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남정기

謝氏南征記

1 소개

김만중이 지은 조선NTR 막장드라마 고전소설.

명나라의 한림학사 유연수가 15살 때 사정옥과 혼인했으나, 24살이 되도록 유연수와 사정옥 사이에는 자녀가 안생겨서 유연수가 교채란이라는 여인을 으로 들였다. 교채란은 유연수의 본처인 사정옥을 핍박해, 사정옥은 남쪽으로 도망친다. 그 뒤 교채란이 다른 남자를 끌어들여 유한림을 패가망신시켜 쫓아내자, 유한림은 사정옥을 만나 죄를 씻고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오고 교채란에게 엄벌을 내린 뒤 사정옥과 함께 잘 산다는 이야기.

이쯤에서 눈치챈 이들도 있겠지만 숙종희빈 장씨인현왕후의 일을 풍자하는 이야기이다. 참고로 숙종은 사씨남정기를 읽다가 유한림이 하는 짓에 열받아서 읽다 말고 책을 던져버렸다는 일화가 있다고 전해지지만, 사실 이 사건이 있기 이전에 작품이 지어졌을 가능성도 높아서 확실하지 않다.

오히려 그보다는 17세기를 전후해 강화된 가문의식 및 종법제를 주인공 사정옥의 숙녀로서의 태도와 관련지어 강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작중에서 사정옥은 답답할 정도로(...) 유교에서 이상형으로 치는 여성상에 들어맞는 인물[1]이기 때문이다.[2] 또한, 가부장인 유연수의 실책과 개과를 통한 그 시대 젋은 가장들에 대한 교훈이도 포함되었다고 할 수있다.

한편, 이 소설의 작자인 김만중인현왕후의 친척. 즉, 작은 아버지이자 옹호파였으며 이 소설을 지은 목적 자체가 그녀를 옹호하고 장희빈을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며, 그 덕에 장희빈 격으로 등장한 작중인물 교채란은 아주 추악한 인물로 나오고 인현왕후 격인 사정옥은 실제 이상으로 미화되어 나온다. 이 시각에서 볼 경우, 당시 정치적 상황을 알고 이 소설을 읽으면 상당히 아스트랄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대로 만약 이 작품이 숙종과 인현왕후, 장희빈의 일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면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추악한 악인으로 그려지는 교채란은 사실은 유교 이데올로기 하에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추구하다가[3] 희생된 인물이고, 사정옥은 유교 이데올로기를 철저히 따르고 순종해야 함을 당대의 여성들에게 강변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그려진 인물인 것이다. 유교수꼴이라 평하는 송시열 추종자라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이 더 강화되지만 말이다.

2016년 3월 고3 모의고사 국어 지문에 학생들이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4]과 전혀 다른 부분이 출제되어 멘붕에 빠진 수험생이 많았다. 쌍욕을 유발하는 예술 지문과 난해하기 짝이 없는 이청준의 <소리의 빛>으로 얻어맞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부분이 나온지라 고3들의 멘탈은....거기다 그 다음에 정철의 <성산별곡>이 강림하여 더 쫄리게 만들었다, 현대어로 주어졌지만 일단 한자 쫙 깔린 길고 아름다운 가사에 안 쫄수가...

2 등장인물

  • 유연수(劉延壽)

한림학사. 작중 '유한림' 이라 불린다. 명석하고 덕 많은 전형적인 고전소설의 주인공이나 어째 여자 일엔 젬병이다.[5] 현모양처 사정옥을 내치다가 교채란의 계략에 걸려 패가망신. 그러나 사정옥과 다시 재회해 교채란을 몰아내고 해피엔딩을 장식한다. 첩을 잘못 들이면 패가망신을 당한다는 걸 몸소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첩을 들인다. 호구 사정옥이 남쪽으로 피신했을 때 절에서 만난 온후하고 예의범절을 아는 여인이라는 설정이지만, 교채란 때문에 유배까지 갔었는데 또 첩을 들이고 싶었을까. 물론 오히려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 가부장의 역활을 깨달은 뒤이기에 더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 일수도.[6]

  • 사정옥(謝貞玉)

유 한림의 정실부인. 재주와 성품을 겸비한 현모양처이자 작중 최악의 호구[7] . 작중 '사씨' 또는 '사 부인' 이라 불린다. 한 가지 문제는 아이를 낳지 못했던 것. 때문에 사씨 스스로 한림에게 첩을 들이라 권하고 한림은 마지못해 첩을 들였는데... 첩이 들어온 후에 아들 인아를 낳게 되었다. 인아의 존재 때문에 입지가 위태로워진 교씨는 사씨가 간통을 하고 있다고 계략을 꾸며, 결국 시부모님의 묘가 있는 남쪽으로 도망간다. 이후 한림과 재회해 해피엔딩.

  • 교채란(喬彩鸞)

유한림이 들인 . 작중 '교씨' 라 불린다. 부모님을 여의고 오빠의 집에 얹혀 살다가 아이가 없는 한림의 첩으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사정옥과 무난한 듯했는데 이내 본색을 드러낸다. 아들 장주를 낳자 정처 자리를 탐내서 이 일 저 일 꾸미다가 결국 제 아들까지 죽여버리는[8] 극한의 막장 행보를 보여준다.
한림의 정실이 되지만 집사 동청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려고 동청을 이용하여 남편을 귀양 보내고, 동청과 부부가 된다. 하지만 동청과 결혼하고서도 이번에는 냉진과 다시 불륜을 하는 등, 연이은 막장 테크를 탄다. 그러나 동청이 엄숭 일파와 함께 처형당하고, 냉진이 도적에게 죽자 완전히 몰락해서 창기로까지 전락한다.
마지막에는 그나마도 한림이 컴백하는 바람에 사망. 교채란의 행방을 알게 된 한림이 전혀 다른 사람인 양 속이고 첩으로 삼겠다면서 불러들이자 다시 백자당에 거처하겠다며 기뻐하였으나, 정신차리고 보니 자신이 해꼬지한 유한림, 사정옥의 눈 앞에 서있었다. 결국 처형당하고 만다.
암만 장희빈의 반대파가 썼다고는 하지만 지나치지 않나 싶은 부분도[9].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10] 여담이지만 일부 코믹스판에선 개작두에 목이 잘린다.교강용이 후손이라고 한다?

  • 동청(董淸)

글재주는 좋았지만 도박과 비행을 저질러서 몰락한 인물로 유연수의 친구의 집에서 식객을 하다가, 친구가 지방으로 전근을 가게 되자 유연수의 집으로 옮겨가게 된다. 친구는 동청이 소인배라는 것을 알아보았지만 별 생각 없이 보냈다는 어이없는 설정(...)
유연수의 집에서 문객, 집사 노릇을 하면서 지내다가 교채란과 눈이 맞아서 간통을 저지른다. 간통을 저지른 이상 교채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을 꾸미고, 냉진을 끌어들여 사정옥을 모함하는 등의 음모를 꾸민다. 유연수가 시국을 한탄한 시(詩)를 서재에서 발견하고 간신배인 승상 '엄숭'에게 바쳐서 유연수가 남방으로 귀양을 가게 만들어버린다.
엄숭에게 잘 보여서 태수, 자사 벼슬을 하며 떵떵거리며 살게 되지만 엄숭의 죄가 드러나서 몰락하자 동청 역시 냉진의 배신으로 다른 엄숭 일파와 함께 참수형에 처해진다.

  • 냉진(冷振)

동청의 친구. 동청이 지략가(?)라면 냉진 요 녀석은 건달이나 깡패에 가까운 듯. 교채란이 사정옥의 옥지환을 훔쳐내서 냉진에게 주고, 암행어사로 떠나는 유연수와 길동무가 되어 슬그머니 옥지환을 정물이라고 보여줘서 유연수가 사정옥에게 의심을 품게 만든다.
사정옥이 쫓겨난 뒤에는 밤중에 사정옥을 납치하고 강간하여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 했지만 시부모님의 영혼으로부터 계시를 받은 사정옥이 미리 도망쳐버렸기 때문에 실패한다.
동청이 출세하자 그 부하가 되어 악행을 벌인다. 동청 몰래 교채란과 간통을 저지른다. 하지만 뇌물을 가지고 엄숭에게 바치러 상경했다가 엄숭이 이미 몰락한 것을 알자 배신하여 동청이 탐관오리라고 고발해서 죽게 만든다. 동청의 남은 재물을 가지고 교채란과 함께 산동으로 떠나 부귀영화를 누리려 하지만 도중에 산적에게 걸려서 끔살당한다.

  • 묘혜(妙慧)

우화암(羽化庵)이라는 암자의 비구니로, 유연수와 사정옥이 혼인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준 장본인이다. 훗날 교채란에 계략으로 쫓겨나 자결하려고 하는 사정옥을 잘 다독여주고, 동청이 보낸 자객들에게 쫓기던 유연수를 구하는데 일조한다. 임씨 소녀(임추영)의 고모이다.

  • 임추영(林秋英)

사정옥이 쫓겨나 남쪽으로 도망치던 와중에 신세지게 된 집의 주인으로 평범한 농촌 처녀. 작중 '임씨'라 불리웠다. 단정하고 바른 심성이라 사정옥을 잘 보살펴 주는데, 훗날 사정옥의 추천으로 유연수의 첩이 되어 아들 셋을 낳으며, 사정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첩이 되기 전에 우연히 숲에 버려진 인아를 주워 동생처럼 키워온 덕분에, 인아가 친부모와 극적 상봉을 하게 된다.

  • 납매(臘梅)

교채란의 시녀. 돈에 눈이 멀어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 설매(雪梅)

납매의 여동생이자 사정옥의 시녀. 언니처럼 돈에 혹해서 사정옥의 옥지환을 훔치는 등 악행에 동조한다. 그러나 나중에 이 일을 후회하고 귀양에서 풀려난 유연수에게 모두 사실대로 고한다. 고한 뒤에, 교채란에게 죽을 것을 두려워해 스스로 목을 매 죽는다.

  • 장주

교채란의 첫째 아들. 교채란이 측천무후을 흉내내서 살해하고 죄를 사정옥의 몸종들에게 덮어쒸운다.

  • 봉추(鳳雛)

교채란의 둘째 아들. 교채란이 간통을 시작한 뒤에 태어났기 때문에 아버지가 불분명하다. 동청이 계림 태수로 있을 무렵 병들어 죽는다.

  • 인아(麟兒)

사정옥의 아들. 교채란이 남방으로 가면서 내다 버리고 가서 잃어버렸다가 임추영이 발견해 동생처럼 키운다. 나중에 임추영이 유연수의 첩이 되어 같이 따라갔다가, 인아를 알아본 유모 덕분에 친부모와 다시 만나게 된다.

  1. 하지만 정작 양반들에게는 "뭐 이런 답답이를 봤냐?"라는 평을 받을 정도였다.
  2. 게다가 인현왕후저 정도로 순진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사람이라 질투가 있었다. 물론 이 정도로 순진한 사람이 있긴 있었다. 바로 연산군의 정실 폐비 신씨. 이 사람은 궁녀들과 후궁들에게도 존댓말로 말했다.
  3. 물론 작중에서 악인으로 그려지기는 하지만, 첩의 입장이라면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거나 혹은 그 처지를 벗어나서 본처의 위치에 오르는 것을 충분히 꿈꿀 수 있다. 물론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작중 행동은 배신과 범죄로 얼룩져 있지만.(교씨는 본처 지위에 오르고 난 후 딴 남자와 통정하는 것도 모자라 부패한 관리와 손잡아 원래 남편을 모함해서 내쫓기까지 한다(…) 그리고 한번 더 통정을 벌여 첫 번째 불륜남을 통수치기까지 한다.
  4. 교채란이 사정옥을 엿 먹이려 하지만 실패하는 부분이나, 사정옥이 쫒겨나는 장면으로 아는 학생이 많다.
  5. 고전소설에서는 보통 '무늬만' 명석하고 덕이 많은 주인공들이 많다... 선남선녀형이라고 묘사만 하고는 별의별 결점을 가진 인물들이 다 있다.
  6. 그런데 결과적으로 유연수에 대입되는 숙종이 숙빈 최씨를 후궁으로 들였으니, 서인이나 영조의 입장으로 보면 이 소설대로 된 거다. 물론 김만중이 사씨남정기를 쓴 건 숙빈 최씨가 성은을 입기 전일 것이므로 이를 의식한 건 아니겠지만.
  7. 그런데 취소선을 긋기는 했지만 사람이 너무 순진하고 멍청한 것 같다. 아무리 그 당시를 고려해도 이건 심하게 바보 같다.
  8. 이 부분은 측천무후의 일화에서 따온 듯하다. 측천무후는 고종의 황후 왕씨가 자신의 갓난 딸을 죽였다고 몰아가 그녀를 축출했는데, 이에 대해서 측천무후가 자신의 딸을 죽이고 황후 왕씨를 모함한 것이라는 설이 나름 정설 취급되었다.
  9. 그런데 아무래도 김만중이 귀양 간 이유 중 하나가 장희빈 파의 견제 때문이였다.
  10. 실제로 사씨남정기 집필 이후 김만중은 유배지에서 사망하였고 장희빈은 인현왕후 복귀 후 왕후 자리에서 밀려났고 결국 사약을 받고 죽었다. 단 본문 내용에서처럼 실제 사씨남정기 집필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며, 이 사건과 관계없이 훨씬 이전에 지어졌을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