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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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브레드

붕어빵과 마찬가지로, 꿀빵에는 꿀이 들어가지 않는다. 겉에 발린 끈적끈적한 액체는 "조청"이다. 이것은 오리지널 본점인 오미사 한정임으로 다른 가게에서도 조청을 쓰는지는 알 수 없다. 믿기 어렵다면 오미사 꿀빵을 먹고나서 밑에 고인 액체를 흰 종이 위에 살짝 비춰보자. 연한 노랑색을 띄는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모 초대박히트 감자칩과는 관련이 없다.

한국경상남도, 특히 통영진주 등지를 중심으로 유명한 과자. 지역명을 앞에 붙여 '통영꿀빵', '진주꿀빵' 이라고도 하는데, 1990년대 들어 외지인들의 입소문으로 조금씩 다른 지역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제주도 등지에서도 상품화하고 있다.

동그랗게 빚어 만든 도넛기름에 튀긴 뒤 를 버무려 넣은 이 아닌 조청을 골고루 발라 만드는데, 속재료로는 을 달착지근하게 조린 적앙금이 쓰인다. 조청의 찐득한 질감이 꿀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 듯. 간혹 깨 외에도 땅콩 부스러기나 호박 등을 같이 버무려주거나 앙금 속에 넣어서 만드는 곳도 있고, 적앙금 대신 백앙금, 완두앙금, 고구마앙금이나 복분자를 첨가한 팥앙금 등을 넣는 곳도 있다. 일반적인 도넛과는 달리 이 두툼해서 먹고 나면 제법 가 부르다. 이것 역시 오미사 꿀빵을 기준으로 한다. 다른 프렌차이즈 꿀빵은 제법 빵이 얇아서 가볍게 먹을수도 있다.

원래 바다에 나가 한나절 혹은 며칠 씩 고기를 잡던 어부들이 간식 거리로 많이 먹던 과자였다. 다른 밀가루 과자들과 달리 물기가 적고, 과자 전체를 조청으로 감싸 통기성을 줄인 탓에 잘 상하지 않는 편이라 애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청 때문에 한입 베어물면 고구마 맛탕 비슷하기도 한 독특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이곳저곳에서 만들기 시작하다 보니 다들 어디가 원조인진 모르지만, 통영에서 원조로 손꼽는 집은 오미사꿀빵이다. 통영적십자병원 뒷골목에 있는데, 가게 옆에 오미사세탁소가 있어서 오미사 옆 꿀빵집에서 만나자~ 라고 하던게 오미사세탁소가 문을 닫으면서 자연스럽게 그쪽 빵집에 붙은 이름이라는 듯. 원래 꿀빵 외에도 다양한 밀가루 음식을 팔던 자그마한 분식집이었는데, 197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부모님 세대에게는 꿀빵보다 분식으로 팔던 우동이 더 유명했다.

통영 시민들 외에 관광오는 외지인들도 많이 사간다고 하는데, 본점은 언제나 딱 100개만 만들기 때문에 오후 두세 시 쯤이면 하루치 빵이 다 팔려서 문을 닫기 일쑤라고 한다. 주말에는 심하면 12시가 되기도 전에 동이 난다. 본점에서 사려면 아침에 가보자.

지금은 아예 본점 주인의 아들며느리가 미륵도의 도남동에 기업화된 분점을 열어서 수요가 분산되는 중. 분점은 휴일에도 영업하고, 점포 판매 외에도 전국에 통판을 할 정도로 많이 만들긴 하지만 그래도 오후 3~4시즘에는 전부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 갈거면 일찍 가는 게 좋다. 덤으로 분점은 매주 수요일이 정기 휴일이니 헛걸음 하지 말도록.본점은 매주 일요일이 휴일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다. 일단 유명한 오미사꿀빵은 2015년 기준으로 개당 800원. 크기가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빵집들에서 파는 단팥 도넛과 비슷한 크기인데 은근히 비싸게 느껴진다. 물론 이게 정가는 아니고, 크기나 파는 곳에 따라 가격이 저마다 제각각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는 이런저런 견과류를 더 묻혀 버무렸다고 해서 개당 1000원 받고 파는 곳도 있다. 하지만 크기는 다른 꿀빵집 것들보다 작다는 게 함정

이외에도 서호시장 등 시내 시장들이나 빵집에서도 꿀빵을 팔고 있는데, 사실 통영에 있는 대부분의 빵집에서 이걸 판다. 심지어 미륵도의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탑승장에서도 팔고 있고, 관광객들이 몰려있는 중앙시장과 동피랑 마을 입구에도 제법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공장을 시내 변두리에 만들어 놓고 거기서 매일 일정량을 가져와 파는 소규모 프랜차이즈 형태의 체인점들이나 카페들도 있다. 진주에서는 중앙시장 인근의 수복빵집과 덕인당 등이 유명하다.

전반적으로 경남 바닷가 사람들에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를 자랑하지만, 젊은 층에서는 '너무 빡빡하고 달다' 는 이유로 싫어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사실 단맛계열도 초콜렛이나 사탕이라기 보단 팥의 단맛이다 보니 어른층에게 더 어필할만한 맛. 다만 우유와 함께 먹으면 단맛도 줄고 식감도 부드러워져 괜찮은 편.

빵 전체에 찐득하게 발라진 조청 때문에 포장재에서 떼어내기가 쉽지 않은 편이고, 오히려 서로 엉겨붙어버린 빵의 살점(?)이 뜯겨나가는 안습 상황도 종종 겪는다. 떼낸 뒤에도 비닐 등으로 제대로 싸쥐고 먹지 않으면 손가락이 조청 투성이가 되는 것도 문제. 이 때문에 꿀빵 파는 곳에서는 쥐고 먹을 수 있게 작은 비닐봉지들을 같이 끼워준다. 깔끔하게 먹고 싶다면 1회용 플라스틱 포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일단 오미사꿀빵을 기준으로 겉에 발린것은 조청이지만, 다른 꿀빵집까지 조청인지는 알 수 없다. 이 문서 초기에 쓰인대로 물엿일지도.
몇몇 가게들은 조청을 버무리지 않은 것도 팔지만, 단팥 도넛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수요가 많지는 않은 듯 하다.

약 7년 전까지만 해도 오미사 꿀빵을 제외하면 동네 빵가게에서만 조금 팔고 말던것이 케이블카의 힘으로 관광객이 몰리자 너도 나도 가게를 열어서 30년 전통이니 어쩌니 하면서 달고 있는걸 보면 본고장 사람들은 그냥 웃음만 난다. 꿀빵이 대유행하기 전에는 30년 전통의 충무김밥가게가 있던것을 생각하면 30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프렌차이즈 처럼 느껴질 정도. 음식 자체의 디테일이 배끼고 말고 할것도 없을 정도로 단순해서인지 이런식으로 나타난 가게들은 차별화를 위해서 꽤 다양한 메뉴를 내 놓고 있는 것도 특징. 최근에는 멍게꿀빵같은 종류까지 나왔는데 무슨 맛일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멍게 자체가 단적으로 해산물 특유의 맛, 대놓고 말해서 비린맛에 의존하는 식거리인데 그것이 빵 안에 들어가면 어떤 조화일지(...). 사장이 이 분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