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물 비틀기

1 개요

"용사마왕을 물리쳐 세상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를 비튼 것. 클리셰 파괴를 위한 클리셰의 하나이다. 당연히 용사 뿐 아니라 대립항인 마왕(또는 드래곤)도 본분을 잊거나 망가진다.

JRPG로 한정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이 드래곤 퀘스트에서 이미 채용했다고 봐도 무방. 애초에 저 컨셉 클리셰 자체가 드래곤 퀘스트 3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용사물 비틀기도 이미 드래곤 퀘스트 미디어 믹스에서 널리 퍼졌던 것이다. 드래곤 퀘스트를 소재로 한 "4컷 만화 앤솔로지" 코믹스가 상당히 오랫동안 나왔는데, 4컷 만화인 이상 웃기거나 비틀기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사실상 거의 모든 용사물 비틀기 클리셰는 여기서 다해봤다고 봐도 좋다. 심지어 "마왕에도 사연이 있다."거나, "용자가 한 짓이 결과적으로 악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요소는 이미 드래곤 퀘스트 4에도 나올 정도. 드래곤 퀘스트 5에서는 "주인공은 용사가 아니고 알고보니 아들이 용사"까지 해봤다. 이와 비슷하게 용사물 비틀기를 하는 작품은 여러 차례 나왔는데, 너무 오래전부터 나와서 1980년대에 이미 질리도록 우려먹은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와서는 일본에서 전형적인 용사물 찾기가 더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굳이 JRPG로 한정짓지 않더라도, 서양에서도 던전 키퍼처럼 캐주얼한 게임 조차 용사를 희롱하는 작품이 많다. 아예 1980년대에 이르면 울티마 시리즈에서 용사물 비틀기를 '한번 더 비틀어서', 소위 말하는 영웅들의 행위가 악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마저 초월하는 진정한 영웅이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주제로 다루기도 했다.

한국의 초창기 판타지 소설 중에서도 마왕의 육아일기처럼 용사와 마왕의 기존 구도를 대놓고 뒤집어 놓은 것이 나온 바 있다. 심지어 한국 판타지 소설의 경우(심지어 양판소에서도)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용사물은 찾기 힘든 편. 이에 대해서는 양판소 항목에서도 다뤘지만, 소위 말하는 정통파가 생겨나기도 해외의 정통파 판타지들을 많이 접한 팬층이 자신들과 비슷한 팬층을 타겟으로 해서 정통파에 대한 안티테제부터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판타지 배경의 에로게에서도 흔하게 나온다. 주로 미소년 용사가 미소녀나 누님 계열의 몹이나 마왕에게 여러가지 의미로 당하는 전개. (예:몬무스 퀘스트)

라이트 노벨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정석 용사물이 특이 케이스가 될 만큼 많다. 변주의 여지가 많은 클리셰.

2 클리셰

  • 용사가 세계를 구한다는 미명으로 여자를 겁탈하거나, 물건을 훔치거나, 불쌍한 몬스터들을 학대하거나, 아무튼 이런 저런 악행을 범한다. 이건 흔히 있는 RPG적인 용사의 모습을 현실 필터를 씌워서 사악해보이게 묘사한 것이라 보면 된다.
  • 마왕을 쓰러뜨린 용사가 할 일이 없어져 백수가 된다.
  • 마왕을 쓰러뜨린 용사가 오히려 누명을 쓰거나 위험인물이 되어 사람들에게 배척된다. "현실에 있을법한 일" 이란 측면에서 은근히 자주 활용되는 클리셰. 나라를 구하고도 왕의 경계심 탓에 비참하게 죽은 잔 다르크 같은 경우가 대표적. 최근 일본의 웹소설에서는 이렇게 배신당한 용사가 복수에 나서면서 시작되는 스토리를 가지는 경우도 제법 많은 편. 내용이 자극적인 탓인지 평가가 좋은 작품도 서적화는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1]
  • 세상을 구한 용사가 자신보다 높으신 분들(황제라든가)에 의해 주구 노릇을 하게 된다.
  • 용사가 마왕과 싸우다 정들어 친구 혹은 연인이 된다.
  • 용사가 결국 흑화해서 제2의 마왕으로 승화한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자주 쓰는 패턴.
  • 용사가 뜬금없이 오늘은 이만 물러가주지를 시전하며 마왕과의 싸움을 회피한다.
  • 용사가 어떤 거룩한 사명 따위가 아니라 개인의 입신출세만을 목적으로 삼는 안티 히어로다.
  • 알고 보니 마왕보다 정의의 세력이라 생각한 놈들이 더 나쁜 놈이었다.
  • 용사가 실은 인류도, 마족도 아닌 제3의 진영이라서 둘 다 공격한다.
  • 용사가 아니라 마왕이 주인공(마왕물)
  • 용사와 마왕으로 양분되는 것 자체가 이나 그에 준하는 절대자에 의해 정해진 일종의 시스템. 게임 판타지적 요소를 가진 경우가 많다.

3 해당 작품 일람

예시 난립 방지를 위해 구체적으로 '용사'라는 개념이 등장하며, 일방적인 선악 대립구도를 해체하는 작품만 기입할 것.

#, 만화버전 2ch에서 올라온 단편. 마왕을 쓰러트리고 돌아온 용사가 자신의 전우인 마법사, 전사, 승려의 최후와 어떻게 여행했는지를 담담하게 얘기해주는 형식인데 내용이 하나같이 충격과 공포(...) 마왕이 지배하는 영토는 일반적인 동물이 살지 않기 때문에 마물을 잡아먹었는데 마왕성에 근접할 수록 지능이 높아지기에 사실상 식인에 가까웠다는 점. 전사는 포션에 약물중독 되버리면서 정신붕괴해 결국 마지막엔 용사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했고 마법사는 전사의 죽음 이후 미쳐버려 여자, 어린아이 할거 없이 마물들을 잔인하게 죽이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살. 승려는 마왕 측근과 동귀어진 해버린 용사를 살리려다가[2] 과도한 마법을 사용한 부작용으로 회복마법을 쓸 뿐인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고 결국 마지막 사념으로 용사에게 자신을 먹으라고 한다. 이후 승려의 소원이었던 용사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이 마왕으로 군림하려 하지만 소수의 인간들이 마물이 그랬던 것처럼 마물 마을을 공격하고 자신 역시 마물 용사에게 최후를 맞는다. 마지막에 자신을 죽이는 마물 용사에겐 난 실패했으니 이젠 네 차례다. 라고 말하는게 인상적.
후일담이라 할 수 있는 승려의 수기는 본격적으로 사상자가 발생하기 전까지의 상황을 기록한 형식인데 내용이 더 암울하다.(...) 용사라고 도시 출입을 거부당하고 아사 위기에 있을때 도시 밖 상인에게 식량을 요구하자 상인들은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러 결국 그들을 모두 죽이고 식량을 강탈했다라던가 본격적인 마왕 영토까지 가기전 정말 수없이 이용당하고 현실의 더러운 광경을 봐야했다던가 용사가 병사할 위기자 마물에게 죽어야만 소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마물의 체액으로 만든 독으로 용사를 죽였다던가...
  1. 적으로서 전직 용사가 등장하는 것은 꽤 역사가 오래되었다. 로맨싱사가2의 칠영웅이 그 예.
  2. 마물에 죽으면 소생이 가능하지만 최소한 육체의 절반은 남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용사는 손가락 하나만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