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크리 나루에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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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해군이 운용중인 나룻배항공모함.

1 제원


* 함명 : HTMS 차크리 나루에벳(Chakri NarutbaNaruebet) CVS-911
* 분류 : 원해초계용 헬리콥터 모함(The Offshore Patrol Helicopter Carrier)

* 건조 : 스페인 바잔 조선소
* 기공 : 1994년 7월 12일
* 진수 : 1996년 1월 20일
* 취역 : 1997년 3월 27일
* 건조비용 : 3억 3,600만 달러

* 전장 : 182.65m[1]
* 선폭 : 30.5m
* 흘수 : 6.12m
* 엔진
* GE LM2500 가스터빈 엔진 × 2 (16,499kw)
* Bazán-MTU 16V1163 TB83 디젤 엔진 × 2 (4,200kw)
* 배수량 : 11,486톤 (만재 기준)
* 최대속도 : 25.2knots/h
* 순항속도 : 17.2knots/h
* 항속거리 : 19,000km (12knots/h 기준)
* 승무원 : 675명
* 함재기
* AV-8A 해리어 6~8기[2]
* S-70B 시호크 4~6기
* 태국 파이터 0기

2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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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놈 말고 위. 아래에 있는 것은 미국의 키티호크급 항공모함이다. 참고로 키티호크급은 재래식 항공모함 중 가장 크다. 키티호크급이 한 덩치 하다 보니 차크리 나루에벳이 진짜 나룻배로 보일 지경이다.

현재 현역으로 운용되고 있는 항공모함 중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함선이며, 현재 뿐 아니라 항공모함이란 함종이 등장한 이래 건조된 정규 항공모함 중에서 가장 작다. 단적인 예로 2차대전 발발 전 조약 시기에 건조된 일본의 경항공모함 류조기준배수량 10,600톤급으로 만재 배수량 기준으로는 차크리 나루에벳보다 컸으며 크기도 밀리고 1:1로 붙어도 류조한테 깨질 것 같다, 어지간한 호위항공모함도 차크리 나루에벳과 동급이거나 그보다 더 큰 수준이다. 그나마 어벤져급 호위항공모함이 만재배수량 9,100톤으로 차크리 나루에벳보다 작아서, 역사상 가장 작은 항공모함이라는 칭호가 붙는 것만은 면했다.

이렇게 작아진 이유는 이 함선이 만재배수량 17,000톤이 약간 안 되는 스페인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급을 다시 축소한 것이었기 때문. 대한민국 해군의 독도함이나, 그보다 더 작은 일본 해상자위대오오스미급 수송함보다도 작다. 농담이 아니라 공식적으로는 구축함으로 분류되지만 순양함급의 만재배수량을 가진 줌왈트급의 만재배수량보다도 작다. 심지어는 세종대왕급도 이 놈보다 더 큰 만재배수량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된다.[3] 그야말로 안습.

원래 태국 해군은 항공모함을 지를 생각이 없었다. 태국같은 지역국가에게 항공모함은 사치라는 건 본인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원래 태국은 시암만 및 주변 해역 EEZ 순찰 및 작전을 위해 약간의 헬리콥터 운용이 가능하고 유사시 상륙 및 수송함으로도 쓸 수 있는 LPD를 도입하고자 했다. 그래서 해당 분야에서 가장 네임드인 스페인의 바잔 조선소에 LPD를 의뢰했다.

그런데, 바잔 조선소에서는 군의 보증을 얻어서 역제안을 했다. LPD가 아닌 자국의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급을 축소한 항공모함을 제안한 것이다. 가격 차이도 태국이 예상한 LPD 건조예상금액보다 크게 안 높은 3억 3,600만 달러이며, 무엇보다 해리어 전투기 일부를 으로 주겠다고 한 것이다.

스페인이 제시한 항공모함 스펙은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최대속도 25.5knot/h, 순항속도 17.2knot/h는 항공모함으로선 심각하게 느린 속도였다. 항공모함으로서 가장 중요한 운용 함재기도 고정익기와 회전익기를 다 합쳐서 20기가 채 못 되었다.

그러나,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LPD에서 항공모함으로 함급이 업그레이드되고, 함재기도 공짜로 준다니까 태국은 눈이 뒤집혀져서 검토 끝에 이 역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항공모함다운 스펙은 아니었지만 태국이 일반적인 스펙의 항공모함이 필요한 수준도 또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태국의 기대는 매우 커서 차크리 나루에벳이라는 함명까지 내정했다.너무 이름 함부로 좋은 것 붙였다 대한민국 해군이 500톤급 경비정에 충무공 이순신함 이런거 붙인 격[4] 결국 1994년 7월 12일 건조가 시작되어, 1997년 3월 27일 취역했다.

3 광물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배는 취역 당시 주요 시스템과 무장을 탑재하지 않은 상태였다. 왜냐? 계약서에 애당초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사기친 건 아니고, 무장까지 한 번에 주문했다간 태국 경제력으로 좀 버거워서, 배만 우선 갖추고, 무장은 취역 이후에 국가예산을 새로 편성하여 장착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취역 직후에 IMF가 터졌다. 당연히 주요 시스템과 무장은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챠크리 나루에벳은 그 흔한 자함방공용 CIWS도 안 달려서 디코이로 땜빵해야 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싶은 태국 해군이 방공무기를 달긴 했는데 그 방공무기라는 게….

다른 나라 항공모함이 기본적인 함대공 미사일용 VLS는 갖추고, 못해도 RAM이나 2~30mm CIWS를 운용하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방호능력이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 구닥다리 스틱스 1발 날아와도 요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방어능력의 부족을 호위함정들이 보완해주면 좋겠지만 호위함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함정들은 미국의 대잠 호위함이였던 녹스급 2척과 중국에서 건조한 지앙후이급의 수출형 모델인 나레수안급 2척 정도였다. 나레수안급은 대공능력이 없고 가장 강력한 대공무기는 녹스급에 장비된 20mm 팰렁스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스페인이 태국에 제공한 해리어는 바로 최초 양산형이었다. 이는 스페인이 당시 최신형 해리어인 해리어 II를 도입하면서 버리게 된 기체였다. 역시 스페인이 사기친 건 아니고, 태국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항공모함이란 단어에 흠뻑 빠져드는 통에….

이러다보니 기껏 도입한 함재기는 너무 구식에다가, 그나마 운용이라도 되면 다행인데 부품을 구할 길이 없어서[5] 운용조차 못하고 있다. 즉, 사실상의 작전 행동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냥 전시용.(…) 게다가 2006년에 전량 퇴역했다.

뒤늦게 태국도 우리가 이걸 왜 샀을까!(…) 하고 탄식하며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 재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외국 판매를 시도했다. 대상은 당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항공모함 운용이 가능했던 인도. 그러나 인도군마저 검토 끝에 그냥 러시아에서 퇴역 항공모함 사오는게 나을듯. 이건 영 아니네여라는 결론과 함께 매각 무산.[6] 결국 아직까지도 태국 해군 소속으로 잘 정박 중이다.

이를 가리켜 정부 레벨에서의 충동구매는 역시 하면 안 된다!이라는 짤막한 평이 나왔다. 해리어만 안받았더라도(...).

4 평가

물론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 당시에는 현장에서 구호 및 인명구조 활동용 모함을 맡는 등 여러 자연재해 및 사건사고에서 구조구난함으로서 활약했다. 2003년 캄보디아와의 분쟁이 일어났을 때는 캄보디아 내 자국민 구출과 함께 무력시위에 나섰고, 캄보디아는 쫄았다. 사실 태국이 이 배를 무리해서 구입한데에는 "이 지역의 주도권을 잡고있는 건 우리나라다"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으니, 이 점을 들어 단순한 돈지랄은 아니었던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긴 하다.

그러나 캄보디아 같이 세계 최빈국에 목소리 낼 힘도 없는 국가를 대상으로 무력시위 벌이는 정도는 차크리 나루에벳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결국에는 돈지랄 맞다.

5 여담

태국 언론에서는 도입 직후에 Thai-tanic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재수없게시리 왜 그런 별명을 붙이는 거야 또한 함선 내부에는 왕실 전용 선실이 있다. 해군 총기함이니 당연하겠지만, 덕분에 왕실 전용 호화요트라는 비아냥에 한몫하고 있다. 사실 자체 능력 부족 및 호위함대의 부실. 여기에 지상군과 공군 증강 필요성으로 인한 예산 부족 때문에 전쟁용으로는 도무지 쓸 데가 없다 보니 틀린 표현도 아니다.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초창기 밀덕들 가운데 일부와 일반인들은 태국 항공모함이라는 소식에 태국같은 나라도 항공모함을 가지는데 우리 해군은 뭐하는가!하고 한탄했다. 물론 밀덕들을 중심으로 실상이 퍼저나가게 되었고 알게 된 뒤에는 줘도 안 가진다, 챠크리 나룻배라면서 조롱하고 있다.

DC인사이드 등지에는 "태국군이 이 항공모함 한 척만 끌고 와도 남한의 인도양 보급로가 완전 차단돼서 한국의 대통령이 태국 국왕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되냐?"는 뻘글이 몇 년째 심심치 않게 보인다. 물론 한국 해군과 태국 해군의 전력을 비교해 보면, 그리고 그걸 고려하지 않더라도 해상 봉쇄는 주요 떡밥으로 등장하는 일본 해자대는 커녕 그게 가능한 건 미국이나 중국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냥 웃자고 하는 뻘소리.[7] 네놈들 거기 꼼짝말고 기다리고 있어!! 내 지금당장 이지스를 몰고가서 네놈들 다 날려버리겠어!!

  1. 상륙함인 독도급조차 199m이다.
  2. 탑재하나 운용을 못한다. 상태가 좋지 않은 해리어 4기를 해체해 부품을 동류전환하여 2기 운용하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아 2006년에 모두 퇴역했다.
  3. 추측된다고 하는 것은 공식적인 만재배수량은 차크리 나루에벳보다 조금 작지만 이것이 축소발표된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4. 차크리 나루에벳은 태국어로 위대한 차크리 왕조라는 뜻이다. 그리고 차크리는 바로 현재 태국의 왕조명이다. 태국의 국왕이 가지는 정치적 위상을 생각하면 엄청난 상징성의 함명을 부여한 것이다. 군함이라는 특성도 무시하고 너무 상징성을 크게 넣은 감도 있다. 이 배가 가라 앉으면 차크리 왕조가 가라앉았다는 엄청난 의미가 되어 버리니... 그런만큼 함선에 군주 이름, 국가 이름을 붙힌다는 건 해당 해군의 상징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운다는 뜻이다. 그리고 태국은 돈지랄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도 이 배의 이름을 고치지 않았다.
  5. 영국미국에서는 일치감치 박물관에 전시된 상태다.
  6. 인도는 비크란트의 퇴역으로 인한 공백을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키예프급 항공모함 4번함인 아드미럴 고르쉬코프함을 비크라마디티야함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기로 결정, 2014년부터 현역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7. 독도급에서도 차크리 나루에벳에 운용할 수 있는 항공기는 기본적으로 다 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