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

(혐오범죄에서 넘어옴)

1 개요

소방관에게 물세례를 맞는 흑인들
호모포브들에게 구타당하는 레즈비언
반달리즘을 당한 무슬림의 가게
서로 마음을 헤집어놓고 니 편 내 편을 가르는 게 우리네 관심사야 보통 남자 여자도 성적 지향도 고향도 타고난 가난도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는 이유가 되진 않아 하지만 개꿀잼

- 디템포, 「앞발들어」 중에서

증오범죄(Hate crime)는 범죄 유형의 일종이다. 인종, 문화 및 관습, 사상, 국적, 종교, 성별,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또는 장애 등, 특정한 범주에 포함되는 대상과 연관있는 주제에 근거하여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뜻한다. 혐오범죄편견 동기 범죄(bias-motivated crime)라고도 한다. 한편 구어체로, 증오범죄로 인한 폭력행위 그 자체를 언급할 때는 @@@ Bashing이라는 표현도 자주 쓴다. Gay Bashing, Anette Bashing 등등.

혐오범죄는 가볍게는 다른 인종이나 종교, 외국인 등에게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폭언을 가하는 것에서 심하게는 그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해하는 등의 극단적 행태까지를 아울러 포괄할 수 있지만 혐오범죄를 어디까지 규정하고 어디까지 처벌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여기에서 '혐오'라는 말은 약간 애매한데, 범죄자가 피해자의 소속 집단을 싫어하는 것이 범죄의 주요동기인 경우에는 정의상 문제가 없으나, 싫어하긴 하지만 주요 동기는 소속감을 얻거나 이득을 취하는 등 다른 것일 경우, 혹은 소속 집단보다도 피해자를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것이 주요동기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부차적 동기인 경우 역시 모두 혐오범죄에 포함한다.

혐오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해당 소수 집단에 속하느냐 아니냐는 혐오 범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단지 흑인이란 이유로 차별하거나 모욕을 주거나 물리적 폭력을 가한 가해자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혐오 범죄다. 즉 동기가 결정하는 것이다.

혐오범죄를 일으키는 데는 보통 네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혐오범죄를 저지르면서 희열을 얻는 경우이다. 반달리즘은 물론 협박과 폭력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경우 불량한 젊은 남성들의 무리가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둘째, 가해자의 이웃, 직장, 학교, 혹은 이성을 (위협적인)외부인으로부터 지키려하는 경우이다. 물론 이 경우 '위협'은 실제적인 위협이 아닌, 단순히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느끼는 뇌내망상이다. 이것은 피해자의 소속 집단 모두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는 점에서 테러의 일종이다. 셋째, 그 자신이 속한 집단이 혐오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가해자가 속한 집단에게 복수하려고 하는 혐오범죄이다. 이 경우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속한 집단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역시 혐오범죄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조직된 집단(KKK 등의 혐오단체(Hate Group))이 직간접적으로 일으키는 혐오범죄이다. 이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다.[1]

미국의 경우 인종차별 문제가 극심해진 가운데 1968년 혐오범죄 방지법이 제정되었다. 이때의 혐오범죄 방지법의 주 타깃은 바로 인종차별이었다. 그러나 이후 인권단체들은 인종차별 뿐만 아니라 혐오범죄의 규정을 확대할 것을 주장해왔고, 결국 2009년 혐오범죄 방지법의 개정안이 미 의회를 통과했다. 2009년 개정법안은 인종차별 뿐만 아니라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문제도 다루게 되었으며 신체적·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행태도 포함되었다.

이 혐오범죄 방지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쪽은, 다름 아닌 악명 높은 미국근본주의였다. 설교 강단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저주와 폭언을 일삼던 호모포비아인들이 가장 격하게 반발했다. 이유인즉 혐오범죄 방지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더 이상 자신들이 성소수자들을 저주하는 설교를 못할 테니(...)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혐오범죄 방지법으로 처벌된 사례가 극히 적다면서 괜한 호들갑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혐오범죄로 규정까지는 하지 않고 있으나 차별금지법 논쟁이 혐오범죄 논란과 유사하다. 차별금지법에 가장 격하게 반발한 측도 바로 근본주의자였다. 성소수자에 대한 저주와 타 종교에 대한 저주를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진 근본주의 성직자들은 차별금지법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했고, 결국 차별금지법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에서 혐오범죄 처벌을 법적으로 도입하자고 주장하면 얼마나 격한 반발이 일어날지는 안 봐도 알 만할 듯.

한편으로는 혐오범죄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며, 교육과 인식재고 등을 통해 자신과 다른것을 무조건 배타하고 차별하는 것을 못하도록 막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혐오범죄라는 개념 자체가 물리적 폭력이나 살인은 당연히 처벌해야 하나, 저주나 폭언 같은 것까지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의가 범위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결국 "소수자들에게 증오의 감정을 갖는 것만으로 처벌하라는 말이냐" 라는 범위까지 갈 수도 있는데, 증오범죄 감정을 갖는 것만으로 처벌하라는 건 그게 또 양심의 자유에 위배되는 사항이기 때문.[2] 그렇다고 "실제 대상자들의 법익을 침해하는 행동으로 표현된" 증오범죄만 처벌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그냥 현행법이랑 다를 게 뭐냐는 비판도 나온다. 증오발언과 관련된 논쟁에서도 이런 견해가 있다.

사실 가장 중한 범죄인 살인만 봐도 동기를 여럿으로 나눌 때 가장 흉악하고 무서운 경우를 쾌락살인, 혹은 사이코패스의 살인[3]을 생각하고 그것도 무척 무서운 것이 사실이지만, 인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가장 흔하게 저질러져온 원초적인 살인의 동기는 증오였으며,[4] 살인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측면에서의 온갖 폭력이 집단적 증오범죄의 형태로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집단적 범죄는 철저히 이해관계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 역시 무척 많았지만, 비이성적이고 광기에 싸인 집단적 증오범죄[5]의 무서움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익히 보아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은 우리 나라에서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2011년 한국에서도 게이들이 자주 모이는 지역에서 혼자 혹은 둘이서 다니는 남자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사라지는 사건이 한동안 발생하여 기사화까지 된 적이 있다. #[6] 멀리 가지 않아도 종교적 이유의 재물손괴죄인 단군상 테러, 불상 테러 등 역시 수시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늘어나는 조선족 및 이주노동자, 새터민 등에 대한 정치적 혹은 문화 사회적 이유의 반감 등을 생각하면 국적이나 인종을 빌미로 한 혐오범죄 역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2 입법례

2.1 독일 형법 제130조 국민선동(Volksverhetzung)

원문[7]

공공의 평온을 교란하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3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1. 일부 주민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그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조치를 촉구하는 행위
2. 일부 주민을 모욕 또는 악의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

②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1. 일부 주민, 민족적·인종적·종교적 집단 또는 민족성에 의하여 분류된 집단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이들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조치를 촉구하거나, 일부 주민 또는 위 집단을 모욕 또는 악의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문서에 관하여 다음 각목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
a) 반포 행위
b) 공연히 전시·게시·상영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c) 18세 미만자에게 제공·양여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d) 위 문서 또는 이를 이용한 제작물을 a목 내지 c목에 의한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타인의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제조·취득·인도·보관·공여·광고·선전·수입 또는 수출하는 행위
2. 제1호에 규정된 내용의 표현물을 방송·미디어 또는 전신을 통하여 반포한 자

관련기사 : ‘독일판 일베’ 철퇴맞았다

3 같이 보기

  1. Levin, J. & McDevitt, J. (2001) Hate Crimes Revis ited. Westview Press, Boulder.에서 인용.
  2. 참고로 국내법에서는 공연히 즉 공중에서 피해자를 특정하여 혐오발언을 지껄이거나 피해자의 그 특성을 근거로 악담을 퍼붓는 경우에 한해 모욕죄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하고, 1:1상의 대화라면 정보통신매체를 통해지속적으로 그런 언어폭력을 저지른 경우에 한해 정통망법으로 처벌할 수 있긴 하다. 물론 오프라인에서의 사건이라면 공연성과 피해자 특정성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하면 처벌은 물 건너간다.
  3. 자신의 목적에 대한 동기는 있지만 살인을 저지르면서는 쾌락이든 죄책감이든 감정 자체를 매우 미약하게 느끼는 경우.
  4. 단 주의할 것이 있다. 모든 살인의 동기는 증오니까 증오범죄에 의한 살인을 따로 처벌하는건 불합리하다라는 주장은 좀 틀린 것이, 살인범이 철수라는 사람이 돈을 때어가서 혹은 애인이랑 내통해서 증오감이 생겨 살인하는것과 철수가 트렌스젠더라는 이유로 살해하는건 동기가 전혀 다른 것이다. 후자는 분명한 증오범죄(혐오범죄)다.
  5. 제노사이드 등.
  6. 기사 말미에는 동성애자 간의 폭행인 것처럼 서술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의 묻지마 폭행이었다.
  7. 아래 번역은 대한민국 법무부의 2008년 번역인데, 원문을 보면 알겠지만, 그새 독일 형법이 개정되었는지 아니면 당초에 오역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원문과 딱 맞지는 않는다. 일단은 대충 저런 취지의 규정이라고만 알고 넘어가자(...).
  8.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증오범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