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00년 5월 17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386세대 정치인들이 전야제가 끝난 바로 직후 광주 시내 '새천년NHK'[1]라는 단란주점에서 술파티를 벌여 물의를 빚은 사건.
이 사건은 당시 단란주점에서 접대부를 끼고 술파티를 벌이던 꼴을 목격한 임수경이 386 커뮤니티인 '제3의 힘'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고 큰 파문을 일으켰다.
2 내용
이하의 내용은 임수경의 게시물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5.18 전야제의 사회자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임수경은 5월 17일 오후 1시경 망월동 묘역에서 참배를 하였고 이 자리에서 새천년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임수경이 사회를 본 전야제 행사가 끝난 후, 정범구[2]는 임수경에게 행사가 끝나면 한 번 보자고 말을 꺼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임수경은 정범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새천년민주당 의원들이 모여있다는 말에 그 곳으로 향했다.
정범구는 임수경에게 '새천년NHK'라고 장소를 알려주었는데 임수경은 이 말을 듣고 '새천년민주당 사람들이 NHK와 인터뷰를 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3] 그런데 알고 보니 새천년NHK는 시내에 있는 단란주점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임수경은 김민석 의원, 박노해 시인[4], 송영길, 김성호, 장성민, 이종걸, 정범구 박사(이상 당선자), 김태홍 의원, 이상수 의원 등이 접대부를 끼고 신나게 술파티를 벌이고 있는 꼴을 목격하게 된다.
임수경은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룸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우상호[5]가 임수경의 목덜미를 잡고 "야 이-년-아, 니가 여기 왜 들어와, 나가"라면서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화가 난 임수경은 안주로 나와있던 참외를 던지며 우상호에게 욕으로 맞받아쳤다. 다른 의원들은 우상호에게 사과하라고 말렸으나 우상호는 끝까지 임수경에게 폭언을 가했다.
단란주점을 나오면서 낮에는 검은 넥타이 매고 망월동 참배하러 온 사람들이 밤에는 아가씨끼고 술 먹고 잘들 한다라고 말을 했다는 것으로 임수경의 상황 묘사는 끝이 난다. 그리고 존경하던 선배 운동가인 우상호의 밑바닥을 두 눈으로 지켜본 것에 대한 슬픔을 느꼈다고 글에 덧붙였다.
3 파장
임수경이 제3의 힘 게시판에 비공개로 올렸던 글은 인터넷에 퍼지면서 엄청난 파문을 낳았고, 오마이뉴스를 시작으로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에 이른다.한겨레21 기사 파문이 확산되자 386세대들의 모임인 '한국의 미래 제3의 힘'에서는 5월 30일 비상 총회를 개최하였다. 이 총회에서 '한국의 미래 제3의 힘'은 결의문을 채택, 동시대인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사죄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였다. 그러나 정작 술자리 참석자들은 비상 총회에 불참했으며, 이들에 대한 징계도 흐지부지돼 버렸다.
박노해 시인도 이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맞으면서, 사실상 진보진영에서 사라졌다. 박노해는 1997년 출간한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부터 1998년 준법서약서 서명, 그리고 출소 이후 행보에 대해서 진보진영내에서 변절이다, 변화다 등 뜨거운 논쟁이 진행중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박노해에 호의적이던 인사들도 모두 등을 돌려버렸고, 이후 진보진영에서 박노해를 찾는 일은 없었다. 박노해는 생명운동을 한다면서 충청도로 낙향하였다.
임수경의 비판이 386세대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386세대가 아닌 이종걸, 정범구, 김태홍, 이상수 등은 은근슬쩍 넘어가버렸다. 지금도 386세대의 타락과 변질이라는 측면으로만 이 사건이 이야기되면서, 위에 4명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대부분 5.18술판사건 하면 김민석, 송영길, 우상호만 이야기하지 나머지 인사들은 잘 모른다.
언론의 취재가 계속되면서 같은 시간 새천년NHK가라오케에는 문용린 교육부 장관 일행도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는게 드러났다. 문용린 장관은 5.18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 연설을 한 이후에 전남지역 교육계 인사들과 뒷풀이 차원에서 1시간 가량 술을 마셨다고 해명하였다. 당시 참석자는 문용린 장관, 한상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노성만 전남대 총장, 오수성 전남대 5.18연구소장, 천득염 전남대 학생처장, 박종율 전남대 교무처장 등으로 알려졌다. 문용린 교육부 장관은 결국 '5.18정신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자진사퇴하였다. 장관 취임 7개월만이었다. [6]
보수 진영은 이 사건을 두고 386 정치인들의 위선이 드러났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임수경은 26일 다른 인터넷 게시물에서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과장하고 정치 쟁점화해 젊은 세대의 몰락을 즐기려는 세력이 있다'면서 보수 진영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도 경계하였다."386당선자 5.18전야 술자리" 인터넷에서 왜곡돼...임수경씨[7]
임수경은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한겨레21에 다시금 새롭게 시작하자는 특별기고를 실었다.새롭게 시작하십시오 - 예상되지 못한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선 임수경 특별기고
임수경은 같은 해 연말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당사자들의 태도가 너무나 무책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임수경 격정토로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김민석, 송영길, 우상호 등은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학생운동의 지도자들로 386세대의 상징적인 존재들이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김민석이 처음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2000년 16대 총선에선 386세대 수십여명이 출마해서 한나라당에선 김영춘, 원희룡, 김부겸, 민주당에선 김민석, 임종석, 송영길이 당선되자 언론은 이것을 정치권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8] 돈과 보스를 중심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구태정치를 개혁할 희망으로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데, 국회의원 임기도 시작하기 전에 자신들이 입만 열면 민주화의 성지라는 광주에서 5.18기념식 전날 술집에서 접대부끼고 추태를 부리다가 개망신 당한 것이다. 이때문에 기성세대, 구태정치꾼과는 다르다는 참신함을 무기로 했던 386세대 정치인들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소위 '386 정치인'들의 타락과 변질을 지적하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9]
참고로 훗날 우상호와 임수경은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 같은 당의 의원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임수경은 탈북자에 대한 폭언으로 인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얼굴을 보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렇게 비판하던 386 세대의 도덕성에 자기도 물들어버렸다. 아니, 그 폭언으로 인해 정치생명 자체가 사실상 끝나고 말았다. 안그래도 임수경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크게 갉아먹는 주범으로 인식되어 있기에 일반 여론도 "짤릴 만한 사람들이 들어갔네" 정도로 좋지 않았으며, 오히려 임수경을 쳐내고 나니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선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돌고 있는 상황이다. 17대 총선에서 정동영[10], 19대 총선에서 김용민[11]에게 제대로 데였다보니 후보들의 그런 면면 하나하나가 중요한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임수경을 배척해야 할 상황이었던 것.- ↑ 광주 동구 불로동에 소재. 지금은 없어진 그랜드호텔 인근에 있었다.
- ↑ 정범구는 2000년 4월 13일 치뤄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갑) 선거구에서 당선됐지만, 아직 국회의원 임기는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 선거법상 국회의원 임기는 5월 30일에 시작한다.
- ↑ 주변이 시끄러워서 "새천년"과 "NHK"라는 단어만 들린 것이다.
- ↑ 사노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그 인물 맞다.
- ↑ 1988년 연세대 총학생회장 겸 전대협 2기 의장. 당시 새천년민주당 서울 서대문구(갑) 지구당 위원장으로 16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상태였다. 당시 술자리 참석자 중 유일한 낙선자였다.
그래서 퍼마셨나... - ↑ 문용린은 이후 서울대 교수로 돌아갔다가, 2012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 보수진영 후보로 출마해서 당선되었으나 2014년 지방선거에선 3위로 낙선하였다. 지방선거때도 이 5.18술판이 다시 불거지면서 도덕성 시비가 일었으나, 고승덕의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라는 개드립이 터지면서 상대적으로 묻혔다.
- ↑ 임수경은 386세대 내에서 자체적인 자정작용을 촉구하기 위해서 386커뮤니티인 제3의힘 게시판에 비공개로 글을 올렸는데, 사건이 외부로 공개되면서 386세대 전체가 공격받게 되자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 ↑ 2000년 16대 총선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과 "바꿔" 열풍이 거세게 분 선거였다.
- ↑ 참신함을 무기로 정치권에 등장했던 386세대는 새로운 정치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도 내놓지 못한채 오히려 이제는 청산돼야 할 기득권으로 거론되는 지경까지 되었다.
- ↑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나온 열린우리당 압승 분위기에 노인 투표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음.
- ↑ 인간의 금도를 넘은 막말로 인해 민주통합당 전체에 찬물을 끼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