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런스 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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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테런스 프레더릭 맬릭(Terrence Frederick Malick)은 미국의 영화 감독, 각본가, 프로듀서이다. 1943년 11월 30일생.

약 40년이 넘는 활동 기간 동안 단 일곱 작품만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영화 감독으로 손꼽히곤 한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런데이비드 핀처는 그를 가장 존경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기도 하였다.

"저는 테런스 맬릭이 정신상태나 기억을 묘사하는 방식을 배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씬 레드 라인》은 저에게 하나의 충격(revelation)이었죠. 맬릭은 이 작품에서 단순한 컷으로 회상 장면과 플래시백들을 편집했습니다. 디졸브 같은 전형적인 플래시백 편집 방식이 쓰이지 않죠. 《메멘토》에서 가이 피어스가 아내를 회상하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따온 것입니다."

놀란의 작품에서는 이외에도 테런스 맬릭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화면편집이 다수 등장한다. 《트리 오브 라이프》를 개봉할 때 영화를 극찬하는 인터뷰도 하였다.링크 놀란은 "그의 성찰과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들은 관객들의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든 자극시킨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자신의 초기작부터 맬릭 감독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왔음을 밝혔다. 원래 인맥 있는 감독들이 호평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래를 보듯 맬릭은 그런 인맥이 전혀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씬 레드라인》으로 감독상과 각색상 & 《트리 오브 라이프》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마치 아카데미를 비웃듯이 49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으며, 64회 칸 영화제에서 《트리 오브 라이프》로 황금종려상을, 《투 더 원더》로 6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SIGNIS 상을 수상했다.

2 상세

2.1 경력

1973년, 30세의 나이에 영화 《황무지》로 데뷔했다. 투자자를 찾을 수 없자 직접 동료들과 돈을 모아 마틴 신시시 스페이식을 주연으로 저예산 영화를 연출하였는데 개봉과 동시에 새로운 천재의 등장이라는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며 워너브라더스는 제작비의 3배를 주고 이 영화의 배급 권리를 사들였다.

이에 고무된 맬릭은 파라마운트사의 투자를 받아 두 번째 영화인 《천국의 나날들》을 제작해 1978년에 개봉했다. 20세기 초 미국 텍사스의 시골 농장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모든 장면을 화면이 가장 아름답게 찍히는 황금시간대에 촬영해 최고의 영상미를 자랑한다. 그러나 흥행에는 처참하게 실패해 이후 맬릭을 장장 20년간의 은둔 생활로 몰아 넣었으며 평단 역시 《황무지》와는 달리 엇갈린 반응을 보냈다. 비판의 대부분은 아름다운 영상미에 비해 플롯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황무지》 이상의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독특한 편집과 보이스오버의 사용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작품으로 1979년 칸 영화제에서 맬릭에게 감독상을 안겼다.

이후 20년간 은둔 생활을 지속하던 그는 1998년 느닷없이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 《씬 레드라인》을 들고 나타났다. 이 작품은 전쟁 영화였지만 구조가 굉장히 실험적인데, 한 명의 등장인물이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각자의 내레이션과 함께 모자이크를 짜맞추어 가듯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사건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이 중심이다 보니 전쟁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어필하긴 어려웠다. 그나마 첫 전투 장면은 상영 시작한 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나야 나올 정도니... 같은 해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묻혀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씬 레드라인》의 제작비는 5200만 달러,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6000만 달러로 제작비 규모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후자는 기록적인 흥행 기록을 세운 반면 전자는 간신히 본전을 회수한 수준에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평론가들로부터는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씬 레드 라인》은 21세기에 들어서도 최고의 반전 영화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맬릭은 이 영화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7년 뒤 개봉한 네 번째 영화 《뉴 월드신세계는 미국 대륙 개척기의 포카혼타스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씬 레드 라인》에서 보였던 변화의 조짐이 혁신적이라 할 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뚜렷한 극적 구조도 없이 미장센이라 불러야할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 불러야 할지 모를 영상들이 기도문 같은 명상적인 내레이션과 함께 2시간 동안 흘러나오니 제2의 《황무지》나 《천국의 나날들》을 기대한 관객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물론 《천국의 나날들》 역시 개봉 초기 빈약한 플롯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커버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또 《씬 레드 라인》은 그나마 전쟁이라는 소재 덕분에 스펙터클한 장면들도 있었고 전쟁이나 자연, 인간의 본질에 대한 감상적인 내레이션도 용인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소재마저도 새로울 것 없던 《뉴 월드》에 대해 많은 관객들은 맥릭이 더 이상 실망할 수 없을 만큼 진부하고 따분하기 그지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 로저 이버트를 비롯한 일부 평론가들은 《뉴 월드》가 종전까지의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이해를 요구한다고 주장하며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기 시작했다. 《뉴 월드》 이후로 맬릭의 영화들에 대한 비판자들과 옹호자들은 현재까지도 대립하고 있다.

다섯 번째 작품이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트리 오브 라이프》는 2011년에 개봉, 당시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와 맞붙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이는 평단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폰 트리에는 칸 영화제에서 "나는 나치다"라는 농담으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지목되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은 맬릭이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폰 트리에의 역대급 어그로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12년 가장 권위 있는 영화 평가 사이트인 사이트 앤드 사운드(Sight & Sound)의 평론가 투표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 역대 102위를 차지했다. 100위 안엔 못 들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개봉한 영화만을 따지면 왕가위의 《화양연화》,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뉴 월드》에도 별 넷 만점을 준 바 있는 저명한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자신의 역대 최고의 영화 10편에 《트리 오브 라이프》를 포함시켰다.

2012년에는 베니스 영화제에 《투 더 원더》를 출품했다. 그의 영화 인생 중 가장 짧은 기간에 제작된 신작이며 2014년 시점에 맬릭의 최신 작품이다. 분위기상 《뉴 월드》와 《트리 오브 라이프》의 맥을 잇는 영화이며, 맬릭의 영화 스타일이 바뀐 뒤로 늘 그래왔듯 평단의 반응은 양분되고 있다. 로튼 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44%에 불과하고 씨네21의 경우 전문가 평점이 평균 4.0을 기록하는 등 혹독한 평가를 내린 반면, 로저 이버트를 비롯한 일부 평론가들은 종전까지의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이해를 요구하는 이 작품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투 더 원더》는 이버트가 생전 마지막으로 평가를 내린 영화이기도 하다. 별 넷 만점에 별 세 개 반.

2.2 스타일

굉장히 아름다운 화면을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맬릭의 스타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미장센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 특히 《천국의 나날들》과 같은 경우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화면이 가장 아름답게 나오는 이른 새벽과 늦은 저녁의 촬영 황금시간대만 일부러 골라서 제작하기도 하였다. 화면이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 하나로 손 꼽히는 이 작품의 촬영감독은 당시 시력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조수가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사진을 찍은 뒤 이를 고배율 돋보기로 관찰한 뒤 지시하는 방식으로 찍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뉴 월드》에서부터는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와 함께 인위적인 조명이나 필터 등을 배제하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화면을 촬영한다는 도그마를 바탕으로 영화를 찍고 있다. 그런데 맬릭의 영화들을 보면 알겠지만 도무지 인위적인 조작 없이 찍은 화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들이 많다.

또한 편집 과정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천국의 나날들》은 편집에만 2~3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씬 레드 라인》의 경우 원래 게리 올드먼, 루커스 하스, 비고 모텐슨, 마틴 신, 미키 루크와 같은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였으나 편집 과정에서 모두 잘려나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숀 펜, 에이드리언 브로디, 존 트라볼타, 조지 클루니의 비중은 조연이나 엑스트라 수준으로 떨어졌다. (...) 또 2000년대 들어서는 영화마다 300km가 넘는 길이의 필름을 사용한 뒤 편집 과정에서 필요한 장면들만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창조'되다시피 한 그의 영화는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과 무의식을 따라 시간의 순서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뒤섞는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간을 뒤섞는 현란한 편집은 맬릭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가장 적극적으로 내레이션 기법을 활용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내레이션은 사건이나 감정을 스토리와 이미지로 보여주지 않고 말로 설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의식 있는 감독들이 기피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맬릭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레이션을 각기 따로 녹음한 뒤 이를 뒤섞어 여러 인물들의 내면과 시점이 영화 속에서 입체적으로 드러나도록 만든다. 《씬 레드 라인》의 경우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빌리 밥 손턴이 3시간이 넘는 내레이션을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맬릭은 최종본에서 이를 완전히 제거하고 8명의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로 채워넣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일화들만 들으면 맬릭은 완벽한 구상과 설계를 바탕으로 영화를 찍을 것 같지만, 사실은 즉흥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이다. 직접 대본을 작성하긴 하지만 막상 촬영 현장에 들어가면 무시해버리기 일쑤이고, 순간적인 감각과 인상을 바탕으로 촬영감독과 배우들과 함께 장면들을 그때 그때 만들어간다고 한다. 이렇게 대본과 일정으로부터 벗어나 즉흥적으로 찍어내는 방식으로 촬영된 필름이 최근 영화들에서는 편당 300km가 넘는다고 하니, 편집 과정에서 몇 년씩 소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을 선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작품이 지루하고 늘어진다는 비판도 많다.[1] 물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엄청나다!

3 필모그래피

4 기타

  • 사생활을 철저하게 숨기며 은둔적인 삶을 사는 감독으로 유명하다.(오랜 친구인 코맥 매카시도 은둔하는 소설가이다.삶도 비슷하게 사는 죽마고우이른바 영화계의 J.D. 샐린저로 인터뷰 등 모든 형태의 관객 및 평론가와의 접촉을 거부한다. 영화제에도 참석하지 않아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당시에도 제작자가 대리로 수상했다는데 정작 본인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영화가 수상하는 모습을 몰래 숨어서 지켜봤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 맬릭의 모든 영화에서 미술감독을 담당한 잭 피스크와는 오랜 동료이자 친구 사이이다. 피스크는 맬릭뿐만 아니라 90년대부터 데이비드 린치, 폴 토머스 앤더슨과도 작업을 해온 베테랑이며 자기 자신도 여러 영화를 망했지만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현재 피스크의 아내인 시시 스페이식은 맬릭의 영화 《황무지》를 찍을 당시 현장에서 만난 사이라고 한다.
  • 2013년 맬릭은 《황무지》 개봉 40주년 기념일에 상영할 자신의 추천 영화 3편을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벤 스틸러가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유치뽕짝 코미디 영화인 《쥬랜더》가 포함되어 있어 모든 팬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세상을 등지고 모든 인터뷰와 시상식 참석조차 거부하는 70대의 은둔형 예술가가 방구석에서 혼자 이 영화를 보며 낄낄거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1.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벨라 타르같은분들보다는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