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의 조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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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우주력 800년, 신 제국력 2년에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지휘하는 은하제국군과 양 웬리가 지휘하는 엘 파실 혁명군이 이제르론 회랑에서 격돌한 전투를 찾는다면 회랑의 전투 항목으로.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에 일어난 전투이며,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전투이다. 양쪽이 교전을 목적으로 출격한 것이 아니라 서로 전방초계 및 훈련을 목적으로 이제르론 회랑을 배회하던 중에 우연히 맞닥뜨리는 바람에 교전으로 확대된 조우전이다.

사실 교전이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은 은하제국자유행성동맹이 이 공역에 경계선을 확실히 그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서로 자신의 담당구역이라고 생각하고 돌아다니다가 "아놔, 저것들이 왜 우리 담당구역에서 노는 거냐?" 라고 생각하고 싸우게 된 것이다.

양측은 수적으로 대등한 상황이었으나 자유행성동맹군 측은 후방에 이제르론 요새가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불리하면 요새로 튀거나, 아니면 요새에 주둔 중인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를 불러올 수 있었기 때문에 동맹군이 유리한 입장이었다. 물론 이건 표면적인 이점이었고, 실제로는 동맹군이 많이 불리했다. 더스티 아텐보로 소장이 지휘하는 2,200척의 분견함대 B함대는 전투경험이 일천한 신병이 절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동맹군이 이러한 상황에 처한 이유는 암릿처 성역 회전, 구국군사회의쿠데타를 거치면서 숙련병들을 대거 상실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신병으로만 부대를 채울 수 없다 보니 타 부대에서 고참병들을 빼내 신병들과 조합을 시켰고, 그 과정에서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의 정예병들도 다수 차출된 것이 큰 원인이었다.

아텐보로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분함대 참모 라오에게 이제르론 요새에 구원병 파견을 요청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리고 신병 위주로 편성된 함대가 제국군 일선부대와 싸워서 이기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기 때문에 양 웬리 대장의 구원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버티는 것을 작전 골자로 삼고 전투를 지시하였다.

업무시간이 끝나고 난 뒤에 요새의 식물원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고 있던 양 웬리는 아텐보로 분함대로부터 구원 요청이 들어왔다는 보고를 듣자 역시 한숨을 푹 내쉬며 참모들을 소집하였고, 참모회의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모든 병력을 동원한 구원작전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립슈타트 전역 이후 동맹으로 망명하여 객원제독 겸 양 웬리의 고문직에 있던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장군의 기함 동승을 요청하였다.

한편, 아이헨도르프가 지휘하는 은하제국군 분함대는 아텐보로 분함대에 맞서 싸우면서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있었다. 그가 상당한 전과를 올릴 수 있었던 까닭은 동맹군의 신병들이 알아서 자멸을 거듭했기 때문인데, 아이헨도르프는 동맹의 최정예라는 양 웬리 함대가 자멸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적에게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면서 자연히 소극적으로 전투에 임했다. 그 결과, 아텐보로도 허접한 부하들을 데리고 무난히 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때 아텐보로 분함대에 소속되어 있던 율리안 민츠스파르타니안을 타고 출격해서 생사의 갈림길을 왔다갔다했다. 결국에는 주인공 보정으로 제국의 순양함인 렘바흐와 발퀴레 3기를 격추하는 공적을 세웠다. 이때 율리안이 4번 정도 중간보급을 받은 우주모함 아무르타트가 파괴되어 율리안의 마지막 출격은 사실상 탈출이나 다름없었다.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져갈 무렵, 양이 이끄는 본대가 전장에 도착하였고 동맹군은 일부러 이 소식을 대놓고 떠들면서 제국군의 사기를 깎았다. 아이헨도르프 역시 1만 척 이상의 대군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사색이 되어 즉시 철군을 명령하였고, 양 역시 확전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사후처리를 한 다음 병력들을 수용하여 이제르론 요새로 철수하였다.

칼 구스타프 켐프는 연초에 벌어진 패전으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에게 사죄하였으나, 어차피 이 '회랑의 조우전'은 딱히 의미가 없는 국지전이었기 때문에 라인하르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편 율리안 민츠는 전공을 인정받아 1계급 승진했다.

이후의 전투는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으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