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호

雅號

이름이나 (字) 외에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이름으로 현대로 치자면 일종의 별명. 별명과의 차이점은 자기 자신도 스스로 칭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특성으로 미루어 생각하면 현대 인터넷 상의 닉네임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1]심지어 본명이 불리길 꺼려한다는 관습까지 일치! 중국 [2] 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곧 한국에도 전파되었다.

본디 본명을 불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를 사용했으나 자 또한 손윗사람이 지어주는 것이 풍조가 되면서 자도 직접 불리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이름으로 호가 사용되기 시작하며 자와의 차이점은 자는 성년 이후 한번 정하면 바뀌지 않으나 호는 별명답게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호가 많기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서예로 유명한 김정희(추사, 완당, 예당, 시암, 선객, 불노, 방외도인 등 수백가지에 이른다. 참고로 김정희의 자는 원춘(元春)).

호는 어디까지나 사적인 이름이므로 가까운 사람, 동년배 같은 사석에서 주로 사용되며 공적인 자리, 손윗사람 부모 등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는 절대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용도가 같다.

호가 범용으로 쓰이게 되면서 자의 사용처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에[3] 아무리 유명인이더라도 자는 낯선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이이(호:율곡 자:숙헌). 이황(호:퇴계, 자:경호), 송시열(호:우암, 자:영보), 정철(호:송강, 자:계함), 한호(호:석봉, 자:경홍), 정약용(호:다산, 자:미용), 한용운(호:만해, 자:정옥) 등만 봐도 호는 익숙하지만 자는 확실히 낯설다. 호 보다는 여해라는 자가 많이 알려진 편인 이 분 정도가 그나마 예외. [4]

자는 때때로 성과 함께 칭하지만 호를 칭할 때는 성, 명은 쓰지 않고 호만으로 칭하는 것이 옳다. 이율곡이나 이퇴계 등등으로 칭하는 것이 왠지 익숙하지만 이것은 수호지에서 송급시우, 양청면수라고 부르는 거나 다름없다. 굳이 성명을 붙여주고 싶다면 율곡 이이나 퇴계 이황처럼 호가 지칭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확실히 지정해 주기 위해 쓸 수도 있다. 만취당처럼 호까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말하면 누구인지 모르니.[5]

현대시인 중에는 이름보다 호가 훨씬 더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박목월은 목월 박영종, 김소월은 소월 김정식, 조지훈은 지훈 조동탁, 이육사는 육사 이원록, 김영랑은 영랑 김윤식등. 한석봉도 석봉 한호이다. 김병만달인 김희민은 기안 김희민 지상렬안습

SK 와이번스 박정권 선수의 팬들이 장난삼아 붙여준 호는 '이명'인데, 이는 갓 1군에 올라왔던 2008년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이명박정권밖에 안 떠서다(...).출처

노홍철은 자기 스스로 위인 노홍철이라는 호를 붙이고 다니고 있다.쩐다
이투스의 한국사 영역 강사 설민석은 스스로 태건(太建)이라는 호를 지어 사용한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의 '해운(海雲)'은 원래 신라의 문인 최치원의 호다. 최치원이 이 일대를 지나가다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경치가 너무 좋아서 거기서 좀 머무르다가 자신의 호를 따서 '해운대'라고 바위에 글씨를 새겼던 것. 그 글씨는 지금도 동백섬에 있는데 가운데 雲 자가 풍화가 심해 많이 지워진 상태다. 사실 이 글씨가 최치원이 직접 파서 남긴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고려시대 인물인 정포가 이 글씨를 언급한 기록이 남아있으므로 적어도 고려시대나 그 이전부터 해운대라는 이름이 바위에 새겨져 있었던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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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문 위키를 보면 펜 네임으로 번역되고 있는듯 하다.
  2.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은 자를 사용하고 수호지의 인물들은 호인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3. 명은 각종 공적인 자리에서 쓰인다지만 자는 그럴 곳조차 없다.
  4. 다만 드라마 징비록에서는 등장인물들끼리 서로 자로 호칭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등장하는 자만 해도 이견, 명보, 자상, 계함, 자앙, 여수 등.
  5. 사실 이것도 옳은 호칭은 아니고 현대에 피휘라는 개념이 없어져서 가능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호만으로 누구인지 알기 위해 호 사전격인 책까지 있었다고 하니 이것도 나름대로 골치아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