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1 단어

Princess. Prince에 대응하는 여성형 직위.

흔히 공주로 번역되곤 하지만, 사실 정실 왕비가 낳은 현 국왕의 딸만을 칭하는 '공주'보다 훨씬 범위가 넓어서 "정실 공주, 왕의 손녀, 증손녀 등 기타 왕가의 여인네, 황녀, 왕자비, 황태자비, 대공비" 등을 전부 쓸어서 프린세스로 칭한다. 가끔은 공작부인도 더체스(duchess) 말고 프린세스라 불리기도 한다[1].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남성의 경우지만) 조선에서 군(君)의 사용과 대용해서 생각해보면 편할듯. 왕의 아들(서자)도 군이지만 왕의 아버지(대원군)도, 세자의 차자 이하 아들들도, 대군이나 왕자군의 아들(왕의 손자들)도, 왕비의 아버지(부원군)도, 폐위된 왕도(연산군, 노산군 등), 공신도(오성부원군 이항복이나 양평부원군 허준) 모두 군 칭호가 붙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자. 여자에게는 태생에 따른 칭호를 거의 주지 않는 것을 제외하곤 칭호면에서 동서양이 비슷하다. 단, 조선에서 '옹주'라고 지칭되는 왕의 서녀는 프린세스에 속하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부르봉 왕조 시대 프랑스에서는 왕의 서자녀들에게 적자녀들보단 낮은 왕실 경칭을 줬다. 물론 왕위계승권은 없기 때문에 서자의 경우에는 차이가 크지만 어차피 동아시아에서도 대게 딸들에게 왕위계승권이 없던걸 생각하면 서녀들이 무조건 동양에서보다 못한 대우를 받은 건 아니다.] 서양권에선 사생아에 대한 차별이 조선보다도 엄해서, 심지어는 엄연히 왕의 적녀인데도 강혼(降婚)의 소생, 즉 어머니의 출신이 왕족이나 고위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머니는 퀸 칭호를 못 받고, 딸은 프린세스의 칭호를 못 받은 케이스도 있다.[2] 또한 헨리 8세의 딸인 메리 1세엘리자베스 1세는 그 어머니가 폐위되어 차례차례 왕의 서녀라고 선언되자 바로 프린세스 칭호가 박탈되고 '레이디 메리' 등으로 지칭되었다.[3] 찰스 왕세자의 현 정실부인 카밀라 파커 보울스도 상당한 논란 끝에 겨우 프린세스 오브 웨일즈(왕태자비)의 칭호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4]

그러나 이는 정식 예법상의 이야기고, 통상 왕족 여인네들은 다른 칭호가 없으면, 혹은 다른 칭호가 있더라도 종종 프린세스라고 불리는 모양. 물론 레이디도 그만큼 흔한 호칭이다.

영국의 경우 왕이 재위중에 탄생한 제 1왕녀에 한해 프린세스 로열(Princess royal)이라고 별개의 칭호를 붙이기도 한다. 이는 사실 영국의 찰스 1세에게 시집온, 프랑스 공주 출신 앙리에타 마리아가 프랑스의 마담 루아얄(Madame royale)의 칭호를 본따서 만든 것. 또한 그 칭호를 받은 왕녀가 죽기 전까지는 차기 왕이 즉위해 장녀가 태어나도 Princess royal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한다. 왕이 재위중일때 태어나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프린세스 로열 칭호를 받은 왕녀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왕이 된 후 프린세스 로열 칭호를 주기도 했는데 에드워드 7세의 딸인 프린세스 로열 루이즈의 경우 아버지가 웨일스 공 시절 태어났지만 아버지 즉위 이후 프린세스 로열 칭호를 받았다. 왕이니까 내맘대로 할거야

대표적인 프린세스 로열로는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의 장녀이자 독일 제국의 황후였던 빅토리아 아델레이드 메리 루이즈가 있다. 현재의 프린세스 로열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녀 앤 공주. 단, 앤 공주는 즉위 이후 칭호를 받은 경우로, 외할아버지인 조지 5세 생전에 왕의 외손녀로 태어났다.

즉, 서양권 내에서는 대강 왕실의 여인들이 쓸 수 있는 호칭이 되겠다.

태자/세자를 뜻하는 Crown Prince에 대응되서, Crown Prince의 아내이거나 후계 순위 1순위인 경우 왕태녀/왕세녀(Crown Princess) 칭호를 쓰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단어 자체가 Prince를 여성형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프린스 항목에도 나와있지만 프린스는 단순히 '왕자'라는 뜻만 있는게 아니다. 원래 프린스는 '군주'를 뜻하는 말로 쓰였으며, 그게 나중에 가서 Emperor/Empress, King/Queen 보다 아랫 단계로 격하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Prince는 매우 많은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되었고, 그걸 여성형으로 바꾼 Princess 역시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단, Princess는 Prince의 직위가 낮아진 후에 만들어진 단어인지라, Prince처럼 '군주'의 의미로 사용될수는 없다. 여성 군주건 남성 군주건 옛 방식대로 부르자면 다 Prince이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여성 군주의 경우에는 Princess 칭호를 붙인다. 18세기 모나코의 군주였던 루이즈 이폴리테 역시 Princess(프랑스어로는 Princesse) 칭호를 썼다.

이런 어원 때문에 왕자의 배우자(왕자빈)를 의미하기도 한다.[5] 반대형인 Prince도 마찬가지로 쓰이며, 영국의 경우 여왕의 남편도 Prince가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Princess가 될 수 있다(물론 이 경우는 거의 드물지만).

이외에도 서양에서는 왕세자 또는 왕세녀에게 왕위를 물려준 여왕이 상왕이나 전(前) 여왕 대신 사용하는 호칭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의 빌헬미나, 율리아나, 베아트릭스 3대가 후계자에게 양위 후 사용한 호칭이 바로 프린세스였다.[6]

2 관련 항목

  1. 이건 유럽 대륙의 일부 국가에서는 공작에 해당하는 칭호가 Prince인 탓에, Prince와 Duke 모두 공작으로 번역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가령 비스마르크 공작: Prince of Bismarck)
  2. 일례로,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4세와 그의 두번째 부인의 경우. 덴마크는 귀족 간의 결혼에도 귀천상혼을 적용할 만큼 엄격한 국가였다.
  3. 그러나 궁중 서열은 '적자인 조카들보다 서녀의 서열이 높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녀'인 두 딸들이 왕비 바로 밑으로 높았다.
  4. 논란을 의식한 모양인지 보통은 프린세스가 아니라 콘월 공작부인으로 칭하고 다닌다.
  5. 고로 프린세스 메이커의 왕자와 결혼해서 프린세스는 잘못된게 아니다! 공주와 개구리에서도 이 프린세스프린세스로 쳐준다. 하긴 뭐 배경이 왕족이 없는 나라축제의 프린세스프린세스로 쳐주니까... 다만 한국에서는 이 언어유희를 딱히 해석하기 어려웠는지 자막에는 그냥 공주라고 넣었다.
  6. 사실 상당히 예외적인 호칭으로, 네덜란드 왕실 호칭은 여타 왕실과 다른 부분이 꽤 있다. 1970년대에 이미 왕위계승자도 아닌 공주의 아들들에게도 프린스 칭호를 준다던지, 반대로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직계왕자의 아이들에게도 프린스나 프린세스 칭호를 주지 않는다던지.(이 항목을 봤다면 알겠지만 프린세스(프린스) 칭호는 단순히 공주(왕자)가 아니며 보통 군주의 손자대까지의 왕손들에게는 이 호칭을 준다.) 같은 해에 퇴위한 벨기에 알베르 2세나 다음 해에 퇴위한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1세는 King 칭호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7. 취소선이 쳐진 이유는 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