나라들에게는 희망따윈 없었고 오히려 역사상 최대의 암흑기였다.
중국은 이 시기에 주권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수탈당해 결국 2천년이상 이어졌던 황제 체제가 붕괴되었다. 일본 역시 열강의 개항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결국 막부 체제가 무너졌고, 한국은 흥선 대원군의 실각 후 줄다리기 외교로 살아 남아보려고 했지만 끝내 잃어버린 10년(1890년대), 실패한 광무개혁을 거쳐 13년만에 나라가 망했다.
결국 일본, 중국, 태국,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모든 제3세계 국가가 기관총과 철갑선을 앞세운 서구 열강과 일본에 의해 몰락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완전히 예속되어 식민지나 반식민지 종속국으로 전락하고만다. 다만 제3세계에서 살아남은 이 나라들도 국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유럽 국가들 사이의 정치상황이나 역학관계를 이용해 독립을 유지한 것에 가깝다. 일본의 경우 나중엔 식민지를 만드는 입장까지 되나 개항 초기에는 극동 지방에서 러시아나 독일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영미권의 용병개념이었으며, 태국은 프랑스와 영국 세력 사이에 끼어있다는 점을 이용해 둘 사이의 일종의 완충지대라는 점을 어필하는 것으로 독립을 유지했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비교적 일찌감치 근대화를 시작한 데다가 주요 열강인 프랑스의 비호가 있었다.
예를 들어 인도 최후의 제국인 무굴 제국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지고 허울만 좋은 인도 제국이란 타이틀 아래에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도 이 시기다. 동인도 회사를 위시로 한 영국의 침투 자체야 18세기부터 100년에 걸쳐 이루어져 이미 상당한 영토를 영국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마라타 연맹이나 마이소르 왕국같은 최후의 저항 세력조차 다 무너지고 껍데기나마 유지되던 무굴 제국이 붕괴된 것이 이 시기였다.
국제사회에서 식민지의 독립을 어느 정도 '인정'해준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식민지 시절 상전이었던 유럽 국가들의 경제 문화적 영향력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면 벨 에포크 시대 식민지에 드리운 어둠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굳이 멀리 갈것도 없이 유럽 내에서도 노동자들에겐 매우 힘들었던 시기이며, 이 때문에 러다이트 운동이나 차티스트 운동 등이 생겨나고 곳곳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발생하였다.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성참정권론자(suffragette)들의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가시적인 사회운동은 보통 공권력에 의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당하곤 했다.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19세기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힘들기는 매한가지.
1.3 유사품
유럽과 달리 미국은 전성기 시절이 약간 차이가 난다. 그래서 해당 시대를 디젤펑크로 다루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는 벨 에포크와 유사한 다이쇼 로망이라는 장르가 있다. 일본이 제국주의를 표방하고 세력을 넓혀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시기가 유럽과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다이쇼 데모크라시로 사회적, 정치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차오르고 하이칼라(ハイカラ)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서양 문물의 전파 등으로 일본과 서구 문물이 뒤섞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대로 묘사된다. 군부의 사회 장악으로 분위기가 경직되기 시작한 쇼와 초기 이전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금도 '아름다운 시절'로 회상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다이쇼 로망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낼 당시 일본은 오키나와, 대만, 조선을 식민지배하고 있었고 러시아, 중국에서 국제 분쟁을 일으키던 어둠이 있다는 사실은 무시된다.[2][3] 일본 측 컨텐츠 제작자들이 단순하게 이색적 분위기를 내기 위해 다이쇼 로망을 소재로 쓰면 한국의 덕후들이 들고 일어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일본 제국의 나쁜 부분'에 대한 정의의 차이에도 있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쇼와 초기부터의 군국주의 시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고 그 이전의 제국주의 일본에 대해서는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제국주의 일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이 시각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다이쇼 로망에 대한 시선의 엇갈림이다.
2 오사카 미에코의 만화
ベル・エポック
국내에 아름다운 시절이란 이름으로 번역된, 일본 순정만화가 오사카 미에코의 만화의 원제.
3 청춘시대의 주요 배경
청춘시대에서 주인공들인 하메들이 사는 집으로 연남동에 위치. 어원은 1 문단으로, 드라마 제목과 잘 맞아 떨어지는 명칭이기도 하다. 실제론 겉모습만 빌려오고 내부는 세트장 촬영. 실용도는 한방 카페 (....)와 한의원.- ↑ 또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
- ↑ 다만, 일본이 식민지를 통해 제대로 부를 창출했다 보기는 어렵다. 식민지 자체의 경제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뽑을 수 있는 자원의 종류도 제한적이었다. 특히, 조선은 경제적 목적보다는 만주, 중국으로 팽창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합병했다. 그나마 조선의 쌀, 콩 등이 일본에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었는데 사실 이나마도 일본 농민들의 사회적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 ↑ 일본의 대외 교역 밥줄은 크게 중국과 미국, 좀 더 쳐주면 동남아의 식민지들이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흑자를 거두었고 대외 투자도 상당부분 이루어진 편이었는데 덕분에 반일 감정에 따른 중국의 대일 상품 불매 운동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주로 면제품 등을 수출하고 첨단 기술, 석유 등을 수입했다. 기타 필요한 자원들은 동남아로부터 수입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