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갑차

사진의 중장갑차는 이스라엘의 나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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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은 이스라엘의 노획 T-54를 개조한 아크자리트 중장갑차.

영어로는 HAPC(Heavily Armored Personnel Carrier)라고 쓰는 전차 개조 장갑차의 일종.

1 시조

전차를 베이스로 한 장갑차라면 사실 최초의 보병수송장갑차였던 영국의 Mk.IX부터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전차와 APC의 장갑방어력 소요에 사실상 차이가 없었으므로 현대적인 개념의 중장갑차와 동일시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다.

참고로 전차와 APC의 방어력을 동일화하려는 추세는 사실 국가 개성에 따라서는 1919년부터 2000년대까지 거의 공통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독일 연방군의 경우 자국산 보병수송장갑차(APC)/보병전투차(IFV)를 개발하기 시작한 당초부터 당시 주력전차인 레오파르트1과 대등한 방어력을 IFV에 요구한 바 있으며, 역시 대전중 독일군이 최초로 개발한 본격적인 전궤도 APC였던 캐츠헨(Kätzchen) 역시 원래 섀시인 헤처 구축전차와 대등한 방어력을 확보하게 돼 있었다.

실질적으로 현대적인 중장갑차의 원형이 된 것은 영국군의 캥거루 APC. 캥거루 APC는 원래 미국제 M7 프리스트 자주포의 곡사포를 철거하고 보병이 탑승하였으므로 그 때까지의 하프트랙 APC와 마찬가지로 소총탄 방어가 한계였으나, 훗날 캐나다제 RAM 전차와 미국제 M3 스튜어트 경전차, 처칠 전차에서 포탑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하차보병을 탑승시킨 변형이 존재하며, 전차급의 방어력으로 하차보병을 보호하는 것이 개발 목적이라는 점에서는 이 차량들이 최초의 중장갑차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전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고 손실 역시 많은 APC로서는 지나치게 고가라는 점이 문제가 되어 결국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그대로 사장되고 말았다.

2 연구

냉전기에 한때 하나의 가능성으로 진지하게 제기되기도 했었다. 당시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비해 지상군, 특히 기갑전력에서 절대적 숫적 열세에 있던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이 격차를 보병과 헬리콥터 같은 공중 플랫폼에서 운용되는 성형작약탄두 대전차미사일을 이용해 어떻게든 줄여본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성형작약탄의 위력을 급격히 반감시키는 복합장갑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자, 대전차미사일 무용론이 대두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나온 것이 보병전투차에다가 주력전차에 준하는 운동에너지탄 체계를 통합시킴으로서 전체적인 전력지수의 상승을 꾀하자는 방안이었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은 아래와 같다.

  • 대구경화포의 사격능력 향상
보병전투차급의 경량차체에서는 21세기 들어서도 대부분 20~40mm 정도가 표준이다. 이는 IFV끼리의 교전을 감안한 것과 전차의 대보병 보조화력요소이자 보병의 보병전차로서 소구경을 통한 다량의 탄환 보유로 전투지속시간을 늘려준다. 또한 100mm 이상 급의 대구경 전차포로 사격시 반동제어 및 포구안정이 곤란하며, 기동간사격이 극히 제한되며 탄약의 대구경화로 소량 탑재로 인한 전투지속시간 감소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경량차체에 저압포를 쓰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러시아의 BMP-1은 73mm 활강포가 있지만 저압포여서 PG-9라는 로켓을 쏘기에 측풍으로 인해 기동사격은 커녕 정지사격시에도 걍 하늘로 솟구치며 BMP-3의 100mm 포는 일반적인 100mm 활강포와는 다른 특수규격의 저압포로, 느린 포구초속 때문에 운동에너지탄 대신 대전차고폭탄을 쓰고 대전차미사일을 포로 발사하고 방어력이 후달려서 대전차전투는 힘들다. 또한 러시아의 공수대전차자주포 2S25의 경우에도 기존 125mm 활강포와 호환이 되지 않는 독자규격 저압포를 사용하며 기동간 사격능력이 없다.

게다가 기동간사격능력의 부재는 생각보다 큰 요소로, 장갑차량의 공세적 운용능력에 있어 상당한 제한점을 둘 뿐 아니라 방어시에도 진지변환간의 사격의 난점으로 전술적으로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단 M113의 M2보다는 BMP-1의 73mm 포가 대보병전에서 더 좋지만 서독의 마르더 IFV같이 소구경 고속포를 단 IFV에 밀리며 M113은 전장의 택시라 불리는 병력수송장갑차이기에 나가서 싸워야 하는 IFV와 비교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저압포 보다는 고속포를 쓰려고 하는 것이다. BMP-3도 100mm저압포와 30mm 기관포를 같이 쓰는 판이다.
이 대구경화포는 직사가능한 포탑형 자주박격포로 이어지고 있다.

  • 고가치자산화된 보병전투차의 생존성 증대
  • 주력전차와 동등한 기동력 확보를 통한 작전적 기동성 향상
  • 보급 및 정비소요 일원화를 통한 군수지원 효율 제고

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예 전차 차체를 이용한 보병전투차를 운용하자는 발상이었다. 다만 이런 식의 전차 차체 보병전투차의 경우 제대로 공격능력을 가진 녀석으로 만들 경우 예산소요가 기존의 보병전투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게되고, 기계화보병의 탑승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실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3 부활

이를 현대에 부활시킨 것은 이스라엘이며 지금까지 있는 수많은 해당 장갑차들의 대다수가 역시 이스라엘이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가전을 오래동안 겪으면서 기존에 보유하던 M113이 툭하면 RPG-7라든지 14.5mm 등에 관통당해 탑승병력이 사상당하는 일이 잦고 IED 등에는 여전히 연약한 면을 보였다. 한편 기존의 장갑강화형 M113 이상의 장갑증가는 엔진 및 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이스라엘이 그동안 나포한 T-54/55 전차를 개조해서 장갑차를 쓰자는 안이 나왔다.역시 이스라엘은 마개조 천국그 결과 최초의 제식 HAPC라고 불릴 수 있을 Achzarit가 1988년 등장하게 된다.

이후, 기존 M113에 비하여 승조원에 대한 안정성을 극대화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이후 이스라엘군의 장갑차 승조원 살상비율이 낮아지는데 많은 역할을 하였다. 3명의 조작요원 외에도 7명을 탑승시킬 수 있으며 무장으로는 7.62mm FN MAG 2문,12.7mm 1문 혹은 7.62mm 3문 그리고 60mm 박격포 1문을 탑재하여 APC 급의 화력을 지원하는 이 44톤 장갑차는 기존 러시아제가 아닌 미국이 제작하고 이스라엘도 사용 중인 M109 자주포와 동일한 엔진을 장착하여 최고 64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단독으로는 적이 육상으로 바로 코앞에 연결되어있고 시가전도 많은 지역에서나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동안 그 어느 누구도 사용하지 않았으나 냉전 종식 이후 전쟁 양상이 전면전에서 시가전 등으로 바뀌어지면서 점차 해당 개념을 채용하는 경우가 생겼다. 대표적인 예로 Achzarit와 동일한 전차 차체를 이용하여 러시아 특유의 중무장을 갖춘 BTR-T 장갑차,영국제 전차 센추리온을 개조하여 만든 요르단의 Temsah가 있으나 지금까지는 이스라엘만이 정식 편제하에 대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그렇게 재정이 풍요로운 국가가 아님에도 중장갑차를 쓸 수 있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중장갑차를 APC로만 쓰고 IFV로서의 능력은 과감히 포기한다.
사실 중장갑차의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은 공격능력의 강화다. 포 자체의 가격이나 고성능의 사격통제장치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하고, 주력전차급의 장갑을 가지는 차체만의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편. 그래서 기계화보병을 전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숫자의 중장갑차를 보유하려면 무장은 APC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중장갑차의 무장을 자위용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신 항시 전차와 같이 운용하도록 해서 실질적인 화력의 저하를 막고 있다.
  • 노획한 구식 전차 등의 유휴전력을 최소의 비용으로 개조해서 사용한다.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처음 나왔을 때 이스라엘군이 채용을 검토하였으나 본격적인 전투에는 방어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사실 스트라이커는 현재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태의 MOOTW적인 치안유지 및 주둔임무를 고려하고 개발된 차량은 아니다. 오히려 신속전개군에게 최소한의 기계화능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기존의 장갑차보다는 험비를 대체하는 개념의 차량이다. 이후 이라크전에서 스트라이커의 손실이 이어지자 미군이 오히려 이스라엘군의 중장갑차 개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Achzarit의 차체가 낡아가자, 아예 주력전차인 메르카바의 차체를 기반으로 한 나메르 중장갑차를 개발하게 된다.

4 다른 나라

하지만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중장갑차 운용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스라엘 외의 중장갑차 운용국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일단, 이스라엘이 운용하는 나메르의 개념이 다른 나라의 전장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IFV들이 가지고 있는 고속기관포가 없는 나메르는 아무리 잘 봐줘도 맷집만 좋고 무거운 APC이며 IFV의 역할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박격포Mk.19 고속유탄기관총이 최대 화력인 나메르가 IFV와 전장에서 조우하면 그야말로 손도 발도 못 내밀게 된다. 당장 K-21과 붙어도 나메르는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는 수준. 용도가 시가전으로 제한되는 나메르식의 중장갑차를 보병전투차 대신 주력으로 굴릴 만한 나라는 많지 않고, 소량생산, 소량운용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미국IFV급의 화력을 갖추면서도 50톤이 넘어가 주력전차와 비등한 무게를 자랑하는 GCV 계획을 진행한 적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취소되었다. 아무리 미군시가전을 많이 접한다고는 해도 50톤 이상은 장갑차로써는 매우 비효율적인 무게고, 더불어 미군이 중장갑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원인인 시가전 역시 이라크 철군 등의 상황 변화로 점차 미군과 멀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체첸 등에서의 국지전을 자주 치르던 러시아군아르마타 계획의 일환으로 T-14 아르마타 주력전차의 차체를 이용한 중보병전투차 T-15 BMOP(TBMP)를 2015년 선보였다. T-15는 나메르와는 달리 30mm 기관포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한 제대로 된 보병전투차포탑 시스템을 달고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

5 여담

추가로 한국과 마주하고 있는 부카니스탄게릴라 전술을 잘 써먹고 있으며 최근 대활약 중인 IED를 적극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이므로 전시를 대비해 보유할 필요성은 있을 것이며 K-1 전차가 아니더라도 M48을 개조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깐 써먹자는 의견이 근근히 떡밥 비슷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는 k200방어력을 올리거나...전면방호력12.7mm가 머냐... 최소한 14.5mm는 막아야지 ㅠㅠ

다만 위의 전차들의 경우 엔진 및 서스펜션 등의 구동계가 극히 노후되어 있어 해당계통의 전면적인 개수가 불가피한데다가 부품 수급 자체도 어려운 실정이라 사실상 소수의 구형전차의 개조를 위해 관련부품 생산라인 일체를 새로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예산소요가 과다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현실성이 적다.

차라리 K-1 전차가 1,500대 이상 되는 현실에서 K-1 차체만 추가로 생산하거나, K-2 전차가 M48 보유분은 물론 남는 K-1이 예비역으로 돌려야 하는 수준까지 생산되어, 잉여화된 K-1을 개조하는 것이 경제적이며, 더 강력한 파괴력을 낼 것이다. 현재 K-2 전차가 지지부진한 형국에서는 K-1 차체 추가 생산이 더 현실성이 있는 형국이다.

혹은 K-9 자주곡사포 차대를 향후 개량형으로 취할 차대를 기반하여,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현재 포병에 집중하고 있는 형국으로서 이를 기반으로 한다면, 전차 균형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며, 비용이 K200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다. 아울러, K77 같은 지휘통제차량과 같은 단가가 되어, K-55를 예비군까지도 밀어내어서, 예비군들도 K-9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꼴이 될 것이다. 애초 무인포탑을 운영한다는 청사진이 있는 국군으로서는 단가를 낮출 이러한 중장갑차 추진은 해 볼 만한 일인 것이다. 희안하게도 국군 자주포 전력을 벤치마킹한 미국은 기존 팔라딘을 브래들리 차대에 얹히는 개량으로 단가 절감 및 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국군이 이러한 방안을 추진한다면 한미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각기 중장갑 자주포와 수상도하를 버린 중장갑차를 확보하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