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해

혹시 식혜을(를) 찾아오셨나요?

1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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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醢 - 밥 식/젓갈 해. 사진은 가자미 식해의 모습이다.

젓갈의 중간쯤의 발효법을 이용한 저장식품으로, 탄수화물과 고추가루를 이용해 소금을 적게 쓰면서도 저장기간을 늘인 음식이다. 이름을 봐도 식(食)이 밥을 뜻하고 해(醢)는 젓갈을 뜻하므로 밥을 넣은 젓갈이라는 뜻이 된다. 곡물의 발효를 이용하기 때문에 소금과 생선만으로 만든 젓갈보다는 염도를 낮출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생선 + => 발효식품. 참 쉽죠?

초밥 항목에서 확인 가능한데, 에도 시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초밥은 식해와 만드는 법이 비슷했다. 그러다가 초밥의 소비가 많아지면서 지금처럼 촛물을 섞은 밥에 생선회를 올리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때문에 초밥의 원형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러한 형태의 음식은 동남아를 비롯한 쌀문화권에서 흔한 음식이다. 한국일본에 모두 있다면 원형은 무조건 우리꺼 또 여전히 일본에도 붕어 같은 생선을 밥에 묻어 발효시키는 식해와 원리가 같은 나레즈시(붕어초밥)가 따로 있다. 역시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식해와 매우 유사한데, 한국의 삭힌 홍어처럼 자국인에게도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고 한다. 맛의 달인 에피소드 중 프랑스 사람이 나레즈시를 "크림치즈와 비슷한 향기가 난다" 면서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전술한대로 쌀을 발효시켜 생선을 보관하는 방법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남부, 동남아쪽도 흔하며 이곳은 생선을 이렇게 수십년씩 보관한다. 물고기는 많이 잡히는데 우기가 길어 절일만한 소금을 충분히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저장법이다.

공자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으로 다진 고기를 소금과 누룩으로 절인 해(醢)라는 음식이 있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식해와 큰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공자가 아끼던 제자인 자로가 당파싸움에 말려들어 살해당했고, 자로의 시체는 다져서 해로 만들어 공자에게 보내졌는데 먹을 걸로 장난치지 마! 이에 충격을 받은 공자는 집안에 있던 해를 담은 단지를 전부 밖으로 내던져 버리고 두번 다시 해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얘기가 와전되어 공자가 인육(人肉)을 즐겨 먹었다는 공자식인설 이라는 떡밥으로 둔갑했는데, 해는 인육으로만 만드는 음식은 아니었다는 것. 애당초 '정치 보복성'으로 나타난 막장케이스를 일반화 시키는게 병크병크다.

다만 해(醢)는 육고기를 주로 쓰는 고기 젓갈이고, 식해는 밥을 삭히는 점에서 다른 데다가 안동식혜[1]의 경우 국물이 있게 만드는 점, 그리고 또 하나의 주 재료인 고춧가루가 조선 중기 이후에서 들어온 점을 보아 식혜의 변형판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즉 한자명은 나중에 붙인 것. 이 때문에 발효, 즉 '삭히다'의 명사어가 변형되어 '식혜', '식혜' 같은 한자어 비슷하게 바뀌고 바다를 건너서는 '사케'가 되었다는 설이나 식혜 제조법은 일본 전통주 제조법과 그 뿌리를 같이 한다는 설도 있지만 이는 환빠 같은 민족주의 사관에 심취한 이들이 퍼트리는 근거 없는 낭설이다. 쉽게 말해 수밀이-수메르. 일본에서 '사케(サケ)'라는 단어가 처음 나오는 문헌은 8세기에 쓰여진 고사기다. 오히려 식해에서 육류가 빠진게 식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안동식혜가 그 중간 과정에 있는 음식.

또한 소동파와도 인연이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옥에 갇힌 소동파가 아들에게 사식을 넣을 때 자신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면 식해를 넣어달라 했는데 아들이 바빠 친척이 대신 사식을 넣어줬다. 헌데 사정을 모르고 식해를 넣어주자 절망에 빠진 소동파는 될대로 되라 상태로 황제에게 간언을 했고, 덕분에 되려 감동을 먹은 황제가 그를 풀어주어 소동파가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원도와 경상도 해안가에 가면 거의 10에 9는 밥상에 올라올 정도로 일상화되었던 반찬이지만 외지인이 접하면 가히 충격과 공포. 홍어만큼은 아니지만 밥 사이에 날생선이 고춧가루와 범벅이 되어 파묻혀있는 장면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근래 들어서는 식단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는데, 이렇게 양이 줄어든 반면 질은 엄청나게 좋아졌다. 문제의 하나로 지적되던 냄새도 완전히 제거되었으며, 얼핏 봐서는 생선요리라고 눈치채기 어려워질 정도로 형상도 변했다. 맛은 진화했다는 표현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좋아졌는데, 제대로 만들어진 가자미 식해를 한번이라도 맛보면 이전의 식해는 눈길도 안주게 될 정도. 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밥도둑 중 하나.

가장 유명한 식해는 좁쌀과 무, 가자미로 담근 가자미 식해. 이북 음식이며 지금은 함경도 출신 실향민이 많이 사는 강원도 북부 지역에서 원래 것과 가까운 것을 먹을 수 있다. 서울에도 이북 출신들이 운영하는 곳에서 구할 수 있다. 함흥식 비빔냉면에는 원래 가자미 식해가 들어간다. 워낙 식해 중에서 유명한 쪽이 가자미식해이다 보니 식객에서도 한 번 다뤘다. 백석의 시에서도 그의 고향을 대표하는 향토적인 음식으로 나온다.

식해는 취향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맵고 시고 짠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어머니 손 맛은 조미료 맛 또한 생선과 무우의 식감도 매우 좋은 편이다. 즉 한국인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음식에 더 가깝다. 하지만 실제 식해를 담을 때 엄청난 양의 소금과 고추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음식이다. 따라서 너무 많이는 먹지말자.

발효 음식이지만 의외로 원재료, 특히 생선의 선도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건 홍어도 마찬가지인데 당연히 신선한 홍어를 삭힌 쪽이 더 맛이 좋다. 따라서 냉동 생선보다는 냉장 생선이 더 좋고 당연히 유통 경로가 짧은 산지 주변의 시장에서 구입한 생선이 더 좋다. 특히 갈치나 가자미의 경우 특유의 향이 있기 때문에 선도가 더더욱 중요하다. 가자미 식해의 경우는 흔히 먹는 참가자미는 뼈가 굵어 만들기 적합하지 않고, 뼈가 연한 물가자미로 만들어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

가자미 대신 양미리나 명태, 창난, 갈치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시장에서 가자미식해를 파는 곳을 보면 갈치 식해도 같이 파는 곳이 많다.

2 피해

食害 - 먹어서 피해를 입힘. 벌레 따위가 음식물이나 자재를 먹어 해를 끼치는 것. 먹어서 피해주자!

하늘소,흰개미가 나무 속을 갉아먹어 목재나 장작으로는 쓸 수 없게 만드는 것이나 톱밥파리가 균사를 먹어치워 버섯 생산품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 등이 식해에 속한다.
  1. 식혜와 식해가 혼동되지만 젓갈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식혜로 분류하는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