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民主主義
Liberal democracy
1 개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정치원리 및 정부형태. 현대의 한국에서는 반공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상당히 많은 오해를 받는 개념이다. 일단 현대 한국인들 대부분은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Liberal'이 아닌 'Free'로 받아들이며,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세력들도 그런 의미로 사용한다. 게다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치가 중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인물도 거의 없다. 그러므로 더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면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정도로 풀어서 써주는 편이 좋다. 하지만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다르니 주의하자.[1]
결론부터 말하자면 Free로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는 없다.
2 상세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아래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입헌주의의 틀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기회, 법, 절차의 평등을 중시하며 프롤레타리아를 포함한 보통선거제와 사유재산, 자유시장을 인정하는 자본주의를 표방한다. 일단 정치용어이기 때문에 경제용어인 자본주의와 구별하는 정도의 식견은 필요하다. 둘 다 '자' 자로 시작해서 그런지 헷갈리는 사람도 있다~
존 로크의 주장 말마따나 간접 민주주의, 대의제의 한 형태다. 대부분의 나라는 의회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이를 실현하고 있다. 고로 넓은 의미에서 보면 대부분의 의회를 가진 공화정 국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현대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나라가 채택한 정치 시스템. 다만 민주주의인 척하면서 이 자유라는 부분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나라도 많다. 이 때문에 비교정치학에서는 자유롭지 않은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 민주주의이긴 한데 개인의 자유 보장이 영 아닌 그런 정치체제를 말한다. 예를 들면 형식상 민주주의 국가지만 언론을 규제한다거나, 한가지 이념이나 종교가 득세해 그것을 일반인들의 생활문화에도 강압하는 나라라는 뜻.
굉장히 대충 정의하면 자유로운 사상의 교환과 투표권이 보장된 나라이지만 제대로 분석하여 파고들기 시작하면 꽤 복잡한지라.. 일단 징병제 뺀 한국을 포함해서 현재 제대로 민주화된 유럽이나 미국 등의 국가 중 십중팔구는 이 시스템이라고 보면 편하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에 주목하여 설명하면,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다수대중에 의한 지배(民主)를 추구하며,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 보호(自由)를 최우선으로 한다. 문제는 자유와 민주는 공존하기 어려운 개념이란 것이다. 특히 사유재산권에 있어서 큰 충돌이 빚어진다. 부자는 개인 재산의 자유를 강조할테고, 취약층은 다수대중을 위한 공익을 강조할테니. 그렇다고 무작정 부자만 탐욕스런 자라고 비난하자니 부자들 입장에선 그것을 전체주의라고 느낄 수도 있고 여러모로 복잡한 문제다. 또 경제적 분야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자유 vs 공공성(공익)이라는 측면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징병제 문제라든지, 독일에서의 홈스쿨링 금지 논란이라든지. 그래도 이해가 쉽지 않다면, 만일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시내 대기업과 명문 사립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떡밥이 있다고 치자. 지역균형발전의 가치를 위해 이들 기업과 학교를 지방으로 (강제)이전하자는 것은 민주주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사기업과 사립학교가 서울에 머물 권리는 자유주의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다수대중에 의한 지배는 결국 전체주의로 흐르고, 소수에 대한 자유 침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자유주의(특히 자유주의 중 우파/보수적 계파)의 판단이며 나폴레옹 독재, 파시즘, 공산당 일당독재의 사례를 볼때 타당하다. 여기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공산당의 경우 이견도 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 제국과 소련의 경우, 모두 전쟁에 의해 국가의 존속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성립되었으며, 다수 대중이 스스로의 권력을 포기하고 독재자에게 갖다바치는 상황이 아니었다. 굳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내전상황에서 외국의 간섭에 의한 구체제의 독재(부르봉 및 로마노프 왕조)쪽에 설 것이냐 신체제에 설 것이냐 정도라고 봐야 한다. 타당한 사례라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아니라 나폴레옹 3세의 예가 더 적잘하다.
이 전체주의에 대해 자유주의자들은 날로 지속되는 대중의 정치권 확대 요구(즉, 보통 선거권)를 더 이상 묵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자유민주주의로, 대중의 정치 참여와 통제를 허용하되(민주주의), 그럼에도 실질적인 정치는 위임받은 소수 엘리트들이 성숙된 판단을 통해 행한다는(자유주의) 것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곧 대의제이며, 절차적 민주주의로 민주주의를 제한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과도한 열정을 자유주의로 제어한다는 식으로 이해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자유민주주의만이 민주주의를 보장하고 전체주의를 방지할 수 있단 생각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 이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 이외의 민주주의 체제는 이론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존재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이외의 민주주의체제를 채택하면서 실제로도 민주주의를 이행하는 나라는 인도와 포르투갈. 이 둘은 헌법에 사회주의 및 민주주의 항목이 존재한다.
또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동전의 양면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故 노르베르토 보비오(2004년 작고).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에 의해서 보장되고,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에 의해서 보장 된다는 것. 거꾸로 말하면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는 공산주의처럼 망하고, 민주주의 없는 자유주의는 폭주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냉전의 붕괴와 함께 상당한 근거를 가지며 "자유민주주의는 인류 최고의 사상"이라는 것까지 이끌었지만 1990년대를 정점으로 조금 빛이 바랬다. "역사의 종말"이 아직 끝이 나지 않았기 때문.
현실에서는 같은 제도라도 역사적 경험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모습이 다소 다르게 굴러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민족주의국가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자유민주주의라면, 미국의 경우는 자유주의에 가까운 자유민주주의라는 해석이 있다. 물론 이것은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한 소개이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바리에이션이 다양한 만큼 얼마든지 다른 규정이 가능하다. 학자에 따라서는 한국과 일본을 냉전 자유주의와 보수적 민주주의의 결합으로 보기도 한다.
극우익이나 극좌익에겐 무시당한다. 고전적인 공산주의자의 경우, 권위적인 당 중앙이 존재하는 운영체제를 선호한다. 레닌의 민주집중제와 인민민주주의 참고. 또 고전적인 극우주의자들의 경우 파시즘과 국가주의를 선호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현대 신좌파의 경우에도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강제결혼"(지젝)이라는 식으로 자유주의보다 민주주의(평등)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우파는 경제적 자유를, 좌파는 사회적 자유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세간에선 극우단체라 불리지만 정작 구호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언행불일치 괴랄한 형태도 있고,[2] 좌파도 공산주의 뿐만 아니라 아나키즘, 사민주의 등 여러 분류가 있는 만큼 현대 사회에서 극우와 극좌라고 불리면 무조건 자유민주주의를 무시한다고 획일적으로 정의내리기엔 좀 어폐가 있다. 고전적 의미에서 그렇다 정도로 이해해두면 될 듯.
좁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는 강경한 시장자유주의자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로, 이 경우에는 사회민주주의는 당연히 자유민주주의의 범주에서 탈락한다. 넓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에 개인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자유주의(입헌주의)적 요소가 결합된 것으로, 당연히 사회민주주의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흔히 진보진영에서 얘기하는 '민주주의'는 개인의사민주의는 인권 보장이 전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에 넓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라 볼 수도 있다.
3 대한민국 헌법에서의 자유민주주의
상세 항목에서 언급했듯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이념이나 내용에 있어 다른 원리이다. 자유주의는 자유획득으로 국가권력의 제한과 통제에 관심을 쏟는 것이라면, 민주주의는 주인자격의 취득으로 누가 그 권력을 가지는가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인 국민에게 자유가 없다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민주주의는 당연히 자유주의를 그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관념적으로는 구별이 가능할지 몰라도 양자는 구별되기 어려울 정도로 결합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그 내용으로 하는 민주주의, 즉 자유민주주의이다.
민주[3]라는 용어가 대한민국 헌법에 여러 군데 등장하지만 자유민주주의로 표현된 것은 헌법 전문과 헌법 제4조의 통일조항 뿐이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그 내용으로 하기에 민주주와 자유민주주의는 동일한 것이며 구별할 실익도 필요도 없다. 다만 우리 헌법의 경우에도 이러한 논리가 타당한 가를 검토해 볼 수 있다.
헌법에 자유민주주의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72년 유신헌법부터이다.[4] 유신헌법은 조국통일과 자유민주체제의 공고화를 새로운 공화국의 기본이념으로 삼았지만 조국통일의 과제보다 국내질서유지에 더 중점이 두어져 있었다. 조국통일은 자신의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가면적 이념이었고 자유민주주의의 강조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에 대한 방어적 개념으로 새로운 헌법의 성립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였다. 그동안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를 실현하고 달성해야 하는 본래의 적극적인 내용으로 작동하지 못했고, 체제유지를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 또는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수단으로 활용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전문과 통일조항의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와 동일한 것이나, 인민민주주의에 대한 방어나 대립을 표현코자 자유민주주의를 선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문의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은 인민민주와 대립되는 민주형태로서 자유민주적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며, 통일의 경우에도 인민민주적 통일방식이 아닌 자유민주적 통일방식에 입각한 통일을 추구하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통일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와 타협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치적 혼란을 방지하며, 통일을 추진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가 통일의 희생물이 될 수 없음을 못 박은 것이다.[5]
4 용어 논란
한국에선 2010년대 들어 역사교과서를 개정하면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다. 이유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사실상 반공주의를 내세우는 국가주의체제였던 과거를 긍정하는 것이기 때문. 사실상 과거 대만, 한국, 일본, 남베트남, 매카시즘 하의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공주의 국가였다. 때문에 반공적인 자본주의 국가였던 대만을 자유 중국, 남베트남을 자유 월남이라고 부르기도했다. 그나마 일본이나 미국은 어쨌든 가진 경제력도 있고 그렇게까지 공산권에 반감이 크진 않아 후에 공산주의 국가들과 수교나 교류를 맺긴 했다. 그러나 특히 한국 같은 경우는 공산권에 대해 국민의 반감이나 정부의 반감이 너무 컸다. 굳이 프로파간다 때문이 아니라 직접 침략을 겪은 입장에선 좋게 보기 힘들었고 정부 역시 반공을 내걸었다. 결국 한국의 경제력이 성장하며 냉전 말기에 공산권들과 수교를 맺게 되었다. 대만은 중국에 밀려 아예 국제사회에서 무시되었고 남베트남은 멸망했다..
진보파의 경우 자유주의를 민주주의와 맞먹는 하나의 기본 원리로서 인정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단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있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거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라는 곳에서 끌어와서 찾아야한다. 이것이 아래의 해석 논쟁의 원인이 된다. 또한 보수세력의 레토릭 도용(?) 문제가 아니더라도 진보성향인 사람 눈에는 자유주의 = 신자유주의로 보일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교집합이 있으면서도 차집합이 훨씬 크기 때문에 둘은 구분되어야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고. 애초에 신자유주의는 너무 경제적 의미로 치우친 게 크다. 따라서 진보진영에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레토릭에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나무위키(구 리그베다 위키) 문서에 쓰인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종종 '민주주의'로 수정당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듯.
2011년 교과부는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주의를 의미한다는 교과서 집필 지침을 고수하였다. 이는 국호에 버젓이 민주주의를 박아놓고 실제로는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주적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주의와 통한다면, 북한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 같은 것을 의미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물론 다 떠나서 현실은 김씨왕정국가지만
'자유민주주의' 용어 논란에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세칭 진보진영이 민주주의를 너무 교조화하는 것은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민주주의가 너무 지나치면 중우정치나 대중독재로 타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자유주의적 요소가 민주주의의 폭주를 억제하고 집단의 폭력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관련 내용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참고. 다만 당연하게도 제대로 된 진보주의자라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신성시한다. 그러니 목숨바쳐 그 군부독재에 맞서 싸운 것이다. 진보진영이라고 자유주의를 도외시하는 경우는 없고, 보수진영이라고 민주주의를 도외시하는 경우도 현실에선 없다.
그외 고등학교 법과 정치 수업때 자유민주주의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국민의 기본권 중에 평등보다는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주주의'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학 전공자 중에서도 저 표현만큼 고딩 수준에서 이해할 만한 러프한 표현은 없을 것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전공자 입장에서 더 깊게 파고들면, 저렇게 단순하게 이해하기엔 약간 골룸해지는 부분은 있다.
비교정치학이나 국제정치학에서 이 용어가 등장한다면 사실상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와의 동의어라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는 레닌주의의 인민민주주의와도 상통하니 주의하자.
- ↑ 과거 독재정권에서 권력획득의 정당성을 날조하기위해 반공=자유민주주의 수호라고 날조해서 밀어붙였기 때문에 반공=자유민주주의라고 착각하는 보수가 상당히 많다.
- ↑ 여기서 민주란 헌법조문 여러 곳에 나타난 민주라는 용어를 통칭한 것이다. 헌법의 기본 원리로서의 민주주의 원리에서의 민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 유신헌법은 그 전문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역사적 사명에 입각하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서"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 ↑ 통일이 중요하여도 자유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학성: 헌법학원론. 박영사. 2011. pp.12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