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모토 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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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필명이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이며, 본명은 마츠모토 아키라이다.

(1938년 1월 25일 ~)

일본만화가, 동시에 만화가인 아내도 두었다.

2 생애

후쿠오카 현의 한 마을에서 이시노모리 쇼타로와 같은 날짜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본군 군인이자 육군 항공 부대 조종사였으며, 소위 후보자 제도를 이용해 소령까지 오른 사람이었다.[1] 그래서 그의 일가족은 4세부터 6세까지 효고현에 위치했던 카와사키 항공업 회사에서 거주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는 아버지를 피신시키기 위해 일가족이 어머니의 친가가 있던 에히메 현으로 피난을 갔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3년 뒤, 레이지의 일가족은 바다가 있는 시골마을 코쿠라[2]로 이사하였고 레이지는 항구에 드나드는 거대한 배들을 보며 ‘바다 너머의 세계’를 상상력을 키워간다.[3] 초등학교에 입학한 레이지는 학급 문고에서 발견한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들을 읽고 만화가를 지망하기 시작, 급우인 타카이 켄이치로 등과 함께 동인 그룹인 "규슈 만화 연구회"를 결성하고 동인 행사 '규슈 만화전'을 주재하는 등 열성적인 활동을 하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주간 소년」의 공모전에 꿀벌 대모험이 당선, 정식으로 데뷔한다. 당시 공모전의 심사위원은 바로 철완 아톰으로 한창 인기를 얻고있었던 데즈카 오사무였는데 그는 레이지의 그림을 보고 "어떻게 15살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냐"고 했다고 한다. 또한 데즈카 오사무가 큐슈에서 원고를 그릴 때 큐슈 만화 연구회에 지원을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꿀벌 대모험은 고등학교 졸업 후, 마이니치 신문 서부 본사판에 연재하기로 했으나 담당자가 바뀌면서 실패로 돌아간다.

한편 고등학교 2학년 때 도쿄로 수학여행을 가는 열차 안에서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이라는 소설을 읽고 은하철도를 따라 우주를 방랑한다는 컨셉을 떠올린 마츠모토는 은하철도 999의 기본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로 상경한 직후 본격적으로 은하철도 999를 그리기 시작한다. 참고로 도쿄의 출판사 관계자가 레이지의 원고를 보자마자 연재가 결정됐다고 한다.[4]

데뷔 시부터 1968년까지는 본명을 히라가나로 표기해 작품을 발표했다.[5] 필명의 뜻은 , "매일 밤 0시까지 일하는 사무라이(士)"라고 한다. "0살 아기의 감성을 언제까지도 잊지 않도록"이라는 모토와 "밤 12시가 넘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때때로 있기 때문에" 이런 필명을 정했다고.[6]

3 작품 활동

한국에선 주로 SF 만화의 대부라고 인식되어 있지만 사실 다수의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만화가이다.

상술했다시피 그의 초기 만화는 소녀 잡지들에 연재하던 소녀만화.[7] 당시 소년만화는 데즈카 오사무처럼 인기가 있는 베테랑 만화가가 연재를 하고 있어서, 마츠모토 레이지같은 신인에게는 연재할 기회가 없었다. 대신 소녀 잡지에 실을 소녀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는 수요에 비해 공급할 만화가가 부족해서 연재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토키와 장의 멤버를 포함한 신인 만화가들은 어쩔 수 없이 소녀만화를 그렸다. 초기작들이 소녀 만화인 때문인지 현재의 그림체도 그 쪽에 더 가깝다. 이 후 인기만화가가 된 후 본인이 그리고 싶었던 소년만화 SF소설, 메카물로 전향한 것. 그의 작품은 대부분은 모험 활극이지만 사실 잘보면 그 작품들의 속은 검은 그림자로 가려져있으며, 사회적인 내용이 많다.

또한 그의 작품은 흔히 레이지버스라고 불리우는 하나의 세계에서 그려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은하철도 999, 하록선장, 천년여왕 등 SF 세계관인 작품에서 각 작품들의 크로스 오버를 통해 이러한 점이 잘나타난다. 돈벌이 때문에 이전 이야기를 재탕하느라 별개의 세계관이었던 작품들을 나중에 끼워맞춘 느낌도 강하다는 지적도 있는데[8] 이것은 작품들이 미디어믹스화 되면서 특히 린 타로가 은하철도 999의 애니판 감독을 맡으면서 캐릭터의 성격이 비틀어지는 등 엉망이 된 탓이 크다. 실제로 원작만화에서는 어느 정도 우주관이 세워졌다는 것을 볼 수 있고 은하철도999, 캡틴하록, 천년여왕 전체를 보면 하나의 연대기이다. 덧불이자면 마츠모토 레이지가 작품의 복선회수를 잘 못하고 연재잡지운도 좋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작품의 내용에 수수께끼가 많다. 세계관이 틀어지는 이유는 여기에도 있을지 모른다.[9] 또한 SF 서유기 스타징가처럼 이질(?)적인 작품도 있어서 모든 작품이 레이지버스에 해당된다고는 확신할수 없다.

그의 작품들을 자세히 보면 은하철도 999철이하록선장도치로 같이 키 작고 추남들이 미인을 얻거나 영웅의 친구가 되는데 이것은 마츠모토 레이지 본인의 투영이다. '성범인전'이라는 성인만화(...)에 손댄 적도 있는데, 거기서는 사회잉여 철이 캐릭터가 메텔 캐릭터에게 모든 것을 얻어먹고 사는[10] 인생의 승리자 기괴한 인간 관계를 묘사한 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나이 오이동>, <히루안돈>, <원조 대사 조반 이야기> 같은 작품에서는 키 작고, 능력없는 추남 주인공이 철저하게 마츠모토 스타일의 미인 캐릭터들에게 무시당하고, 버려지고, 배신당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히 소년 매거진에 연재되던 사나이 오이동의 경우 주인공 노봇타와 약간 연애 관계에 있던 여성이 몇화만에 다른 남자랑 결혼해 버리는 네토라레스러운 전개는 기본으로 노봇타가 마음이 담긴 브로치를 선물하자 몰래 이사가면서 브로치를 재활용품과 함께 버려두고 가는 여자, 노봇타의 하숙방에 몇번이고 놀러오지만 사실 다른 방의 남자한테 마음이 있었던 동급생 소녀, 남자 외모는 따지지 않는다고 했으면서 뒤로는 자기 남친이랑 노봇타의 외모를 씹는 여자, 혼자있는 노봇타에게 친절을 베풀지만 알고보니 노봇타가 자살하려는줄 알고 직업적인 이유로 친절을 베푼 여자 등등 실로 오만가지 상황에서 잡지의 주요 독자층인 소년들이 여자에 대한 환상을 깨트려서 연애에 대한 꿈도 희망도 버릴만한 내용이 1권부터 9권까지 가득하기 때문에 보다보면 여성에 대한 혐오감 또는 해탈감이 싹튼다. 심지어 다른 만화가들의 작품들처럼 그래도 여자 캐릭터중 누구 한명이 주인공을 좋아하는 설정을 해서 독자의 마음이 피난할 곳을 만들어 주는 경우도 없다. 전부 거의 99퍼센트 주인공에게 희망고문만 하고는 뒷통수치거나, 무시하고 사라진다. 어쩌다 분위기 좋은 경우에도 결국 고향에 내려가서 다른 남자랑 결혼해 버리거나 사고로 죽어버린다. (...) 마지막에 가서도 결국 노봇타는 어떤 여자와도 맺어지지 못한채 쓸쓸하게 홀로 여행을 떠난다. 공식 설정으로 이녀석이 토치로의 조상인데, 어떻게 자손을 남긴건지 궁금할 지경.

3.1 관련 여담

  • 마츠모토 레이지가 그린 주연급 여자 캐릭터를 보면, 천년여왕, 은하철도999, 스타징가 등에서 보듯이 금발, 푸른 눈,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가 빠지지 않는다. 또 전반적으로 여자 캐릭터들이 장신이다. 미형 남자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상고머리에 한쪽으로 가르마를 타는 것이 전형적인 헤어스타일이다.
  •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이러한 여성상의 모델은 작은할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인이자 자신이 태어나던 날 별이 되어버린 (죽었다) "다카코"라는 여성이라고 한다.
  • 어릴때부터 눈에 보이는 사물은 그리고 봐야 직성이 풀렸던 마츠모토 레이지는 너무나 당연한 듯 자라면서 그의 장래 희망은 "만화 작가"였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 중에서 그의 눈에 "미녀"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답답한 기분을 풀기 위해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 집에서 사진 속에 있는 여인이 자신의 마음에 꼭 뜨는 "미녀"라며 친구에게 누구냐며 물었다. 친구는 "우리 할머니 젊었을 때 사진"이라고 대답하고 친구 할머니의 기일이 우연하게도 자신의 생일이 같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런데 어머니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사진과, 자신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친구의 집에서 빌려온 할머니의 젊었을 때 사진이 같은 사진이며 동일 인물임을 알게 되고, 놀란 마츠모토는 "어떻게 엄마가 이 사진을 가지고 있어?"라며 어머니에게 묻자 어머니가 해준 얘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작은할아버지는 결혼을 하지 않고 "다카코"라는 여성을 짝사랑하다가 홀로 돌아가셨다. 의학을 공부하던 전도유망한 의사인 다카코에게 작은할아버지의 사랑은 닿지 못했고 그녀는 작은할아버지의 절친과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작은할아버지는 사랑했던 여인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던 날에도 작은할아버지는 그저 먼 발치에서 숨죽여 우셨다고 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날 증손자인 자신이 태어났던 것이다.
  • 커플 브레이커이다. 은하철도 999, SF 서유기 스타징가, 우주 교향시 메텔, 천년여왕 등에서 보여준바 있다. (더 있다면 추가바람) 물론 거론한 작품중에선 소년-여성 커플이 많은터라, 커플이 성사될 경우에 연령차가 너무 심하게 나기 때문에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성인 커플도 깨진다.[11] 특히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조연급이나 엑스트라 커플은 한 쪽이 죽거나 둘다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데뷔 직후 어시스턴트가 없어 곤란을 겪을 때 대선배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자기 프로덕션 내에서 작업하도록 허락한 적이 있는데(때문에 한때 그가 데즈카의 어시스턴트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덧붙여 이 때 작업한 만화가 '슈퍼 서브마린 99'이다.) 언젠가 그에게 초콜렛 우동을 대접한 적도 있다고 한다. 흠좀무.
  • 거대로봇물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혹성로보 단가드A를 그릴때는 로봇의 등장을 최대한 줄이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고, 그 결과 로봇물이라고 보기 힘들정도의 괴작이 등장했다(...).[12] TV애니메이션판은 비교적 초반인 13화에서 로봇이 나오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인데 그것도 스폰서의 압력을 받은 결과물이다. 그래서 거대로봇팬들 사이에서는 이사람이 타계하기전까지는 단가드A의 슈퍼로봇대전참전은 불가능할것이라는 농담같으면서도 진담같은 소문이 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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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일으키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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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인데, 소설 삽화도 꽤 많이 그렸다.(라이트 노벨이 아니다!) 우주전쟁, 타임머신, 투명인간 같은 소설로 유명한 허버트 조지 웰즈가 쓴 "기적을 일으키는 사나이(Men Like Gods, 1903) 일어판 삽화로 7~80년대 한국에서 무단도용된 책자에서도 이 삽화가 실린 바 있다. 가장 맨 밑 삽화는 작은 거인(The Microscopic Giants, 1955) 장면으로 원작자는 폴 F.에른스트.(1899~1985 즉,작 가 생존 당시 국내에 무단 해적판이 나온 셈) 그 밖에도 여러 단편 소설들(주로 호러물) 삽화도 그렸다.

4 정치 성향과 더 콕핏 문제

마츠모토 레이지는 캡틴 하록, 은하철도 999외 그의 작품 다수에서 나오는 반전을 강조한 내용[13][14]을 많이 선보여 한국에선 좌파나 무정부 주의자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려진 것으로 그의 필모그라피 중에서는 이러한 경향과 반대되는 성향의 작품도 많이 있다. 더 콕핏에서는 일본군의 병기와 병사의 희생을 미화하는 성향을 보인다.

더 콕핏 2부 2화에서는 특공병기(오우카)에 의한 자살특공을 더없이 숭고하고 아름다우며 찬양할 만한 것으로 묘사연출해, 지금도 마츠모토 군국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자살특공 외에도 '비열한 연합군/미군 vs 어쩔 수 없이 싸우는 착한 (...) 일본군/독일군' 같은 묘사가 흥건하다.

그나마 2화에선 미 해군 장병들의 모습도 묘사하며 '오늘 전사한 xx는 만화가가 꿈이었지', '놈들은 자살특공을 해온 것 같다 - 우와 잽스 좀 처돈듯' 같은 대사를 넣어 논란을 불식시킬 희석제 역할을 기대한 것 같지만...그 직후에 '아군이 원폭을 쓴다는 듯' 하자 미군 병사들이 분개하며(...) '적도 아군도 다 미쳤어' 같은 대사를 한다.[15] 아무도 미군이 일본어로 대화하는 건 신경쓰지 않는다. 사실 Crazy다! 라고 영어로 말하긴 한다.
주인공 노가미 소위는 짬 날때마다 애인의 사진을 꺼내서 바라보기도 한다.

덧붙여, 오우카 파일럿인 노가미 소위를 태워 보낼 새 병사들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보내는 장면에서 모두 '죽기 싫다' '전쟁같은건 어떻게 돼도 좋으니 돌아가고 싶다' '이따위 작전을 세운 게 누구냐' 는 식의 말을 한다. '전쟁이 없었더라면, 30년 후에 달을 향해 로켓을 쏘아 올렸을 것이다'는 자살공격용으로 로켓을 쓰는 현실과 극명히 대비되는 말을 함으로써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에서 말하려던 것과 같이 전선에 내몰린 사람들의 애환을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사실 1부에 나오는 독일에서 개발한 핵을 떨어뜨리려는 것을 분쇄하는 비겁자 조종사[16]와 연인 메르티나의 이야기나 3부에 나오는 현시창의 극단인 일본군 오토바이병 이야기 등에서 여러모로 전쟁을 풍자하긴 했다. [17] 이렇듯 여러가지 시도를 했지만 카미카제에 대한 미화가 너무나도 심각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단 그의 작품에선 전쟁이나 과거의 일본군, 그리고 전시 일본이 강조한 군국주의, 전체주의와 같은 가치관은 일관되게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일본의 병기와 일개 파일럿의 대한 미화, 자폭과 특공에 대한 미화 또한 동시에 묘사된다. 그의 작품은 전쟁과 무능한 군 집단 상층부를 부정하는 한편으론 그러한 부패와 시스템에서 벗어난 소수의 유능한 병사나 지휘관에 의한 문제의 해결과 구원을 동경하는 내용이 많기도 하다.

이런 모순점이 나타나는 이유는 마츠모토 레이지가 전쟁을 직접 체험한 세대이면서 동시에 전쟁 병기를 매우 좋아하는 밀덕이기 때문이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아버지는 연합군과 싸우던 육군 항공대의 조종사였고, 마츠모토 레이지 본인도 어렸을 때 군용기를 자주 목격하였다. 성장 과정에서 이미 밀덕이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타고난 사람이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사상이나 발언 등은 극우라고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밀덕이라는 것은 한계점을 가진다. 전쟁 체험 세대이기 때문에 전쟁의 아픔과 군국주의, 전체주의의 위험성은 알지만 병기와 그것을 조종하는 병사 개인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것이 마츠모토 레이지의 본질적인 성향인 것이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원래부터 "대의를 위한 희생"을 작품 상에서 주요한 소재로 써먹는 편이다. 다른 작품에서도 에서도 조금씩 이런 성향이 나타난다. 물론 이런 영향은 다른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인데다, 다른 작품에서는 이걸 미화한다고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마츠모토 레이지의 성향으로 규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콕핏은 위에 상기한 대로 내용적으로 문제가 많아 이런 문제가 많이 부각되는 것이다.

마츠모토 레이지 작품의 팬들은 이 사람을 좌파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도저히 좌파로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츠모토 레이지를 좌파로 생각하는 것은 이 사람의 작품 세계를 잘 모르고 그저 구하기 크게 어렵지 않은 주요 작품의 극장판만 훑어보고 그렇게 규정한 1세대 오타쿠들이었고, 이들의 의견이 와전된 것에 가깝다. 이것은 한국에서 1세대 오타쿠가 형성될 무렵인 1990년대에는 이 사람이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가 아니었던데다 양질의 애니메이션이 많이 쏟아져 나오던 일본 애니의 중흥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은 당시의 오타쿠들에게는 그렇게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1990년대의 심각한 정보 부족으로 잘못된 평가가 내려진 것.[18] 2000년대 이후에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이 어둠의 경로(...)로 다수 소개되고, 여기에 콕핏이 끼어들면서 좌파 성향이라는 주장은 부정된 상황이다.

또한 이 사람의 평가에 대해서 주된 오류를 저지르는 것 중 하나가,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 전체를 마츠모토 레이지만의 작품으로 보고 문제점을 이 사람에게 다 덮어씌운다는 것이다. 이건 명백히 잘못된 것으로, 야마토는 마츠모토 레이지보다 프로듀서인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역할이 대단히 컸던 작품이다. 안녕히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이 나왔을 때도 "내가 만들긴 했지만 이건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자는 메세지를 더 강조해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힘으로서 작품이 자신의 성향과는 안 맞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거기다 마츠모토 레이지에게는 우주전함 야마토의 애니메이션판의 저작권 자체가 없다. 만화판 한 작품의 저작권만 가지고 있지만 이건 2차 창작이라 저작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사실 저작권 주장을 하면서 소송까지 갔지만, 야마토에 기여한 것이 많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소송에서 졌다. 야마토 시리즈의 음악을 작곡했던 적이 있는 작곡가 아쿠 유우가 "마츠모토가 원작자면 나도 원작자겠다."라는 발언을 할 정도로 기여한 것이 없는 편이다.

2013년에는 미야자키 하야오바람 불다가 이와 똑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둘 다 반전 성향과 밀덕 성향이 충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마츠모토는 이러한 딜레마를 그대로 안고 작품 내에서 조금씩 해소하면서 작품활동을 이어 왔다가 콕핏에서 거하게 터뜨리고 지나갔고, 미야자키는 반전 메세지를 강조하기 위해 밀덕 성향을 억제해오다가 말년에 터뜨렸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다만 미야자키는 여러 면에서 빼도 박도 못하는 환경주의 좌파라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사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좌파냐 우파냐 하는 논란은 스스로 키운감이 있는데, 마츠모토 레이지 자신은 옛날부터 그런 사상적인 측면을 인식하고서 만화를 그리고 있었지만 작가 자신이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고 한발 물러서 있는 느낌을 유지하고 있었던게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좌우 이데올로기를 인식은 하고 있지만 어느 쪽이든 발을 담그기 싫어하는 성향은 성범인전등의 현실을 무대로한 초기 개그 작품등에서 엿볼 수 있다. 성범인전(聖凡人伝)의 주인공은 평소에도 뭐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는 비루한 인생을 살고있지만 특히 심하게 재수가 없던 어느날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와 경찰간에 난투극이 벌어지고 이는 상황에 말려들어 홧김에 시위대 쪽에 붙어 공무원을 욕하며 경찰과 투닥거리다 시위대의 도움으로 도망치면서 시위대 중 한명이 "혁명의 날이 가까웠다 무장봉기에 대비하여 자중하라"라고 말하자 혁명인가 그것도 좋겠지.라고 긍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태평양 전쟁을 다룬 영화를 보고 감화되어 일본 여자가 미국인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니꼬워하다가 시비가 붙어 미국인에게 두들겨 맞자 다짜고짜 남의 가게에서 식칼을 들고나와 대일본제국 만세!를 외치며 찔러 죽이려고 덤빈다.

그러나 결국 살해 시도는 실패하는데 그걸 보고 있던 늙은 영감이 너같은 젊은이가 아직도 있다니 대일본 제국은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주인공은 그 말에 "?"을 뛰울뿐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주인공은 나는 좌인지 우인지 잘모르겠다라는 독백을 하며 시위대가 도와달라고 해도 거부하고, 경찰이 도와달라고 해도 거부한다. 여기서 묘한점은 결국 마지막에 경찰과 시위대는 장사를 방해해서 열받은 술집 주인의 칼부림에 줄행랑쳐 버린다는 점이다. 이 결말 때문에 결국 마츠모토 레이지는 이전부터 폭력이 지배하는 무정부적 세계관을 지향한게 아니냐는 반농담같은 평론이 나오기도 했다.

1권에 나온 장면인데 좀더 뒤에 나오는 다른 에피소드에는 또 어떤 백인을 보고 주인공이 식칼들고 죽이려고 달려드는데 내 남편은 미국인이 아니라 영국인이라고 말리니까, 미국인이나 영국인이나 똑같다고, 일이 잘 안풀리는 것은 네 놈들 탓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하튼 이 만화 자체가 정치적인 만화도 아니고, 만화 속의 일부의 대사로 이것이 마츠모토 레이지의 정치성이다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오히려 그의 다른 작품들, 예를 들면 영화 해저군함의 영향을 받은 < 잠수함 수퍼 99 潜水艦スーパー99 1964년작>, 첫 부분부터 욱일기가 펄럭이는 <무의 흑선 크라이시스3 無の黒船-クライシスⅢ >,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의 후속작 격인 <초시공전함 마호로바 超時空戦艦まほろば>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직후 일본을 배경으로 "백인 만악론" 식의 환타지를 보여주고 있고, 서부 시대에 동양인 (일본인) 주인공들이 백인들 닥치는대로 죽이는 <건 프론티어 ガンフロンティア>, 일본인만 이상향의 별로 옮기고 나머지 지구인들은 지구와 통채로 폭발해 버리려고 하는 <와다치 ワダチ>에서는 국수주의인 면도 엿볼 수 있다. 단편 <일본국낙성기 日本国落城記>의 에필로그에서 그는 패전 후 일본을 "지옥의 터널"이라고 말하며, 일본에 주재하게된 미국 군인들이 주는 카라멜을 받지 않고 발로 비벼버렸다. 그 군인들에게 알랑대는 일본인들이 더 싫었다라며, 자존심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5 일본에서의 평가

한국에서는 은하철도 999, 하록 선장등의 작품 일부가 유명해서 그것만 보고 실체를 제대로 파악 못하고 옹호하는 시선도 있지만, 그의 작품이 모두 공개되어있고 그의 행적과 인터뷰를 보고 읽고 알고있는 일본에서는 그냥 철부지 우익 성향의 한물 간 만화가로 평가된다. 물론 우주전함 야마토팬 같은 우익 성향의 일본 오타쿠들은 그를 찬양하고 옹호한다. 근데 우주 전함 야마토는 오히려 반 군국주의적 만화다. 뭐가 어떻게 돼가는거야 도대체 [19] 그러나,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중립적 입장의 평론가나 고개가 왼쪽으로 기울어진 좌익 계열 문화평론가 들은 그의 만화를 신랄하게 까댄다. 우익 성향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데, 사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정치적 성향이 굉장히 애매한 사람이다. 그니까 뭐가 어떻게 돼가는거야 도대체

나라와 민족을 우선하고 애국을 좋아하는 우익 시각에서도, 이들이 지지하는 나라가 어딘가에 따라 한국과 일본에서 평가가 갈린다. 즉, 일본 우익 입장에서는 카미카제는 나라를 구하기 위한 숭고한 자기 희생이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전장 망가 시리즈"를 비롯한 그의 만화에서는 이런 일본 우익의 태도가 담겨있다. 그래서 천황제, 군국주의, 파시즘을 반대하는 일본 좌익한테는 마츠모토 레이지는 비판받는다. 하지만 일본 우익 입장에서는 그의 작품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실제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을 읽어보면, 직접적으로 전쟁을 찬양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반전 메세지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착각하게 한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국적을 떠나 보편적인 인간의 관점에서 봐도 그의 역사인식에는 역시나 문제가 있다. 전쟁을 다루면서도 당시의 일본제국이 현실에서 저지른 나쁜 짓은 쏙 빼 놓고 일본군이나 독일군을 이상적인 군인으로 미화하고 있다. 나쁜 과거는 무시하고, 없던 일로 지워버리고, 그저 낭만적으로만 그려내고 있다. 이런 태도는 그의 작품의 전반적인 기조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성향을 조야하게나마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우주전함 야마토에서 보였듯이 군국주의독재에 대한 경계심은 가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 우익 특유의 지독한 옥시덴탈리즘에서는 전혀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20] 한국 만화계에서도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아무 생각 없이 얼토당토 않은 반공 메시지만 집어넣고 활동하는 만화가들이 있었는데 이거랑 비슷하다.

6 주요 작품

7 수상 경력

  •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 - 2012년
  • 네리마구 명예 구민 - 2008년
  • 자수 포장 - 2001년
  • 제7회 일본 만화가 협회상 특별상 - 1978년
  • 제23회 소학관 만화상 수상 - 1977년
  • 코단샤 출판 문화상 - 1972년
  • 제6회 성운상(우주전함 야마토) - 1975년
  • "만화 소년" 제1회 장편 만화 신인상 - 1954년
  1. 아버지가 테스트 파일럿인 관계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던 어린 시절부터 군용기를 보았다고 한다.
  2. 지금은 키타큐슈에 이름 있는 큰 도시
  3. 북큐슈의 고쿠라에서 자랐는데 주변에 재일 한국인이 많이 살았어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치마저고리를 입은 친구의 어머니가 마늘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찌개를 끓여주셨죠. 매워서 켁켁 대면서도 끝까지 다 먹곤 했는데, 그때 익숙해졌는지 지금도 한국음식을 좋아합니다. - 마츠모토 레이지.
  4. 고쿠라에서 밤에 출발하는 증기기관차를 탔는데, 흥분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기차 저 편에 어떤 여성이 앉아 있었는데, 그 뒤로 별이 흘러가는 공상을 하면서 긴 금발에 오렌지색 눈동자를 지닌 신비한 여인 메텔을 생각해냈죠. 또한 저는 어릴 적부터 시간이란 일직선으로 흐르는지, 아니면 원처럼 빙글빙글 돌며 반복되는 것인지 궁금해했고. 언젠가 시간의 비밀을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 모든 작품은 이런 시간에 대한 제 의문이 담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죽기 전에 이를 종합한 완결편을 만들어보는 게 꿈입니다. -마츠모토 레이지- #
  5. 1965년부터 3년간 필명과 본명을 같이 표기했으나 이후 필명으로 통일시킨다.
  6. ペンネームの由来は、“零歳児の感性をいつまでも忘れずに”というモットー、夜半―午前零時を過ぎないとアイデアが浮かばない事が度々あった事、“毎日夜零時まで働く士(サムライ)”から。
  7. 가령 천년여왕은 일본의 순정지 "프린세스"에서 <퀸 에메랄드>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단편이 시초였다.
  8. 가장 대표적으로 은하철도 999에서 급격히 변하는 천년여왕의 성격이다.
  9. 물론 이것은 단일작품에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은하철도999는 지금도 마츠모토 스스로 미완이라고 말하고 있다.
  10. 심지어는 몸까지 바친다.
  11. 우연인지 이 작품 작가도 비슷한 커플 브레이커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쪽은 아예 작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주박이라고 공언할 정도.
  12. 애니판과는 달리 돗프라는 완전히 미친놈이고...단가드 A는 마지막 회 마지막 컷에서만 서 있는 것으로 나온다.
  13. 하록선장에선 외계 침략자가 지구를 노리는데 골프장이나 짓자고 예산타령하며 개차반으로 노는 지구통합정부 정치인들이라든지, 13화의 경우 야마토가 유령함으로 스스로 나와 아르카디아에게 개기다가 격침당하는데, 파동포가 없는 일본 왕실문양이 앞에 박힌 야마토이다. 격침당하면서 욱일기가 불타오르며 바다에 잠기는데, 이걸 본 하록이 "아직까지도 전쟁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냐?" 씁쓸하게 말하는 대목을 보면 일본 극우들이 꽤나 열뻗쳤을 장면.
  14. 은하철도 999의 경우에는 아예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정면으로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한 예로 은하철도 999의 TV판 에피소드 중 하나인 영원한 전투 실험장 편의 경우 전쟁 노예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군국주의의 폐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비판하고 있다.
  15. 실제로는 미국 병사들은 원폭을 매우매우매우 환영했다. 다 끝나가는 전쟁에서 죽고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게다가 상대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본군이었고.
  16. 공중전중 탈출했는데 자기 비행기가 상처없이 불시착했다.
  17. 3편은 솔까말 병맛스럽기도 하다... 스포일러 주의 그냥 항복해도 될 것을 굳이 남자의 마지막 레이스, 끝까지 달려보고싶다고 하면서 미군에게 점령당한 기지로 몰고가다가 사망(...)
  18. 다만 90년대 애니 소식을 그나마 가장 최신으로 듣을만한 매체 중 하나인 월간 게임지 애니 소식에서 콕핏을 군국주의적인 망작이라고 상세하게 줄거리와 장면을 소개하기도 하면서 이걸 보고 이 작자 군국주의자냐 이렇게 안 경우도 꽤 있었다. (1993년경)
  19. 일제의 이른바 대동아전쟁의 대의명분이 뭔지 생각해보자. 백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아시아를 지키고 일본을 구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것이 일본 우익사관이다.
  20. 실제로 그의 대표작인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과 철이의 관계 설정이 이런 모습을 강하게 보여준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