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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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해)
영어: Salted Seafood, Fermented Seafood

1 개요

어패류를 소금에 절인 것. 생선, , 창자, 아가미조개, 새우, 소고기, 돼지고기 등등의 육해산물을 제철에 구하여, 항아리에 넣은 다음 재료들이 완전히 덮일 때까지 소금을 들이부은 후 숙성시키는 것이 기본. 각종 양념이 추가되고 버무려지고 하다 보면 우리 밥상에서 볼 수 있는 젓갈이 된다.

2 역사

각종 어패류들의 보존 방식이 시원찮았던 시기, 어패류의 빠른 부패를 막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염장을 하던 것이 음식으로 발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겨울이 짧고 여름이 긴 적도 지역 등지에서는 어패류 뿐만 아니라 각종 식재료에 소금을 팍팍 쳐서 무지막지하게 짠맛이 강한 음식을 만들어낸다.

보통 신선한 어패류를 구하기 쉬운 곳에서는 찾기 어렵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과거의 교통수준이라는 것이 뻔했고 어패류 상당수는 실온에서 하루를 버티기도 힘들기 때문에 소금과 어패류를 구하기 쉬운 곳은 모두 젓갈이나 그 유사 음식이 있다. 아예 사방이 바다로 된 섬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한국의 젓갈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음식류를 가지고 있으며, 상어 조림이나 가다랭이 젓갈과 같이 내륙용의 젓갈도 있다. 일본 역시 산지가 많아서 바다 근처가 아니면 어패류를 먹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기록으로만 보면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지역들은 물론 의외로 유럽 쪽에서도 기록이 나오는데, 심지어 로마 제국(!)에도 젓갈 관련 기록이 존재한다. 가룸(Garum)이라고 해서 온갖 요리에 맛을 돋구기 위해 썼다고 한다. 요리사 아피키우스(Apicius)의 기록만 봐도... 하지만 짜기는 엄청 짰는지 세네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멋 모르고 가룸 쳐묵쳐묵하다가 속을 버렸다고 불평하는 대목이 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최고의 가룸은 오늘날 스페인 지방에서 생산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스페인의 로마 유적지에 가면 테마상품으로 가룸을 파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젓갈을 먹는 전통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있었다. 고대 그리스 때에 많은 사람들의 주식은 브로스( 비슷한 것)였는데, 이 젓갈을 조금씩 브로스에 넣어 먹으면 풍미가 좋아져서 젓갈은 인기 교역 상품이었고, 이 무역의 중심지가 바로 마실리아(마르세유)였다. 이 전통은 쭉 이어져서 서로마가 멸망한 후에도 비잔티움 제국 사람들이 음식에 갖은 향료와 양념을 쳐서 즐겨 먹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쪽에서 즐겨 먹는 앤초비는 멸치 젓갈의 일종이다. 수르스트뢰밍도 발효 과정이 좀 다르긴 하지만 일종의 젓갈로 볼 수 있다.

이것이 방계로 내려온 것이 바로 케첩이다. 원래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선 젓갈을 나타내는 말이 변해서 케첩으로 변한 것, 자세한 내용은 항목 참조.

참고로 우리가 간장, 된장, 고추장, 막장 등등 할 때 쓰는 장이란 한자의 원래 훈이 젓갈 장이다. 하긴 메주 계열의 장은 소금 쳐서 방에다가 달아놓고 삭히는 과정이 젓갈 만드는 거랑 비슷하게 보였을 수 있는데, 그게 기름장 같은 걸로 넘어가면 확실히 어의전성으로 봐야 할 것. 다만 지금까지 내려져오는 저 시대의 유물(?)이 있긴 한데 게장을 조선시대 땐 게젓이라고 불렀다. "댁들에 동난지이 사오"로 시작하는 고딩 때 다들 배워봤을 사설시조가 결국엔 "쟝ᄉᆞ야, 하 거복이 웨디 말고 게젓이라 하렴은"으로 끝나지 않는가?

3 대한민국의 젓갈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어서 해산물이 풍부하였는데, 해산물을 깊숙한 내륙 지방까지 유통하거나 혹은 오랜 기간 보존해야 했지만 어딜 가나 그렇듯 과거엔 교통망이 심히 안습했던지라 염장이 필수였으며, 그 덕에 젓갈 문화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잘 발달되어 있다. 지상 육류 저장식품이 발달된 나라는 염장을 한 햄(스팸류)이 발달한 것과 같다

국내 3대 젓갈 시장은 충청남도 논산시강경읍 강경이 곧 논산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충남 홍성군광천(토굴 새우젓), 전라북도 부안군의 곰소다.

주로 젓갈 그 자체가 반찬으로 이용되지만 새우젓 등은 고기를 찍어먹거나 김치를 담그는데 쓰이기도 하고, 그 외 이나 반찬의 간을 내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김치의 정의는 "배추 등의 채소에 소금과 젓갈을 넣어 숙성한 식품"이기 때문에 젓갈을 쓰지 않고 신맛을 위해 산미료를 쓴 기무치는 엄밀하게 따져 김치가 아니다.

대중적으로 즐겨 먹는 것은 새우젓, 조개젓, 오징어젓, 낙지젓 , 멸치액젓, 그 악명 높은 까나리액젓 정도이며 명란젓이나 전복젓은 상당히 고가다. 또한 황석어젓갈이나, 액젓이 아닌 살이 붙어있는 멸치젓을 반으로 짼 통 풋고추에 넣어 먹는 방법 등 비교적 마이너한 젓갈들도 있다. 다만 현재는 그런 마이너한 젓갈들도 최근 어떤 예능 프로그램 덕분에 꽤 유명해졌다.

하지만 젓갈은 사람마다 취향을 극도로 타는 식품이다. 일단 근본적으로 생식이라 해산물 특유의 느낌이 여전하며[1] 엄청 짠 편이라서 못 먹는 사람은 입 근처에도 안 가져가지만, 비린 느낌을 무시, 혹은 즐기거나 짠 맛에도 내성이 강한 사람은 아주 환장을 하게 된다. 물론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젓갈은 김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또 국에 들어간다든가 고기에 찍어먹는다든가 하므로 젓갈 자체를 싫어한다고 해도 간접적으로 알게 모르게 먹었을 공산이 높다.

상온에서 오래 삭힌 젓갈류는 단백질이 부패 변형되어 1급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논란이 되고있다. 때문에 염장식품인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상온 유통기한이 짧은 편.

4 염분

메인 양념이 소금, 그것도 엄청난 양의 소금이기 때문에 젓갈만 먹으면 상상을 초월하게 짜다. 그래서 비슷한 저장법을 가진 염장고기나 염장생선의 경우는 물에다가 행궈서 먹었다. 그러니 조절해서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젓갈 약간에 충당되는 밥의 양이 어지간한 반찬과는 격이 다르기 때문에 밥도둑이라고 불리곤 한다. 그러나 '젓갈만을 주 반찬 삼아 한 끼니를 때울 생각' 같은 건 버리자. 물론 상황에 따라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그게 한두 번에서 끝나지 않으면 소금이 가져다 주는 폐해를 종합선물세트로 겪어볼 수도 있다. 알게 모르게 한국인이 하루 염분 섭취 권장치를 가볍게 넘기게 해주는 공신.

사실 전근대 시절 다른 문화권도 그렇지만 한국 역시 전근대 시절에는 염도가 높은 젓갈 같은 반찬 이외에는 염분을 섭취할 기회가 적었다. 따라서 전근대 시절 기준으로 봤을 때 젓갈의 경우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현대와 달리 건강에 위협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하튼 현대에는 염도가 높은 음식이 성인병 발생의 원인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많은 젓갈 연구가들이 저염도 젓갈을 개발하는데 힘쓰고 있다.

다만 염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먹을 때는 그것을 별반 느끼지 못하는 음식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뜨거운 음식들은 염분만큼의 짠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대놓고 짠 것이 적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물론 그딴거 없고 짜든 말든 퍼먹는 사람에게는 별 소용이 없겠지만... 문제는 젓갈보다도 젓갈이 들어가는 음식들이다. 애초에 국밥집 가면 새우젓을 소금간 대신으로 사용하는 장소도 많다. 이럴 경우 소금과 마찬가지로 짠 맛을 잘 못느끼니 오히려 따따블로 염분을 섭취하게 된다.

돼지가 새우젓을 먹으면 죽는다는 속설이 있으나 염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와전된 것에 가깝다. 돼지고기 특히 수육새우젓에 찍어 먹으면 궁합이 좋다. 더불어 소화도 더 잘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를 멸치젓으로 만든 장에 찍어 먹는다.

5 형벌

과거 중국에서는 형벌의 의미로 인육으로 젓갈을 담그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토사구팽 전문가그의 막장 부인이 이것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2]

반역자나 국고횡령 등 대죄를 지으면 형벌로서 내려지는데, 담겨진 인육젓갈은 제후나 임금이 고깝게 보는 이들에게 하사(...)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먹으라고(...) 주는 건 아니고, '너도 이런 짓거리 하다가 걸리면 아주 그냥 살을 담가버린다' 라는 뜻으로 일종의 공포정치를 하고자 하는 형벌이다. 어찌 보면 권위를 유지하고자 만들어낸 형벌.

또한 스펀지 87회 방송분에서는 한국의 전래동화 콩쥐팥쥐에서 팥쥐를 젓갈로 담아 팥쥐 어머니에게 보내는 내용이 소개되었으며 물론 잔혹하기에 현대 판본의 대부분에선 삭제된다. 들어가면 이미 동화의 범주를 넘잖아

젓갈을 의미하는 한자 해(醢)가 인육젓갈을 의미한다고 왜곡되어 퍼진 나머지 한국에서는 공자가 식인을 했다더라는 공자식인설이라는 도시전설이 퍼진 적이 있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공자가 젓갈을 좋아했다는 것은 사실이나, 총애하던 제자 자로가 죽어 인육젓갈로 담가졌다는 참혹한 소식을 듣고 공자가 다시는 평소 즐기던 (일반) 젓갈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어느새 공자의 식인설로 둔갑한 것이다. 왜 생사람을 식인종으로 만들어

6 주요 젓갈 목록

  • 갈치젓 - 김장용으로도 반찬으로도 이용하며 내장만을 골라 만든 갈치속젓도 있다.
  • 게웃젓 - 전복의 내장으로 만든 젓. 성게알젓과 비슷한 수준의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며, 제주도 특산품 중 하나이다. 전복의 살로 만든 전복살젓도 별미.
  • 굴젓 - 반찬으로 먹으며 어리굴젓은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려 만든 충청도 향토음식이다.
  • 까나리액젓 - 까나리멸치와 비슷한 생선으로 용도는 멸치액젓과 똑같다. 1박 2일에서 복불복 재료로 등장하면서 유명새를 타게 되었다. 사실 그 이전부터 각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 이후 나트륨 다량 섭취로 인한 가학성 논란이 일자 고삼차로 갈아탔다.
  • 꼴뚜기젓, 낙지젓, 오징어젓 - 고추가루, 참기름 등에 양념해서 반찬으로 먹는다. 오징어젓의 경우 거의 유일하게 군대 짬밥에 메뉴로 편성되어 나온다. 군대에서 처음 접해보고 전역해서도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물론 어릴 때부터 급식에 맛들려서 많이 먹는 사람도 많다.
  • 오징어젓 - 반찬으로 먹으며 다른 젓갈들과 담그는 방법 또한 비슷하다.
  • 멸치젓 - 액젓으로 김장에 많이 이용한다. 남해안 일대에는 멸치 젓갈이 있다. 짜기 때문에 멸치 1마리면 밥 2공기를 비우고 남는다. 당연히 쿠릿한 멸치젓 냄새가 나며, 타 지방 뿐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대부분 잘 먹지 못한다. 곰삭아서 끈적해진 멸치살 맛은 아는 사람만 안다.
  • 명란젓 - 명태의 알로 담근 젓. 반찬으로 쓰며 비싸다. 해방 직후 일본으로 전파되어 '멘타이코'라는 이름으로 많이 먹고 있다. 요새는 지구 온난화 등으로 명태 어장이 북상하여 러시아산이 많다.
  • 밴댕이젓 - 김장용으로도 반찬으로도 이용한다.
  • 새우젓 - 젓갈 중 세부종류가 가장 많은 젓갈. 김장용, 반찬용, 양념용 어디에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젓갈계의 감초.
    • 토하젓 - 토하[3]를 갈아서 염장 및 양념해서 숙성시킨 것. 전라도 지방의 향토음식으로 반찬으로 먹는다. 충청도 광천에서도 많이 거래되며, 새우젓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입에 떠넣자마자 확 퍼지는 강렬한 흙내음(!) 감칠맛. 흙내음이 강할수록 좋은 토하젓이며, 비린 맛이 강한 것은 질이 좋지 않은 것이니 참고하도록 하자.
  • 성게알젓(구살젓) - 고급 일식집에서 맛볼 수 있는 젓갈로 성게의 난소를 이용해 만든다. 가장 비싼 젓갈류에 속하며, 고급품일수록 성게알의 형태가 잘 유지되어 있고, 진한 감칠맛과 바다내음이 느껴진다. 강원도 강릉과 제주도가 특산품으로 한국산 성게알은 일본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있어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고 일식의 일부로 가공되어 왔으나 현재 국내에서도 수요가 점점 생기는 추세.
  • 식해 - 가 아니다. 식해(食醢). 가장 유명한 것은 함경도가자미 식해.
  • 어간장 - 간장의 일종이지만 광의의 젓갈로 볼 수 있다. 고등어전갱이 등 등푸른생선을 다시마 및 무말랭이를 첨가해서 1년 반에서 2년 가까이 발효시켜 만든 어간장은 장인이 수제로 담근 고급품의 경우 대단한 가격을 자랑하며 일반 왜간장 대신 이걸 사용해서 만든 요리는 급수가 최소 두 계단은 격상된다.
  • 양념게장
  • 어리굴젓 - 굴의 향이 살아있는 충청도의 향토음식. 젓갈류가 그렇듯 이것도 뜨끈한 흰 쌀밥에 한점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 자리돔젓 - 비린 맛이 덜 하며 종종 김장용으로도 사용된다. 제주도에서 특히 유명하며, 입맛 들이면 레전드급 밥도둑이다.
  • 조개젓 - 바지락으로 담그는 경우가 많으며 반찬으로 먹는다.
  • 창난젓 - 명태의 창자로 만든 것. 의외로 대중적인 젓갈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가격이 명란젓에 버금간다. 그 맛은 아는 사람만 아는 절대별미 및 밥도둑 지존급. 의외로 비리지 않다. 언뜻 보면 매니악해 보이지만 수요가 꾸준하며, 명태의 창자가 한두 가지가 아닌 만큼 제품에 따라 창자의 조합(?)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그냥 창자라고 부르는데, 이걸 일본에 수입한 재일동포 사업가가 창난젓은 일본 사람이 발음하기 어렵겠다 싶어서(...) 그냥 창자라고 이름 붙여 팔았더니 대박을 쳤다. 지금도 일본 슈퍼에서는 창자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데 한국인이 처음 들으면 경악할 수도 있다. 창자 먹을래?
  • 황석어젓 - 최근 김장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젓갈. 서해안 지방에서는 반찬으로도 많이 먹는다.
  • 참치젓 - 고급 액젓으로 팔리는 물건이지만, 이름과는 달리 가쓰오부시를 쓴다.[4]
  • 대구 아가미젓
  • 팥쥐
  • 자지(전국시대)
  • 자로
  • 젖꼭지
  1. 물론 잘 만드는 곳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잘 해준다만, 그런 데가 많지 않다. 그리고 첨가물빨로 그렇게 만들었다면 차라리 안 먹느니만 못하다.
  2. 다만 유방이 토사구팽의 선구자쯤으로 여겨지기도 하나, 이는 거의 대부분 아내인 여후의 작품이고, 유방이 직접 실행에 옮긴 쪽도 대개 상대가 제 명을 재촉한 경우가 많다. 토사구팽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한신도 유방에 대적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으므로 이제 막 제위에 오른 유방으로서는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3. 크기가 작은 민물새우의 일종. 생이, 새뱅이라고도 한다.
  4. 사실 가쓰오부시의 재료인 가다랑어가 참치로 싸잡아 불리는 어종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