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송

1 개요

Chanson 찬송 챈슨

프랑스 대중음악의 큰 축을 이루는 노래 장르. 사전적인 의미로는 이웃나라들인 스페인의 칸시온이나 이탈리아의 칸초네와 동일하게 노래 전반을 일컫는데, 대중음악의 의미로 쓰이는 샹송은 프랑스어로 된 특징적인 가요 장르를 뜻한다. 이 경우 정확하게 적자면 샹송 프헝쎄즈(Chanson française).

2 역사

◇ Françoise Hardy - Le temps de l'amour (1962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세 시대까지 소급할 수 있는데, 원래는 가톨릭 사제들이 선교 용으로 이야기 투의 대목을 덧붙여 만든 일종의 성가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10세기 후반부터 13세기까지 프랑스 북부의 트루베르(Trouvère)나 남부의 트루바두르(Troubadour) 같은 귀족 신분의 음유시인들에 의해 세속 가요로 응용되었다.

이들은 신분이 신분인 탓에 주로 기사도나 십자군 전쟁, 역사적 영웅의 무용담 등을 서사시 풍으로 읊조리듯 불렀고, 유명한 서사시인 롤랑의 노래도 원래는 이렇게 음유시인이 노래하듯 읊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의 노랫가락은 전해지는 것이 매우 드물고, 주로 가사만이 남아 있다.

이 초기 샹송들은 음유시인을 거치면서 가사에서 종교색이 많이 빠졌다고는 해도, 기본적인 노래의 골격은 구어체로 이야기하듯 부르는 쿠플레(couplet)와 좀 더 선율적인 후렴구인 르프랭(refrain)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뉘는 점에서 비슷했다. 그리고 이 두 형식의 병치는 이후 등장하는 샹송 대부분에도 적용되고 있다.

샹송이라는 단어 자체도 이 시기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며, 15세기에는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샹송 학교가 설립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르네상스 시기에 교회의 역할이 많이 약화되면서 샹송은 성직자나 귀족 등 높으신 분들의 주된 전유물에서 벗어나 일종의 민중가요로 애창되기 시작했고, 특히 거리에서 노래하는 가수인 미니스트렐(Ministrel)은 마치 조선광대들처럼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노래 외에도 높으신 분들의 치부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노래도 불렀다. 이후 이들을 칭하는 다른 단어인 샹소니에(Chansonnier)가 샹송에서 파생되어 나왔고, 이것이 샹송 가수 전반을 가리키는 명사로 굳어졌다.

이후 프랑스 혁명을 거쳐 민중의 권리가 한층 강해지자 19세기 후반 무렵부터 샹송을 전문적으로 부르는 예인이나 그들이 공연하는 카바레 등이 생기게 되었는데, 특히 1881년에 파리의 몽마르트르에 문을 연 '검은 고양이(Chat noir)' 라는 이름의 카바레는 근대 샹송의 아버지로 손꼽히는 아리스티드 브뤼앙 같은 명인들을 배출하며 유명해졌다. 카바레 외에도 요식업과 공연을 겸하는 형태의 공연장인 카페 콩세르(Café concert)가 등장했고, 이어 영국에서 유입된 대규모 대중 무대 작품을 공연하는 뮤직홀이 파리를 중심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샹송은 프랑스 음악계에서 무시 못할 대중음악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음반라디오의 등장으로 프랑스 바깥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2차대전 후에는 미국 등에서 유입된 이나 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한층 강화된 사회 비판적인 내용의 노래로 정계에도 진출한 샹송 가수도 나왔다. 다만 20세기 후반 무렵부터는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트로트 정도로 한물 간 음악이라며 종종 까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샹송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의미는 아직도 건재한 편.

한편 현대의 샹송은 자신의 고유의 색을 많이 잃은 기세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무렵에도 자크 브렐, 바바라, 샤를 트레네, 샤를 아즈나부르 등의 가수들이 이 계열의 음악을 이어갔으며, 그들의 노래가 프랑스의 다른 대중음악과 차별화되는 것은 불어 고유의 음률을 살렸기 때문이다. 참고로 샤를 아즈나부르 같은 가수는 세계적인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정말 아는 사람이 적다. 대신에 웬 엉뚱한 가면 쓴 짝퉁이 유명하다 샹송을 하는 대학밴드가 몇 있다. (전통의 성균관대에 있다는게 함정)

2010년대에 와서는 유튜브의 대중화로 인한 영미권 가수들의 독보적인 득세로 인해 입지가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되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샹송은 아직까지도 영미권 팝송에 이어 두번째로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인기를 끌고 있으며 유튜브 내 전체 조회수도 팝송 장르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3 특징

위에 쓴 것처럼, 샹송은 선율이 중심이 되는 이탈리아의 칸초네나 정열적인 리듬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칸시온 류의 노래와 달리 가사를 굉장히 중시한다. 심지어 가락이 좋아도 가사가 영 아니라면 디스 당하는게 예사고, 이 때문에 많은 샹송 가수들은 발성 만큼이나 명확한 발음 연습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또 어느 가수가 어떤 곡을 처음 부르는 것을 창조라는 뜻의 크레아시옹(Création)이라고까지 일컬을 정도로 초연에 엄청난 의미를 두는데, 20세기 중반 까지도 어느 가수가 크레아시옹했다는 곡을 다른 가수들이 불렀다가는 더럽게 욕먹을 정도였다. 다만 이것도 이후 퇴색되기 시작해 한국의 리메이크 열풍 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전 샹송을 현대 가수들이 나름대로 재해석해 새롭게 부르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외에 특정 샹송이 영어 등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안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자크 프레베르 작사/조제프 코스마 작곡의 '고엽(Les Feuilles mortes)' 은 이브 몽탕이 크레아시옹한 샹송이지만 미국 작사가인 조니 머서가 Autumn Leaves로 번안해 엄청나게 유명해졌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로 유명한 My Way도 원래는 작곡가 겸 샹송 가수인 클로드 프랑수아의 '여느 때처럼(Comme d'habitude)' 이었던 것이 영어로 번안되면서 세계적으로 애창되는 예에 속한다.

4 용어

장르 명칭

  • 샹송 드 샤름 (Chanson de charme)

직역하면 매력의 샹송이라는 뜻인데, 주로 남녀 간의 달달한 사랑을 노래하는 샹송의 경우에 쓴다. 한국의 발라드 가수와 의미가 비슷하다. 부아이에와 티노 로시 등이 대표적인 가수들이다.

  • 샹송 레알리스트 (Chanson réaliste)

현실적 샹송이라는 뜻으로, 주로 밑바닥 인생들의 애환이나 현시창 등을 날카롭게 풍자하거나 고발하는 내용의 샹송을 칭한다. 아리스티드 브뤼앙이나 다미아, 에디트 피아프가 이 계열의 본좌로 손꼽힌다.

  • 샹송 팡테지스트 (Chanson fantaisiste)

환상적 샹송이라는 뜻으로, 비현실적인 일이나 몽상을 가사에 담아 노래하는 샹송을 뜻한다. 특히 노래 뿐 아니라 연기빨이 되는 가수들이 많이 부르며, 모리스 슈발리에와 샤를 트레네, 자크 브렐 등이 유명하다.

  • 샹송 리테레르 (Chanson littéraire)

문학적 샹송. 장르 명칭 그대로 ㅎㄷㄷ한 문인들이나 그에 준하는 문학성의 가사를 가진 샹송을 뜻한다. 조르주 브라상이 이 분야에서 유명하다. '고엽' 같은 노래도 이 부류에 속하며, 몇몇 노래들은 클래식 가곡 급의 대우를 받기도 한다.

  • 샹퇴르 (Chanteur), 샹퇴즈 (Chanteuse)

각각 남성과 여성 샹송 가수를 칭하는 용어다. 장르별 가수 분류에는 샹송 단어를 빼고 그 자리에 샹퇴르나 샹퇴즈를 붙여 샹퇴르 드 샤름이나 샹퇴즈 레알리스트 등으로 칭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수들마다 어느 성향의 노래만 줄창 부르는 것은 아니므로 다소 조심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예-예(Yé-yé)

1950년대 후반~60년대 중후반에 걸쳐 미국식 로큰롤과 팝 등의 영향을 받은 샹송 장르이다. 단어 자체도 영어의 Yeah!를 외치는걸 흉내낸 느낌. 밑에 소개된 프랑수아즈 아르디, 실비 바르탕, 클로드 프랑수아가 주로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불렀다. 뱀발로 동시기 독재 치하였던 스페인에서도 Los Bravos등을 중심으로 이러한 느낌의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고, 심지어 지구 반대편 열도에서까지 샹송 붐이 일었을때 같이 유행하여 장르 이름을 딴 스웨터 브랜드가 나오기도 했었다.

5 유명 샹송

노래 제목 옆의 인명은 크레아시옹한 샹퇴르/샹퇴즈를 뜻한다.

  • 그리고 당신이 없다면 (Et si tu n'existais pas) - 조 다상
  • 고릴라 (Le gorille) - 조르주 브라상
  • 고엽 (Les Feuilles mortes) - 이브 몽탕
  • 나의 고독 (Ma solitude) - 조르주 무스타키
  • 날 떠나지 마 (Ne me quitte pas) - 박진영 자크 브렐
  • 남과 여 (Un homme et une femme) - 피에르 바루
  •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Qui a tué grand-maman?)[1] - 미셸 폴나레프
  • 눈이 내리네 (Tombe la neige) - 살바토레 아다모
  • 달콤한 속삭임(Paroles Paroles)[2] - 알랭 들롱 & 달리다[3]
  • 독일에서(D'Allemagne) - 파트리샤 카스
  • 모나코 (Monaco) - 장 프랑수아 모리스
  • 바다 (La Mer) - 샤를 트레네
  • 체리가 익어갈 무렵 (Le Temps Des Cerises)[4] - 안나 티보
  • 사랑은 푸른 빛 - 비키[5]
  • 상 트와 마미 (Sans toi mamie) - 살바토레 아다모
  • 샹젤리제 (Les Champs-Élysées) - 조 다생[6]
  • 어떻게 너에게 이별을 말할까(Comment te dire adieu) - 프랑수아즈 아르디
  • 솔렌짜라 (Solenzara) - 앙리코 마샤스
  • 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g) - 카트린느 드뇌브
  • 내 이름은 엘렌느(Je M'Appelle Helene) - 엘렌느
  • 한 소년의 사랑을 위하여(Pour L'Amour Un Garçon) - 엘렌느[7]
  • 여느 때처럼 (Comme D'habitude) - 클로드 프랑수아
  • 저항할 수 없는 사랑(irrésistiblement) - 실비 바르탕
  • 지난 날이여 다시 한 번 (Hier Encore) - 샤를르 아즈나브르
  • 우정이야기(Un Roman D'Amitie) - 엘자 & 글렌 메데이로스[8]
  • 가지마세요(T'en Va Pas) - 엘자
  • 나는 몰라요(Je Ne Sais Pas) - 조이스 조나탕
  • 나의 선물(Mon Cadeau) - 엘자[9]
  • 오하이오 (Ohio) - 이자벨 아자니 [10]
  • 우리의 사랑에 무엇이 남았나요? (Que reste-t-il de nos amours?) - 샤를 트레네
  • 장미빛 인생 (La Vie en rose) - 에디트 피아프
  • 파담 파담 (Padam Padam) - 에디트 피아프[11]
  • 사랑의 찬가 (Hymne à l'amour) - 에디트 피아프[12]
  • 후회하지 않아요 (Non, je ne regrette rien) - 에디트 피아프[13]
  • 프티 파파 노엘 (Petit Papa Noël) - 티노 로시
  • 도미니크 (dominique) - soeur sourire
  • 피노키오(Pinocchio) - Daniele Vidal 다니엘 비달[14]
기타 샹송 팬들의 추가바람수정바람
  1. 5.18 민주화운동 때 불리던 오월의 노래의 바탕이 된 곡이기도 하다.
  2. Paroles는 그냥 말〔言〕이라는 의미밖에 없다. 적절히 의역한 것.
  3. 본래는 샹송이 아닌 이탈리아 칸초네로, 이탈리아 유명 여자가수인 미나 마치니와 알베르토 루포가 부른 것이 원곡이다. 그리고 이 노래를 샹송으로 번안한 달리다 역시 이탈리아계. 무릎팍도사에서 예지원이 불러서 유명해졌다.
  4. 붉은 돼지에서 지나가 부르는 노래
  5. 폴 모리아의 연주곡으로도 유명하다.
  6. 원곡은 Jason Crest의 "Waterloo Road"로서 샹젤리제보다 2년이나 먼저 나온 곡이다. 다시 말하면 샹젤리제는 번안곡이다.YouTube에서 듣기
  7. 우리나라에서 아모레 화장품 광고음악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8. 영어 버전도 있으며, 불어 버전은 글렌 메데이로스 부분은 영어, 엘자 부분은 프랑스어이다.
  9. 우리나라에서 현대 무선전화기 광고음악으로 쓰였다.
  10. 한밤의 TV연예 오프닝 시그널 뮤직
  11. 버스커 버스커가 일명 빠름송으로 개사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12. 파트리샤 카스 버전도 있다.
  13. 영화 인셉션의 삽입곡으로도 사용
  14. 쁘띠 쁘띠 쁘띠 쁘띠 피노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