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포

1 나치 독일의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관리한 수감자들

220px-Bundesarchiv_Bild_101III-Duerr-054-17%2C_Lettland%2C_KZ_Salaspils%2C_j%C3%BCdischer_Lagerpolizist.jpg

유대인 카포이다.Kapo. 독일어로는 Funktionshäftling. 집결캠프(Concentration Camp)에서 수감자들을 관리한 수감자들.

1.1 개요

이들은 다른 수감자들과 같은 수감자 신분이었지만, SS가 포로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키거나 행정 사무를 처리하는데 협조했다. 그 대가로 다른 포로들보다 좀 더 나은 처우[1]를 받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앞잡이다.

이들은 다른 수감자들을 굶기거나 구타할 수 있는 특권을 지녔으며 유대인 경찰처럼 독일군들이 취한 일종의 아웃소싱이었다. 자신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수감자들 간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시키기에 좋은 수단이었다. 카포는 수감자들 중에서 선발했기에, 유대인이나 폴란드인, 혹은 수감된 독일인까지 다양했다.

220px-Oberkapo_-_Armbinde.jpg

유대인 카포가 두르던 완장. 여러모로 유대인 경찰과 비슷한 부역자다.

카포의 방에 들어갔을 때 난 내 눈을 의심했단다. 이 있었어! 버터도! 소시지도! 에다 우유도! 그 기분이 어떤 줄 아니?
이 자의 아침인가 봐. 이런데서 저런 식사를 하니 얼마나 행복할까! 난 그만 내 눈을 가리고 말았어. 보고 있으면 다 집어먹을까 봐 두려웠거든.
그 때 카포가 들어오는 거야.
"뭘 그렇게 멀뚱멀뚱 보고 있나? 어서 앉으라구!"
그건 내가 먹으라는 거였어.

- 아트 슈피겔만, 블라덱 슈피겔만의 회고

카포는 앞잡이를 뜻하는데 카포를 뽑기 위해 먼저 수용소에 들어올 때 이력을 살펴보았다. 나치는 수용소에 입소하는 사람들의 사상, 가족 관계, 학력, 이력 등을 매우 꼼꼼하게 정리해 자료화했기에 자세한 조사가 가능했다. 물론 중후반에는 그런 거 없다.

그 중 살인, 강도, 강간 전과자 등 자기 이익을 위해 남에게 큰 피해를 기꺼이 끼친 자를 양심이 메마른 자로 구분한 뒤 그 사람들에게 골라 카포를 맡겼다.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에서는 구소련의 수용소(굴라그) 안의 절도, 강도, 강간 등의 일반범들이 사상범 내지는 양심범들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에 치를 떤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던듯.

하지만 당연히 그 레전설급 막장의 나치식 관료 체계가 어디 안가는지라[2] 마트하우젠, 부헨발트 같이 범죄와 전혀 상관 없는, 되려 나름 가치관이 똑바로 박힌 사람들이 많았던 독일 공산당, 프랑스 레지스탕스, 폴란드 국내군, 스페인 제2공화국 출신의 정치범들이 타이밍 좋게 대량으로 들어와 중간 관리직인 카포를 형성한 경우도 많았다. 이런 경우에는 도덕적 원칙도 있고, 나치스에게 적어도 대놓고 절멸 대상 취급은 안 받고, 노련한 조직력을 가진 사람들이 중간 관리자를 했으니 여러명의 유대인, 폴란드인 수감자들이 이들덕에 목숨을 구했으며, 실제로 독일 공산당과 사민당, 폴란드 레지스탕스 중심으로 카포들이 구성 되었던 부헨발트는 미 육군이 진주한 1945년 4월 11일 며칠 전에 이미 공산주의, 사회주의자 카포들을 중심으로 수용소 경비 병력을 제압, 사살하고 자체적으로 해방한 사례가 있다.

카포에게는 전기가 들어오는 독방이 주어졌으며 볼품없지만 정상적인 식사를 배불리 먹고 건장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째서 나치는 카포들에게 건장한 체력을 허락했는가 하면 바로 폭력 때문이었다. 우리의 상상과 달리 수용소 기간병들은 그다지 수용인들을 구타하지 않았다. 이들 입장에서는 유태인은 가축급이었으므로, 그 대신 카포를 갈궜다. 지금의 안정된 삶을 빼앗기는 게 두려웠던, 그리고 애초에 양심이 메말라 있던 카포들은 따로 시키지 않아도 동족을 구타하고, 죽이고, 밀고하며 자신의 그 알량한 삶을 유지해 나갔다.

물론 어디에서나 그렇듯 모든 카포가 악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전과자가 되었지만 양심을 간직한 자들도 있었다. 그런 자들은 알게 모르게 입소자들을 돕고 격려했다. 하지만 그들의 최후는 결국 카포의 신분을 빼앗기고 일반 입소자로 강등되는 것뿐이었다. 그러한 밀고는 주로 입소자들로부터 이루어졌는데 카포 중의 하나가 사라지면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정말이지 저열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전쟁 중에는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카포들도 결국은 간부급 카포나 군인들의 눈치에 따라 즉결처형될 수 있었다. 영화 트라이엄프(Triumph of the Spirit)에서 실제 주인공이던 유태계 권투선수 살로모 아로슈(1923~2009)는 수용소에서 빡세게 굴던 유태인 카포를 때려눕혔는데, SS 장교 하나가 오더니만 그 카포를 총으로 사살해버렸다. 이를 본 다른 카포들(유태인이라면 더더욱)은 두려움에 떨며 더더욱 악랄하게 굴었다고. 참고로 아로슈는 그야말로 수용소 안에서 데스 매치 권투선수로 SS 장교들 여흥을 위하여 경기를 해야 했는데, 진 선수(물론 대다수가 수감자들)는 무조건 가스실 행이라서 반드시 이겨야 했는데 당연히 권투선수인 그는 연이어 이겨서 살아남았지만 죽을 때까지 트라우마로 시달려야 했다.

당연하지만 제3제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카포들은 공공의 적이 되었으며 카포였던 신분이 드러나 린치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등으로 죄의 대가를 치렀다. 또한 나치 전범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모사드의 표적이 되어 암살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카포 같은 이들이야말로 진정 인간의 암적인 부분의 표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50년 이스라엘은 나치나치 협조자들을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었고 이 법을 바탕으로 1951년부터 1964년까지 약 40건의 기소를 했는데 이중 대부분은 카포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1968년 카포로 189건의 살인을 지시하고 몇 건은 실제로 행한 카포에게 종신형을 내리기도 했다.

마피아의 지부장 혹은 간부 계급을 의미하는 카포와는 상관없다.

1.2 미디어에서

  • 아트 슈피겔만만화 에도 카포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 영화 쉰들러 리스트 등에서도 수용소 내의 유대인들이 집결했을 때, 그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점호를 하는 등의 일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 폭풍속의 씨앗이라는 회고록으로 유명한 SS 출신의 헤르베르트 브루네거도 전쟁 전 독일 정치범 수용소에서 근무했는데, 이 때 자신들은 그냥 경계 근무만 서고 대부분의 수감자 통제는 카포들에게 위임했다고 회고했다. 카포들은 일부러 SS 경계병들에게 잘 보이려고 수감자들을 필요 이상으로 괴롭혔는데, 이를 보다못한 브루네거 (당시) 이병은 결국 한여름에 고된 노동으로 탈진해 쓰러진 노인 수감자를 마구 구타하던 카포 1명[3]을 고의적으로 노동력을 저하시켰다는 죄목으로 카포의 수감번호를 적어갔다.

2 현악기에 쓰이는 줄베개(Capotasto)의 줄임말

300px

기타에 쓰인 줄베게.

이탈리아어 : capotasto
독일어 : Kapodaster
프랑스어 : capodastre

이탈리아어로 <프렛의 머리>라는 뜻으로서 줄베개를 말한다.
나무나 금속봉으로 모든 현을 눌러서 줄베개의 위치를 이동시키는 기구로, 기타나 류트 등 넥이 있는 발현악기에서 주로 사용된다.
프렛의 한 부분에 카포타스토를 고정하면 전체의 음이 높아져, C#장조를 C장조와 같은 연주법으로 쉽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반주 등에 사용하면 매우 편리하다. [4]

줄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에 따라 스프링식, 나사식, 장력식 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넥 전체를 커버하나 용도에 다라 서너줄만 잡아주는 카포도 있다.

  • 스프링식 : Spring Capo. 가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구조와 원리는 빨래집게와 똑같다. 구조가 간단하고 탈부착이 편해 매우 널리 사용된다. 단점으로는 카포를 누르는 압력을 조절할 수 없으며, 오래 사용해 스프링의 장력이 떨어지면 제대로 눌러주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 나사식 : Clamp Capo. 클램프식이라고도 한다. 목공용 클램프처럼 나사를 조여서 카포를 조이는 방식이다. 스프링이 없으므로 오래 사용해도 제 성능을 유지하며, 나사의 조임을 조절해서 줄을 누르는 압력을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다. 대신 탈부착 시 매번 나사를 풀고 조여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장착하면 카포를 옮기기가 매우 귀찮다.
    • 장력식 : Elastic Capo. 고무줄의 장력을 이용해 줄을 누르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카포가 금속재질 내지 강화플라스틱인데 반해 주 재료가 고무줄이므로 매우 가볍고 저렴하다. 구조 역시 고무줄에 줄을 누르기 위한 패드가 붙어있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극히 단순해 약간의 재료만 있으면 자작도 가능한 수준. 대신 고무줄이 탄성을 잃는 속도가 금속스프링보다 월등히 빠른데다가 재질 자체가 손상되기도 쉬워 내구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3 Caporegime의 준말

마피아의 지부장 혹은 행동대장을 의미하는 카포
  1. 식사 개선이든가 개인실 제공 등이었다. 아우슈비츠같은 지옥에선 부실해도 하루 권장열량 뿐만 아니라 개인실까지 제공된다는건 수감자들 입장에서는 좀 더 나은 수준이 아니다.
  2. 일반적으로는 효율적이고 냉철한 이미지로 알려진 2차대전 당시 독일이지만, 알베르트 슈페어 항목만 들어가 봐도 얼마나 개판으로 관료제가 돌아갔는지 알 수 있다. 애초에 이름만 들으면 뭘 할지도 모르고 실재로 목적도 겹치는 바가 많은 관료 집단을 히틀러 마음대로 하나, 둘, 셋씩 권역과 권할도 정확히 안 하고 만들어 냈다.
  3. 심지어 이 카포는, 대놓고 자신이 잘 보이고 싶어하며 SS 경계병들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 그의 어그로를 제대로 끌었다.
  4. 다만 정밀한 조 옮김이 아닌지라 어느정도 음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은 감수해야한다. 조 옮김을 제대로 해서 기타반주를 하려면 카포사용전과 별반 다를게 없어지므로 근음에 해당하는 기본코드에서 장단조만 구분하여 연주하는 것이 보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