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물

한국어: 대체역사물, 대체역사, 대체역사소설, 대체역사SF
영어: Alternate history, Alternative history

1 개요

"인류의 지난 역사가 기존 사실과는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일련의 픽션 장르. 우리가 알던 실제의 역사와 다르게 진행되는 역사를 보면서, 우리 세계와는 전혀 다른 사회상과 가치관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읽는 사람들이 많다.

2 개념 정의

대체역사물은 현대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상역사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해외, 특히 영어권에서는 SF에서 파생된 장르로 취급하며, 사이드와이즈상 같은 관련 상도 있는 등 당당한 하나의 서브장르로 인정받는다.

19세기 무렵부터 간간히 존재해 왔지만, 대체로 SF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허버트 조지 웰즈의 《신들과 같은 인간》(1923)을 현대적인 대체역사 SF의 효시로 본다. 가장 유명한 대체역사 SF 중 하나로는 20세기 중후반의 가장 중요한 SF 소설가인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가 있다. 필립 K.딕은 이 작품으로 1963년 SF계의 아카데미 상휴고상을 수상하였다.

세간에서는 '대체역사물'과 '타임슬립물(대체 역사 판타지)'로 분리도 한다. 역사의 분기점이 다르게 흘러 가느냐, 현대인이 과거로 가느냐에 따라 전자와 후자로 갈린다. 한마디로 말해 원래 세계관상의 역사가 현실의 역사랑 다른 경우는 전자이고, 현대의 인물이 과거로 가서 역사를 바꿔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우(즉 원래 세계관상의 역사가 현실과 동일했으나 시간여행등의 이유로 역사가 바뀐 경우)는 후자이다. 후자라고하면 현대 양판소만 떠올릴 수 있는데, 마크 트웨인이 쓴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처럼 이쪽도 역사가 유구한 편이다.

크게 나누면 정치체계, 세계패권구도의 변화를 중시하는 작품과, 기술의 발전이 실제 역사와 다르게 흘러간 기술의 변화를 중시하는 작품이 있고 전자와 후자가 상호작용을 해서 이 둘이 적절히 믹스된 경우도 많다.

완벽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그런 세계를 그리는 것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의 설정은 현실에 기반을 두며, 그것을 생각하면 의외로 많은 작품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으나, 일반적으로는 《은혼》처럼 바뀐 역사 자체가 이야기 전반에 걸쳐서 그렇게까지는 중요하지 않은, "뭔가 역사가 바뀐 것도 같은데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인 경우라면 이쪽으로 분류하지는 않는 듯하다.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미래였던 시대를 다룬 '미래소설' 중에 이미 그 '미래'가 지금 이 글을 읽는 '현재' 이전이 된 소설들, 예컨대 《1984》, 《동해의 새벽》처럼 이제는 대체역사소설로 취급해도 무방한 느낌이 드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작가가 집필 당시로부터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비튼 것이 아니라, 집필 당시로부터 미래의 일을 그린 것이므로 엄연히 말해서 대체역사소설이라고 볼 수는 없다.

뱀발로 '미래인들이 과거로 건너가는 류의' 판타지적 요소를 지닌 타임슬립과 과거의 '사건이 뒤틀려' 이어지는 전통적인 대체역사소설을 구분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있기도 하다. 후자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원안이 되었던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나 로버트 해리스의 《당신들의 조국》 등이 해당된다.

스팀펑크디젤펑크가 하위 장르로 들어간다고 볼 수도 있다.

3 한국에서의 위상

현대에 와서도 《역사 속의 나그네》, 《비명을 찾아서》, 《대한제국일본침략사》와 같이 꽤 오래 전부터 대체역사물에 속하는 작품 자체는 존재했으며, 간간이 외국 작품의 출간도 이루어졌고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의 영화도 있었다.

인터넷 소설 시장에서 보자면 대체역사라는 장르가 시장에서 확고히 형성된 것은 2000년 경부터 하이텔북박스에 연재되고 출판되었던 대체역사서 《신쥬신 건국사》 1부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신쥬신 건국사》 1권과 2권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너도나도 대체역사물이라 쓰고 극우자위물을 쓰기 시작했고, 작품 리스트에 있는 《1904 대한민국》, 《대한 제국기》, 《임페리얼 코리아(대한제국 대백과사전)》, 《천군》, 《환생군주》, 《봉황의 비상》 등이 모두 이 시기(2000~2005)에 나와서 인터넷 상에 연재, 출간까지 한 작품들이다.

괴랄하게도 민족주의적인 기류를 타고 나온 대부분의 대체역사 소설이 "부끄러운 한국을 씻는다."란 명분 아래 한국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신 제국주의 국가를 만든다 복사 붙여넣기 내용으로 쓰여져있는데, 이런 제국주의 픽션소설을 두고 한국인이 과거의 암울했던 역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스스로 제국주의와 패권주의로 풀어가려 한다고 꼬집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트렌드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마치 게임의 꼼수처럼 비도덕적인 행각을 저지르면서 '와 우리가 이것도 선점했다!'라고 자위하는 에피소드를 경쟁적으로 넣었다.[1]

사실 이런 대부분의 인터넷 출신 대체역사물은 그야말로 우익적인 자위물에 가깝다. 극단적 민족주의, 쇼비니즘, 징고이즘을 뒤섞어 많은 작품들이 한국이라는 제국주의 국가를 만들고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말달려 영토를 따먹었다.

위에서 말하듯이 '과거에 그만큼 당했으니 그만큼 그대로 갚아 나간다'는 이념적 기반이랄 것도 없는 열폭과 제국주의적 코드를 그러한 이념으로 정당화시키고, 적당히 민족주의적인 양념을 가미해 새로운 제국주의 국가를 만든 수많은 대체역사물(차원이동류)은 사실 그냥 자위물의 가치만 있다. 사실상 《감벽의 함대》 같은 일본의 전후 가공전기류와 똑같고, 소설의 질도 아주 낮다.

이 때문에 국내의 대체역사소설은 '대체' 어딜봐서 '역사 소설'이냐의 준말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평론가는 "'자기들은 애국하는 줄 아는데, 알고 보면 일본의 가공전기 같은 3류 자위 소설의 짝퉁이다."'라는 식으로 비판한 바 있다.

어쨌든 이렇게 나타난 작품들 중에서 2천년대 초반의 대체역사소설 붐을 계속 유지해 나갈만한 후속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인기도 줄고 시장도 차츰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기존 작품들이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나온 작품들도 계획대로의 완결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안 팔리면 가차없이 이야기를 조기종결시키거나 발행부수를 줄여버리는 출판사의 활동 덕이었다.

2010년 이후에도 계속 나오고는 있으나 다루는 배경이 더 확장되어 '삼국통일을 고구려가 해서 킹왕짱 강대국이 되었다! 한국 만세!'라는 식의 한국이 정복을 많이 했을 때의 가정인 대체역사소설들이 많이 나온다. 이런 소설들의 특징들은 무협지판타지 버전으로, 옛날 한국의 고대 왕국들이 일본, 중국 등의 주변을 제패했다는 설정들이 많다.[2] 작가가 그것을 원하지 않더라도 독자들이 요구해서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이 배경이 아닌, 환생하거나 빙의한 한국인이 외국에 가서 활약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물은 아주 장르를 이룰 정도.

어쨌든 2016년 현재도 여러 사이트에서 다수의 작품을 연재하며 출간되는 작품도 꾸준히 나오나, 장르의 인지도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판매시장에서 인기를 끌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출간해도 대부분 도서대여점 라인으로 돌고 있다.[3]

2012년 6월부터 대체역사 드라마인 《닥터 진》이 방영되었다. 원작 만화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 작품이지만 국내 드라마의 소재가 보다 풍성해졌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향후 국내산 대체역사물을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길 기대할 수도 있다 싶었지만, 작품성 있는 국내 대체역사소설이 극소수라서 문제이다. 이런 작품성을 갖춘 경우는 《비명을 찾아서》가 사실상 유일무이하다. 《비명을 찾아서》는 80년대 후반 '한국 최초의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이라 평가를 받은 한국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여타의 장르소설 작품들과는 도저히 같은 반열에 놓고 못 비교한다.[4] 학계에서 직접적으로 《비명을 찾아서》를 다룬 논문(단순 비평 말고)만 10여 편이 있을 정도다.

2010년대 들어 《닥터 진》 말고도 여러 드라마에서 대체역사적 소재를 쓰는 경우가 늘어나지만, 어째선지 주로 트렌디 드라마라, 남여주인공의 비극을 조장하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뿐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국에서의 대체역사소설은 대체역사소설이 엄연한 문학의 한 축으로 인정받는 외국과는 차별화되는 몇 가지 특성을 가진다. 쇼비니즘적 자위물이 백이면 백을 차지하는 형편이며 대표적인 공통점으로는 배경 또는 등장인물이 무조건 한국/한국인이어야만 하고, 어떤 식으로든 한국만세 한국이 승리하는 요소가 들어가고, 극단적인 민족주의적 성향을 공유하며, 양판소 수준으로 질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역사 컨셉만 씌워놓은 양판소 지못미

이 항목과 상관이 있을지는 모르는 이야기지만, 2016년 들어서 벌어진 여성시대 등 논란에 대해 노홍철의 음주운전의 파장[5]으로 일어난 사건들을 접하고서 조금 특이하게도 트위터와 루리웹 등에서 "만약 노홍철이 음주운전하지 않았다면"하는 생각으로 대체역사적인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4 하위 문서

5 관련 문서

  1. 예를 들자면, 주요 발견 기술이나 발명을 선점해서 특허를 내거나 강탈하거나, 원 연구자를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등의 방식으로 천연덕스럽게 '우리나라에서 이것도, 저것도 모두 개발했음!'이라고 선언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니면 세계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주요인물들이 모두 한국의 위대함에 감화해자발적·강제적으로 귀화하거나 제거되는(...) 길을 스스로 고르기도 했다.
  2. 심지어 조선이 동북아시아 전체를 집어먹고, 아시아를 커다란 연방으로 통일하며, 알래스카와 아메리카 서부마저도 먹어버린 소설도 있다.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장악한 것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유독 한반도 및 그 주변만 그려내서, 오죽하면 북아메리카에 이동되었다는 식으로 폐쇄적인 설정 문제를 지적하는 북미의 한국군도 나온 실정이다. 이는 영토확대지상론자에 속한다는 이도 가능성이 높은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진출로 국력을 쌓는 설정은 적다못해서, 비타임슬립은 하나 밖에 없는 실정이다.
  3. 관련 블로그 포스팅 - 대체역사소설을 취급하는 대여점 주인의 고충이 드러난다. 덧글에서는 '팬층이 얇아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2011 01 13일 목요일 장르문학의 대중화를 꿈꾸는 블로그 - 도서대여점 협회: 대체역사-대왕인종 판타지, 무협 소설 베스트 추천
  4. 기존 문단에 끼친 영향이란 측면에서 볼 때, 《높은 성의 사나이》를 빼면 세계의 어떤 대체역사소설도 이만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5. 노홍철의 하차로 식스맨이 시작-> 비하발언 시시비비로 장동민에게 불이 번짐-> 여성시대라는 커뮤니티에서 장동민 마녀사냥-> 여성시대가 거만해진 나머지 레바를 건드림->역풍, 그리고 조작사태-> PROFIT!....이라고 한다. 상세한 내용은 노홍철 항목과 이 항목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