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레드 라인

1 근대 영국군의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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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전쟁 당시 영국군의 붉은 군복을 빗댄 별명으로, 얄팍한 선에 불과해 보이는 붉은 병력의 저지선이 결코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국군은 2열 횡대 사격을 선호하였는데, 다른 나라에서 3열이나 그 이상으로 횡대를 구성한 것에 비해 같은 인원수로도 더 가느다랗고 긴 선이 된다. 존 리델 하트가 언급한 최대 횡대가 최대 화력을 보장한다고 한 명제를 충실히 따른 셈.

발라클라바 전투의 한 국면에서 터키군과 영국군 진영이 수적으로 우세인 러시아군을 상대로 동등하게 싸웠고, 그로 인해 러시아군의 지휘관은 상대가 많은 병력을 숨기고 있다고 착각해 후퇴를 명령했다. 이를 두고 종군기자가 "A thin red streak tipped with a line of steel"이라고 표현했고 거기서 "Thin red line"이라는 말이 나왔다.

피탄시 특히 대포알에 의한 희생자가 적은 이점이 있고 동시에 더 넓은 사선을 확보해 한번에 더 많은 탄환을 퍼부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 반면에 부사관의 인원 통제가 더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어 전투의 격화로 사상자가 속출하여 줄에 '구멍'이 생길 때는 전투력이 급락할 위험도 있었다. 전열보병 시대에는 부사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제식이 맞아야 화력이 밀집되어 높은 공격력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군은 평상시 실탄을 사용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여 통제력의 문제를 극복하였다. 진형이 무너지면 어떡하냐구? 무너지지 않게 하면 되지![1]

이 모습이 가장 극적으로 부각된 것은 워털루 전투 후반부이다. 2열 횡대로 늘어선 붉은 색의 영국군은, 박스형으로 행진해오는 파란 옷의 프랑스 제국 근위대를 맞이하여 치열한 전투 끝에 막아내는데 성공한다. 창설 이래 돌진이 한번도 막힌 적이 없던 나폴레옹 근위대의 최초이자 최후의 패배였다. 두 줄에서 퍼부어대는 미친 듯한 화망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3의 영국 고유 업그레이드인 '씬 레드 라인'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2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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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라인 : 모든 사람은 각자의 전쟁을 치른다

1998년에 만들어진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테런스 맬릭 감독의 전쟁 영화. 제임스 존스(James Jones)가 쓴 1962년 작 동명의 전쟁 소설이 원작이다. 존스는 실제 과달카날 전투 참전자이다. 존스가 쓴 태평양 전쟁 3부작은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 씬 레드 라인, 휘파람이 있다.

이 소설은 1942년의 과달카날 전투 당시 해병대를 대신해 상륙한 미국 제25 보병사단 병사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제목의 의미는 위와 같이 적의 포화에 맞서 위치를 사수하는 앏은 방어선을 일컫는 말이자, 내러티브의 바탕이 되는, 과달카날에 있었던 실제 작전명이며, 한편으로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The border between the sane and the mad")라는 미국 중서부의 속담이기도 하다. 또 이 가느다란 붉은 선은 이성과 광기의 경계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는 출연진이 쟁쟁하다, 숀 펜, 짐 커비즐, 에이드리언 브로디, 존 큐잭, 우디 해럴슨, 닉 놀티 등 유명한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다. 그러나 가장 경악할 만한 사실은 조지 클루니존 트라볼타단역이라는 점이다. 사실은 둘 다 편집하면서 비중이 줄어든 사례이다. 맬릭 감독은 완벽주의적 성격이 강해서 비중이 줄어든 배우가 많았는데, 당시 파이프 상병 역을 맡은 브로디 또한 자기 배역의 역할이 틀어져서 감독한테 화가 났다고 한다. 하지만 게리 올드먼, 마틴 신, 비고 모텐슨, 미키 루크 등등 몇몇 배우들은 출연한 분량이 전부 잘렸다. 또한 맬릭 감독은 바로 전에 맡은 작품이 1978년 작인 천국의 나날들. 그 동안 은둔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제작 당시 무려 20년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은 것이다. 이 작품은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대상) 등을 받았고 아카데미 상에서는 7개 부문 후보로 올랐으나 다 떨어졌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시기에 개봉해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의견도 있다. 제작비 5200만 달러에 미국 흥행 3640만 달러, 해외흥행 6172만 달러, 다 합치면 9800만 달러이니 제작비를 뽑았다고 하겠지만 해외배급 홍보비 및 세금, 인건비 관련을 따지자면 극장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2차 시장에서도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당연히 흥행에선 미국에서만 2억 1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견줄 수가 없다...

하지만 오히려 《라이언 일병》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의 관심이 높아서 다른 맬릭 영화치고는 흥행했다는 의견도 있다. 《라이언 일병》이 더 명작인지 《씬 레드 라인》이 더 명작인지는 평론가 사이에서도 큰 논쟁이다. 사실 두 영화는 비교 자체가 어려운 게,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한 편의 만화라면 《씬 레드 라인》은 서정시에 가깝기 때문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전쟁 영화에 비해 상당히 느슨하게 전개되며 주조연들의 내레이션이 많다. 당초 씬 레드 라인에는 빌리 밥 숀튼의 내레이션이 흐를 예정이었고, 숀튼은 세 시간 이상을 녹음했다. 하지만 영화엔 단 한 구절도 그의 내레이션이 삽입되지 않았고, 대신 캐릭터 여덟 명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흐른다. 연출 면에서도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고지를 향해 돌격하는 병사들의 뒤를 흰나비가 한가롭게 날갯짓을 하며 따라가는 몽환적인 장면이나 총에 맞은 병사의 피가 카메라 렌즈에 뿌려지는 메타적인 장면 등이 꽤 있다. 이런 식의 상징적인 연출은 오히려 고전 전쟁 영화인 머나먼 다리 등에서 잘 나온 연출 기법이다.

과달카날 전투를 다루고 있으나 과달카날 섬에서 찍은 장면은 하나도 없다. 당시 과달카날 섬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면을 오스트레일리아퀸즐랜드 북부에서 찍었으며 일부 장면은 솔로몬 제도와 미국에서 찍었다. 고증은 오스트레일리아 국적 회사에서 담당했다. 일본군과의 백병전 장면 고증이 훌륭하다.

몇몇 고증오류가 있다. 초반의 경비정이 미 해군 도색이 아니라든가, 주인공 아내가 당시 창설되지 않았던 공군 장교와 바람이 난다던가(그런데 원작 소설에서도 '공군 장교'와 바람이 난다는 문장이 있다. 번역 문제인지, 원작을 따라갔기에 그런건지는 추가바람)[2], 영화 막판에 당시 없던 현대식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는 장면 등등.

영화에 나오는 원주민들은 멜라네시아인들이다. 과달카날 섬이 속한 솔로몬 제도는 멜라네시아 지역에 포함된다.

사운드 트랙은 한스 치머가 맡았으며, 멜라네시아 합창단의 노래들이 유명하다. 성가, 찬송가들이 대부분이며, 노랫말은 멜라네시아 피진 잉글리시로 되어 있다. 영화를 지루하게 본 사람들도 음악에 대해서는 호평할 정도라고 한다.



God Yu Tekem Laef Blong Mi



Jisas Yu Holem Hand Blom Mi

제임스 존스의 전쟁 소설중에서 2차례 영화화 된 작품이다. 1964년에 1차로 영화화되었으며, 원작에 가깝다고 한다. 존스의 다른 태평양 전쟁 소설들이 고려원에서 번역되었지만 이 작품은 번역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어판이 2011년 7월 돌연 출간되었다영화 나온지 13년이나 지났는데 무슨 생각으로 낸 걸까. 이나경 옮김, 홍희범(밀리터리 잡지 플래툰 편집장) 감수, 민음사 펴냄. 영화와 주된 상황은 동일하지만 묘사나 분위기 면에서의 차이는 상당하다. 특히 죽음 앞에서 병사들이 겪는 극한의 공포 묘사는 정말 수준급이다.

고증이나 몰입도 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블루레이의 화질은 정말 수준급이다. 이게 18년전 작품이 맞나 감상 도중 계속 의심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3] 야간 촬영씬의 노이즈 처리를 보면 정말 보정에 공들였다는 게 느껴진다.

2.1 영향을 받은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에게 매우 큰 영향을 준 작품으로 메멘토, 인썸니아, 배트맨 비긴즈, 인셉션 같은 영화에 매우 큰 영향을 줬다.

[1]

실제 무비 라인에서 아래와 같이 인터뷰를 했다.]

"저는 테런스 맬릭이 정신상태나 기억을 묘사하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씬 레드 라인은 저에게 하나의 충격(revelation)이었죠. 맬릭은 이 작품에서 단순한 컷으로 회상 장면과 플래시백들을 편집했습니다. 디졸브 같은 전형적인 플래시백 편집 방식이 쓰이지 않죠. 메멘토에서 가이 피어스가 아내를 회상하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따온 것입니다.”

2.2 그 밖에

씬 블루 라인(The Thin Blue Line)이란 영화와는 아무 관계 없다. 에롤 모리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경찰 살해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인터뷰와 재연만으로 풀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제목의 Blue는 경찰의 제복 색을 상징한다고 한다.



영화의 삭제 장면 모음. 삭제 장면 대부분이 영화의 분위기와 상당히 이질적인데 사실 영화의 제작기간은 4년이었고, 원작 소설 전체의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총 30시간이 되는 분량이었는데, 테런스 맬릭 감독이 이를 165분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비중이 적어졌다. [4]

2000년대 초 현충일날 MBC에서 더빙판을 틀어준 적이 있다. MBC치곤 타 방송사 성우도 상당히 기용했었다. 더빙 과정에서 복잡한 미군 포병 용어를 성우들의 입에 맞추어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 디펜스 코리아 밀덕들의 고증 자문을 받기도 했고. 그 결과는 고증과 완성도 모두 상당한 수준급이었다. 이후 홈페이지가 사라져 확인할 수 없다.

  1. 다만 기병돌격을 당하는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있긴 있었다. 넓게 퍼지다 보니 대기병 방진을 짜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보병들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2. 여담으로 앤서니 비버의 디데이도 한국어판에 공군 장교란 표현이 나온다. 마이웨이를 틈타 졸속으로 번역해서 오역이 넘쳐나는 책
  3. 촬영 시기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22년 전에 찍은 영상이다!
  4. 유튜브 링크에 달렸던 댓글 원문 : "Terrence Malick actually shot the entire novel over 3-4 years from 1994 to 1998 and had about 30 hours of footage he first cut down to a 4 hour cut that had Adrien Brody as the lead and this was shown at some screenings but due to audience response about his character it was then cut down to 165 mins which became the theatrical version and Brody was all but eliminated from the film and Jim Caviezel and Ben Chaplin became the main lea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