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공부 따원 안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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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공부 따"원" 안 한다네

英雄不会读诗书

영웅은 을 읽을 줄 모른다(읽지 못한다/읽지 않는다).

1 유래와 의미

수호전에 등장하는 대사. 노준의오용에게 낚여서 남쪽으로 가다가 호걸들에게 포위를 당하고 호수가에서 배를 타고 대명부로 되돌아가는데 완소칠이 이걸 읊었다.

직역하면 '영웅은 시와 글을 읽을 줄 모른다, 혹은 읽지 않는다'인데, 고전에서 詩와 書라는 표현이 나오면 이는 일반적인 시와 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사서삼경 가운데 시경상서(서경)를 뜻한다. 전근대 한자 문화권 국가, 특히 중국과 그 영향을 받은 한국 등의 나라에서 관료로 출세하기 위해선 유학을 공부해야 했고, 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는 것이 시경과 서경인데, 이 시경과 서경은 사서삼경의 다른 책들(논어, 맹자 등)보다 훨씬 옛 시기의 책이고[2] 문학이기 때문에 해석이 죽을 맛이다. 현대의 한국 고등학생들이 신라 향가, 고려가요나 관동별곡에 멘붕하는 걸 떠올리면 딱 맞는다(...). 그래서 과거에서도 문관이 아닌 기술관료들에게는 시경, 서경 등은 과거시험 과목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즉 문학 내지는 인문학, 철학 등을 공부로 깔끔하게 뭉뚱그린 초월번역.

2 짤방화

1996년에 제작된 중국 드라마 수호전 25회에 등장했다. 당연히 수호전 원문과 동일한 "英雄不会读诗书".

주로 공부 안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쓰는 짤방이다. 보통은 상대방이 공부하라고 공격할 때(e.g.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 짤방으로 카운터를 먹인다. 하지만 상대가 공부를 안한다고 다 영웅은 아니라고 받아친다면 골룸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럴 땐 "내가 영웅이다" 라고 해주자 하지만 이 사람이 쓰면 어떨까?

다른 분야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도 자기위안 식으로 쓰일 수 있는데, '이(문)과는 문(이)과공부 따원 안 한다네', '이(문)과는 사(과)탐 따원 안 한다네' 식으로 쓰일 수 있다. 근데 요즘은 문이과 통합시대잖아?[3]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알 게 뭐야.

물론 자막 자체도 충분히 패기가 넘치지만, 이 짤방의 포인트는 바로 한글 자막의 오타. 잘 보면 '공부 따'이 아닌 '공부 따'이라 써있다. 공부 따 안해서 틀렸나보다

3 이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들

장수는 자기 이름 석자만 쓰면 된다는 말은 항우[4] 의 만인지적의 고사에 나온 말이니, 개념 자체는 수호전보다도 훨씬 오래되어 춘추전국까지 올라간다.

신분이 천한 주제에 황제가 된 한고제, 주원장도 공부도 해본적도 없이 천하를 석권하고 나라의 창시황조가 되었다.단, 한고제는 당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고 나름 상당한 수준의 독학을 했다. 실제로 한고제는 "내가 책 한번 안읽고 천하를 먹은 사람이다"고 뻐팅겼다가, '전쟁이랑 다스리는 거랑 같습니까'란 말에 쪽팔려하면서도 수긍한 뒤 아들한테도 자기가 공부랑은 담쌓고 지냈는데 지금은 좀 잘못한 것 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곽거병 같은 경우도 별로 공부는 안하고 말 그대로 본능이 이끄는대로 싸워서 미친 전적을 올려 영웅급에 올랐다. 위청, 이광 안습 한무제 개객기 해봐 삼국지의 왕평도 문맹으로 열 글자 정도밖에 몰랐으나 전투에서 틀린 판단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반면에 조괄이나 마속은 글도 잘 알고 똑똑하기로 유명했지만 지고 목이 잘렸다.

물론 짤방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수호지의 등장인물 중에서도 송강이나 임충, 시진같은 경우는 인텔리였고 문(文)에도 뛰어났다. 때문에 항간에서 사실 이 문장은 이규를 까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거라는 농담이 있다(...). 해당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이규는 공부를 전혀 안 하는데다가 성질머리도 더러운 바보라서, 아예 이것에 관련된 에피소드까지 있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서당에서 배운 아이들에게 다굴까지 맞았을까.본격 선임의 갈굼. 근데 선임도 공부 안한 편인데. 아니 이규보다 머리는 좋잖아 물론 본래의 의도는 노준의를 회유하는 노래이다. 노지심도 글을 몰라서 자기를 수배하는 전단 앞에 사람들이 몰려서 저거 뭐라고 써있는거요, 하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근데 사실 108호걸 대부분이 문맹인 것을 감안한다면 영웅은 공부 안한 것이 맞다. 물론 앞서 말한 인물들은 공부을 했었던 것이 맞지만 나머지 호걸들은 그런 거 없다(무식한것이 아니라 글을 모른다.) 애초에 성수소생 소양이 호걸들 앞에서 낭독해주는 역할인 것을 감안한다면 맞다.본격 자학개그 그래도 예술에만 명군인 암군보다 똑똑하다.

고려소드 마스터로 유명한 맹장 척준경도 글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마침 이말이 나온 시대가 같다.

그런데 또 그 공부 안한 호걸들이나 맹장들이 영웅이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적어도 수호지의 호걸들은 현대로 따지자면 조폭들이 자기들을 영웅이라고 칭한 수준의 인물이 정말 많다. 특히 공부따원 안한 인물들이 더더욱 그렇다.[5]

축구부 같은 운동부 계열의 체육특기자들은 대체로 학업에 소홀한 편이다. 협회에서도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지향하는 추세고 가뭄에 콩 나듯 학업 성적이 좋은 운동부가 몇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고된 훈련 탓에 수업시간에 퍼질러 자는 게 현실. 하지만 대학 진학은 경기 실적을 반영하니 힘들게 공부하는 대다수의 학생들보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게 현실

서브컬쳐에 가면 열혈 바보 뇌근 스타일 주인공들이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개그적인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서 좀 심할 정도로 바보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4 이 표현이 안 어울리는 인물들

문무겸비 문서도 참고.

사실 항우는 귀족 출신에 그에 걸맞는 교양을 가져 노래, 에 능했고 병법을 쓰는 것도 한신 정도가 아니면 당대에 대적할 사람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천신 급의 싸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문무겸비의 초 엘리트. 허나 정치, 외교에 대해 무식해서 결국 유방에게 패배해서 망했지만.

조선시대만 봐도 무과 공부 10년 이상으로 왜군을 모조리 떡실신시킨 충무공 이순신, 공부를 안 하는 한량이었다가 늦은 나이에 뜻을 품어 문과 급제를 하고 끝내 행주 대첩에서 승리를 일궈낸 권율 등이 있으니…. 할 사람은 다 한다. 아니면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다른 능력이 출중하던지…칫..답은 나와 있어
  1. 자세히 보면 영웅은 공부 따윈 안 한다네가 아니라 영웅은 공부 따원 안 한다네이다.
  2. 단적인 예로, 공자의 언행록인 논어에 시경의 시가 인용되어있고 공자님이 이를 언급하는 내용이 나온다!
  3. 2002년도 이후에 태어났다면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통합과목으로 공부한다. 2001년생은 재수하는 순간 문이과 통합이다.
  4. 숙부 항백이 항우에게 공부를 가르치려 하자 '글은 이름과 성만 쓸 수 있으면 족하다'라 말하며 거부하였고, 무예를 가르치자 '무예는 배워봐야 한 사람밖에 이기지 못한다'라 하며 금세 싫증나 했다. 결국 병법서를 공부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일화가 좀 설득력이 없는 것이, 항우는 워낙에 귀족가문이라서 당대 인물들 치고는 나름 배운 축이었다. 말단 벼슬이나 하던 유방과 비교하기도 뭐한 수준. 무예는 그냥 원탑 수준. 오히려 공부했다는 병법서의 경우는 전술 단계에서는 최강급인 것이 사실이지만 대전략이 막장이었다라는 문제가 있었다. 아무래도 병법 공부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도로 칼질했나 보다
  5. 그나마 예외라는 인물들이 불교와 엮이는 노지심 정도이니 말 다 했다.