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나치 독일의 최고 지도자. 독일어로는 Führer. 컴퓨터로 움라우트(변모음)를 적을 수 없을 경우 Fuehrer로 대체한다. 원래는 독일어로 '지도자', '영도자'라는 뜻이다. 발음은 "퓌러". 독일어 동사 führen(이끌다)를 하는 사람(남자[1])이란 뜻의 단어다. 영어의 leader와 뜻이 일치한다.
2 유래
흔히 대통령과 총리를 합친 공식적인 직위(?)로 알려졌는데, 실상은 1920년대 초반 히틀러가 나치당에서 입지를 굳히고 자신의 추종자들 사이에서 퓌러(Führer)라고 불린 것이 유래다. 이 당시 히틀러는 당총재 같은 직위는 맡지 않았지만 당내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굳혔었고 루돌프 헤스같은 히틀러 빠돌이들이 독일민족을 구원할 영도자 또는 지도자라며 Führer라고 불렸다. 이후 1933년 1월 30일 총리에 취임했고 1934년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사망하자 국민 투표를 통해서 대통령 직위마저 이어받았고, 이 당시 일본 언론에서 히틀러가 공식적인 직위가 총리+대통령라 하여 총통이라 불렀고 이것이 굳어진것이다.
총통을 단순히 공식적인 지위로만 쓰자면 히틀러가 무명시절부터 정권을 잡기 직전에도 Führer로 불린 것이 설명이 안 되긴 하지만 1934년대부터 히틀러의 직책을 일본에서 총통으로 표시했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쓰고 있다. 상술한 대로 지도자 또는 영도자의 뜻이지만 라이벌(?)인 스탈린이 위대하신 지도자 동지로 널리 알려져있기때문에 총통을 단순히 지도자라는 뜻으로 번역하기엔 어색함이 있다.
1934년부터는 잘 알려진대로 나치당의 당 총재, 정부수반(총리), 국가원수(대통령)직위를 모두 겸임했다.
히틀러는 일찍이 후계자로 헤르만 괴링을 차기 지도자로 선포했었고, 1939년 법률로도 통과 되었다. 그러나 전쟁말기 괴링이 히틀러에게 쫓겨나면서 후계자는 공석이 되었다.
기존의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에서는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 그리고 총리는 정부수반을 맡는 내각책임제 형식[2]이었는데, 히틀러는 아예 대통령과 총리직을 하나로 합치는 것과 동시에 나치당의 지도자직[3]까지도 하나로 합쳤던 것이다. 즉, '퓌러'란 호칭은 대통령 + 총리 + 당 총재[4]를 포괄하는 것이었다.
흔히 히틀러 사후 카를 되니츠가 제2대 총통이 되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 직위에 오른 이는 아돌프 히틀러 한 사람뿐이며, 1945년 4월 30일 히틀러가 자살함에 따라 이 직위는 폐지되고 대통령은 카를 되니츠에게 총리는 파울 요제프 괴벨스한테 나뉘어서 승계되었다. 그러나 괴벨스는 가족과 동반자살했고, 대통령이 된 되니츠는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했다.
3 용례
영어로는 Chancellor라고 자주 번역하는데, 이 단어는 대법관, 총리, 장관 등을 모두 포함한 말이지만 영국 근세 역사를 제외하고는 주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계통의 총리나 총통을 지칭하는데 쓴다.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 오토 폰 비스마르크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 단어를 현 독일연방공화국 총리에게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Führer라는 독일어 단어를 번역하지 않고 "독일 제3제국 총통"이라는 의미 그대로 쓰는 영미권 학자들도 많다. 이는 차르나 덴노, 카이저와 비슷한 용법이다.
이러한 용법의 연장선상에서 브이 포 벤데타의 영화 버전에 등장하는 가공의 독재자 아담 서틀러의 직책은 한국어 자막에서 오역된 "의장"이 아니라 "총통"이나 최소한 "총리"로 번역되어야 맞다는 의견도 있다. 복돌이 자막으로는 "대법관"이라고 번역됐다. 영국 어휘에서 "the Lord(High) Chancellor"는 정관사가 붙어 단수로 쓰이며 의미는 "(영국의)대법관"이다. 의회가 개회 중일 때는 상원의장의 의미로 쓰인다. 물론 영화상의 영국은 의회가 없는 독재국가이다. 하지만 이건 스타워즈 프리퀄에 등장하는 최고 의장직, 예를 들어 팰퍼틴도 마찬가지. 위의 경우는 단순히 단어 자체보다는 독재자라는 정황이나 나치를 연상시키는 경례를 보고 번역해야 옳다.
나치와 관계가 깊은 단어인 탓에 이 단어는 이제 독일 내에서 잘 쓰이지 않지만, 독일어의 언어학적 특성상 다른 단어와는 혼합되어서는 아직도 잘 쓰인다. Führerschein(운전면허증 총통면허증[5]), Bergführer(산악 가이드 산악 총통) 등이 대표적. 이런 점 때문에 Chef, Leiter 등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아예 '지도자'라는 단어는 Anführer로 바꾼 지 오래이다.
한자를 사용하는 일본, 한국에서는 Führer를 '총통'으로 번역하는데 오늘날 중화민국 국가 정상인 '총통'과 겹치기 때문에 오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총통=대통령'이니까. 현대 중국에서는 Führer를 원수(元首)라고 번역한다. 실제로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 타이완,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박근혜 총통, 오바마 총통 이렇게 하는데 절대로 Führer가 아니니 오해하지말자.
국내에서는 한때 Führer를 '영도자'로 번역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내 묻히고 말았다. 일례로 영국의 전쟁사학자 존 키건 경의 <2차세계대전사>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Führer"를 '영도자'로, 종래의 "총통 지령" 또는 "총통 명령"을 '영도자 지령'으로 번역했다.대통령과 총리의 앞글자를 따서 대총(大總)으로 번역되었으면 좋지 않나? 참고로 유신 헌법은 대통령을 행정, 입법, 사법 삼부위에 위치한 국가 영도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독일어에서는 1979년 이후 이란의 최고지도자(루홀라 호메이니→알리 하메네이) 직위를 Führer로 번역한다. 정확히는 Religionsführer(종교 지도자)다. 더 정확하게는 Oberste Religionsführer(최고 종교 지도자).
4 기타
히틀러는 군주제를 엄청나게 혐오했기 때문에 이 표현을 무척 긍정적으로 여겼다고 한다. 히틀러는 무능한 인간도 지도자에 오를 수 있다면서 세습제에 대한 막대한 불만을 저서에서 여러 번 표출했으며, 히틀러가 자식을 낳지 않은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을 것이란 연구가 많다. 이러한 사고방식에는 빌헬름 2세라는 너무나도 확고한 선례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실제로 히틀러는 일개 듣보잡 극우정당 당원으로 시작해 일당독재 집권당의 총수 겸 국가원수가 된 인물이다. 존재 자체가 흑역사급인 답이 없는 대악당이라는 점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능력으로만 따진다면 적어도 세습 군주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평범한 식료품점조차 운영하지 못할 멍청이들'을 비웃을 만한 자격은 있을 것이다.
5 매체에서
실제 나치 총통은 아돌프 히틀러 단 한 명 뿐이었지만 나치 독일의 승리를 가정하는 대체역사물에서는 히틀러 사후에도 후임 총통이 계속 등장한다. 작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히틀러는 1950~60년대에 사망하고[6] 보통 2대 총통은 암살에서 살아남은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취임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워낙에 권력욕이 강하고 능력도 뛰어난 인물이기에 계속 살아남아서 10여년 이상 괴링, 힘러, 괴벨스 따위의 결함투성이 인간들과 권력다툼을 했다면 실제로 2인자가 되거나 히틀러를 허수아비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높다. 하이드리히도 사망한 이후의 3대 총통부터는 대부분 가상의 인물이다. 실제로는 나치즘이 1945년에 끝장나 버렸기에 하이드리히가 사망했을 시점에 권력을 잡고 있을 만한 실존 나치 관료는 존재할 수가 없고 실존인물이면서 딱히 나치 관료가 아닌 인물을 등장시키면 굉장한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독일어 직업명으로써 -er는 남자를 뜻하는 것이다. 여자를 뜻하는 직업명은 -erin. 즉, 여총통은 Führerin.
- ↑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 자체는 내각책임제 국가로서는 상당히 강력한 편이었다. 심지어 의회해산권과 비상상황에 한해서 헌법 정지 명령권까지 있었다. 이게 말썽이었고, 나치스의 집권을 초래했다.
- ↑ 나치당 내에서 Führer라는 단어는 1921년 아돌프 히틀러가 당 지도자의 공식 직함으로 이미 도입했다.
- ↑ 군 최고사령관 직책도 들어가지만 이건 행정부 수반로서의 업무로 포함된다. 오늘날에도 이런 형태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북한. 김총통이 따로 없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주석과 총리가 나뉘어져 있으나 주석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겸임한다.
- ↑ 독일어 동사 führen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무언가를 이끄는(lead) 의미로 쓰이나, 탈것을 조종하는 의미로도 사용하기 때문에 Führer가 들어가는 것이다.
- ↑ 히틀러가 워낙에 건강이 좋지 않았고 생활태도도 개판이어서 장수하기는 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